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5
“「하이드로 펌프」로 디랙스를 파괴! 턴 엔드!”
파아악! 디랙스가 쉽사리 무너져내린다. 그래도 방심할 수 없다. 여전히 디랙스가 한 장 더 남아 있다. 그 카드를 처리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다시 디랙스를 소환!”
“네?”
그녀는 반사적으로 필드를 확인했다. 몇 번을 봐도 똑같다. 두 장째이자 마지막 장인 디랙스가 필드에 나와 있다.
그녀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마지막까지 아껴야 하는 카드가 두 장이나 내버리 듯 나오다니.
‘···꿈인가?’
팔을 살짝 꼬집어 봤지만 역시 아프다. 꿈이 아니다. 그녀는 필드 위에 나와 있는 디랙스를 다시 처리했다.
두 장의 디랙스를 처리하고 나자. 판세는 빠르게 기울었다. 한 번 굴러간 필드는 뒤집히는 일 없이, 그대로 게임이 끝났다.
[승자 : 신하연] [298등(▲2) : 신하연]1년간 고대했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간단한 승리. 양기공은 잔뜩 얼굴을 찡그리더니 거칠게 덱을 들고 나가 버렸다.
자신이 강해진 것은 확실했다. 실제로 전익현을 이기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이기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전익현과 싸울 때의 양자기갑공룡덱은 벽과 같았다. 피말리는 꼬리 잡기를 하고, 필드를 밀어내고, 버티고, 템포를 잡고서야 겨우 1승을 따낼 수 있었던 덱이었다.
그런 덱을 이렇게 쉽게 이기다니?
한참 더 고민한 그녀는 대답을 결국 찾아냈다.
‘패가. 엄청 말렸구나.’
패가 쓸 수 없을 정도로 말린 탓에 템포로 디랙스를 내서 승리를 가져오려고 한 것이다.
상대의 불운 때문에 공짜로 1승을 얻어내다니.
운이 좋았다.
***
“잘 했어!”
나는 휴대폰으로 신하연의 승리를 확인했다. 신하연은 등수를 파죽지세로 올리고 있었다. 여섯 번의 듀얼이 끝난 지금, 300위였던 신하연의 등수는 지금 150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이 기세라면 in10은 일도 아니다.
‘대박이다!’
나는 신하연에게 3041포인트. 그러니까 전재산을 꼴아박았다. 베팅을 마지막으로 확인했었을 때 신하연의 배당은 100배.
3000포인트가 100배가 되면···!
30만 포인트.
숨이 막힐 정도의 거금이다.
“심판. 경기 시작 안 합니까?”
“아. 미안합니다.”
심판 중에 너무 흥분했다. 마음 같아서는 심판이고뭐고 때려치고 응원을 하고 싶지만. 일은 일이니까.
물론 배당이 바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배당 이후 최종배당은 워낙 바쁜 탓에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딱히 확인할 필요는 없을 터다. 설령 마지막 베팅에서 꼴찌에 베팅하는 역배 투자자가 있다고 한들 그 금액이 크지는 않다. 그러니 배당비는 크게 출렁이지 않을 것이다.
길 지나가던 백만장자가 전재산을 신하연에게 다 꼬라박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야 말이다.
30만 포인트라니. 벌써부터 웃음이 나온다. 슬슬 더워지던데, 포인트 벌면 에어컨부터 사야지.
“경기준비 다 됐습니까?”
“네.”
“됐습니다.”
“자. 듀얼 준비하세요.”
나는 듀얼 시작 버튼을 눌렀다.
[듀얼 스타트] [동풍전 vs 이중민]동풍전대 이중민이라. 자일색의 두 멤버들간의 대결이다. 동풍전은 2학년 최상위라기엔 약한 편의 듀얼리스트지만 이중민은 그래도 꽤나 강한 편이다.
그래도 보는 재미는 좀 있겠네. 나는 자리를 고쳐 앉으며 생각했다.
##등급전-2학년(4)
“크큭. 드디어 네 낯짝을 짓뭉갤 수 있게 됐군.”
“···도발은 그만둬라. 동풍전. 네가 등수가 떨어진 것은 네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니까.”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모르겠지. 선택받은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 놈들은 말이야. 버러지같은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 자의 절망감이 얼마나 큰지!”
뭔가 쌓인 게 있는 듯 동풍전과 이중민은 듀얼이 시작됐는데도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냥 듀얼이나 집중하지. 심리전이 아닌 대화 같은 건 결국 듀얼의 승률을 깎아먹을 뿐인 것을.
“어찌됐건. 특이성은 바꿀 수 없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뿐이다. 너는 특이성이 좋지 않다는 것에 좌절해 안주했고, 우리들은 노력했을 뿐.”
이 말은 백 번 지당하다. 특이성까지 포함한 덱 파워만 놓고 본다면 동풍전과 이중민의 파워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둘의 실력 격차는 꽤나 난다.
그 말인 즉, 덱이 약한 건 특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잘못이라는 뜻이다.
“네가 약한 건 네 잘못이다.”
“입 닥쳐! 개 같은 새끼야!”
동풍전은 팩트를 맞자 한층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허구한 날 노력이란 개소리만 지껄이는 그 아가리를. 지금부터 닥치게 해 주지.”
빨리 듀얼이나 하지. 잡썰이 길다. 나는 주절거림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듀얼장에 무단으로 침입한 고양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꽤나 낯익은 고양이네. 기분 나쁘다고 집에 있는 집기들 다 떨어트리고 다니는 주제에 밥때만 되면 시끄럽게 울어대는 우리집에 사는 싸가지없는 고양이랑 꼭 닮았다.
[이몸 등장!]스핑크스 본묘本猫였군. 하긴. 저렇게 오만한 눈빛을 뿌리고 다니는 고양이가 세상에 두 마리씩 있을 리가 없지. 며칠간 밖에 나오기도 귀찮아하더니 오늘은 밖에 왜 나왔는지 모르겠네.
[재미있는 냄새가 나서 밖에 나와봤다.]“뭐. 별로 재미있는 것도 없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필드를 확인했다. 컨트롤 덱끼리의 싸움이니 특이할 게 없다.
아니, 없어야 하는데···
+
【특이성 : 역반응】
【패시브 : 치유를 하는 모든 카드들이 이제 데미지를 줍니다.】
+
동풍전의 특이성이 이상하다.
동풍전의 원래의 특이성은 「중급 회복」이다. 3마나를 사용해 3 체력을 회복시키는 그냥저냥 좋은 편에 드는 특이성. 그런데 지금 필드에 나와 있는 동풍전의 특이성은 「역반응」이다.
“동풍전 특이성, 이상하지 않아?”
“그러게? 원래 저거였나?”
“어제만 해도 중급 회복이었는데?”
내 기억이 틀리지 않은 모양인지 주변에서도 술렁대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자신의 후각이 적중했다는 것이 만족스러운 말투로 말을 내뱉은 스핑크스는 내가 있는 심판석 위로 올라왔다.
“크큭. 볼 만한 표정이군. 어떻지? 내 새 특이성은?”
이중민은 대답하는 대신 이를 악물었다. 그러게 잡썰 이야기할 시간에 생각이나 더 하라니까.
경기는 시작부터 이미 기세가 기울어 있었다. 특이성이 바뀔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던 이중민은 허를 제대로 찔렸다.
동풍전의 덱은 템포가 느린 힐 컨트롤 덱이다. 하지만 역반응이라는 특이성을 얻은 지금, 그 힐 컨트롤 덱은 어그로 덱으로 완전히 변모해 있었다.
힐 카드들은 딜 카드들에 비해 조금 더 좋은 효율을 가지고 있다. 딜 카드들이 2마나에 2데미지가 평균적 데미지라면 힐 카드는 2마나에 3의 회복을 해주는 식이다.
그런 카드들이 죄 데미지를 주는 카드들로 바뀌었으니, 효율이 좋을 만도 하다.
확실히. 강해지긴 했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이성은 결국 반쪽짜리다. 거기에 걸맞는 덱을 짜야만 진짜 강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동풍전의 핸드 상황을 확인했다.
“쯧.”
역시나, 동풍전의 덱은 역반응을 얻기 전과 완전히 똑같다. 본래라면 역반응을 얻는다면 절대로, 절대로 들어가야 하지 않아야 할 카드가 들어가 있다.
내는 것만으로도 게임을 바로 지게 되는 시한폭탄의 뇌관 같은 카드가 덱에 들어가 있다는 건, 이 자식은 이 좋은 특이성을 얻고도 제대로 연습조차 하지 않은 놈이라는 뜻이다.
마음에 안 든다. 물론 마음에 안 드는 것과 별개로 게임은 동풍전이 승리를 확정지은 상황이었지만.
“나는 상급 회복 물약을 발동!”
+
【상급 회복 물약】
【5 mana】
【캐릭터 하나의 체력을 8 회복시킵니다.】
+
쨍그랑!
물약병이 이중민의 팔에 부딪혀 깨졌다. 본래 치유의 힘을 담고 있던 회복 물약은 스스로의 의지라도 있는 것처럼 움직여 이중민의 팔을 옥죄였다.
우드득! 썩 좋지 않은 소리가 터져나온다. 팔에 있는 뼈 한둘쯤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다.
[Hp : 0]“크으으으윽!”
이중민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노력? 웃기는 소리. 내가 특이성만 제대로 받았어도 내 발끝도 못 따라왔을 놈 주제에.”
이중민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부서지지 않은 왼쪽 주먹만 으스러지게 쥐고 있었을 뿐.
“동풍전 학생의 승리입니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동풍전의 승리를 선언했다.
***
“이상하네.”
심판을 다 보고 나서 밖으로 나온 나는 벤치에 앉아 중얼거렸다.
[뭐가?]“동풍전의 특이성 말이야.”
[특이성이야 커다란 계기를 통해 종종 바뀔 수 있는 것이니. 특이할 일은 아니지.]벤치 끝에는 스핑크스가 앉아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뭐 봐 주는 사람도 없는데 시도 때도 없이 그루밍을 한단 말이지.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수호자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발버둥인 것일까.
아니, 이게 중요한 일은 아니지.
“동풍전의 특이성은 이상한 게 맞아.”
“동풍전이 사용한 ‘역반응’은 인간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특이성이니까.”
몬스터들의 특이성과 듀얼리스트의 특이성은 칼같이 구별되어 있다. 듀얼리스트들에게만 발현하는 특이성은 몬스터들이 가질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특이성 「역반응」은 게이트의 몬스터인 「빛의 샐러맨더」가 체력 30 이하로 내려가 2페이즈가 됐을 때 얻게 되는 특이성이다. 본래라면 절대로 듀얼리스트가 절대 얻을 수 없는 특이성이라는 말이다.
아니. 엄연하게 따지자면 ‘절대 얻을 수 없는’특이성은 아니다. 내 기억 속어딘가에는 인간인데도 몬스터의 특이성을 쓰던 몇몇 존재들이 있었으니까.
테스트할 때 「GORD」이라는 임시명을 사용하고 있던 놈들이 있기는 했었다.
아마, 이번에 동풍전의 특이성을 바꾼 것도 놈들이 한 짓일 것이다.
그런데 놈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무리 일러도 2학기 이후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나타난 거지?
머리를 오래 굴릴 필요는 없었다.
“···신하연 때문이군.”
본래 신하연은 지금쯤 퇴학이 결정되어 본격적으로 흑화를 시작했어야 했다.
「GORD」가 본래 계획하고 있던 계획이 신하연때문에 차질이 생겼다는 문구를 본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흑화한 신하연은 망나니처럼 아카데미에 관련된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찾아가 사기 특이성을 사용해 줘패는 인간이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 신하연이 사라졌으니 악의 세력이 본래 하고 있던 계획이 틀어지지 않고 잘 진행되었고, 그게 지금의 결과를 빚어낸 거겠지.
몬스터의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 놈들. 생각보다 까다로운 덱이 많은데. 어쩌면 아카데미가 신하연이 있을 때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 어디까지나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내 입장은 어떠냐고?
세 글자로 축약할 수 있다.
개 이 득.
[무슨 좋은 일 있나?]“물론이지. 어떻게 알았어?”
[음흉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나를 향한 근거없는 비방을 하는 스핑크스의 목을 잡아 멀리 던져버렸다.
스핑크스는 앞발을 흔들어 저항을 몇 번 하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고양이에 불과했다. 조용해진 주변을 음미하며 나는 GORD에 대한 생각을 이어나갔다.
GORD에 있던 캐릭터들은 하나하나가 꽤나 강력한 덱을 구성하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실제로도 주인공인 듀얼리스트가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매우 강대한 적들이라는 대사가 계속해서 나온다.
그래서 에피소드가 진행되고 토벌 임무가 뜨면 아카데미의 핵심 인력인 이현일과 권보람이 합류해서 GORD를 섬멸하는 것을 도와주게 되는데··· 이게 민폐중의 민폐였다. GORD와의 듀얼은 「소울」을 주는 듀얼이기 때문이다. 이유를 명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놈들이 사용하는 특이성이 몬스터들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소울을 수급할 수 있는 커다란 이벤트인데도 내가 처리할 수 있는 GORD 멤버는 고작 1/3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이현일과 권보람의 몫이었다.
그냥 내가 혼자 다 때려패 버리고 소울 다 먹으면 안 되냐는 질문을 소울 사에 했었지만. ‘농담이 재밌군요.’같은 답변을 들었다.
···그나마 답변을 해 줬다는 점에서 평소보다는 나은 답변이었다고 생각하도록 하자.
최대한 빨리 움직일 필요는 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이현일과 권보람이 내 사냥터에 발을 디딜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움직여서는 안 된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500배짜리 배당복권이니까.
나는 휴대폰을 들어 배당복권에게 문자를 보냈다.
[승리 축하한다. 오늘도 8시부터 특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