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57
“나에게 풀무질을 배우면 강화 확률이 미세하게 오른다네. 대충 이삼백 년만 투자하면···.”
“안녕히 계세요.”
제기랄. 참을성 없는 인간종 같으니.
생성되는 귀환포탈을 다시 지워낸 풀무불꽃은 이를 악물었다. 뭐든 빨리빨리인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 수백년에 걸친 뜨거운 망치질은 아무 쓸모없는 것이었다.
뜨거운 용광로! 불끈대는 근육! 멋진 턱수염과 찬란한 무기를 벼려내는 솜씨!
이것이야말로 영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임을 모르다니. 이 무지한 세태라니.
하지만 세상은 물결처럼 홀로 지나갈 뿐이고, 그는 세계에 적응해야만 했다.
“으으··· 나를 데리고 다녀 주면 무기를 싸게 강화해 줌세.”
“얼마나요?”
“얼마나 싸게 해 주기를 원하나?”
1푼, 아니···3푼 정도라면 깎아줄 용의가 있었다. 드워프의 고귀한 벼려냄을 상인의 저울 위에 얹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자신은 지금 철저한 을乙의 입장이었으니까.
처억.
전익현은 손가락 세 개를 들어올렸다.
“3%.”
“허어. 그래··· 3%. 3% 할인이라면 어렵지만 해 줌ㅅ···.”
“에 해 주세요.”
풀무불꽃은 귀를 의심했다. 눈 앞에 있는 인간이 방금 뭐라고 지껄인 거지?
“방금 뭐라고 했나?”
“3%에 해 달라고 했는데요.”
“3% 할인해 달리는 말이 아니라. 30%할인을 해 달라는 말이 아니라. 3%에 ‘해’달라고 한 건가?”
“맞는데요.”
“이노오옴!”
풀무불꽃이 자신의 영혼망치를 전익현에게 내던졌다. 하지만 영혼망치는 현세의 존재에게 닿지 못한다. 망치는 허망하게 전익현의 머리를 통과해 나갔을 뿐이다.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갈喝! 네놈이 드워프의 혼을 능멸하는 게냐!”
“싫으면 마시던가요.”
다시 포탈이 열린다.
빌어먹을 인간족 놈 같으니. 아무리 자신이 을의 입장이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 거다.
포탈이 점점 커진다.
놈은 지금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다 아무렴! 드워프의 용광로에 걸고! 자신과 치킨 게임을 하려는 것이다.
포탈이 전익현의 몸을 삼킬만큼 커진다.
“빠이빠이!”
전익현의 몸이 포탈에 반쯤 삼켜진다. 그제서야 풀무불꽃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저 놈. 저거. 진심이다. 진심으로 3%에 자신을 부려먹으려고 하는 거다.
“잠깐!”
포탈이 돌아오고 전익현이 다시 불려왔다.
“아니. 좀. 구질구질하게 굴지좀 맙시다.”
구질구질이라는 말에 풀무불꽃의 얼굴이 다시 구겨진다. 자신이 살면서-그는 영혼이었기에 실제로 산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취급을 받아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던가.
“아무리 그래도 3푼은 너무 작지 않나?”
“저는 뭐. 딱히 당신 없어도 상관 없어요.”
4푼이나 5푼으로 협상을 해 볼 수도 있을 터다. 하지만 그딴 미소한 비율의 변화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차피 그의 강화비용은 거의 모두 자신이 대야 할 텐데.
그러니 비율 조정은 그대로 둔다.
하지만, 존중은 받고 싶었다.
“비율은···좋네. 3푼. 3푼으로 하지.”
“2%로 줄었어요.”
“···악마라는 소리. 자주 듣지?”
“전혀요.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는데.”
“끄응···좋아. 2푼으로 해 주지. 하지만. 그것 말고도 나는 나에 대한 존중이 있기를 바라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요?”
“···금전으로 하지.”
금전이라는 말에 전익현의 얼굴이 구겨진다. 질색하는 표정이다. 풀무불꽃은 바깥의 화폐단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돈을 전익현에게서 뜯어낼 것이다.
“얼마면 되죠?”
“이래봬도 한 때에는 내가 벼린 검 한 자루가 성 한 채와도 바꿀 가격이었다네.”
성 한 채라는 말에 전익현의 눈썹이 살짝 움찔댄다.
“성 한 채라. 그만한 월급을 받는 애물단지는 하나로 족한데.”
“벌써 그만한 월급을 주는 이가 있나?”
“···수호자. 스핑크스. 압니까?”
알다마다. 수호자들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고고하며 남에게 절대로 복종하지 않는 독선적인 존재들.
스핑크스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고고한-소위 띠꺼운-존재였다.
그런 스핑크스를 수하로 들여 쓰고 있다고?
“정말로 스핑크스를 수하로 쓰고 있다면. 그녀가 만든 카드를 보여주게.”
전익현은 망설임 없이 「땅울림」을 내밀었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저런 묘한 느낌의 카드는 수호자가 만든 카드 외에는 존재할 수 없었으니까.
“······그, 성 하나의 가격은 얼마인가?”
“100포인트요. 세금 빼면 95포인트 정도인가?”
“그건. 많은 거겠지?”
잠시 눈을 굴리던 전익현이 입을 열었다.
“제가 얼마 전에 가지고 있는 자본을 일주일 만에 50배로 불렸거든요?”
“50배?”
“이게 다「미래지식으로 벼락재벌」이라는 책에서 배운 거에요.”
책의 이름은 그 내용의 함의이다. 「미래지식으로 벼락재벌」이라는 책의 내용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엄청난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이 분명하다.
“100포인트라면. 그런 책을 수십권은 살 수 있죠.”
100포인트라는 것은 성을 살 수도, 그런 엄청난 지식이 담긴 책을 수십 권을 살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인 모양이다.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그 콧대 높은 스핑크스가 인간의 밑에 들어갈 리가 없지.
“···이몸의 한 달 계약료는 101포인트일세. 지불은 자네가 방금 말한 ‘책’들로 받도록 하겠네.”
전익현은 눈을 질끈 감고 고민에 빠졌다. 한참 고민하던 전익현은 고통스러운 침음을 삼킨 다음, 계약에 동의했다.
풀무불꽃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
남연철은 검림에 들어와 있었다. 검림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정보는 들을 대로 들어왔다. 커다란 들판에 무수히 꽂혀 있는 수없이 많은 무기들.
이 무기들 가운데 쓸 수 있는 무기는 단 하나 뿐이다.
“···그보다. 수정구슬이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수정구슬은 커녕 그 비스무리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있는 것이라고는 냉병기, 냉병기, 냉병기들 뿐이다.
한참을 검림을 뒤적거리던 남연철은 검림에 무기 말고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최소한 수정구슬은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몇 번을 더 돌아다닌 그녀는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천장에서 내리쬐는 빛줄기가 자신을 놀리듯이 반짝인다.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걸까?”
전익현의 예측불허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단순히 재밌기 위해서.
그는 어떤 것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인간이다. 그러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남연철은 그럴 가능성은 배제했다. 예측이 힘든 인간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듀얼에 거짓말을 할 인간은 아니었기에.
남연철은 누운 채로 생각을 이어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전익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전익현이다. 나는 전익현이다. 나는 전익현이다.’
그가 할 만한 행동이라면. 하나뿐이긴 하다. 벌떡 일어난 남연철은 바닥에 박혀 있는 검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듀얼!”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데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그녀는 다시 바닥에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주변에 있는 무기들 가운데도 좋은 무기들이 많았다. 이미 새벽녘을 통해 괜찮은 무기들을 많이 추천받기도 했고.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자신이 탑을 오르기 위해서는 최고의 것들을 모아야만 했다. 어떤 미친 짓이라도 해야 했다. 태양을 향해 날기 위해서 깃털을 모았던 이카루스처럼.
그녀는 문득 천장에서 쏘아지는 빛줄기를 바라봤다. 그리 크지 않은 공동인데도 새하얀 빛은 고르게 바닥을 밝히고 있었다.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빛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천장에 박힌···.
“수정구슬.”
남연철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천장은 한참 높다. 그녀의 신장으로는 물론 닿지 않는다.
저기까지 어떻게 가지?
전익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번에야말로···!”
“듀얼!” 그녀는 천장에 박힌 수정구를 향해 외쳤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한설은 격렬한 수치심을 다시 느끼며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오분여가 지나고 겨우 부끄러움을 이겨낸 그녀는 냉정하게 생각에 잠겼다.
뭔가 방법이 있을 터였다. 저기까지 오를 수 있는 계단만 있어도 좋을 텐데. 계단으로 삼을 만한 무언가를 찾아 봐도···.
“있어.”
계단으로 삼을 게.
그것도 주변에 아주 널려 있다. 그녀는 바닥에 꽂혀 있는 기묘하게 생긴 쌍검을 뽑아들었다. 자웅일대검인지 뭔지 하는 검이란다. 어디 나오는 검인지는 몰라도 이름부터 유치한 검이다.
그녀는 한 쌍의 검 중 하나를 벽에 박아넣었다. 날이 잘 든 검답게 벽속 깊히 검날이 박혀들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검손잡이 위에 올라탔다. 자신의 무게 정도는 지탱할 수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첫 검이 박힌 위치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검을 다시 꽂아넣었다. 그 다음, 그리고 그 다음.
계단이 서서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한걸음씩 올라가자 높디높던 천장은 금방 닿을 수 있는 곳에 불과했다.
그녀가 천장에 박힌 「예언의 수정구」를 얻는 데에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언의 수정구 : 공격력 0, 덱의 가장 위에 놓인 카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다소 애매한 효과다. 단순히 데미지를 주는 효과가 아니라 덱 위에 놓인 카드를 확인할 수 있는 효과.
하지만 이런 곳에 구태여 박혀 있다면 아마 뭔가 숨겨진 능력이 더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무기를 고를 것을 추천한 것은 다름아닌 전익현이기도 하다.
대체 이 수정구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는 여전히 미스테리지만.
남연철은 망설임없이 예언의 수정구를 선택했다.
[무기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두 번째 플로어로 귀환합니다.]끝
내가 플로어로 귀환했을 때, 거의 동시에 남연철도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예언의 수정구」가 들려진 채였다. 찾기 어려웠을 텐데 잘도 찾았네.
[검림에 저런 무기도 있었나?]내 곁에는 풀무불꽃이 있는 채였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잘 찾았네. 수고했어.”
내 말이 남연철이 뿌듯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역시. 이런 건 직접 찾아내야 제맛이지. 남이 가르쳐줘서 얻어 봤자 그다지 기쁘지 않은 법이다.
힌트만 준 보람이 있네. 예언의 수정구가 있으니 운이 좋다면 남연철도 20층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휴대폰에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막차 시간이 가까워져 온다.
“자. 돌아가자.”
돌아간다는 말에 풀무불꽃이 혼자 있기 싫다며 떠들어댔지만. 가볍게 무시한 나는 탑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남연철을 바래다 줄 필요는 없었다. 나이가 몇인데. 알아서 잘 가겠지. 남연철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강사님! 오늘 제가 이겼어요! 한 판 해요!] [아직 집에 있냐?] [고양이가 너무 싫어해서 집에 돌아왔어요.] [소울 커맨더스 대전 신청이 도착했습니다.]지하철 안에서 모바일 소울 커맨더스로 신하연을 5분컷을 내 줬다. 5분컷이 나기는 했지만 상대가 쉬웠다는 말은 아니다.
이번 확장팩이 나온 이후 덱 파워가 떨어졌을 텐데. 상대하기는 더 까다로워졌다.
[다시 해요.] [안 돼.]시무룩해하는 곰돌이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여기서 붙어 줬다가는 신하연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하루의 승자에게만 한 번 싸워 주기로 했던 약속을 지켜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게다가 귀찮다.
게다가 귀찮다.
중요한 이유이기에 두 번 말했다.
[안 된다면 안 돼. 그보다. 오늘 전적은 어땠냐?] [제가 다 이겼어요.]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