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76
···
다면기가 종료되며, 내 승리가 확정되자 모든 듀얼이 종료되기 시작한다.
“···진짜···이겼어?”
시레나가 눈을 놀란 붕어 눈이 되어 몇 번 깜빡이더니, 포션을 자신의 눈에 떨어트린다. 아니, 귀중한 포션 그런 데다가 낭비 좀 하지 마라고. 그렇게 쓸 거면 나 줘.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시레나의 눈이 좋아하는 물풀을 발견한 물방개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어땠어?”
“멋졌어!”
엄지를 치켜세우는 시레나에게 나는 마주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패배를 받아들인 유령들의 몸이 서서히 옅어진다. 한 명 한 명 제대로 된 듀얼을 해 주지 못하는 것은 조금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듀얼을 모조리 다 해 줄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한 명 한 명의 유령들이 성불하며 남긴 「소울」들이 나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해신」의 퇴치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어둠 속성의 소울 + 50,000] [불 속성의 소울 + 50,000]···
[빛 속성의 소울 + 50,000]유령들의 얼굴은 조금 후련해 보였다. 저세상이 있는지 없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영원히 이 세상을 멤도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고맙네.]왜인지 진슬아와 매우 닮은 남자 유령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모든 유령들이 사라져 버렸다.
해신을 처치하기는 했지만 해류와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은 그대로인 채다. 이곳의 급한 물살은 해신의 탓이 아니라 원래 이런 곳이기 때문이고, 이미 열린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또한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신」의 존재로 인해 높은 확률로 이곳에 발생하던 게이트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반작용으로 해남 전체에 산발적으로 몬스터 게이트가 열릴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가만히 놔뒀을 때 높아진 게이트 농도로 폭주하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잘 해결됐네.”
“잘 해결했어!”
시레나가 기쁜지 퐁당 뛰어오른다. 아무리 임무를 방기하는 게 일상인 수호자들이라고 하지만 세계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무래도 기쁜 모양이다.
“시레나! 전익현 좋아! 보상 줄게!”
“맞다.”
보상을 잊어버릴 뻔 했네. 나는 시레나에게 「소울 스톤」을 건냈다.
내가 건넨 소울 스톤을 빤히 노려본 시레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거. 내가 준 소울 스톤 아니야.”
“아, 실수했네. 미안.”
사실 실수는 아니라 의도적이었다. 다른 소울 스톤을 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탑에서 얻었던 소울 스톤을 건네 본 건데. 역시나 통하지 않는군. 지식이 늘었다.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일 수 있지만 이런 실험과 정보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승률을 만드는 것이다.
그냥 구린 소울 스톤 주고 사기치려고 한 거 아니냐고?
아니다. 진짜로. 순수하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물거품」효과가 있는 소울 스톤이 시레나와 공명합니다.]무색無色의 소울 스톤이 시레나의 손에서 새파란 색으로 서서히 물들어간다. 색채가 완벽히 생겨난 소울 스톤이 내 손바닥 위로 떨어진다.
[「물의 소울 스톤」이 생성되었습니다.]예쁜 보석과도 같은 소울 스톤을 바라보며 나는 작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멋지지?”
“이거. 효과는 어떻게 돼?”
“알고 싶어? 알고 싶어?”
내가 효과를 궁금해하자마자 꾸러기 표정을 지어 보이는 시레나.
“알고 싶으면 5만 소울!”
“안 사.”
집에 있는 대지 카드 디스펜서한테 물어봐야지. 5만 소울은 무슨 5만 소울이야. 50포인트에 츄르 3개면 충분한데.
내 거절에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시레나의 입이 벌어진다. 설마 5만 소울을 적절가라고 생각한 건가. 뇌에 시세개념이라는 게 없구만.
“이제. 가도 돼.”
“으음.”
시레나가 물 속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헤엄치며 내 주위를 맴돌았다. 뭐라도 할 말이 있는 모양새다.
“뭐 할 말 있어?”
“있어. 물어볼 거 있어.”
“뭔데.”
“시레나! 물의 수호자! 기사단원 구할 수 있어!”
기사단원이라. 익숙한 울림이다.
“나를 기사단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물의 기사단원! 대단한 직위! 위대한 임무! 존경받는 자리!”
고양이 털 치우는 자리가 위대한 임무인지는 잘 모르겠다. 존경은커녕 멸시의 눈빛만 받고 있는 대지의 기사단원은, 시레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물의 기사단원. 소울을 사용해 카드 만들어! 엄청난 혜택! 지금 가입하면 소울 스톤 효과도 알려줄게!”
“호오.”
내가 관심을 보이자 시레나가 잔뜩 흥분해서 기사단원이 되면 얻을 수 있는 혜택들을 읊어나간다. 나는 듀얼 보트에 있는 물병을 열어 물을 마시며 대지의 기사단원과 다른 것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한참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대지의 기사단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긴. 뭔가 특이한 게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그러면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할인율은?”
“할인?율?”
“그래. 카드 만들 때. 할인율.”
시레나의 눈이 매서워진다.
“기사단원. 명예직! 할인같은 천박한 거! 안 돼!”
“그래? 옆 집 스핑크스는 할인해 주던데.”
스핑크스. 라는 말에 시레나의 눈에 지진이 일어난다.
“스핑크스?”
“어. 나, 벌써 대지의 기사단원이거든.”
시레나가 내 몸에 코를 가져다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스핑크스의 냄새를 맡았는지 시레나의 얼굴이 남자친구를 악역에게 빼앗긴 비련의 여자주인공 얼굴로 변한다.
“전익현! 시레나 속였어!”
시레나가 꼬리지느러미로 내 머리를 후려갈기려고 하길래 피해 줬다. 그보다 내가 언제 속였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 놓고.
그늘이 진 시레나의 입술이 삐죽인다.
“전익현. 갖고 싶은데.”
내 듀얼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어디 가서 100대 1로 이기는 걸 보겠어.
아무튼 그녀가 나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
“나를 가지고 싶어?”
끄덕끄덕.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방법?”
“나를 스핑크스에게서 뺏는 거야.”
“뺏아?”
“일단, 나를 물의 기사단원으로 받아들인 다음 정정당당하게 스핑크스와 경쟁하는 거야.”
“시레나! 스핑크스한테 안 져! 스핑크스 멍청해!”
사실적시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는 말을 하는 시레나. 보아하니 자존심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다. 하긴. 수호자들은 죄다 사이가 안 좋으니까.
“내 호감도를 높이면 시레나만의 기사단원이 될 수도 있겠지.”
시레나의 눈에 욕심이 어린다.
“전익현 호감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해?”
“스핑크스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겠지.”
“···할인율?”
똑똑해서 좋네.
“할인율도 호감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지.”
고민에 한참 빠진 시레나가 이윽고.
“백 소울 내면, 구십오 소울 돌려줄게.”
95%의 할인율을 제시했다. 아마 최종가일 것이다. 줄다리기를 하는 성격처럼 보이지는 않으니까.
“그치만··· 그렇게 되면, 시레나 많이 약해져. 전익현이 나 돌봐 줘야 돼.”
“그래. 내가 지켜줄게.”
내가 동의하자 물로 만들어진 계약서가 공중에서 만들어진다. 나는 계약서를 꼼꼼히 읽은 다음 지장을 계약서 위에 찍었다.
[계약이 완료됩니다.] [「물의 소울 스톤」의 효과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물의 소울 스톤】
【물 속성의 특이성을, 영구적으로 강화합니다.】
【소유권이 이전될 수 있습니다.】
+
물의 소울 스톤의 효과를 확인한 내 고개가 횡으로 꺾였다.
“···애매하네.”
애매하다기보다는, 나한테 별로 쓸모없는 효과잖아. 영구적인 강화가 어느 정도인진 몰라도 「물거품」효과가 있는 소울 스톤이 더 나을 지경이다.
···뭐, 카드를 싸게 만들 수 있으니 그걸로 만족할까.
너무 욕심을 부리면 일을 망치는 법. 평생 욕심없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살아온 나는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조금밖에 아쉽지 않다.
“할인율. 조금만 더 올려주면 안 되냐?”
[안 돼!]쪼잔하네. 그보다···시레나가 어디 갔지? 나는 시레나가 어디 갔는지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나. 여기 있어!]물 위로 자그마한 열대어가 퐁당 솟아오른다. 아. 그랬지. 카드를 싸게 만들어주는 일은 수호자들의 힘을 많이 잡아먹는다.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진 않지만 스핑크스도 본래 고양이 형태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손가락 두 개만한 열대어가 된 시레나를 물병 안에 담았다. 물병이 좁은지 시레나가 물병의 벽을 지느러미로 콩콩 두드렸다.
뭍에 도착하면 어항 하나 사야겠다.
가면 갈수록 집이 동물원이 되어 가는 느낌이네.
***
진슬아는 충격 실험을 받고 있었다. 콰앙! 충격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진자가 진슬아의 가드 위를 후려갈겼다.
듀얼의 데미지로 치면 대략 25데미지쯤의 일격쯤 되려나.
“괜찮아?”
“괜찮아요.”
“아니. 네가 괜찮은지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면 버틸 수 있겠냐를 물어 본 건데.”
“···괜찮지 않을까요?”
김태양이 머리를 긁적인다.
“충격력 그래프 상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이상하면 바로 이야기해.”
“이거. 비싼 물건 같은데. 맞아요?”
“맞아. 제작비로 엄청 땡겼어. 덕분에 최상급의 완충재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
“그러면 돈 안 남지 않나요?”
“아슬아슬하게 흑자일 걸?”
보아하니 받은 돈 이상으로 제작비를 또 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하튼, 생긴 거랑 너무 다르게 노는 인간이다.
아르바이트비도 절대 밀리지 않고. 만드는 물건은 사제인 주제에 정식 외골격보다 훨씬 품질이 좋다.
“근데도 왜 주변에서 몹쓸 인간 취급을 받는 걸까요?”
“나야 모르지.”
김태양이 금니를 드러내며 싱긋 웃는다.
어떻게 봐도 사악한 일을 꾸미는 인간의 얼굴이다.
잘은 모르지만 저 웃음도 김태양이 받는 취급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진슬아는 다음 충격실험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