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8
이지후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안 들켜. 걱정하지 마.”
“안 들킬 리가 없잖습니까.”
“···너. 집안에 굴러다니는 50원짜리 갯수 알아?”
“모르죠.”
“그럼. 할아버지가 우리 집 리무진이 몇 대인지 알까?”
“······모르시겠죠.”
“그래.”
잃어버린 덱은 대충 창고에 있는 카드들과 여진성의 덱 창고에 있는 것을 합해서 만들면 될 터다. 여진성이 자신이 무슨 덱을 굴리는지까지 찾아보지는 않을 테니까.
물론 그녀가 1위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의 일이지만.
‘당분간은 어둠 속성 덱 못 굴리겠네.’
카드 창고를 뒤져도 그녀의 원래 덱을 완벽하게 복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대체 카드들을 넣어야 할 게 분명하다. 남는 시간동안 덱 튜닝을 이래저래 하고 연습을 많이 해 봐야 1위를 수성할 수 있을 터.
그 사람도. 튜닝을 하려나? 여한설은 조금 유치한. 그렇지만 강하던 의문의 남자를 떠올렸다. 그녀가 태어나서 거의 처음 만난 어둠 속성을 굴리던 사람.
“···그러고 보니. 히어로 네임도 못 물어봤네.”
히어로라면 히어로 네임을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데. 역시나 어설픈 데가 많다. 그런 점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녀는 의문의 남자의 복장을 떠올렸다. 뭔가 이름을 특정지을만한 특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특이한 점은 어둠 속성이라는 것, 그리고···
‘의식 단검.’
생전 처음 보는 효과 외 능력이 있는 카드. 아마 그리 흔한 카드는 아닐 것이다.
인터넷에 찾아본다면 어쩌면 정보가 나올지도 모른다.
##중간고사(1)
여한설은 집에 도착한 다음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켰다. 물론 오늘 만난 자경단이었던 남자를 검색하기 위함이었다.
‘근데. 뭐라고 검색해야 되지?’
복면괴인. 아니다. 변태. 도 아니고, 중2병? 비슷하지만 틀리다. ···역시 ‘의식 단검’밖에 없다.
여한설은 휴대폰에 의식 단검을 검색했다. 몇 개밖에 되지 않는 검색 결과가 떠올랐다.
“···너무 적네.”
아니. 정보가 있는 것에 감사하자. 여한설은 가장 위에 있는 사이트로 들어갔다.
[[의식 단검 립 버전 다운로드]. 로이의 얽힌 뱀심은 끝날 줄을 몰랐다.“···
나는 달을 삼킨 뱀. 로이.”
진군중이었던 [의식 단검 립 버전 다운로드]는 공격을 저지하려 했다. 갑자기 지진이 났지만 [의식 단검 립 버전 다운로드]는 불현듯 로이의 [의식 단검 립 버전 다운로드] ···]
“···이건 또 뭐야.”
여한설은 순간적으로 휴대폰이 버그가 난 것이 아닌지를 의심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사이트의 글자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댓글을 훑어봤다.
[의식 단검 립 버전 다운로드. 제가 찾던 정보 여기있었네요.] [의식 단검 립 버전 다운로드.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 [의식 단검 립 버전 다운로드. 퍼가요~~]분명.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정상적인 것을 읽은 것 같은 반응이다.
여한설은 잠시 생각에 빠지고, 이내 상황을 이해했다.
“···암호라는 거군.”
소수가 모이는 사이트의 경우에는 이런 암호들을 조합해서 모임 장소를 정하는 곳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딥 웹’이라고 하는 것이었던가.
그녀의 눈이 빛났다. 이런 퍼즐을 푸는 것에는 그녀도 자신이 있었던 터다.
그녀는 망설임없이 올라와 있는 [의식 단검 립 버전 다운로드]를 손가락으로 눌러 다운받았다.
[···해당 APK 파일은 바이러스가 의심되는 파일입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물론이지.”
하지만. 실행을 했는데도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나?”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여한설은 미묘하게 늘어난 광고창들을 하나씩 끈다음 다른 사이트들을 돌아봤지만 죄다 비슷한 것들이었다.
어쩌면 검색어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의식 단검’이라는 카드명이 잘못된 것일 지도 모르고.
‘좀더 포괄적인 검색어로 검색해보자.’
괜찮은 검색어. 그러면서도 그 사람을 특정지을 수 있는 검색어. 역시 ‘어둠속성의 자경단원’이다.
여한설은 ‘어둠 속성 자경단’을 검색창에 다시 검색하고 가장 위의 사이트에 접속했다.
[[어둠 속성 자경단 립 버전 다운로드]. 로이의 얽힌 뱀심은 끝날 줄을 몰랐다.“···나는 달을 삼킨 뱀. 로이.”
진군중이었던 [어둠 속성 자경단 립 버전다운로드]는 공격을 저지하려 했다. 갑자기 지진이 났지만 [어둠 속성 자경단 립 버전 다운로드]는 불현듯 로이의 [어둠 속성 자경단 립 버전 다운로드]···]
기묘하기 그지없는 기시감에 여한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둠 속성 자경단 립 버전 다운로드. 제가 찾던 정보 여기있었네요.] [어둠 속성 자경단 립 버전 다운로드.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 [어둠 속성 자경단 립 버전 다운로드. 퍼가요~~]아까와 완전히 복사해놓은 것만 같은 댓글창.
뭐지.
버근가. 진짜로.
여한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이트에 있는 파일을 다시 다운로드 받았지만, 역시나 아무 일도 없었다.
왜인지 모를 광고들만 두 배로 늘어났을 뿐이었다.
여한설의 머리에 가느다란 힘줄이 뻗었다. 이렇게 된 이상 오기로라도 그 남자에 대한 정보를 찾고 말 것이다.
***
“오늘도 허탕이네.”
남연철은 채팅창을 확인하곤 아쉽게 중얼거렸다. 전익현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열어놓은 오픈 채팅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런 놈의 정보가 떡하니 있을 리도 없고. 설령 정보가 있다 한들 오픈 채팅방에 올 리가 없지.”
새벽녘의 핀잔에 남연철은 실눈을 떴다. 그 정도쯤, 자신도 알고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의식 단검’카드를 찾다가 한 명쯤은 올 지도 모른다고.”
“그럴 일은 만에 하나도 없다. 한 명이라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쪽에 내 「염제」를 걸 수도 있다.”
[채팅방에 ‘ColdSnow’님이 입장하셨습니다.]“···들어왔는데?”
“광고하러 온 사람이겠지.”
[ColdSnow : 안녕. ‘의식 단검’ 너희도 알아?]“광고 아닌데?”
“아는 척을 한 다음 사설 토토같은 곳에 초대할 심산이겠지. 의식 단검의 효과라도 아는 게 아니면···.”
[ColdSnow : 3마나에 1 데미지 주는 카드 말이야.]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남연철은 저항하는 새벽녘의 카드 통에서 「염제」 를 빼앗은 다음 채팅을 쳤다.
[NYC : 맞아. 그 카드. 어디서 봤어?] [ColdSnow : 동작대교에서.] [NYC : 누가 썼지?] [ColdSnow : 정확한 정체는 몰라.]“흐음. 전익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네.”
“정체를 숨겼을수도 있다. 애초에. 놈의 이름이 ‘전익현’이라는 것이 거짓일가능성도 크고.”
제 3세력의 인물이 집행자들의 소굴인 아카데미에 들어와 첩보질을 하면서 본 명을 쓰고 있을 확률은 극히 낮았다.
“일단. 그 쾌락듀얼마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얻어야겠지.”
[NYC : 그 사람. 어땠어?]여한설은 채팅창을 바라봤다. 오기로 몇 시간을 들여서 찾아낸 것이 이 오픈채팅방이었다. 제목은 [‘의식 단검’을 쓰는 사람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수상하기 그지없는 제목이었지만 그런 제목들은 오늘 하루 종일 만났다.
그래도 반응을 보니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여한설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광고창들을 꺼 가며 채팅을 이어나갔다.
[ColdSnow : 강했어. 정말로.] [NYC : 우리가 아는 사람이 맞는 모양이군.] [새벽녘 : 오랜만에 새 멤버가 들어왔군.]“···그런데. 여기. 뭐 하는 방이지?”
의식 단검을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는 오늘 만난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이 분명하긴 한 것 같았다.
굳이 자경단 짓을 하는 사람을 위해서 방을 만들 사람이라면···.
“···일종의 팬 클럽인가 보네.”
채팅창의 인원은 세 명. 자신, NYC, 새벽녘 세 명 뿐. 빈약하기 그지없는 숫자다. 오히려 좋다. 아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레어하다는 거니까. 웹소설 사이트의 구석에서 나만의 작은 소설을 발굴한 것처럼 여한설은 기뻤다.
“···물론 내가 팬 클럽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ColdSnow : 그런데. 그 사람은 뭐라고 부르면 되지?] [NYC : 정확한 정체는 우리도 몰라. 아직 뭐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고.] [새벽녘 : 놈의 정체는 오리무중 그 자체다.]아. 자경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었구나. 여한설은 무릎을 쳤다. 인터넷에 정보가 없는 것도 당연했다.
어쩌면 히어로 네임을 밝히지 않은 것도 아직 이름을 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ColdSnow : 서로 이야기하려면 이름부터 지어야겠네.] [NYC : 쾌락듀얼마 어때?]저 NYC라는 사람의 네이밍 센스는 바닥 그 자체다. ‘쾌락듀얼마’같은 히어로 네임을 썼다가는 오려던 팬들도 다 도망갈 것이다. ···물론 그녀가 팬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여한설은 머리를 들어 자신을 구해 줬던 남자에 대해서 생각에 빠졌다. 멋진 이름인 동시에 이미지에 잘 맞는 이름이어야 했다. 새까만 옷과 거기 맞는 어둠 속성의 덱.
달도 가릴 것처럼 어두운···
[ColdSnow : 이클립스(Eclipse). 월식이라는 뜻이야. 어때?] [NYC : 쾌락듀얼마가 더 나아 보이는데.] [새벽녘 : 나는 이클립스. 두 표 대 한 표. 결정났군.] [NYC : 이름 같은 건 상관없어. 그딴 거보다 일단 그 자에 대한 정보부터]“아가씨. 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나갈게!”
[ColdSnow : 미안. 급한 일 있어서.] [ColdSnow : 나중에 올게.]여한설은 휴대폰을 끄고 호다닥 옷을 챙겼다. 무릎의 상처를 숨기려면 긴 옷을 입어야 할 터다.
무릎의 상처가 욱신거렸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얘 갔는데?”
“급한 일이 있었나 보지.”
“아니. 진짜 급한 일이 생겼을 가능성은 적다. 그게 아니라 자신이 아는 정보를 쉽사리 내놓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남연철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긴. 쾌락듀얼마···아니, ‘이클립스’에 대한 정보는 극비중의 극비. 그러니 정보를 쉬이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뭐, 처음부터 정보를 다 내어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어.”
남연철은 한숨을 후. 내뱉었다. 긴장이 한 순간에 빨리자 탈력감이 몰려온다.
“그보다. 곧 중간고사인 건 알고 있나? 중간고사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중간 고사가 끝나면 등급전이···.”
“알아. 걱정하지 마. 1등. 반드시 가져올 테니까.”
새벽녘이 요즘 자신을 들들 볶기 시작한다. 남연철은 덱 리스트를 확인했다.
엘리트라고 해도 어차피 아카데미 1학년들. 자신의 상대가 되지는 않는다. 그나마 상대가 될 만한 것은···자신의 1등의 자리를 운 좋게 일시적으로 가져간 여한설 정도.
여한설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속성 선택이 끝났으니 더욱 강한 덱이 되어 있을 터.
자신도 덱 보강을 해야 할 터였다.
“「가제트」나 한 장씩 사야겠다.”
“···가제트를 살 자금은 어디서 구할 거지? 가제트의 가격은 상당한 편인데.”
“아까 구한 「염제」팔면 되지.”
그거 진짜 가져가는 거였냐는 새벽녘의 눈빛. 남연철은 눈빛을 무시한 채 「염제」를 카드 홀더에 집어넣었다.
***
“아으으. 시험 싫어.”
나는 바닥에서 노트북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시험으로 고생하는 것은 대학교를 자퇴하면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는데. 또 시험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다니.
물론 내가 시험을 내는 입장이라는 것은 다르긴 하지만.
“중간고사 싫어. 아. 학교가기 싫다.”
학교가기 싫다는 말 내뱉는 것도 대학 자퇴하고 나면 할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문제로 만들 수 있는 선택지는 머릿속에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렵게’내느냐다. 이 세상의 듀얼 상식이란 게 지구의 상식에 비해 조금 뒤떨어져 있는 데다가, 아카데미 1학년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감이 없다.
그냥 어렴풋이 아. 좀 약하구나. 정도라고 생각하는 게 전부다. 그러니 문제의 난이도를 정확하게 측량할 수가 없다.
게임 좀 열심히 해 놓을 걸 그랬나. 포인트를 주는 문제들을 귀찮다는 이유로 스킵했던 것이 뼈저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