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 Station RAW novel - Chapter 16
06. 사건의 이면
“어서 와요. 오느라 힘들었겠어요. 날이 많이 더워져서.”
“이거.”
“아, 그냥 와도 되는데.”
“뭘 사 올까 하다가 웬만한 건 집에 있을 거 같아서요.”
차언은 송아가 건네는 예쁜 케이크 상자를 받아들었다.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는지 처음 보는 상자였다. 차분하고 단정한 여자는 그녀만큼이나 흠 하나 없이 깨끗하게 크림이 발린 케이크를 내밀었다.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아이가 등원하고 오랜만에 시간이 생긴 두 여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차언은 깔끔한 원피스 차림으로 거실을 둘러보는 송아를 힐끔거렸다. 그러다 지난번 회사 주차장에서 카섹스를 벌이던 종섭과 그녀가 생각나자 얼굴에 열이 뭉게뭉게 올랐다. 차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아내를 따먹던 김종섭은 상스러운 말을 마구 지껄이며 저렇게 예쁘고 단아한 여자의 엉덩이를 찰싹거리고 있었다.
그땐 휙 고개를 돌리고 얼른 차에 올라탔었다. 언뜻 보고 들었지만, 분명 김종섭과 그의 어린 아내였다. 부드럽고 가냘픈 목소리가 싼다고 울었던 거 같은데…….
“도와드릴 거 없을까요?”
차언은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뺨으로 주방에 들어온 송아를 발견하곤 제풀에 놀라 흠칫했다.
“아, 아뇨. 커피만 내리면 돼요.”
케이크 조각과 커피를 간단하게 준비한 차언은 두 손으로 커피 잔을 쥐고 정갈하게 마시는 송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무지막지한 김종섭이 죽고 못 사는 여자. 한 여자한테 정착해서 살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던 남자라, 그 남자가 애정을 쏟는 대상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와 주셔서 감사하죠.”
날이 제법 더워졌다는 가벼운 스몰토크부터 시작해 애들 얘기, 일 얘기 같은 사적인 이야기가 라이트하게 이어졌다. 그보다 더 깊은 대화는 서로에게 실례인 것을 알기에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예의 없이 이것저것 물어 대며, 서로가 곤혹스러운 것보다야 적당히 선을 지켜 지금처럼 따뜻한 오후를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 퍽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아앙! 앙! 아흐아아! 잠깐, 여, 보! 아앙!”
“공주 조개 씨발, 존나 맛있어서 오빠가 정신을 못 차리겠다. 아. 자기, 괜찮으니까 싸.”
차 문이 열려 있어 그 안쪽은 언뜻언뜻 보였지만 차 문 밖으로 시원하게 포물선을 그리던 오줌발. 이윽고 잦아들자 다시금 찔뻑거리며 자지를 맛나게 먹던 보지 소리와 찰싹거리며 엉덩이를 때리던 소리.
“어으, 흐, 으응, 아앙, 앙! 앙!”
“공주야, 임신하게 자지 더 깊이 쑤셔 봐. 아니다, 씹까시 해 줄까? 어? 좆까시 한다고?”
하읏, 하, 핫, 아, 아! 앙! 아앙! 주차장 한가득 울리던 질척하고 상스러운 교접음.
“아앗!”
차언은 멍하니 그날을 떠올리다 말고 찻잔을 떨어뜨렸다. 테이블 위에서 엎어진 잔이 담고 있던 브라운색 커피를 사방으로 튕겨 냈다.
툭, 건드려 쏟아져 나온 커피가 테이블 유리를 죄 적시고 허벅지까지 뚝뚝 방울이 떨어졌다. 차언은 놀라 벌떡 일어섰다. 덩달아 당혹스러운 눈을 한 송아가 그녀를 본다. 그녀를 보다 말고 이런 불경스러운 생각에 잠겨 있던 것도 창피한데, 혹여 제 생각을 그녀가 알아차리기라도 할까 횡설수설했다.
“아, 어, 커, 커피가 너무 뜨거워서요. 왜, 왜 이렇게 안 식지.”
식다 못해 미지근해진 커피를 닦으며 헛소리를 지껄였다. 하지만 여자는 의아해하지도, 뭐가 뜨겁냐고 한소리를 보태지도 않고 묵묵히 테이블을 닦을 뿐이었다.
그간 김종섭이나 최시백, 차건주까지 저와 권석이 장소도 가리지 않고 붙어먹는 꼴을 다 봤는데, 새삼 감당할 수 없는 쪽팔림이 끓어 넘친다. 책상 아래에 가려 붙어먹는 부위는 보이지 않았었지만 제 구멍을 좆으로 박아둔 채 최시백의 보고를 들었고, 정액을 싸면서 차건주가 급히 건네는 서류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럴 때마다 신음을 참으려 입을 꾹 틀어막으며 보지 깊은 곳까지 퍽, 퍽 꿰뚫렸다. 권석의 연락을 받고 문밖에서 대기중이던 김종섭이 히죽 웃으며 그의 위에서 내려오는 자신을 쳐다보기도 했다.
이젠 그런 것들도 적응이 되어 버려 어느 정도 견딜 만하다 생각했는데, 자신이 관찰자 입장이 되어보니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었다.
쏟은 것을 닦고 나서 차언은 머릿속으로 난잡한 생각을 한 것에 대해 사죄라도 하듯 미안하다 사과했다.
“아니에요. 데이진 않으셨어요?”
“괜찮아요.”
자신과 달리 송아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다시금 커피 잔을 들 뿐이었다.
권석의 퇴근이 전에 없이 일렀다.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올 시간이 아닌데 들이닥친 차권석의 존재에 동시에 놀랐다. 퇴근이 이른 적이야 있었지만, 시간을 보니 거의 오찬 정도만 하고 곧장 온 것으로 보였다.
오늘 일찍 온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차언은 반가움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집에 든 손님이 있으니 차분하게 인사부터 시켰다. 자신이 구태여 말을 얹지 않아도 두 사람 역시 서로에 대해 잘 알 터였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송아를 보며 그가 가볍게 까딱 눈인사를 했다. 차언은 익숙하게 다가가 그의 재킷을 벗기고 옷가지를 안아 들었다. 침실까지 따라 들어가 셔츠 단추까지 제 손으로 벗기고 싶었지만 송아를 두고 따라 들어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전 이만 가 봐야겠어요. 초대 고마웠어요.”
송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드는데, 권석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꺼냈다. 약간의 의아함이 담긴 어조였다.
“자지가 근질근질해 보이길래 일찌감치 보냈는데 말이야. 떡 치러 간다고 나갔는데 못 받았나 봐.”
주어는 생략됐지만 그게 김종섭이라는 걸 이 자리에 있는 여자들 모두가 눈치챘다.
한창 떡 치는 중이어야 할 네가 왜 여기에 있냐는 노골적인 그의 말에 송아가 눈에 띄게 당혹했다.
달리 표정 변화도, 크게 덤벙거리지도 않던 여자가 처음으로 다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차언은 보았다. 부재중 전화 99통을.
“아.”
고개를 숙여 인사한 여자가 빠르게 집을 나갔다. 부재중 전화가 백 통… 저게 가능한 거구나. 차언은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차언은 손님을 배웅하고 곧장 권석을 찾아 침실로 들어갔다. 그가 풀어 놓은 넥타이를 들고 셔츠 단추를 풀어 주던 차언이 내심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저 근데 송아 씨랑 종섭 씨 말이에요. 엄청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때 주차장에서 보니까…….”
아, 이건 아니고. 하마터면 그날 주차장에서의 일을 발설할 뻔했다.
“암튼 잘 어울려 보여요.”
“걔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네?”
“너 허리 돌리는 거 봤으면 그렇게 생각했을 테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차언은 침실을 나가는 그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응? 무슨 소리예요.’, 그렇게 물으며. 드레스 룸으로, 주방으로, 욕실까지, 들어가는 그의 뒤에 서서 손을 씻는 남자 뒤에 버티고 섰다.
“따라다니는 거 안 지겹니.”
“나 허리 돌리는 거 봤다는 말이에요?”
김종섭이야 여러 번 눈 맞춘 채 섹스를 해서 알고 있지만 윤송아 씨는 언제?
“한두 번이 아닐 텐데, 왜 몰라.”
“응? 언제?”
그는 언제 어디라고 딱히 친절히 짚어 줄 기색이 아니었다.
“그럼 가장 최근엔 언제?”
그가 손을 닦고서 돌아서며 무심히 덧붙였다.
“주차장에서.”
차언은 나가 버리는 그의 뒷모습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가장 최근이라면, 이틀 전이었다. 문성 주차장에서. 섹스를 하느라 저 혼자 전라로 그의 위로 올라타 마구 엉덩이를 흔들며 남편 자지 따먹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던, 그날.
윤송아가 그런 자신을 봤다고?
하, 하, 하지만 새벽 3시쯤, 거의 대부분이 퇴근을 한 탓에 그 층수 주차장엔 차 두세 대가 덜렁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권석이 야근을 하는 차라고 그래서 문도 열어 두고 떡을 쳤었다.
사실 누가 볼까 너무나 불안했지만, 그날 먹은 이 남자의 자지가 너무 맛있어 야외라는 것도 깜빡 잊고 있었다. 제 불찰이었다. 엉덩이 두 알을 활짝 내보인 채 열심히 떡판을 흔들어 남편의 굵직한 고동색 자지를 먹고, 또 먹고, 좋다고 보짓물을 시원하게 싸고, 조갯길을 조여 자지 고기를 게걸스럽게 빨고, 엉덩이만 개처럼 흔들면서 권석과 키스하고.
그랬었… 는데. 그걸 윤송아가 봤, 봤다고?
차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다 황급하게 주방에 있는 권석을 찾아 나섰다.
“그, 그게 전부죠. 뭐 더 없는 거죠?”
“글쎄. 네가 알고 싶지 않아 하는 거 같은데 굳이 말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
“언, 언제 또?”
“저녁 식사.”
“응? 저녁 식사?”
그가 마신 물컵을 내려두고 거실로 나갔다. 차언은 단어 하나에 수많은 것들을 기억해 냈다.
일주일 전쯤 김종섭 내외와 우연히 함께 저녁 식사를 했었다. 그날 권석과 단둘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출장길에서 서울로 올라오고 있는 김종섭이 합류할까 묻는 전화가 왔었다.
자신까지 있다는 말에 아내와 함께 오겠다고 해서 데이트도 할 겸 식사를 하며 종섭을 기다렸었다. 식사를 잠시 멈춘 사이 모종의 대화로 인해 보지를 까고 그에게 대 줬는데, 그날… 그걸 봤다는 건가.
아무리 사적인 영역이 보장된 VIP룸이지만 습자지 같은 문 한 장뿐인 식당이라 그의 손수건을 잇새에 깨문 채 밑에서 푹푹 올려 치는 군고기를 받아 냈었다. 어찌나 밑에서 쳐 대는 힘이 거센지, 차언은 눈물 콧물 있는 대로 흘리며 죽자고 신음을 참아 냈지만 밖에서 들으려고 했다면 충분히 들렸을 것이다.
그에게서 등을 돌려 오줌 싸는 자세로 앉은 채 거방진 자지를 쉼 없이 먹던 자신은 끊임없이 조갯국물을 쏴 댔었다. 어디 그뿐인가, 제 소리를 듣고 누가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그만두자 했더니 벽에다 그대로 자신을 밀어붙이고선……. 차언은 더 생각하길 멈추었다.
언제 김종섭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아이러니하게도 쾌감에 불을 지폈던 것도 인정한다.
한방 거하게 정액을 쏜 그가 이윽고 단정하게 바지 지퍼를 올리곤 보짓물 범벅이 된 제 가랑이 사이를 살뜰히 빨아 주었다. 그 와중에도 슴르가슴에 출렁거리는 가슴을 치떨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덩이만 그를 향해 치켜든 채였다.
쭙쭙, 춥츱, 쪼옥쪽, 갖은 젖은 소리로 보까시, 그러니까 커닐을 이어 가던 그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제 씹물발에 잘했다고 엉덩이를 토닥여주었었다. 싸느라 벌렁거리는 구멍을 지켜보던 권석이 티슈로 오줌 구멍까지 닦아 주었다. 김종섭이 들어오면 눈치라도 챌까, 차언은 눈물을 훔치면서도 제 잔여물을 한동안 열심히 닦고 또 닦고, 지니고 있던 향수까지 칙칙 뿌려 댔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이 들어왔었다. 자신이 안 싼 게 없는 곳에서 태연하게 식사할 수가 없어 필사적으로 떼를 써 결국 식사 자리를 옮겼었다.
그럼 자신과 권석이 하던 짓을 김종섭 내외가 다 봤다는 말인가? 어쩐지.
“후끈하네. 형님 고기 하도 빨아서 형수 배부르겠어.”
“아니 왜, 분위기 좋구만 벌써 자리를 옮겨. 맛있는 냄새 나는데.”
같은 소리를 설마하니 왜 했을까 싶었는데. 김종섭이야 워낙 그런 꼴을 많이 봤으니 그렇다 치지만.
송아 씨까지 봤어. 다 본 거야.
허어엉.
차언은 울고 싶은 얼굴로 송아가 먹다 남긴 케이크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