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70
“마지막으로. 찬란한 대지를 발동.”
+
【찬란한 대지】
【대지 속성】
【0 mana】
【다음 턴 시작시, 카드 두 장을 추가로 드로우합니다.】
+
“턴 종료.”
숲, 불, 빛, 대지까지. 네 속성의 카드들이 발동됐다.
쿼드러플 소울을 본 내 눈이 질끈 감겼다.
선 넘네.
***
쿼드러플 소울은 극히 드물다. 아니, 그녀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듀얼리스트들은 듀얼 소울, 혹은 트리플 소울만 봐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눈 앞의 인간은 어떤가.
“대지감옥으로 빛의 깃대와 화염투사를 파괴!”
파아앙! 진슬아의 필드에 있던 두 카드가 한번에 파괴되었다. 초반의 유리함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그녀는 수세에 밀려 있었다.
더욱 환장할 일은, 전익현이 자신이 들고 있는 패들을 얼추 예측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말도 안 돼.’
진슬아는 자신의 패 가장 왼쪽에 있는「팔괘진」을 바라봤다.
필드의 소환수 갯수가 여덟이면 모든 소환수를 제거하고 강력한 소환수를 만드는 대지 속성의 필드 스윕 카드.
문제는. 전익현이 이 「팔괘진」의 각을 계속해서 피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한두 턴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팔괘진은 그리 타이밍이 자주 나오는 카드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세 턴 전, 전익현이 억지로 불리한 교환비를 해 주며 필드의 개체수를 보고 난 뒤에는, 자신의 패를 읽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턴 엔드.”
진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한 속성의 덱을 가지고 있는 듀얼리스트의 카드가 예측되는 것은 그리 신기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4가지 속성을 다룰 수 있는 쿼드러플 소울 듀얼리스트다.
‘이걸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고?’
시내에서 수위를 다투는 듀얼리스트인 금태양은 지금 그녀의 실력이라면 아카데미의 교수들 중 약한 사람들과도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심지어 자신의 쿼드러플 소울이 드러나지 않은 첫 판에 한해서는, 테뉴어라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실전은 어떤가.
쩔쩔 매며 필드를 밀려나고 있다. 수 읽기, 교환비, 카드예측, ···모든 면에서 압도되고 있다.
교수도 아닌 고작 시간강사 따위에게!
‘어쩌면. 내 모든 자신감이 오만이었던 걸까?’
“당신은, 아카데미에서 얼마나 강하죠?”
“가장 강하지 않을까요?”
“농담하지 말고요.”
“진짠데.”
“정말 그렇게 당신이 강하면. 왜 시간강사 따위를 하고 있는 거죠?”
“그게 저도 의문이에요.”
자신을 가장 강하다고 확신하는 전익현을 바라보며 전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눈 앞의 시간강사는 약하다.
자신이 ‘가장 강하다’라고 자신할 수 있는 오만함을 가진 인간이 정말로 강할 리가 없으니까.
‘애초에 강한 듀얼리스트가 시간강사를 하고 있을 리가 없기도 하고.’
아카데미에 눈 앞의 시간강사보다 강한 듀얼리스트는 얼마나 될까?
총장인 이현일과 그 보좌인 권보람.
그 밑의 테뉴어. 그 밑의 정교수.
3학년 전부, 2학년의 100명 이상···.
4백, 아니 500명 정도는 눈 앞의 시간강사보다는 강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은 그 시간강사보다 밑이다.
자신이 가졌던 모든 자신감이 오만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자, 그녀의 배에서 부끄러움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부끄러움은 실수를 불렀다.
“아!”
커다란 미스. 희생해야 할 소환수를 잘못 선택했다. 콰아앙! 지켜야 할 에이스 소환수인 「불꽃 파괴자」가 어처구니없이 터져나가는 것을 본 진슬아의 마음이 그대로 꺾여 버렸다.
“···졌···습니다···.”
진슬아는 눈물을 겨우 참아내며 패배를 선언했다.
***
“수고하셨습니다.”
등이 식은땀으로 모조리 젖어 있다.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정식 듀얼에서 질 뻔 했다. 쿼드러플 소울이라니. 이런 걸 땅끝마을의 캐릭터한테 집어 넣지 마란 말이야!
보트 강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울먹거리고 있다. 나한테 진 게 많이 억울했나 보다. 하긴. 쿼드러플 소울로 뒤통수를 치고도 이기지 못했다면 나 같아도 부끄러웠을 것이다.
물론 내 알 바 아니다. 나에게는 더 이상 귀찮은 듀얼 보트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게 중요할 뿐이다.
잠깐 훌쩍거리던 그녀는 무슨 결심을 했는지 고개를 휙 든다.
“저기요.”
“왜요?”
“듀얼 좀 가르쳐 주세요.”
“싫은데요.”
내 대답에 그녀의 눈이 샐쭉해진다. 내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듀얼을 왜 여기서 가르친단 말인가.
“왜요?”
“저도 나름대로 고급 자원이에요.”
“시간강사가요?”
“···그래도 석박사는 해야 시간강사 할 수 있거든요?”
비록 시급은 최저시급을 겨우 넘고, 박사학위는 내가 딴 게 아니기는 하지만. 아무튼 고급 자원이다.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귀찮기도 하다. 남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뇌용량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다. 그나마 1학기 수업이 간단한 수업이었기에 망정이지 대학원 수업처럼 도제식 수업을 했어야 했다면 그대로 아카데미를 탈주했을 것이다.
2학기에는 좀 편한 수업이 걸리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아카데미 안으로 족해요. 아가씨도 공짜로 듀얼보트 타는 법 가르쳐주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주말마다 무료로 듀얼 보트 강좌 열고 있는데요?”
떽. 내 말의 요지가 그게 아니잖아.
“아무튼간. 아무 이득도 없는데 누구를 가르치는 건 저는 완전 사양···.”
말을 이어나가던 내 머리에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나는 보트 강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후드티 때문에 몰랐는데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잘 해 봐야 아카데미의 1학년이나 2학년쯤 됐을 나이.
그렇다면 이득이 있을지도. 그것도 커다란 이득이.
“···이지만.”
“이지만?”
“수업료. 얼마나 낼 수 있어요?”
“···대충 5천 포인트 정도는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살짝 애매한 양이다. 하지만 이 포인트는 부수입에 불과하니까 크게 상관은 없다. 메인은 이 쪽이 아니라 다음으로 제시할 조건 쪽이니까.
“수업료가 부족하네요. 그것도 엄청 많이.”
“그러면 어떡하죠?”
“몸으로 갚아야죠.”
“······.”
그녀의 눈빛이 스핑크스가 인간들을 평소에 쳐다보는 눈으로 변했다. 지이익! 더위 때문에 열어 놨던 걸로 보이는 후드티의 지퍼가 끝까지 올라간다.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억울해.
“···그게 무슨 뜻이죠?”
“소울 커맨더스 아카데미. 편입할 생각 없냐는 말이에요.”
편입. 이라는 말에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끝
“하아.”
전슬아는 방에 도착한 뒤 침대에 발랑 드러누웠다. 보통은 저녁 먹고 방에 도착하자마자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오늘은 벌써 저녁 6시가 넘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편입이라.”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던 길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바깥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그것이 그녀의 듀얼 지론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그녀의 지론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그것도 고작 시간강사에게.
그가 자신이 아카데미에서 가장 강하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허풍일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전슬아는 휴대폰을 켜 소울 커맨더스 아카데미의 공식 사이트에 접속했다. 아카데미의 교수진들과 강사진들은 대외적인 실력을 나타내는 Elo 점수가 공개되어 있다.
전슬아는 강사진들의 정렬 기준을 가나다 순에서 Elo 순으로 변경했다.
[아카데미 강사진의 Elo 순위] [1위. 이현일 : 3550] [2위. 권보람 : 3480]···
전슬아는 빠르게 휠을 내렸다. 백수십 명의 강사진들이 지나쳐갔지만 전익현의 얼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휠을 마지막까지 내리고서야 전익현의 이름이 나타났다.
[198위. 전익현 : 490]“···봐. 꼴찌잖아.”
전슬아는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이 공식 Elo 점수는 합당한 기준에 의해서 매겨지는 보안성이 높은 보편점수다.
공식 Elo 점수를 조작하는 일은 이현일이나 권보람 정도 되는 아카데미 최고위급의 인물이 개입해야 한다.
이현일이나 권보람이 시간강사 따위의 Elo 점수를 하향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으니, 이 점수는 아마 실력 그대로일 것이다.
“그래도 490점이라니. 너무 밑바닥이잖아.”
전슬아는 우울해졌다. 마음 속 한 켠으로 전익현이 정말로 실력자이기를 바랬는데.
“하다 못해 시간 강사 중에서는 최고 정도는 되는 사람 정도이기를 바랬는데.”
자신은 490점짜리 시간강사 중에서도 밑바닥인 듀얼리스트에게 진 허접 나부랭이인 것이다.
다시 얼굴이 화끈거린다. 전슬아는 인터넷 창을 닫고 전익현에게 온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편입 시험. 생각해 봤어요?] [제가 합격할 수 있을까요?] [저 상대로도 거의 이길 뻔 했잖아요.]그게 문제라는 건데. 아카데미 밑바닥인 당신에게도 졌다는 거 말이야.
“···뭐. 근데, 결국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잖아.”
아카데미의 밑바닥인 전익현이라도 자신보다는 강하다. 그리고 그런 강자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자신도 조금은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잠시간 고민한 전슬아는 휴대폰을 두드렸다.
[편입 시험. 치르겠다고 하면, 저 가르쳐 주시는 거에요?] [물론이죠.] [할게요.] [좋은 선택이에요.]아카데미에 합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먼 미래의 일이다. 하지만 강해지는 것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수업료 입금은 다음 주까지만 해 주세요.]“아.”
그러고 보니, 수업료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익현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보다도 많은 금액을 부르고 말았었다.
전익현의 말로는 부족하다고는 했지만. 탐욕스러운 눈으로 볼 때 단단히 바가지를 쓴 것이 확실했다.
바가지를 썼다고 해서 철저히 을 입장인 그녀가 물러 달라고 할 수도 없었지만.
“···또 알바 해야겠네.”
수업료를 제대로 지불하려면 사람도 없는 보트 강사 아르바이트로는 택도 없다.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중에 그만한 금액을 채울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하나 뿐.
바로 김태양의 가게다.
***
“잘 됐네.”
나는 내 앞에 놓여진 산더미만한 마파두부덮밥을 뜨면서 중얼거렸다. 보트 강사, 그러니까 전슬아가 가지고 있는 「쿼드러플 소울」은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그녀가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면,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서 내 「시간강사」의 능력의 범위 안에 들어온다면 내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게 되는 셈이다.
숲, 대지, 빛, 불. 사기카드들의 산실인 「광암」이나 덱 밸런스가 황금인 「물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네 가지 속성이 혼합되어 있다는 것은 속성의 아쉬움을 메우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