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63
“안 돼.”
유령설, 외계인설, 인공지능설 등의 시덥잖은 소리를 주고받아 보지만 결국 딱 들어맞는 가설은 없었다. 뭐, 중요한 것은 전익현이 탑을 공략하고 있으며,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패라는 것이 전부다.
‘그거면 충분할지도.’
애초에 그에게 자기증명은 듀얼뿐이니까. 어쩌다 그렇게까지 인간성이 마모된 존재가 되었는지는 조금 궁금하지만. 그녀가 상관할 영역의 일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탑의 공략뿐.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전익현의 마지막 과제를 만점을 받는 것까지. 어차피 탑을 공략하다 보면 꽤 괜찮은 로그를 뽑아낼 수 있을 터였다.
‘할 수만 있다면 30층의 트라이 로그라도 뽑고 싶은데.’
풀무불꽃을 처치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지만, 트라이 로그 정도는 뽑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지금 자신들은 사기적인 속도로 강화석을 모아놓은 상태다.
“강화석은 얼마나 모았지?”
“꽤 많이.”
차곡차곡 모은 강화석이 이미 가방을 꽉 채우고 있었다. 전익현이 모았던 강화석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그녀와 새벽녘의 무기를 10강 정도까지 만드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고르디우스의 멤버는 아니지만, 이 구간에 갇힌 듀얼리스트를 세 명 더 구했다”
“전익현은?”
“···아마, 풀무불꽃의 완전한 제압을 목표로 하고 있을 거다.”
“당연히 그렇겠지.”
“···전익현의 파티에는 자리 없겠지?”
놈의 성격으로 미뤄 보건데 승산이 있으니 트라이를 시도하는 것일 터.
“아마도. 철저하게 준비한 뒤에 덤벼드는 거겠지. 20층에는 전익현 세력의 파티원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을 거다.”
“···놈이 혼자서 20층을 트라이할 가능성은?”
남연철의 말에 잠깐의 침묵이 지났다.
서로를 마주본 남연철과 새벽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폭소를 터트렸다. 단 한 번도 공략되지 않은 하드 모드의 5인용의 보스다. 그런 존재를 혼자서 트라이한다는 가정은 농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그럴 리가 없지.””
뻔히 다섯 명이서 트라이하라고 용광로도 다섯이나 주는데, 그걸 굳이 혼자서 트라이할 인간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둘은 가방을 들쳐매고 제련소로 향했다.
끝
[재미있는 글들이 이렇게나 많다니!]“너무 빨리 보진 마세요.”
[얼마 안 봤다! 하루에 고작 2천편 정도만을 봤을 뿐이라고!]엄청 봤잖아. 그보다 어떻게 2천편이나 본 거야.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소설만 봤냐? 사람이세요?
···생각해 보니 사람이 아니구나.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그러면 인정이지. 사람이 아니니까 하루에 2천편이 넘는 웹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천천히 보세요. 다 읽으면 그 다음엔 어떡하려고.”
[다음 달, 그 다음달이 있지 않느냐!]어. 다음 달에는 당신이 필요 없을거라는 말을 하면, 머리에 이북리더기가 세로로 꽂히겠지? 어린 나이에 울트라맨 코스프레로 남은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걸음을 옮겼다.
11층부터 층계를 올라가기 위해서는 처리해야 할 몬스터가 있다. 각 층계를 지나는 문을 지키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파수병이자 위풍당당한 금속 생명체. 「금속 해태」다.
그렇게까지 어려운 몬스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상대는 아닌 탓에 준비가 꽤나 필요한 몬스터다.
그르르릉!
금속 해태가 잔뜩 몸을 곧추세우며 나를 위협했다. 봐도 봐도 대형 몬스터들의 몸에는 익숙해지질 않는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행이다. 금속 해태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저 공격이 닿기 전에 듀얼을 외쳐야만 한다.
“듀···.”
벌러덩.
듀얼을 외치려는 찰나에, 금속 해태가 배를 까고 누웠다.
끼잉. 끼잉.
···위풍당당한 대형 몬스터인 금속 해태가 내 앞에 엎드려서 재롱을 떨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끼잉. 끼이잉.
[호오. 역시. 내 생각대로군.]“무슨 생각대로요?”
[자네가 지금 들고 있는 방패 덕분일세.]나는 내 손에 들려 있는 보루방패를 바라봤다. 이거랑 해태가 애교를 부리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나?
[금속 해태는 금속의 격을 알아보는 영물이지. 잘 벼려진 무기가 갖는 금속으로의 격은, 어떤 금속보다도 위다. 지금 너의 무기는 20번이나 제련된 신물神物. 그러니 너를 주인 될 자로 인식하는 것이다.]해태가 이렇게 애교를 떠는 게 자기가 무기를 잘 벼려낸 탓이라는 뜻이다. 풀무불꽃의 콧대가 위로 솟구친다. 맞는 말인데도 왠지 재수없네.
낑낑! 끼이잉!
해태는 계속해서 애교를 부렸다. 커다란 덩치랑 부리부리한 눈때문에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보다보니 귀엽네. 무엇보다 애교가 많다는 점이 어디 사는 싸가지없는 고양이랑 정 반대라서 마음에 든다.
“그래서. 무료로 통과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렇지. 그보다, 해태는 버려 놓고 갈 건가?]“우리 집에 저만한 동물을 놔 둘 자리가 없어서요.”
해태가 내 말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수그린다. 비오는 날 방치당한 강아지처럼 굴어 봐야, 집채만한 동물을 집에 넣을 자리는 없다. 아. 집채만한 동물 기를 수 있는 집 가지고 싶다.
커다란 집을 가질 수 없는 스스로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데, 풀무불꽃이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그건 걱정 말도록!]“왜요?”
[해태가 몸이 크다면, 몸을 작게 깎아내면 되는 문제 아닌가!]“그게 돼요?”
[되지 그럼! 금속 해태는 고대의 기계일세. 형태도, 크기도 자유자재로 변환할 수 있는 짐승이라는 말이야.]“어떻게 하면 되죠?”
풀무불꽃은 대답 대신 해태의 가슴팍으로 다가가 가슴팍에 망치를 몇 번 두드렸다. 가슴팍에서 자그마한 방전이 일어나고, 뚜껑이 열렸다.
중심에 있는 것은 아마도 해태의 몸을 움직이는 「핵」과, 핵 주변을 감싸고 있는 회로···
[듀얼 회로일세!]“그래. 왜 안 나오나 했다.”
당연히 그러시겠지. 나는 카드들이 어지럽게 배열되어 있는 듀얼 회로···. 인지 뭔지에 다가갔다.
[적당한 카드들을 배열해 증폭 회로, 혹은 축소 회로를 만드세요.] [지금의 해태의 크기는 : 142 입니다.] [한 번 축소, 혹은 증폭을 하고 나면 1년간은 회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증폭, 축소. 형태를 보니 체력을 깎아내리거나 회복하는 일종의 퍼즐이다. 있는 카드들로 만들 수 있는 최대 데미지는···142로군. 그러면 해태의 체력이 0이 되고 해태가 사라져 버리겠지.
최대 데미지를 노리지 않고 딱 맞는 체력을 만들어내는, 소위 「딱뎀」퍼즐이다.
크기는 대충 2나 1정도로 만들면 되려나.
[핫! 아무리 네놈이라고 해도 이 회로를 쉽게 빠져나갈 수는···.]나는 풀무불꽃의 말이 끝나기 전에 빠르게 카드를 집어넣었다. 펑! 펑! 파지직! 전류가 터져나오고, 기어가 몇 번 회전한 다음, 해태의 크기가 맹렬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해태의 크기는 2입니다.]“2는 너무 작은가? 3으로 할 걸 그랬네.”
[···그걸. 그 일순간에 풀었단 말인가?]딱뎀 계산이라면 듀얼리스트라면 손에 차고도 넘치게 한다. 온라인 스트리밍을 할 때에 시청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가 데미지를 딱 맞추는 「딱뎀」이기 때문이다. 마나 소모량이 있을 때에도 쉽게 하던 일인데, 마나 제한도 없는 퍼즐이면 누워서 떡 먹이다.
가슴팍에 있는 문을 닫자 해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돌더니 멍! 하고 짖는다.
아이고 귀여워. 나는 해태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내 손이 마음에 들었는지 혀로 손가락을 핥아댄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지만 뭐 어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게 듬뿍 느껴지는데.
[애완동물 키운 적 없나?]“네.”
집에 짐승이 한 마리 있기는 한데. 그건 웬수이니 노 카운트다. 아무튼 나는 조그맣게 변한 해태를 가방에 넣고 층계를 오르기 시작했다. 12층, 13층···. 14층에 도달했을 때. 풀무불꽃이 입을 열었다.
[20층에, 누가 있는지는 아나?]“알죠.”
[···안다니 다행이군.]20층에 있는 것은 지금 내 어깨에 올라타 있는 「풀무불꽃」의 유령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풀무불꽃의 다른 유령이라고 해야겠지만.
나는 머릿속에 있는 풀무불꽃의 캐릭터 시트를 떠올렸다. ‘소커아’의 많은 부분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트라이를 하며 몇 번 반복해서 읽었던 탓에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풀무불꽃은 대장장이인 동시에 카드 제작의 장인였다.
사실 카드 제작의 장인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카드를 만들어낸 적은 없었다. 세상에 카드는 그냥 존재할 뿐,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풀무불꽃이 만들어내는 카드들은 실제 카드들을 흉내내어 만든, 소위 말하는 ‘오리카’ 카드들이었다. 세상에 이런 카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카드들을 실제 카드와 비슷하게 만든 카드들 말이다.
오리카 메이커들이 바라는 궁극점은, 자신이 만든 카드가 이 세상에 진짜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카드의 존재는 ‘법칙’과도 같은 것이라, 성공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로였지만.
뭐. 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평범한 오리카 메이카였겠지. 문제는 드워프라는 족속 자체가 하나에 꽂히면 죽어라 몰두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뭔가를 만들겠다고 결심하면 그들은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몰두한다.
설령 그 방법을 찾아내다 늙어죽는다고 하더라도.
목표를 이루겠다는 일념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죽은 풀무불꽃은 유령이 되었다. 그것도 두 개의 영혼으로. 각각 「대장장이」로서의 영혼과 「카드 제작자」로서의 영혼이다.
「대장장이」로서의 영혼은 지금 내 옆에 붙어 있고, 「카드 제작」으로서의 영혼은 20층에 있다.
‘진짜 카드 제작’은 단 하나도 못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기적인 난이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카드를 만들고 말겠다는 카드 제작꾼 풀무불꽃은 아직도 20층에서 카드를 만들겠다며 용광로를 달구며 도전하는 자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민폐 그 자체다.
[···놈의 시험이 버텨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가능하다면 놈을 쓰러트려줄 수 있겠나?] [퀘스트 : ‘풀무불꽃의 유지’] [보상 : ???] [풀무불꽃은 20층에 있는 자신의 또다른 유령이 처치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려운 난이도이지만 그만한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퀘스트에서 나오는 ‘보상’이 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애초에 ‘클리어’를 목표로 온 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끼기기기긱!
20층의 거대한 문이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깡!
깡!
까앙!
망치가 모루를 두들기는 커다란 소리가 20층의 홀을 두들겨대고 있었다.
[이 따위의 완성도론 부족해!]그가 만들던 카드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용광로 안으로 던져졌다. 언제 봐도 카리스마 넘치는 장인의 모습이다. 다른 반쪽이랑은 다르게.
[왜 갑자기 나를 보는 겐가?]“별 일 아니에요.”
나는 말을 얼버무린 다음 덱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듀얼!”
듀얼을 외쳤다.
콰아아아! 다섯 개나 되는 용광로가 바닥에서 솟구쳐올랐다.
[나를 누가 방해하는 것이냐!] [「풀무불꽃」이 자신의 작업이 방해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듀얼이 시작됩니다.] [듀얼 필드 ‘용광로’ : 용광로의 화염이 당신의 필드를 뒤덮습니다. 「용광로」는 부서지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플레이어에게 큰 피해를 입힙니다!] [「풀무불꽃」은 다섯 개의 필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개개의 용광로의 체력은 100이다. 본래라면 용광로가 내뿜는 데미지를 다섯 턴만 견대면 되지만, 나는 ‘클리어’를 목적으로 왔으니. 용광로를 모조리 까부숴야 한다.
[「풀무불꽃」의 턴!]콰아아아! 용광로에서 튀어나온 불길이 내 몸을 향해 쏘아졌다. 나는 방패를 들어올렸다.
쾅! 후끈한 열기와 동시에 들어오는 물리적인 충격. 뒤이어 쏘아져 내리는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불길들. 화아아악! 다섯 번의 공격이 방패를 녹일 듯이 뿜어진다.
[최후의 보루방패의 스택이 1 줄어듭니다!] [최후의 보루방패의 스택이 1 줄어듭니다!] [최후의 보루방패의 스택이 1 줄어듭니다!] [최후의 보루방패의 스택이 1 줄어듭니다!] [최후의 보루방패의 스택이 1 줄어듭니다!]“와이씨. 진짜 장난없네.”
「용광로」에서 쏘아지는 불길 한 번의 데미지는 5다.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보루방패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앉아서 25의 데미지를 입어야만 했다는 뜻이다. 첫 번째 턴이 시작되기도 전에 25데미지.
진짜 이걸 깨라고 만든 건지 의심스러운 난이도다. 빌어먹을 거. 밸런스 패치라고는 하지도 않는 놈들 같으니라고. 한명당 1/5인 5데미지면 딱 적절한 난이도였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걸 다섯개나 달아놨는지.
[당신의 턴입니다.]이런 사기당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나도 사기 콤보를 쓰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패와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턴이 필요하다는 것.
「보루방패」의 스택이 10개니 이것만으로도 2턴, 「소울 스톤」의 방어도 10과 2턴동안 보루방패로 얻은 스택을 합쳐서 1턴, 내 체력이 0까지 줄어들때까지 걸리는 시간 1턴.
대략 4턴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콤보가 만들어질 수 있는 턴이 7턴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3턴을 더 벌어야 한다. 물론 턴을 벌 수 있는 수단을 위주로 덱을 짜 왔다.
“결계 : 은의 장막을 발동!”
+
【침묵의 장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