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7
한 턴의 차이가 성패를 가르는 덱이라는 뜻이다.
특히나 「역반응」을 중심으로 한 「리버스 힐링」덱의 경우에는 필드 데미지보다 효과 데미지의 비중이 높다. 다른 어그로 덱보다도 누적 딜을 어떻게 만들고 필드에 어떻게 개입할까를 많이 생각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 동풍전의 이성은 마비되어 있다.
콰지직!
생각 없이 본체 데미지만 누적해 나가던 동풍전의 필드가 신하연의 마법들을 맞고 한 방에 스윙(swing)됐다.
처음 상대하는 덱인데도 이제는 슬슬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감을 잡은 모양이다. 많은 경기를 해 오다 보면 처음 상대하는 덱일지라도 기본적인 대응은 알게 되는 법.
세부적인 대응까지 알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성을 잃은 동풍전을 상대로는 그렇게까지도 필요 없다.
아니. 이성을 가지고 있었을지라도 특이성 하나만 믿고 덱을 그 꼬라지로 방치해 놓은 놈에게 신하연이 졌을 것 같지는 않지만.
“핸드에 얼음방패 있냐?”
“있어요!”
끝났네. 한두 턴 후면 신하연은 승리할 것이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거지.’
몬스터화하는 듀얼리스트는 패배하게 되면 그 내면에 있던 자아가 붕괴하며, 몬스터가 자아를 침식하게 된다.
우화라고 하는 이 과정은···듀얼리스트와 몬스터 사이의 무언가로 듀얼리스트를 변하게 만든다.
짧게 말하자면 그냥 2페이즈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귀찮게도.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체력과 특이성의 변화다. 지금 가지고 있는 특이성에 더해 추가 능력치가 부여될 것이다. 그러면 신하연의 지금 덱으로는 동풍전을 이길 수 없을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신하연은 여기서 절대 져서는 안 된다. 신하연이 진다면 내일 듀얼에 신하연이 참여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내 포인트 500배는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다.
절대 안 되지. 그건.
“덱. 준비해야겠네.”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용 덱이 있는 게 좋다. 그리고 공략용 전용 덱은 비용이 꽤나 나간다. 키 카드가 되는 카드들의 희귀성이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몬스터화한 듀얼리스트는 듀얼리스트와 몬스터 사이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덱은 여전히 사용한다는 점이다.
몬스터인 「빛의 샐러맨더」를 상대하는 덱이라면 지금 짤 수 없지만, 빛의 샐러맨더이자 동풍전을 상대할 수 있는 덱은 당장이라도 짤 수 있다.
동풍전의 덱에 있는 시한폭탄을 터트릴 수 있는 카드만 있으면 되니까.
나는 모바일 소울워커를 켜고, 듀얼을 보고 만들어 놨던 동풍전의 덱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가학의 여사제】
【mana : 7】
【이 소환수가 피해를 주면, 내 영웅의 생명력을 5 회복시킵니다.】
【7/6】
+
역시. 가학의 여사제, 들어 있네. 그거면 충분하다.
나는 손을 움직여 덱을 짜기 시작했다.
##등급전-2학년(6)
“울부짖는 환영으로 직접 공격!”
콰드득! 반투명한 환영의 손길이 동풍전의 몸을 쓸어냈다. 생각과는 달리 너무 쉬운 듀얼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성장한 덕분일지도.
쿵!
동풍전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신하연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해치···웠나?”
움찔!
바닥에 쓰러진 동풍전의 몸이 신하연의 말에 화답하듯 움찔거렸다.
드득! 드드득! 동풍전의 몸이 뒤틀리며 몸이 변용되기 시작했다.
우드드드득!
크궈워어어!
완전히 변화한 동풍전의 모습은 수업에서 보았던 몬스터의 것과 완전히 같았다. 신하연의 키의 몇 배나 되는 괴물.
그녀도 몬스터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성이 없어져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괴물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몬스터는 글자로 이루어진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듀얼···듀얼을 외쳐야···.’
듀얼을 외친다면 일시적으로 몬스터를 격리할 수 있다. 그런데···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풍기는 공포에 찬 냄새를 알아차린 것일까. 동풍전, 아니, 몬스터가 신하연을 향해 다가섰다.
몬스터는 손과 앞발이 뒤엉켜 있는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신하연을 짓이기기 위해서.
크뤄어어어!
“듀얼!”
그녀의 몸이 찢어지기 직전에 누군가가 듀얼을 외쳤다.
전익현이었다.
[몬스터 감지. 몬스터 제압 모드 활성화.] [듀얼 필드가 세팅됩니다.]파지지직!
필드가 만들어내는 구속력이 동풍전을 뒤로 밀어내 강제로 필드에 붙잡았다.
“강사님···!”
“괜찮아. 처음 몬스터 만나면 다 그래. 오줌 지리는 사람도 가끔 있더라.”
내 이야기는 아니고. 전익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목을 두득거리며 풀었다.
“하지만···.”
신하연은 잠시 입을 멈췄다. 전익현이 과연 눈 앞에 있는 괴물을 상대할 수 있을까?
[「빛의 샐러맨더」의 hp : 240]“체력이···240···.”
보통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F급 몬스터들의 체력이 100 정도다. 240의 체력이라면 최소한 C급. 대 몬스터용 덱을 완전히 구축한 교수들이 나서야 하는 몬스터. 게다가 몬스터는 카드들까지 뽑아들고 있었다.
“···괜찮아요?”
“안 괜찮았으면 도망갔겠지?”
“이길 거죠?”
“물론. 핸드, 기가 막히거든. 필요한 카드가 한번에 다 잡혀 있네.”
전익현이 씩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도 신하연의 발걸음은 뒷걸음질치는 대신 앞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전익현의 속성은 「물」이었다. 가장 예측불가능하고 특이한 카드가 많은 속성이자, 그녀의 속성이기도 한 속성.
“나는 첨벙이는 낚시꾼을 소환!”
+
【첨벙이는 낚시꾼】
【1 mana】
【소환 : 상대는 덱에서 가장 높은 마나의 소환수를 뽑습니다.】
【4/1】
+
화르르! 촤아악! 소환된 낚시꾼의 낚싯바늘이 동풍전의 덱을 낚아올렸다. 카드 한 장이 동풍전의 핸드에 추가됐다.
“···맞는 건가요? 이거?”
“날 못 믿냐?”
“그건 아니고요.”
“나를 믿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첨벙이는 낚시꾼은 전형적으로 상대방에게 어드벤티지를 안겨 주는 카드다.
상대에게 주는 어드벤티지가 너무 큰 데 비해서 능력치는 빈약하기 때문에 매우 기피되는 카드.
아니, 쓰레기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카드다.
그런데도 전익현은 망설임없이 첨벙이는 낚시꾼을 소환했다.
그르르르! 크와아아!
이성을 완전히 잃은 동풍전은 카드를 뽑아들었다. 완전히 본능에만 의지하는 듀얼.
그러어어!
+
【치유하는 위습】
【1 mana】
【캐릭터 하나의 체력을 2 회복합니다.】
【1/1】
+
화아악! 위습의 빛이 첨벙이는 낚시꾼에게 쏟아졌다. 첨벙이는 낚시꾼의 몸이 빛에 의해 산산히 부서져내렸다.
소환으로 인해 얻은 이득은 제로(0). 상대가 얻은 것은 최고 마나의 소환수한 장.
다섯 살 먹은 어린애라도 누가 이득을 본 것인지는 알 수 있다.
신하연은 전익현이 미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뭔가. 생각이 있으시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신하연의 발걸음은 무의식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전익현의 다음 턴.
“나는 다시 첨벙이는 낚시꾼을 소환!”
다시 릴을 돌리는 낚시꾼이 동풍전의 덱에서 카드를 낚아올렸다. 이로써 상대 방이 얻은 카드는 두 장.
소환된 첨벙이는 낚시꾼은 다음 턴 치유하는 위습에 교환돼 버린다. 초보자라도 하지 않을 이해가 가지 않을 카드 구성.
하지만 그 다음으로 이어진 전익현의 플레이는 더욱 이상했다.
“이어서. 대물 낚시꾼을 소환!”
+
【대물 낚시꾼】
【1 mana】
【소환 : 상대방의 패에서 가장 높은 마나의 소환수를 상대방의 필드에 소환합니다.】
【4/1】
+
촤르르륵! 이번에 나타난 낚시꾼은 동풍전의 패에 있는 카드 한 장을 낚아챘다.
낚인 카드는 낚시줄에 휘감겨 몇 번 회전하다 동풍전의 필드에 안착했다.
고고고고!
천상에서 찬연한 빛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엄숙한 빛은 이내 형체를 이루며 대사제의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태양에 대한 믿음이 없는 자들을, 심판하리라.]+
【사제 제비우스】
【8 mana】
【턴이 시작할 때마다, 상대방의 모든 캐릭터의 체력을 6 회복시킵니다.】
【12/12】
+
동풍전의 에이스 카드인 제비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래 상대를 회복시키는 디메리트가 있는 대신 높은 공/체를 가지고 있던 소환수.
하지만 「역반응」이 있는 이상 제비우스의 디메리트는 강력한 필드 전체 공격기로 바뀐다.
저런 몬스터를 2턴에 상대방에게 소환해주다니!
“강사님! 정신 나가셨어요?!”
전익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포커페이스를 풀고 아, 더럽게 시끄럽네. 같은 느낌의 표정으로 신하연을 잠깐 흘깃거리고 말았을 뿐.
“턴 종료.”
크롸아아아!
동풍전이 기분 좋게 울부짖었다. 2턴에 만들 수 있는 필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필드가 구축된 덕이다.
그리고 시작되는 동풍전의 턴.
[태양은 세계를 모두 밝게 비추니.]화아아아! 눈부신 섬광이 전익현의 필드를 가득 메웠다. 본래라면 따뜻하게 감싸안아야 할 빛은 감싸안고 회복하는 대신 모든 것들에 작열灼熱하며 고통스러움을 선사했다.
콰지지지!
전익현이 애써 소환한 대물 낚시꾼과 첨벙이는 낚시꾼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어떠한 이득도 보지 못하고. 덧없이.
태양빛은 전익현의 몸또한 태워넘겼다.
[Hp -6]이어지는 치유하는 위습의 공격.
[Hp -1]그리고···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사제 제비우스」의 일격.
콰과과과.
제비우스의 거대한 지팡이가 바닥을 후려갈겼다. 눈부신 광채가 전익현의 몸에 부서지듯 쏘아졌다.
[Hp -12]이 와중에도, 전익현은 조금의 신음도 내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