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00
300화
탁탁..
지시봉이 공중을 날고 있었다.
탁탁..
책상이 심하게 두드려 지고 있었다.
“저기.. 선생님! 말씀으로 하셔도 다 이해하고.. 알아듣고.. 따를 준비가..”
“너 이 새끼!!”
교무주임이 진우의 멱살을 와락 쥐더니 눈이 벌개졌다.
“무슨 큰일이 난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 줄 아냐?”
“죄송해요.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너희 집에.. 어휴.. 열라 힘들더구먼. 오늘 경환이가 실토를 하지 않았으면 실종신고를 할라고 했다.”
“아이구야.. 큰일 날 뻔 했네요.”
교무주임이 진우의 멱살을 풀어주더니 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아침에 교장선생님한테 삥 좀 뜯고 내 보너스까지 보탰다. 네놈이 수능 1등 하는 바람에 그 쪼잔한 교장한테 뜯어낼 수 있었던 거니까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손에 쥐어진 돈 봉투를 만지작거리던 진우가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위치가 바뀌었어도 늘 한결같은 사람이 있다. 지금 진우 앞에서 욕과 비속어를 섞어 쓰며 진우에게 진심을 전하는 저 선생과 같은 이들이 이 세상에 꼭 있다.
진우가 눈물을 훔치며 돈 봉투를 돌려주었다.
“선생님, 저 이제 가난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 돈은 영실이 누나 등록금에 보태세요. 괜히 아르바이트 시키지 마시고..”
“니가 내 딸을 어떻게 알아? 설마? 이것이 너 좋다고 쫓아다니던? 어휴! 22살이나 처먹은 년이 19살짜리한테… 속이 터진다. 터져!”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아는 거예요. 그리고 저 찾으신 게 원서 때문인가요?”
진우의 물음에 교무주임이 입시 원서 봉투 두 개를 꺼내 놓았다.
“내가 생각을 해봤다. 네가 머리가 좋다는 게 이해가 되진 않지만 지금 너의 궁핍함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안 돌아가는 머리를 열심히 굴렸더니 답이 나오긴 하더라.”
진우가 봉투를 꺼내 살펴보니 하나는 한국대 법대 입시원서였고, 다른 하나는 지방에 있는 모 대학의 총장의 서명이 들어있는 장학증서였다.
“너 수능 1등한 거 알지?”
“제가 단독 1등이에요?”
“그래”
진우가 놀란 눈이 되었다. 과거에 자신 말고 만점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는 없는 것일까? 설마? 그 1등 녀석 헌터가 된 건가?
“너만 만점이었어. 그래서 한국대에서도 장학금이 나올 거야. 어디를 가든! 돈 벌기 좋은 곳이라고 하면 의대 가서 의사하는 방법도 있고, 상대 가서 대기업에 취업하는 방법도 있고, 법대 가서 사법고시 합격하는 방법도 있다. 그중에 가장 빠른 방법이 법대라고 생각했다. 2학년만 되어도 시험을 볼 수 있으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시에 합격하면 어차피 대학은 졸업 안 하겠지. 그럼 굳이 간판을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럴 바에야 학비 면제, 매달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 대학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께 말라 죽을 텐데요?”
“후후후..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몫이고 네 인생이 중요한 거니까! 알았지?”
진우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한국대 법대 지원서를 집어 들었다.
“선생님이 설득해서 한국대에 간다고 할 겁니다.”
“진우야.”
진우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다. 한국대라는 화려한 간판에 취해서 현실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학생의 미래를 고려해주어야 하는 선생이다. 그렇기에 진우를 설득해야 했다.
“선생님, 그냥 한국대 갈래요.”
“그래도 저 학교에서는 너한테 생활비도 주고 아버지 치료비도 다 부담을…”
“같은 미안함을 두 번 가지게 하지 말아주세요.”
“뭐?”
“그런 게 있어요. 그러니까 이거 가지고 가서 아버지 사인 받아 다 드릴게요. 그리고 인터뷰는 사절이라고 꼭 말씀해주세요.”
진우가 입시원서를 들고 불이나게 도망을 쳤다. 상담실에 홀로 남은 교무주임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장학증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녀석! 이사도 가고 한 걸 보니 어디서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는 단체가 나타난 모양이군. 잘됐네. 잘 됐어. 그래도 확실히 알아봐야 하니까… 민경환이를 불러볼까?”
교무주임이 개운한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
기원전 13만 년 전 명동.
“아~놔, 그것도 못 하세요? 완전 실망이네. 누나, 차라리 누나가 해!”
진우가 버럭 화를 내자 인신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신력의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렇게 무턱대고 신력을 뭉태기로 뽑아 쓰시는 버릇을 들이시니까 섬세한 신력 운용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스!승!님!!”
“커음…”
진우의 질책에 신력 구름이 즉시 소멸되었다. 덕팔의 요구는 단순한 것이었다. 덕팔이 제조해온 한약을 신력을 이용해 하나의 성분으로 만들어 놓으라는 것이었다. 오직 신력만으로 가능했기에 인신에게 부탁을 한 것이었는데 인신이 정밀한 컨트롤을 하지 못해 한 시간째 낑낑대고 있었다.
“하아.. 그게 왜 안 되지? 제가 요! 스승님께 이걸 배울 때는 한 번에 딱! 됐거든요? 그때 스승님께서 저에게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이런 것도 한 번에 못하면 밥숟가락 내려놔야지. 암!]”
“커음.. 흠흠..”
물론 뻥이었다. 진우도 몇날 며칠 인신에게 들들 볶이며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때, 인신이 방금 진우가 했던 말로 진우의 심장을 후벼 팠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회귀한 진우가 인신을 상대로 똑같은 되갚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시고.. 다시 해보세요.”
“이..이게 되긴 되는 것이냐?”
“허어.. 불신지옥! 믿음천국! 이라는 사자성어도 모르세요? 한번만 드셔도 10년, 6번 모두 드시면 최소 30년은 보장할 수 있는 오덕.. 아니, 오진우표! 특제 비약!!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바로 그! 특! 제! 비! 약!!”
진우가 약장수 톤으로 열심히 떠들자 없었던 신뢰조차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약의 효과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응징을 하면 그만일 것이고 이 수모만큼은 꼭 갚아주어야겠다며 다시금 집중을 시작했다.
“스승님, 스승님께서는 상위 능력자인 신안의 능력자조차 두려움에 떨게 하신 최강의 신속 능력자셨어요. 못 하실 리 없어요.”
진우가 정색을 하고 인신에게 힘을 주었다. 인신이 모든 신경을 손끝에 집중을 하며 한약이 담겨 있는 약병에 신력을 불어넣었다. 아직 하나가 되지 못한 약재들이 하나 둘씩 느껴졌다. 그 약재들을 신력으로 끌어 모아 융화를 시키기 시작했다.
“돼…돼…됐다.”
인신이 환희의 가득한 함성을 질러댔다. 덕팔이 조용히 박수를 쳤고, 진우가 잘 융화된 약을 병 6개에 나누어 담았다.
“하루에 한 병씩 드시면 됩니다. 스승님.”
진우가 약과 작은 메모를 남겨 둔 채 황급히 현재로 돌아갔다.
“허음.. 30년이란 말이지? 허허허”
인신이 기쁜 듯 진우가 남겨 놓고 간 메모를 펼쳐보았다.
[스승님,6일간 이 약을 다 드신 후에는 절대 오두막에서 취침을 하시면 아니 됩니다.
제 말씀을 따르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길 터이니 조금 춥더라도 꼭 밖에서 잠을 청하세요.
제자 오진우 올림.]
“허어.. 이놈이 엄동설한에 이 늙은이를 죽이려는 속셈인가? 허허허”
인신은 진우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
강원도 인제.
정상에 포탈이 열렸다. 황민식 팀이 포탈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등짐을 맨 진우가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하였다.
“와.. 며칠 만에 오니까 또 기분이 새롭고 뭔가 막 기대가 되요.”
“나는 오늘 네가 줄 음식이 더 기대가 된다. 이놈아.”
“나도, 나도.”
장춘기와 김성민이 진우의 배낭을 살피며 기대 가득한 눈이 되었다.
“오늘은 헌팅을 가장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약재들로 골라왔어요. 일단 한번 드셔보시면 효과를 딱!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우리 진우가 약장수가 다 되었어. 자자, 준비 하자고..”
황민식이 두 헌터들을 독려하며 헌팅을 준비하였다. 헌터들이 본격적으로 헌팅을 시작하자 진우가 양은 솥을 꺼내 기름을 두르더니 파와 마늘을 볶기 시작했다. 적당히 파기름이 나오자 돼지고기를 넣고 다시 볶더니 고춧가루, 물엿, 설탕 등등 일반 양념과 품에 보관하고 있던 특제 가루를 골고루 넣었다.
양념이 고기에 골고루 배이니 입맛을 돋우는 향이 필드 안에 가득 퍼져나갔다.
“야야.. 배고파 죽겠다.”
“형님, 헌팅 시작하신지 이제 20분 밖에 안됐어요.”
“아, 몰라. 밥 줘!”
진우가 웃더니 넓은 대접에 밥을 깔고 그 위에 넉넉히 고기를 담아 제육덮밥을 완성시켰다. 제육덮밥 세 그릇이 뒤에 놓여지자 가장 먼저 장춘기가 달려왔다.
“오늘도 기똥차네.”
장춘기가 신나게 밥을 퍼먹고 있을 때 김성민의 외침이 들려왔다.
“형, 대충 먹고 교대!”
“기다려. 세 숟가락 남았다.”
세 헌터가 교대로 식사를 마쳤다. 황민식이 뒤를 돌아 진우를 바라보며 윙크를 했다. 진우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곤 다음 음식을 준비했다.
“배가 고프진 않을 거고.. 그럼 음료를 준비해 볼까? 달달한 도돌이꽃잎 쉐이크?”
강신술은 육체적인 피로뿐 아니라 정신적 피로가 극대화되는 술법이다. 그렇기에 헌터들이 헌팅 후 반드시 2~3일간 휴식을 갖곤 하였다. 진우는 그런 헌터들의 정신적 피로를 풀어주고자 했다. 강화능력을 제공하지는 않겠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늘 있어 왔던 두통과 나른함이 사라질 것이다.
도돌이꽃잎 쉐이크가 다 만들어지자 보온병에 담아 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가장 먼저 달려온 장춘기의 눈에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한 모금 맛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보온통을 든 채로 전투에 복귀하였다. 남은 두 사람의 반응도 장춘기와 비슷했다. 오늘의 간식은 여기서 끝! 전투가 끝난 후에 먹을 메인 메뉴를 준비할 차례였다.
오늘 진우가 준비한 음식은 아구찜과 약주 한 잔이었다. 미리 손질을 해온 아구와 콩나물을 넣고 비법 양념을 듬뿍 넣어 준비한 후, 전투 상황을 지켜봤다. 확실히 오늘 헌팅은 전보다 더 빨라졌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덜하니 더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끝!”
오늘도 장춘기의 외침과 동시에 세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진우가 작은 잔에 담긴 술을 먼저 내밀었다.
“오우.. 향이 좋은데?”
장춘기가 술을 마시려고 하자 황민식이 이를 제지하였다.
“진우야, 네가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헌터들은 헌팅 중에 술을 마시면 안된다.”
“아, 그래요? 하지만 이 술은 마시면서 바로 알코올이 증발해서 괜찮을 텐데요.”
“형님, 그렇대잖수!”
장춘기가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아흐.. 독하다.”
“식사하세요.”
진우가 아구찜과 찬밥을 내어놓고 자리를 뜨려고 할 때 장춘기의 눈이 커졌다.
“형님, 그 술 안 먹을 거면 나 주쇼.”
황민식이 술잔을 장춘기에게 내밀다가 도로 거두어들이더니 한입에 털어 넣었다. 잠시 후, 눈이 크게 떠지더니 김성민에게 어서 마시라고 재촉하였다.
“성민아, 빨리 마셔라.”
“저는 술 안 먹는데요?”
“술이 아니야. 얼른 마셔.”
김성민이 황민식의 말에 따라 술잔을 들이키더니 눈이 크게 떠졌다.
“이게 뭐야? 술은 술인데.. 술이 아니네?”
세 헌터들이 이미 싸움터에서 약재를 캐고 있는 진우를 돌아보았다.
“느껴지지?”
“당연하지 않수? 몸이 확 풀리는 이 기분! 와우, 한잔 더 먹고 싶은데..”
“근데 괜찮을까요? 그래도 술인데.. 차라리 포탈을 나간 후에 먹을 걸 그랬나 봐요.”
“진우가 괜찮다고 했으니 이유가 있겠지. 일단 먹자고! 아구가 아주 튼실하구먼. 진짜 소주가 생각이 나서 원!!”
황민식이 입맛을 다시며 아구살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