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어제 문성의 소개로 둘러본 수도원과 궁전 등을 다시 둘러보았다. 깃발을 앞세워 관광했던 사내들도 두 번째 관광하고 있었지만 즐거워하는 비류 때문인지 아무도 내색하지 못하고 있었다.
점심 식사는 시내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루마니아식으로 간단히 해결하였다. 약간의 고기와 빵이 전부인 점심이었지만 오전 내내 돌아다닌 탓에 다들 게 눈 감추듯 식사를 마쳤다.
“형님, 이제 어디로 가요?”
“글세,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해도 좋고, 아니면.. 소화도 시킬 겸 이 근처를 천천히 산책하는 것도 좋겠지?”
덕팔이 은혜의 시선을 피해 비류에게 윙크를 해 보이자 비류가 웃으며 덕팔과 나란히 걸음을 옮기며 산책을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고성 호텔을 향해!
**
일본 건국신화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많은 다툼이 있다.
일본은 아직도 군주제가 유지되고 있었기에 건국신화는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였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웠고 정통성의 문제였기에 더욱 격렬하게 다투고 있다.
일본 국왕의 계보는 천무라는 국조가 세운 야마토 왕국이 시작점이다. 이 야마토 왕국은 일본의 시작이었고 현재였다. 일본은 국가가 건립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가 끊이지 않고 하나의 계보로 왕가가 이어져 옴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여 그들의 왕을 스스로 ‘천황’이라고 칭하며 하늘의 일족이라고 숭배하고 있었다.
하여 모든 것의 시작인 야마토 왕국 이전에 존재한 모든 것들은 신화나 전설이 되어야 했다.
한국의 사학자들이 고조선을 역사시대가 아닌 신화시대로 치부하여 한민족의 역사기를 수천 년 줄여버린 것과 다른 이유가, 일본의 사학자들에게는 정통성이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역사학계에서는 야마토 왕국 이전에 이즈모 왕국이 존재하였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었다.
야마토 왕국이 처음이 아니라면!
그들의 후손이 나와 자신이 일본의 처음이자 현재라고 주장한다면!
일본의 왕가는 무척 곤란한 일이 될 것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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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텔.
짧은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덕팔이 비류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방에 들어갔던 은혜가 덕팔을 불렀다. 방에 들어온 덕팔을 잡은 은혜가 소리를 낮춰 따지듯 물었다.
“덕팔씨, 우리는 우리의 일이 있어요. 일의 심각성을 잊은 건 아니죠?”
은혜의 찡그린 아미를 손으로 꾹꾹 눌러 펴준 덕팔이 빙그레 웃었다.
“이렇게 인상을 쓰면 예쁜 얼굴에 주름이 가요.”
은혜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가 다시 아미가 좁혀 들었다.
“농담하지 말구요.”
“이연성 어르신의 일이라면 소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있어요. 어제 은혜씨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도 전화가 왔었죠.”
“소룡이가요? 뭐라고 해요?”
“영감님이 스승님의 오두막을 해체했다고 하더군요. 아주 토막을 내며 꼼꼼히 살폈다고 해요.”
“토막요? 왜요?”
“뭔가를 찾고 있는 거겠죠.”
“그게 뭔데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전에 말했죠? 제가 회사 일을 핑계 삼아 한국을 떠난 이유?”
“네.”
“영감님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다 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시간이 필요해요. 그사이에 우리는…”
“부업이나 하자구요?”
“네, 일본 구경도 좀 할 겸!”
“영훈이 보러 안 가도 되요?”
“영훈이는 우리와 함께 있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할 거예요. 비류의 일이 아니더라도 저는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할 생각이었어요.”
“계절학기 수업도 들어야 하잖아요.”
“후후.. 목숨이 오락가락하는데 계절학기가 중요한 게 아니죠. 소룡이와 휴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놓은 상태에요.”
“그렇게 중요한 얘기를 왜 저에게 하지 않은 거죠?”
“이렇게 걱정을 하니까요.”
덕팔이 다시금 은혜의 아미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며 웃자 은혜가 피식 웃어버렸다.
“걱정하지 말아요. 은혜씨가 염려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덕팔이 은혜의 손을 꼬옥 잡은 채 거실로 나와 비류 앞에 앉았다.
“고객님의 의뢰를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호갱님!”
은혜의 영업 멘트였다.
***
비류의 이야기는 한 시간여 동안 계속되었다. 일본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던 덕팔도, 은혜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비로소 이해되었다.
“그러니까, 비류 공자께서는 이즈모 왕국의 적통이자 창신조라는 야쿠자 조직의 후계라는 말씀인 거죠?”
“네”
“그리고, 일본 왕가의 호위가문인 겐다이조 가문에서 창신조는 물론 비류 공자를 죽여 이즈모 왕국의 흔적을 지우려고 한다는 거구요?”
“네”
“그런데, 지금껏 뭘 하고 있다가 이제야 그런 짓을 하려는 거죠?”
야마토 왕국은 380년 전후로 세워진 일본 최초의 왕조이자 무려 1700년간 일본을 다스려온 현존하는 유일한 왕조이다. 일본의 자부심이고 정신이었다. 그런 야마토 왕국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정통성을 부인할 이즈모 왕가의 후손들을 그냥 두고 볼 리 없지 않는가?
게다가 야마토 왕조는 670년경 자신들 이전의 역사에 대하여 왜곡을 하여 모두 신화로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살아 있는 역사의 산증인인 이즈모 왕가의 후손들이 현재까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일본의 역사는 기원전 6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중국 대륙과 반도에서 넘어온 신문물을 가진 일족들이 토착세력들을 밀어내고 왕국을 설립하죠. 일본은 자체적으로 문화가 발전하지 못하고 더 강하고 더 발전된 문물을 가지고 온 일족들에 의해 지배층이 바뀌어 갔다고 해요.
이즈모 왕가는 기원후 160년 경 반도의 나라 중 하나인 신라.. 정확히는 신라가 아니라 신라를 구성하고 있는 부족 국가 중 하나 일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신라의 땅에서 발전된 청동기와 철기를 가진 일족들이 시마네 반도에 터를 잡고 성장시킨 왕국이에요. 이즈모 왕가는 종전의 국가들이었던 불미국, 노국, 이토국을 정벌하여 밀어내거나 흡수하죠.
그렇게 세워진 국가가 이즈모 왕국이었어요. 이즈모 왕국이 세워진 시마네 반도는 한반도와 300km밖에 떨어지지 않았어요. 배로 충분히 왕래가 가능한 거리죠. 덕분에 이즈모 왕국은 오랫동안 번영을 누려요. 과거의 일족들처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물에 그치지 않고 더 발전된 문물들을 수입한 덕이죠.
그러다가 한반도에 변화가 생겨요. 백제가 힘을 키우면서 외세로 힘을 확장시키죠. 중국대륙의 동쪽 해안을 따라 대륙 백제가, 일본을 중심으로 외백제가 세워지죠. 그 외백제가 아마토 왕국이에요.”
비류가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대제국을 세운 백제가 망해요. 연방의 중심이었단 내백제, 그러니까 반도에 있던 백제가 망한 후에 대륙백제는 갈기갈기 찢어지며 중국인들의 손에 넘어가죠. 일본은 백제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해요.
역사가들은 600년대 후반에 야마토 왕조에 의해 역사 지우기를 한 이유가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 이즈모 왕가를 지우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실은 백제의 통치를 받는 연방 제후국이라는 사실을 지우기 위함이었어요.
그들에게는 이미 망해버린 이즈모 왕가의 후손 따위에게는 관심조차 없었어요. 오직 자신의 일족에게서 백제의 흔적을 지우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죠. 뒤를 이은 천황들이 스스로 자신이 백제의 후예임을 인정하는 바람에 선조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긴 했지만요.”
“그래서요?”
“지난 1700년간 이즈모 왕가의 후손들은 그들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안전했죠. 하지만 상황이 변했죠. 일본 고고학자들이 야마토 왕가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있는 거예요. ‘백제의 아류다.’라는 의문은 이미 정설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최초의 왕국이 아니다’라는 의혹만큼은 남겨두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흐음.. 그래서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는 거죠?”
“네, 야마토 왕가의 호위가문인 겐다이조 가문이 저희를 찾기 시작했어요. 사실 저희는 지난 1700년간 상인의 가문으로, 막부의 가문으로, 도공의 가문으로 변신의 변신을 거듭해 왔어요. 메이지 이후에는 무사의 가문으로 변신하여 현재 야쿠자의 가문이 되었죠.
아무도 우리 가문을 이스모 왕가라고 의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의 생각 없는 행동 때문에 우리 가문의 정체가 들통 나고 말았어요.“
“응?”
지금껏 조용히 비류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덕팔이 반응을 하였다.
“이즈모 왕국은 농업을 중시했어요. 대풍을 기원하기 위해 제사를 지냈고 의식을 위해 빛나는 청동검, 동모, 동탁 같은 청동제품을 생산했어요. 이즈모 왕국 당시에는 이 같은 물건들이 크게 유행을 하였고 훗날에는 이 물건들이 이즈모 왕국의 상징과 같은 유물이 되었어요.
그러다가 야마토 왕국이 들어서면서 이 물건들은 모두 금지 물품이 되어 회수, 폐기 되었어요. 유물로 남아 있는 것들이 몇몇 존재하지만 그것뿐이죠.”
“그런데 그게 너의 가문의 정체와 무슨 상관이지?”
“왕가에는 왕가만의 특별한 청동검과 동모, 동탁이 존재했어요. 누가 봐도 특별함을 알 수 있는…”
“아!!”
“제가 그것들의 사진을 학교 과제로 내고 말았어요.”
비류가 고개를 떨구었다. 덕팔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일본, 한반도, 대륙을 잇는 엄청난 스케일의 역사적 비화를 듣던 와중에 가문 비극의 시작이 학교 과제였다는 말은 허탈감으로 다가왔다.
“박물관을 다녀오는 숙제였는데 시간이 없어서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물건을 찍어서 제출했어요. 예전에 박물관에서 본 기억이 있는 물건이어서 우리 집에 있는 물건도 같은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나 봐요. 그때부터 시작되었어요.”
“하아…”
“제가.. 모든 게 저 때문에…”
“주인님, 아니에요. 그들은 단순히 그런 물건들 때문에 우리를 의심한 것이 아니에요.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어요. 그것뿐이에요.”
“아니야. 유키! 내가 숙제를 내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잖아. 다 나 때문이라고..”
“잠깐! 비류! 그래서 겐다이조라는 야쿠자 조직이 너희 창신조를 겁박하고 있다는 거냐?”
“네”
“일본은 문명사회다. 쉽사리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데?”
“네, 들어내 놓고 저희를 말살할 수 없으니 악신들의 힘을 빌어 저희를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유키씨는 상당한 능력을 가진 신속능력자다. 그녀가 있는데…”
“유키가 모시는 신인 오쿠니누니 사마는 풍요의 신이에요. 자손들을 복되게 하는 힘을 가지신 선신이죠. 하지만 악신을 모시는 무녀들을 대적하기에는 힘이 부족해요.”
“신으로부터 힘을 받는다고?”
덕팔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