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60
이전에도 이야기 한 적 있는 것 같지만…
10마나로 5데미지 5드로우 5방어도 5/5 몬스터를 소환해주는 카드도 있고
묘지에서 2장을 제외하고 소환된 다음 필드와 패를 모두 클리어하고 상대에게 데미지를 주는 카드도 있고
2마나로 추가 턴을 주는 카드도 있고
공짜로 2드로우를 하는 카드도 있는데
이정도면 참 양호하죠.
현실이 어메이징쑈킹어썸판타스틱한 만큼
여러분들도 제 글을 읽으시며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듀얼···.턴···엔드···.”
나는 마른 기침을 토해냈다. 이 세계에 오고나서 가장 거칠고 힘든 싸움이었다. 몇 시간을 계속해서 듀얼과 턴을 외치는 고된 노동을 한 탓에 목이 완전히 쉬어버렸다.
하지만 그만한 성과 또한 있었다. 본래 고통스러운 전투일수록 그만한 보상이 약속되어 있는 법이니까.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제련석과 카드팩들. 나는 티끌만한 제련석을 쓸어서 가방에 집어담기 시작했다.
[···11층에서 제련석을 이렇게까지 모으다니···.]“아. 진짜 더럽게 많네. 빗자루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제련석은 대장장이의 혼이다! 빗자루 따위로 다뤄도 되는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풀무불꽃이 노성을 내지르는 사이에 남연철은 듀얼을 끝마쳐가고 있었다. 뭐. 무난한 듀얼이다. 애초에 여왕은 공격성이 거세된 탓에 두들기면 언젠가는 죽일 수 있는 듀얼이니까.
내가 마지막 제련석과 카드팩을 가방 안에 억지로 구겨넣을 때쯔음 듀얼이 끝났다.
키에에엑! 여왕이 마지막 일격을 맞고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기갑충 구역의 보스 몬스터 치고는 허망하기 그지없는 최후다.
보스 몬스터가 리젠되는 데에는 한 달 정도가 걸린다.
이런 개꿀 이벤트를 다시 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이미 제련석을 구할 만큼 구했으니 상관없는 일이다.
[보스 몬스터, 「여왕」이 처치되었습니다.] [위대한 업적이 달성되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보상으로 소울 스톤이 지급되었다. 소울 스톤도 물론 가치가 높은 아이템이지만, 산더미같은 제련석과 비교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고했어.”
“소울 스톤이네요.”
“그래. 축하해.”
“···이거. 제가 가져도 되는 걸까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그로 끌어줬잖아.”
여왕 상대로 무한사냥을 하는 것은 인원이 최소한 두 명 이상이어야 가능한 사냥법이다. 혼자서 듀얼을 하면 여왕이 도망쳐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울 스톤쯤은 줄 수 있다. 애초에 소울 스톤의 소유권 자체가 이미 남연철에게 가 있기도 하고.
“어차피 소울 스톤의 소유권은 네가 가지고 있어. 남한테서 소울 스톤을 뺏는 방법은 죽이는 것 말고는 없다고.”
꼴깍.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남연철이 마른침을 삼킨다.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를 바라보는 여의사의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너를 죽이겠냐?”
“그, 럴리 없, 죠.”
“······.”
솔직히 살짝 상처받았다.
“아무튼. 오늘 사냥은 여기까지 하자고. 소울 스톤. 잠깐 줄 수 있어?”
“소울 스톤은 왜요? 역시 저를 죽이고 뺏···.”
“안 죽여.”
나는 남연철에게서 소울 스톤을 받아들었다. 역시나 모양만 봐서는 무슨 효과인지 알 수가 없다.
“소울 스톤. 효과 알아봐야 되지?”
“그렇겠죠. 효과를 찾아내려면 시간 엄청 들 텐데. 큰일이네요.”
소울 스톤의 효과는 수천 가지가 넘어간다. 이 소울 스톤이 어떤 효과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십 시간의 실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한테는 소울 스톤의 효과를 알아내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우리 집에 있는 카드 디스펜서에게 50포인트와 츄르 3개를 주면 된다.
“효과 알아내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정말요?”
“하지만 비용이 꽤 드는 방식이라서. 효과를 알아내는 사람이 꽤나 까탈스럽거든. 돈을 안 받으면 안 움직이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나는 헛기침을 했다. 이 정도쯤이면 알아들었을 것이다.
“비용은 어느 정도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5천 포인트 정도는 평균적으로 지불해야 돼.”
“겨우 오천 포인트요?”
남연철의 눈이 빛난다. 보아하니 내가 제시한 포인트가 너무 작았던 모양이다.
아이씨. 5만 포인트라고 할 걸 그랬나. 아무리 겪어도 이 세계의 적절가를 모르겠단 말이지.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처음은 내 인맥으로 싸게 해 주는 거야. 다음에는 정가로 받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
“그래도 엄청 싸네요.”
남연철은 가지고 온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나에게 5천 포인트를 건냈다. 50포인트에서 5000포인트라니. 마진율이 99.9%밖에 안 된다.
중개업치고는 터무니없이 적은 마진율에 눈물이 차올랐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먹도록 하자.
남연철이 앞으로 계속 탑을 오른다면 소울 스톤은 계속해서 얻게 될 테고, 21층부터가 본격적으로 오픈되면 그다지 효율이 좋지 않은 보급형 소울 스톤이 계속해서 나올 터.
거래처를 튼다고 생각해 두도록 하자. 나는 소울 스톤을 받아들었다.
“그 다음으로··· 나는 내일 제련소로 갈 거야.”
[11층에 온 지 사흘만에 제련소로 간다라. 거 참 어처구니가 없는 속도로군.]“···제련석이 저렇게나 모였으니 당연하겠죠.”
남연철이 배가 터질 것 같이 부푼 내 가방을 흘긋 본 다음 말했다.
“그럼 파티는 여기까지네요.”
“본래라면 여기 말고도 「금속 바다」, 「은과 금」도 돌아야 하는데. 네 덕분에 제련석을 충분히 모았거든.”
사실 제련석을 모아서라기보다는 풀무불꽃에게 제련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97%의 할인유이 아니었다면 사냥터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짓을 몇 번이나 더 했어야 했었을 테니까.
“금속 바다랑 은과 금이요? 거기는 죄다 꺼려지는 사냥터들인데요. 난이도도 높고, 공략도 어려운 곳이요.”
금속 바다는 14층, 은과 금은 16층에 있는 사냥터다. 본래는 사냥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몇몇 팁만 안다면, 거기에 코어 카드 몇 장만 추가한다면 난이도가 급락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랑 비슷하게. 공략법이 있는 거죠?”
남연철의 눈이 보물이라도 찾은 것 같은 눈이 됐다.
“맞아. 하지만 맨입으로는 못 가르쳐줘.”
제각각 버그 리포트를 15개, 20개를 해 주고 얻어낸 정보들이다.
“바라는 거 있어요?”
사실 20층을 가장 간단하게 돌파하기 위해서는 남연철의 「기동 회피」가 많이 필요하다. 지금 「시간 강사」로 사용할 수 있는 기동회피의 마나는 3마나. 내가 구상하고 있는 콤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수치를 0마나나 1마나로까지 줄일 필요가 있다.
물론 기동 회피를 쓰지 않더라도 「?」카드가 있으니 클리어 자체는 할 수 있겠지만.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할 수 있다면 30층 이후까지 미루고 싶다. 전회복 포션을 아끼는 RPG 플레이어의 마음이라고 할까.
그러니 남연철과의 관계성을 최대한 빨리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니 남연철에게 이런 정보들을 알려 주는 것도 내 입장에서는 이득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맨입으로 알려주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나는 합리적이기 그지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사냥에서 나오는 카드팩 9할.”
“날강도에요?”
날강도라니.
말이 좀 심하네.
***
하아.
집에 도착한 여한설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신하연과의 듀얼은 전패다. 어제와 같은 전적이지만 여한설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져 있었다.
신하연과의 실력격차를 확신하게 됐다는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거리가 더 벌어졌어.’
신하연은 자신의 덱을 상대로 유리해 질 수 있는 덱 튜닝을 갖춰 나왔다. 본래도 이기기 힘든 듀얼이 조금 더 힘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신하연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력이 늘고 있어.’
신하연의 판단은 어제보다 더 정확하고 날카로워져 있었다. 반면 자신은 아직도 헤메고 있다. 플레이도, 선택도.
약한 자가 시간조차 더 많이 쓰지 않고 있으니 더욱 밀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무슨 걱정 있으십니까.”
“알 바 없잖아.”
“오늘도 다 지셨습니까?”
“옆에서 다 봐 놓고 왜 물어봐.”
이지후의 질문에 여한설은 투덜거렸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라면 내일은 더 처참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터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
여한설은 언제나 또래의 듀얼리스트보다 앞서 나가기만 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누군가에게 뒤쳐져 있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압박감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수가 없었다. 패배가 직전이라 항복 선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패배가 목전일 때는, 승부수를 던져라.”
“뭐?”
“4번 강의 파일에 나오던 말이었던가요.”
4번 강의 파일. 전익현의 강의 파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한설은 휴대폰에서 강의 파일을 켰다.
[패색이 짙을수록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돼. 이게 될까? 묘수병 아니야?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승부수를 안 던지면. 뻔한 판세는 뻔하게 흘러간다.]화면 속 전익현은 언제나처럼 확신에 차 있는 채로 설명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잘도 기억하고 있네.”
“옆에서 트시는 걸 수백 번은 봐 왔으니까요.”
수백 번은 안 틀었어. 여한설은 스스로에게 변명하듯 중얼거린 다음 생각에 잠겼다. 승부수. 혹은 묘수. 생각지도 못한 수를 두는 것.
자신의 덱은 고정되어 있다. 실력을 키울 시간을 만들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건곤일척을 할 수 있는 묘수.
···하나. 방법이 있기는 하다.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는. 꼼수에 가까운 방법. 하지만 원래 듀얼이라는 것은 항상 정정당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한설은 책상 아래에 숨겨놓은 덱을 꺼내들었다.
내일은, 조금 다를 것이다.
***
11층 공략 사흘째. 나는 두 번째 플로어의 구석에 있는 제련소에 도착해 있었다.
“한산하네요.”
[···뭐. 아무래도 그렇지.]검림의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제련소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애초에 탑을 공략하는 사람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20층에 도착할 때까지 제련소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 사람이 많을 수가 없기는 하다.
20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높은 강화를 해야 하니까.
강화를 시도하다 강화 수가 줄어들거나 무기가 부서지는 경우가 없는 탓에 강화을 하려는 사람은 최대한 많은 제련석을 모아서 도전하기 마련이다.
나는 제련소에 있는 모루를 만졌다. 본래는 검림에 있는 풀무불꽃을 불러내기 위한 의식이다.
하지만 지금 풀무불꽃은 내 옆에 있다. 소환될 리가 없지. 내 옆에 서 있던 풀무불꽃이 주춤주춤 모루 앞으로 간 다음 입을 열었다.
[···잘 왔네. 탑을 오르는 이여.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 왔는가?]“조금 뻘쭘하지 않아요?”
[이곳은 제련소라네. 검림에 있는 무기를 제련할 수 있는 곳이지. 충분한 강화석이 준비되어 있기를 바라네. 이곳에 올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알았고 강화나 도와줘요.”
자신의 대사를 싹둑 잘라먹자 풀무불꽃이 눈에 띄게 시무룩해한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해서 내가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애초에 수천억이 든 시네마틱 영상도 스킵 버튼을 누르는 것이 한국 플레이어들이다. 주저리주저리 드워프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을 만큼의 인내심이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보루방패를 풀무불꽃에게 건냈다.
[오! 최후의 보루방패로군! 내가 열심히 벼려냈던 기억이 나는군.]“기억이 나기는 개뿔. 뭔지도 몰랐잖아요. 문짝으로 쓰고 있었으면서.”
[갈喝!]풀무불꽃이 손에 들고 있던 망치를 또 던졌다. 툭하면 망치 던지네. 폭력성하고는. 오래 살면 성깔만 드러워진다는 진리를 스핑크스에 이어서 확인할 수 있는 교보재 그 자체다.
[제기랄. 노인네 비위 좀 맞춰주면 안 되나?]“바쁘니까 강화나 도와줘요. 시간도 많이 들 텐데.”
[어디 보자··· 이 정도 강화석이면 대략 백여번 정도 강화가 가능하겠군.]“할인가 적용하면요?”
[···대략 삼천 번 정도.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삼천 번 다 강화시도를 할 건 아니지?]“아니긴 왜 아니겠어요.”
풀무불꽃의 얼굴이 헬쓱해진다. 나는 미리 준비해 온 휴대용 의자를 바닥에 설치한 다음 그 위에 드러누웠다.
오늘 강화시간이 오래 걸릴 걸 알고 미리 준비를 다 해 왔지. 백 번 강화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리니까, 3천번이면 서른시간 정도 주구장창 강화를 해야 한다.
나는 휴대폰을 켜 다운받아놓은 웹소설을 켰다. 「피마새」, 「눈마새」, 「독마새」, 「물마새」로 이루어진 마시는 새 4부작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웹소설을 다운받아 왔다.
다운받아 놓은 웹소설은 대략 5천편 가량. 30시간 동안 읽기에는 충분한 숫자다. 휴대용 충전기도 5개 풀 충전을 해 온 상태다. 음료수랑 과자도 완비되어 있다. 30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용광로라 조금 덥기는 한데. 아이스박스에 얼음도 충분히 가져왔으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