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문제라니? 무슨 문제?”
“치우님이 사라지셨습니다.”
“사라져? 언제?”
“이틀쯤 전에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하시더니 그 이후로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이틀 전이면… 흐음..”
치우를 걱정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는 반신이다. 반신을 걱정하는 짓만큼 쓸데없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동료이니만큼 그를 찾아보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디로 가신다는 말씀은 없었나?”
“그저 가벼운 산책이라고만 하셔서…”
“일단 자금성부터 뒤져보도록 하지.”
“네, 팀장님.”
**
옥좌를 뜯어낸 자리에는 아래로 향하는 숨겨진 계단이 있었다. 이들이 이 계단을 찾은 것은 5일 전, 지금까지 왜 이곳에서 버티고 있었던 것일까?
“조심하라고.”
몽달이 앞장섰다. 소룡이, 길동이, 진우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은혜가 긴장된 표정으로 진우의 손을 잡고 있었다.
“누님, 조심하쇼.”
“응.”
사이마루의 염려에 은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 은혜가 돌아왔다.
**
오일 전, 지하 계단을 발견한 진우 일행이 머리를 맞대고 모였다.
“느낌이 쎄하지?”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우놈을 불러볼까?”
진우가 호리병을 잡고 뒤집어 흔들었다.
“아따, 주인놈아. 왜 자꾸 불러대는 거냐?”
기세등등하게 외치던 사이마루가 진우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급히 꼬리를 말았다.
“주인님, 찾으셨습니까요?”
“발은 어떻게 되었지?”
“거의 끝나가는 듯합니다요.”
“치우 스승님이 가르쳐주신 방법대로라면 벌써 끝났어야 했어.”
“그러긴 한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듯합니다요. 아무래도 발이라는 인격체가 주인님과 생활을 하면서 쌓은 시간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입니다요.”
“흐음…”
발은 치우가 은혜의 영혼을 담기 위해 만든 그릇이라고 하였다. 치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우와 은혜의 존재를 알았고 이 세상에 은혜의 영혼이 담길 그릇이 없자 발이라는 그릇을 만들어 그 안에 봉인을 해 두었다고 하였다.
치우의 방식으로 은혜의 봉인을 풀기로 했다. 가장 안전한 곳이 호리병이었으니 발은 지금껏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호리병은 살아있는 존재는 담을 수 없는 그릇이었다. 하여 은혜가 부활하기 전에 발을 꺼내 놓아야 했다. 하여 사이마루가 발을 지켜보기 위해 호리병 안에 남게 된 것이다.
**
그리고 몇시간 전, 사이마루의 전언이 들려왔다.
[주인님, 지금입니다요.]사이마루의 급한 목소리에 발과 사이마루를 꺼내놓았다. 발의 몸에 은은한 빛이 일더니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오래 찾았던, 보고 싶었던 그녀가 잠든 채 누워있었다.
“자기야…”
진우가 은혜를 힘껏 안아주었다.
**
은혜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던 진우는 이제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하여 몽달 등과 상의한 끝에 마지막 여정을 떠나기로 하였다.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을 걷는 사이에도 진우와 은혜의 밀어가 계속되었다. 며칠 정도 쉬면서 은혜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진우에게 허락된 시간은 하루뿐이었다. 이 청춘남녀들에게는 그 짧은 시간으로 해후의 기쁨을 다하지 못하는 듯했다.
주로 진우가 떠들었고 은혜는 그런 진우의 말을 들으며 웃고 있었다. 가끔 그녀의 손이 진우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오디오가 없었다면 그런 달달한 청춘 드라마였겠지만..
“그러니까, 자기한테 꼬리치는 여자가 셋이나 된다고???”
“아니, 자기야. 그게 아니라..”
“호호호, 그래도 내가 제일 이쁘지?”
“그럼, 그렇지. 당연히 우리 자기가 제일 이쁘지.”
“이리 와서 내 눈 똑바로 봐!”
은혜가 진우의 볼을 잡아당기며 눈을 맞췄다.
“거짓말은 아니네.”
“당연하지.”
“걱정마, 내가 부활했으니 싹 정리해 버리겠어!!”
내 남자는 내가 지키겠다는 열의에 가득한 은혜.
뭐, 이랬다.
**
계단은 꽤 깊었다. 중간에 뭐라도 튀어 나올까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진우와 은혜의 만담 때문에 그런 긴장감 없이 계단의 끝에 이를 수 있었다.
진우가 그 끝에 이르러 은혜를 뒤를 돌리고 가장 앞에 섰다.
커다란 철문 하나가 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가 몇발 앞으로 걸어 나가 철문에 노크를 했다.
“계십니까?”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은혜만이 실소를 터트렸다. 컴컴한 지하계단 끝, 누가 봐도 수상한 철문 앞에서 노크와 인사라니..
“…. 누구냐?”
“오진우라고 합니다.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철문은 열려 있다. 하지만 들어오는 건 권하지 않는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진우가 문고리를 잡아당기려고 하자 몽달이 그런 진우의 손을 잡았다.
“친구, 기다리게.”
“왜?”
“내가 하겠네.”
몽달이 진우 대신 힘을 주어 철문을 열기 시작했다. 오래된 철문이었는지라 괴기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끼긱..끼기긱…
철문이 반쯤 열렸을 때 철문 고리를 잡고 있던 몽달이 사라졌다.
“몽달!!”
진우가 깜짝 놀라 몽달을 불러보았지만 몽달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권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철문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진우가 철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빌어먹을…”
진우의 기대와는 다르게 철문 안은 작은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복도가 끝나는 지점에 또하나의 작은 나무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셔버리자.”
길동이 봉을 꺼내 들었다. 진우가 길동을 만류하더니 나무문 끝에 걸린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길동에 의해 제지되었다.
“아무래 생각해봐도 말이야. 이건 우리들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길동이 문고리를 낚아채더니 문을 활짝 열었다.
길동이 스르륵 사라졌다. 소룡이 진우 곁에 서서 작게 속삭였다.
“백부님, 죽은 것은 아닐 겁니다.”
진우가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아마도 어디론가 끌려갔겠지.”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면 누군가와 신나게 한판 붙고 있을 겁니다.”
“내 생각도 그래.”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 나가죠.”
진우가 뒤를 돌아 은혜에 손을 내밀었다. 은혜가 다가와 진우의 손을 잡아주었다.
“가자, 은혜야.”
**
갑자기 세상이 변하더니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사방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래가 들려왔다. 병사들이 하나 둘씩 창을 던져버리고 슬픔에 젖어 있었고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그런 병사들을 독려하지 못했다.
사면초가!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렸다는 초패왕 항우의 최후의 전쟁터.
“네놈은 누구냐?”
“그게 항우 공의 한이었던 모양이오.”
“네놈은 누구냐 물었다.”
“나는 정우군의 장수 몽달 남이라고 하오.”
몽달이 포권을 취해 보이자 항우가 몽달을 유심히 살폈다.
“유방의 장수는 아닌 듯하군.”
“당연하오. 그리고 이곳도 공의 전장터가 아니오.”
“그래, 맞다. 이곳은 나의 전장터가 아니다. 나는 그저 이곳에 오는 자를 기다리며 슬픔을 달래고 있었을 뿐이다.”
“이런걸 가리켜, 문답무용이라고 한다지요?”
“하하하, 맞다. 내 비록 옥지기나 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오늘 그대를 만나고 보니 옥지기 노릇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무얼 대가로 받으셨습니까?”
“날 이긴다면 알려주지.”
항우의 거검이 몽달을 덮쳐갔다.
**
“여긴 어디래?”
길동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눈이 크게 떠졌다.
조잡한 글씨로 써 있는 깃발 하나.
[활빈당]“말도 안 돼.”
초가집 안에서 그리웠던 이들이 달려 나온다.
먹쇠, 돌쇠, 기탁이.. 울보 막내도 있다. 그들의 손에 낫과 부엌칼이 들려있었다.
“이딴 최면 따위!!”
길동이 봉을 꺼내 들고 빙빙 돌리며 그들을 맞이하였다. 길동의 봉이 그들의 머리를 깨부수기 위해 날아갔지만 그 끝에서 멈춰서야 했다.
푸욱…
울보 막내의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진 부엌칼이 길동의 배를 찌르고 들어왔다. 화끈한 감각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막내야…”
“오빠! 오빤 우릴 버렸어. 오빠만 살아서 호의호식했어. 오빤.. 배신자야.”
“아니야. 아니야.. 나도.. 죽을 만큼 고생했고… 너희들이 늘 그리웠다.”
“거짓말!”
몸에서 점점 기운이 빠져나가는지 길동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오빠는… 늘 비겁해.”
“…. 그래, 맞아. 나는 늘 비겁했어.”
**
나무문이 열렸다. 진우가 그 안으로 한발을 떼려 하자 소룡이 웃으며 진우의 팔을 잡았다.
“제 몫입니다. 백부님.”
그러나 진우도 소룡의 팔을 잡고 소룡을 제지하였다.
“아니, 이 앞은 내 몫인 듯싶구나. 은혜를 잘 부탁한다.”
진우가 나무문 안으로 들어갔다.
**
어린 진우가 악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눈이 반쯤 튀어나온 악귀 하나가 진우를 장난감 가지고 놀 듯 놀았다.
[너를 잡아먹을 거야. 네 눈알을 뽑아서 내 눈알과 바꿔야지? 크크크]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진우의 턱을 쓰다듬으며 처량한 음색으로 말했다.
[내 아이야.. 엄마야.. 이리와..]“아줌마는 내 엄마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가세요.”
[나쁜 아이로구나! 혼이 나야겠어. 네 심장을 뽑아버리면 이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아이가 되겠지? 오호호호]“잘못했어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고개를 떨군 진우가 허공에 대고 두 손을 싹싹 빌고 있었다.
[사라지거라!]기품 있는 여인이 나타나자 악귀들이 기겁을 하며 사라졌다.
“엄마!!”
진우가 여인의 품에 안겨 울었다.
[엄마가 늦었지? 미안해 진우야.]“아니야, 아니야. 엄마!”
[그런데 진우야…]“응, 엄마.”
[엄마는 이제 떠나야 할 것 같아.]“안돼 엄마 가지마. 엄마.. 엄마..”
여인이 사라져 간다. 진우가 필사적으로 여인의 손을 잡으려 하였지만 진우의 손은 허공만 스칠 뿐이었다.
[행복해야 해. 내 아들!]“엄마, 엄마!!”
진우가 눈을 떴다. 눈물을 쓰윽 닦아낸 진우가 방 한구석에서 초라하게 앉아있는 노인에게 인상을 썼다.
“악취미는 여전하십니다.”
“왔느냐?”
몇 살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 머리는 듬성듬성 빠져 있었고 눈은 퀭하여 좀비라고 하여도 믿을 정도였다.
“늘 이런 모습으로 보는 것 같군요. 팔잔가?”
“이번에는 좀 나은 모습으로 널 만나려 하였는데 운명이 그러한 모양이구나.”
“어쩌다 이 꼴이 되셨습니까?”
“어쩌다라… 앙큼한 것들에게 속은 것이지.”
“속았다구요? 천하의 당신이?”
“크크크 나라고 별수 있겠느냐? 그 껍데기들과의 인연에 깜빡 속은 것이지.”
“앞에 있는 애들은 뭡니까?”
“뭐긴 뭐겠느냐? 날 지키는 옥지기들이지.”
“한이 많은 영혼만 모아 놨더군요?”
“원래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 원하는 게 있으니 저리 순순히 끌려 나와 치욕을 당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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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라… 누구의 작품입니까?”
“너도 짐작하고 있을 텐데?”
“역시, 그 세 영감들의 작품입니까?”
“또 하나 있다. 그들을 조력하는 자가..”
진우의 눈에 이체가 돌았다.
“그가 누굽니까?”
“미안하구나. 알려주고 싶지만 나도 그 욕심 많은 이중 하나라서 말이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 몸으로 뭘 하겠다는 겁니까?”
“몸 상태가 이래도 이 몸은 오진우의 몸이니 그럭저럭 쓸만하단다.”
그가 신력을 일으키자 석실 안에 태풍이 몰아쳤다.
“이러면 다 무너집니다.”
“내 알 바 아니다.”
“젠장!”
**
“헉..헉..헉.. 좋은 승부였다.”
항우가 거검에 몸을 기대며 서 있었다. 반면 몽달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누가 보아도 항우의 승리.
그러나 항우의 거검이 반으로 부러지며 항우의 몸이 모로 쓰러졌다.
“대답을 해주셔야 하지 않겠소?”
“황룡이 말하길, 내가 이기면 내가 이기는 역사를 갖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 더이상 초가의 노래에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우희가 보고 싶군.”
항우가 눈을 감았다. 패장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편안했다. 그의 한은 조금이라도 사그러 들었을까?
몽달이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황룡이라.. 황룡이란 말이지? 친구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군.”
몽달도 힘에 부치는지 눈을 감고 말았다.
**
만신창이가 된 길동이 아이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이 형, 이 오라비의 잘못이다. 너희들은 잘못이 없으니… 그만 화를 풀 거라.”
아이들의 손에 들린 낫과 호미, 부엌칼을 하나씩 받아든 길동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다음에는 꼭.. 너희들을 지킬 힘을 가지마.”
“약속한 거지?”
“그래.. 다음에는 꼭..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너희들을 지키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마.”
“그럼 이제 용서할게.”
아이들이 비로소 웃었다. 한을 푼 것일까? 아이들이 점점 투명해져갔다. 길동이 아이들을 안아주었다. 길동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활빈당의 처음에서 길동은 가슴 깊숙이 숨겨두었던 응어리를 풀었다.
“친구들에게 가야하는데… 남은 힘이 없네.”
길동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
“여기서 이러지 말고, 돌아갑시다.”
“하하하, 너는 여전하구나.”
“당신이 원했던 몸뚱이도 얻었으니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면 될 거 아닙니까?”
“진우야. 오진우야. 나의 아들아. 너는 늘 그렇구나.”
“내겐 천문도룡도가 있습니다. 생기도 채웠고 신력도 충분합니다. 천문을 열고…”
“멍청한 놈! 나를 이 꼴로 만든 이가 그들이었다. 나에게는 천문을 열 수 있는 천문도룡도도, 생기도, 신력도 있었다. 그런데 왜 천문을 열지 못했겠느냐?”
“…. 그게 무슨..”
“그 검은 가짜다.”
“….뭐요?”
시간이 멈춘 듯 폭풍 속에 고요가 찾아들었다.
“이 세상은 가짜다. 그럼 당연히 그 검도 가짜지 않겠느냐?”
“당신이 가지고 왔던 검도 있을 것이 아닙니까?”
“후후.. 그 검을 빼앗겼다. 하여 이 꼴이 된 채로 이렇게 몇십 년을 강금 당해 있는 것이다.”
“천문을 열어 달라 한 거군요.”
“그 세상은 나의 것! 그딴 놈들에게 짓밟히게 그냥 둘 수는 없지. 클클클”
미쳤지만, 그 미친 자존감이 저 세상을 구한 모양이다.
“날 이기면 그들이 진짜를 준다고 합디까?”
“천만에 그들은 나에게 어떠한 것도 주지 않는다. 내 스스로 가질 뿐이지.”
“무얼 말입니까?”
“황룡을 이길 수 있는 너의 몸뚱이. 크크크”
“결국은… 돌고 돌아 또 내 몸이군요.”
“그것을 가리켜 운명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다시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
그의 힘은 전과는 크게 달랐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그저 신력을 내뻗었을 뿐이었는데 진우는 그 힘을 피하지 못했다. 오히려 마치 껌이 달라붙는 듯 진우의 움직임에 따라 그의 신력이 따라 움직였다. 당황한 진우가 술법을 펼쳐 그이 힘을 막으려 하였지만 그의 신력은 단숨에 술법을 뚫어버리고 진우의 몸을 묶어버렸다.
“많이 놀란 모양이지?”
그의 신력이 진우의 정신을 파고 들었다. 영혼이 육체에서 뽑혀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였음을 자책했다.
“왜! 왜 그러는 겁니까!”
“무엇이 말이냐?”
“저에게.. 저에게 천문을 열어달라고 하여도…”
“하하하, 하하하. 너는 늘 그렇구나. 늘 어린아이처럼 징징거리기만 하지.”
그가 비웃었다.
“너에게 왜 부탁을 하지 않느냐고? 그건 말이다.. 너와 나는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잘 생각해 보거라. 내가 몇 번째로 천문을 열었을 것 같은지… 하하하. 하하하.”
영혼이 찢겨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진우의 머리가 맹렬히 회전하였다. 천문을 열어도 건너편 세상에 나와 같은 육신이 없다면 그 세상에 온전히 안착할 수 없다. 은혜가 그러했다. 임시적으로 육신을 가질 수 있지만 부작용이 생겨 은혜는 치우에게 봉인을 당했다.
‘부작용!’
진우가 억지로 눈을 떠 그의 모습을 살폈다. 그는 육신을 잃은 상태로 천문 너머로 들어갔다. 그런데 멀쩡히 육신을 가지도 돌아왔다. 그리고…
[60년 전, 너와 똑같은 모습을 한 그를 보았다.]인신의 말이 머릿속을 크게 울렸다.
‘나와 똑같은 모습!! 설마..?’
그의 몸에서 그의 영혼이 빠져나와 진우의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
“으윽… 이럴 수가…”
진우의 몸을 잠식한 그의 말 한마디.
진우의 몸이 그의 영혼을 거부하며 그의 영혼이 본래의 몸으로 튕겨 나가버렸다.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바닥으로 쓰러져 버린 진우가 힘겹게 눈을 떴다.
“뭐지?”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며 진우의 영혼이 소멸할 찰나 진우의 몸속에 가득 채워져 있던 생기가 그의 영혼을 밀어내며 진우의 영혼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았다.
“빌어먹을! 모든 게 완벽했는데!”
좀비의 몸으로 돌아간 그가 이를 갈며 진우를 노려보았다. 진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어 있을 때 진우의 뒤에서 진우의 궁금증을 풀어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은 제자 놈아! 그것이 남의 몸을 탐한 자의 죗값이니라..”
“치우.. 스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