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 Station RAW novel - Chapter 4
04.
선잠이 든 채로 밤을 샜다. 기다리던 주말인데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정식직원이 아니기에 퇴근 시간이 이른 주말은 유일하게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문제는 마음 놓고 쉬기엔 마음이 복잡하다는 데 있었다.
평소보다 일찍 미용실을 나온 차언은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다. 복잡한 생각을 하느라 온통 지끈거리는 몸을 온탕에 담갔다. 그리고 어젯밤 일을 곱씹었다.
두 사람이 무언가 주고받기로 했고 애란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대체 그게 무슨 뜻일까? 그 남자와 애란의 사이에 오고 간 모종의 거래가 있는데 거기에 자신이 끼어 있다.
잘 지켜보고 있을 테니 염려 말라는 소리는 다 뭐란 말인가.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 소린가? 모르지. 공과 사가 함께 얽혀 있는 건지.
자세한 건 몰라도 그 두 사람 사이에 자신이 개입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해답을 쥐고 있을 애란은 일도 나오지 않고 하루 종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분명 뭔가가 더 있긴 한데.
생각이 매듭지어 꼬여 머리가 아팠다.
“차언이 너 오랜만이다?”
“아, 서영 언니. 언니는 미용실 이제 안 와?”
“영림이 년이랑 싸웠어. 안 가.”
삼삼오오 모여 온탕 안으로 들어온 여자들은 다 아는 얼굴이었다.
이 동네 모텔에서 일하고, 근처 옷가게에서 일하고, 양장점에서 일하는 여자. 한동네에서 오래 산다는 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혼자 있고 싶을 땐 그게 참 안 좋다는 건 알겠다. 조용히 온탕에 몸이라도 담그려 했더니 그새 아는 얼굴들이 북적거리며 모여들었다.
“야, 너는 근데 어째 갈수록 더 예뻐져. 어?”
“학교 갔다더니, 얘 언제 돌아온 거야?”
“수지 그렇게 되고 돌아왔잖아. 아예 눌러 붙은 거야?”
“젖소만 한 거 달고 다니기 안 불편해? 우리 같은 소상인들한테 나눔 좀 해.”
“남친이 잘 주물러 줘?”
“아오, 김은영 씨. 주책 좀 그만 떠세요. 그래서 어떻게 만져 주는데? 같이 젖 두 쪽 달린 처진데 왜 공평하지가 못해.”
웃음소리가 작은 목욕탕을 가득 메운다. 참 언행도 거침이 없다. 쉽사리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하질 않나, 와서 가슴을 주물럭거려 보질 않나, 탱탱하다며 만져 보는 건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불쾌하지만은 않은 건 역시 너무도 잘 아는 얼굴들이라서 그럴 거다. 아주 어릴 때부터 봐 온 사람들이라 경계심이 풀렸다고 할까.
“차언이 도망간다. 김은영 너 때문이잖아.”
조용히 목욕을 하고 나가는 건 텄다. 어떻게 씻었는지, 정신이 없었다.
대충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고, 속옷을 주워 입고 있는데 아는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애란 언니.”
“어, 차언아. 목욕하러 왔어? 하고 가는 거야?”
“난 다 했어.”
애란이 다가와 마주 서는데 사물함 번호를 보니 자신의 옆 칸이다.
“저기 언니… 나 물어볼 거 있는데 말이야.”
“너 전화 오는데?”
“어?”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방학이라고 다들 연락도 뜸해진다 싶었더니 함께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었다.
“그럼 나 들어간다. 이따 전화해. 안 그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액정을 들여다보는 사이 애란이 휙휙 탈의를 하고 탕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차언은 사라진 애란의 자리를 보며 전화를 받았다. 어쩐 일인지 저녁이나 한 끼 하자는 연락이었다.
“정차언!”
아는 얼굴이 나란히 있었다. 급작스럽게 휴학을 하는 바람에 교제를 시작하자마자 묘하게 끝이 났던 같은 과 2년 선배 도원도 그 자리에 함께였다.
“밥 먹는다더니.”
“새삼스럽기는. 너 왜 그래 거리감 느껴지게.”
호프집으로 부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뽀얀 어묵 국물을 보며 쓰게 웃었다. 1년 전, 친구들과 함께 자주 왔던 곳이었다. 다들 유독 이 집 어묵탕을 좋아했었다.
어학연수를 갔다던 친구 효정도 있었다. 그새 돌아왔구나, 짧은 안부 인사를 건넸다. 어학연수를 가고, 방학 동안 해외여행을 가고, 여전한 친구들이 부럽기보다는 그들 속에 함께 섞여 있어 좋았다.
“야, 넌 어떻게 살았어. 요샌 연락도 한 통 없고.”
“그냥… 알바도 하고 그렇지 뭐.”
안부 인사를 채 끝내기도 전에 술이 가득 든 잔이 놓였다.
깔깔거리는 친구들이 또 술 한 잔을 비운다. 차언은 잔 안에 가득 담긴 술을 건드리지도 않고 어묵을 집어 먹었다.
1년 전, 언니의 시신을 수습한 후론 술은 제게 트라우마처럼 남았다. 빨간 핏물 속에 잠긴 언니 곁에 있던 소주병, 욕실에 쏟아져 있던 술. 술 냄새를 맡으면 자꾸만 그날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억에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게 1년쯤 갔다. 모란 미용실 회식 자리, 저라고 안 가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꼭 자신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진 것 같았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그날의 기억에 발목 잡힌 사람처럼.
언제까지 저라고 이렇게 살 순 없는데. 애란의 말처럼, 지금의 친구들처럼, 예전의 일상을 찾아야 하는데. 그 간단하고 쉬운 것이 지금 제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 됐다.
처음엔 피 냄새도 힘들었다. 석진의 피 냄새로 가득했던 그날도 토하고 어지럽긴 했지만, 그 정도면 괜찮아진 편이었다. 하지만 술 냄새만큼은 아직도 힘들었다. 어쩌면 피 냄새보다도 더 강렬하게 뇌리에 남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수지가 잘 마시지도 않던 술병이 이리저리 쏟아져 있었다.
생각 말자. 앞으로 나아가진 못해도 되돌아가진 말아.
차언은 맥주잔 가득 뒤섞인 술을 집어 들었다. 이젠 벗어나야 한다. 벗어날 때도 됐잖아.
눈을 감고 친구들이 채운 잔을 모조리 비웠다. 근 1년 만에 마신 알코올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생각하지 마. 언니는 생각하지 마. 떠올리지 마. 자꾸만 파편처럼 떠오르는 언니의 모습에 차언은 한 잔을 더 채워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 맞다. 정해주, 이정우랑 사귄다며. 둘이 모텔 들어가는 거 본 사람 존나 많아.”
“이정우 걔는 소문 더럽다고 1학년 때부터 말 많았잖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속에서 차언은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 도피처로 택한 곳이 대학이었다. 남들처럼 공부로 성공해 보고자 하는 거창한 야심보다는 그저 남들만큼 평범해지고 싶어서였다.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평범하게 강의 끝나면 커피도 마시고, 저녁엔 호프집에서 한잔 마시며 떠들기도 하고. 지금 눈앞의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차언은 울컥거리는 기분을 삼키고 친구들 사이에 섞여 술잔을 들었다.
호프집을 나와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등을 톡 건드리는 바람에 지갑을 떨어뜨렸다. 고개를 들었다.
지갑을 주워 건네며 도원이 옆자리에 앉는다.
“너 근데 진짜 왜 그동안 연락도 안 됐어. 전화 많이 했었는데.”
이도원. 군대를 다녀와 시커먼 아저씨들이 다 된 복학생들 사이에서 제게 유일하게 남자로 다가왔던 사람이었다.
“일하느라 좀 바빴어요.”
“1년 동안 알바만 했어? 워홀 준비 중이야?”
“등록금 때문에요.”
“아.”
실은 등록금은 핑계였다. 사실 대출을 받자면 어떻게든 학자금대출을 더 받아서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안 사정을 구구절절 풀어놓을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랬다간 중학교 때 친구들처럼 다신 놀지 않겠다고 등을 돌릴지도 몰랐다.
뭐, 여기저기 쟤 집안이 어떻다느니, 어떤 동네에 산다느니, 그런 소문이 삽시에 학교에 돌아다니며 저 역시 소문 속 닳고 닳은 여자가 돼 있겠지.
도원이 그런 남자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땐 좋지 않은 속사정을 일부러 말할 필요가 하등 없었다.
“근데 선배는 어쩐 일이에요?”
“효정이가 너 나온다길래 그냥 공부하다가 잠시 와 본 거야.”
어쩐지 후배들이랑은 잘 어울리지도 않았으면서 애들 사이에 틀린 그림처럼 이질적으로 끼어 있던 그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더위가 한풀 꺾여 어느새 바람이 선선했다. 차언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을 넘겼다.
“그러고 보니 너 집이 어딘지 안 물어봤네. 가자, 데려다줄게.”
학기 중엔 학교 앞 자취방에 살았으니, 모르는 편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아니에요. 혼자 가면 돼요. 버스도 곧 끊길 거 같은데.”
“너 데려다주고 택시 타고 가면 돼.”
“전 혼자 갈래요, 선배. 괜찮아요.”
“넌 참 비밀이 많아. 그래서 더 알고 싶기도 하고, 안달 나기도 하고. 그랬는데.”
도원이 바람에 흐트러진 차언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싱긋 웃었다.
“다음 학기에도 휴학?”
“잘… 모르겠어요. 쉬는 김에 조금 더 쉴까 싶기도 하고 해서요. 선배도 다음 학기가 막학기죠?”
“어. 이젠 진짜 취업해야지.”
“복학 못 하게 되면 학교로 한번 찾아갈게요. 밥 한 끼 해요.”
“저기, 차언아.”
“네?”
“…아니. 여기 머리카락.”
귀 부분을 만지며 묻은 것을 털어 주는 그가 지그시 웃는다.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학교에 입학했을 때 마음으로 의지했던 선배기도 했다.
“정말 그간 잘 지냈던 거지?”
“…네.”
“그래, 다행이다. 네가 갑자기 휴학하고 사라져서 걱정 정말 많이 했어. 연락도 안 되고.”
그렇게 심적으로 의지가 되던 도원도 무용지물이었던 나날이었다.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미용실로 나오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고요한 밤거리에 흘러나오는 호프집 노랫소리, 방학이지만 자취방을 떠나지 않은 대학생들 덕분에 장사를 이어 나가는 대학가 유흥거리. 익숙하지만 한편으론 낯설었다.
한참을 그렇게 나란히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침묵이 싫지 않았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눈치 없는 애들보다야 으레 좋지 않은 일이 있었겠거니 말없이 넘어가 주는 선배가 나았으니까.
“어, 버스 왔네요. 저 갈게요.”
“늦게라도 좋으니까 연락해. 알았지?”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도원의 눈을 애써 외면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늦은 밤. 빙글거리는 머릿속만큼이나 가슴 속이 뱅뱅 돈다. 차라리 더 마시고 확 정신이라도 놨으면 나았을 것을. 애매하게 취해 기분만 꿀꿀했다.
버스를 타고도 종점에 근접한 먼 거리에 위치한 동네.
차언은 버스에서 내려 익숙한 동네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아직 손님 받기에 한창인 홍등가는 불빛이 환했다. 걷고, 걷고, 느리게 미용실을 지나치고, 양장점을 스쳐 지나갔다. 조금 더 어둑한 골목으로 접어든 순간이었다.
손가락이 따가워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언제 긁힌 건지 핏물이 배어 나온 손가락 끝이 시뻘겠다.
“언제… 긁힌 거지.”
손가락을 꾹 누르자 붉은 핏방울이 또륵 손날을 타고 흐른다. 주먹을 꾹 쥐고 다시 집으로 걸으려 걸음을 디디는데 바닥이 질척했다. 밤새 내린 비로 생긴 물웅덩이를 밟았다. 손끝에 대롱대롱 맺혀 있던 핏방울이 툭 떨어져 웅덩이 속으로 사라진다.
물웅덩이에서 작은 파동이 일었다. 욕조 속에 잠겨 있던 언니, 생각지 말라고 고개를 저을수록 그날의 충격이 오늘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트라우마는 작은 점 하나에도 예상치 못한 타격으로 발현되어 돌아올 때가 있다. 숨을 쉴 때마다 나는 술 냄새, 붉은 피, 비린내. 차언은 그 자리에 멈춰서 숨을 꾹 참았다. 다시 참았던 숨을 후우 내쉬려 입을 떼는 순간 호흡이 되지 않았다.
축 늘어진 채 물속에 잠겨 있던 수지와 욕실 바닥에 흥건했던 술. 수지에게로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던 자신. 일어나 보라며 차가워진 수지를 흔들었던 손.
왜 자신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도 못하고 여전히 그날,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 기분일까.
취기에 머리가 꿀렁거리며 더욱 그날의 기억이 생생해지기까지 했다.
술만 마시면 늘 그날로 되돌아가는 시간.
“안, 돼. 아니야. 아니, 아니야! 아냐! 안 돼!!”
귀를 틀어막고서 고함을 질렀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머릿속이 쑥대밭이 됐다. 모든 게 엉켜 뒤죽박죽이었다. 취기 때문인지 나가 버린 정신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휘청거리며 주저앉으려는 순간, 불쑥 나타난 손 하나가 어깨를 단단하게 잡아 일으켜 돌려세웠다.
“정차언.”
“아냐, 아니야. 아니, 아니야.”
정신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고, 가지 말라고, 이렇게 나만 혼자 두고 그러지 말라고. 붙잡았다. 눈앞의 남자를 붙잡아 당겼다.
“아니야… 아니…….”
“그래, 다 아니다. 아냐. 아니니까 정신 차려.”
남자의 셔츠를 쥐어뜯으며 고개를 젓던 차언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뒤통수를 눌러 끌어안아 주는 남자의 품을 꼭 끌어 왔다.
무서워, 가지 마. 두고 가지 마. 제발. 혼자 내버려 두지 마. 언니, 내가 다 잘못했어.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던 차언이 눈을 감은 건 남자의 너른 가슴 안에서 안정적으로 뛰고 있는 심박동 때문이었다. 날뛰고 어쩔 줄을 모르던 심장이 차츰 그를 따라 긴장을 풀어 갔다. 몸에 힘이 풀렸다.
아주 한참 만에야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익숙한 냄새였다. 남자의 스킨 냄새. 사방이 막힌 차내도 익숙했다.
차언은 고개를 슬쩍 올려 보았다. 가만히 차 문에 기대 눈을 감고 있는 권석이 보였다. 그제야 지금 제가 어디에서 누구의 가슴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는지 알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힐끗 고개를 돌려 차 뒷유리를 돌아보았다. 검은 세단 한 대가 나란히 붙어 서 있었다. 남자의 수하들이 앞좌석에 없는 것으로 보아 저 뒤차에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은 되나 알 길이 없었다.
일어나려 상체를 들어 올리던 차언은 핑글 돌아가는 어지럼증에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하여튼 취향 참 독특해.”
“까, 깜짝아. 예?”
“핑크, 레드, 뭐 이런 화려한 컬러를 좋아하나 봐?”
“뜬금없이요?”
“뜬금없지 않을 텐데.”
엉덩이를 들썩거리자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던 남자의 눈썹이 조금 일그러진다.
“조심 좀 해 줘. 모텔에서 10년을 사셔서 잘 아시겠지만 네가 깔고 앉은 게 예민한 부위잖냐. 좀 세심하게. 음?”
섬세하게 다뤄 달라며 나른하게 눈을 뜬 남자의 눈동자가, 눈꼬리가 조금 예민해져 있다는 걸 알았다.
“네?”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 시트 쪽을 내려다보았다. 치마가 한껏 말려 올라가 핑크색 팬티가 다 드러난 상태로 그의 하반신 위에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었다. 자신이 그를 깔고 앉아 있단 걸 발견한 차언이 팔딱 뛰었다.
“꺅!”
화들짝 놀라 치마를 내리려 들썩거리는데 본의 아니게 그를 자극한 꼴이 된 건지 바지춤 중앙에 있는 팽팽한 것이 더욱 벌떡거리는 게 느껴졌다. 엉덩이 골을 묵직하게 채운 막대 기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일어서려 힘을 준다는 것이 미끄럼틀을 타며 본의 아니게 더욱 압박을 가했다.
“야, 야.”
인상을 쓰는 그가 손가락을 말아 딱콩, 이마를 때린다. 결국 제대로 내리지 못한 치마가 엉거주춤 말려 있었다. 차언은 치마를 밑으로 내리며 엉덩이 아래로 손을 넣어 스커트를 펴다가 손등에 닿는 말도 안 되는 부피에 몸 둘 바를 찾지 못해 들썩거렸다.
남자의 성기 정도는 저도 어찌 생겼는지, 남녀의 섭리가 어떠한 건지 잘 알고 있다.
아니, 살고 있는 동네가 동네인지라 그쪽으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지만 이런 크기는 난생 듣도 보도 못했는지라.
“왜, 한번 주물러도 보지.”
당장 이 동네 여자들이 둘만 모여도 이런 이야기는 일상생활처럼 한다. 남자 성기가 어떠네 저떠네, 누구 자지가 대물이네.
그 사이에서 자신이 주체적으로 끼여 본 적도, 딱히 관심 있게 들어 본 적도 없었지만, 귀동냥만도 몇 해였다. 한데도 왜 이렇게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지, 당황으로 얼룩진 얼굴을 보는 그는 기가 차다는 듯 조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아니…….”
“아니긴 뭘 아냐. 여태 잘만 버릇없이 굴더니 왜 이제 와 얌전해지셨을까그래.”
휙 고개를 돌렸다. 무엇 때문인지 이유 모를 열로 눈가가 뜨끈뜨끈했다. 일어서려 몸을 버둥거려도 좁으니 얌전히 있으라는 협박성 짙은 말이 떨어질 뿐이었다. 한 대 맞을까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떡 동네에 살면서 안 어울리게 내숭은.”
이런 데 산다고 다 그런 거 아닌데, 쏘아붙여야 하는데 차언은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못된 말만 골라 하면서 저런 눈을 하고 있으면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 걸까?
“너 아까 왜 그랬는데.”
“아까요? 아까 어떤…….”
패닉이 와 정신이 나갔었던 자신을 떠올린 차언은 치마 밑단을 꾸깃거렸다.
“가끔 그래요. 언니 때문에…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괜찮지 않은가 봐요.”
“너도 참 병이다.”
“저도 얼른 괜찮고 싶은데 내 마음이 마음 같지가 않아요.”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몸이 고달프면 마음 복잡한 거야 아무것도 아니지.”
“저도 그거 안 해 본 거 아니에요. 일부러 밤낮없이 미용실에 붙어서 정말 열심히 잡일만 했는데도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더라구요.”
“그러니까 몸을 개같이 굴려야지. 쉬운 거 놔두고 왜 헛짓거리를 사서 해.”
“예?”
이 남자가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가 눈을 깜빡거리던 차언은 제 엉덩이 아래 깔린 거대한 것이 불끈거리는 순간 깨달았다. 입술을 꾹 닫고 다시 일어나려 남자의 복근을 짚었지만, 손목을 낚아채여 다시 주저앉게 될 뿐이었다.
“순 저질이야.”
“저질 화내고 싶지 않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 좁아.”
일어서려 팔딱거리는 그녀를 가만히 보고만 있는 남자의 눈을 보자니 어디선가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에게 자신은 힘없는 개구리쯤이겠지. 마음만 먹으면 꼼짝도 하지 못하고 밟혀 죽는.
“그러니까 그냥 절 여기서 내려가게 해 주시면…….”
“내 가슴팍은 안고 만지고 네 꼴리는 대로 다 써먹더니, 왜 이제 괜찮아지셨어?”
머리는 아직 정돈되지 않은 취기로 빙빙 돌고, 밑으로는 남자의 치부가 제 팬티 입구를 불룩하게 짓누르고 있다. 차언은 아래위로 가해지는 중압감에 정신이 다 혼미했다.
얇은 팬티 천 한가운데가 자꾸만 남자의 바지 앞 춤에 쓸리고 문드러지듯 눌린다. 그럴수록 붙잡힌 팔에 힘이 들어갔다. 펄떡거릴 때마다 더욱 밀착되는 게 누구의 몸짓 때문인지도 헷갈린다.
벗어나려 몸에 힘을 주면 머리가 어지럽고, 일으키려 할수록 주저앉게 된다.
결국 고개를 들어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째깍째깍, 고요한 차 안엔 남자의 손목시계 소리만 들리는 듯하다. 이유도 원인도 모르게 뛰어 대는 제 심장박동 소리가 행여 들리지는 않을지 그게 걱정됐다.
“비켜 주세요. 애란 언니 두고 이게 뭐 하는…….”
“궁금해지네. 네가 나랑 자면 너랑 나애란은 어떤 사이가 되는 거지?”
남자는 문득 궁금하다는 듯 뇌까렸다. 더없이 정갈한 옷차림을 하고서 차문에 느긋하게 기대어 저런 말을 하면서도 특유의 느긋한 표정을 유지한다.
어떤 삶을 살면 표정에 고저가 없는 거지. 기분이 나쁠 땐 미간을 찌푸리고, 눈썹이 일그러지는 정도, 반대로 웃는 얼굴도 조롱 내지는 비웃음 정도밖에 본 적이 없는 듯했다.
“한 남자랑 번갈아 가면서 떡을 쳤는데 더 이상 친자매 같은 애틋한 사이는 아닐 거 아냐. 아, 그쪽으론 워낙 개방적이라 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대체 무슨…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구멍 동서는 아니니까 자지 동서? 한 자지 돌려 가며 따먹는 사이? 나애란 몰래 붙어먹은…….”
남자가 말을 잇다 말고 자신의 눈을 집요하게 본다.
“뭐, 그런 사이?”
대체 무엇에 취한 걸까, 자신은. 술인지 아픔인지 저 남자 특유의 향기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것이 한데 섞여 머리가 아팠다.
“저, 저, 궁금한 거 있어요. 애란 언니랑 진짜 스폰 관계 맞아요? 아니죠? 애란 언니한테 협박하신 거예요? 그게 아니고서야 언니가 왜. 대체 두 사람 뭘 한 거예요? 내가 모르는 뭐가 있는 거길래.”
“참 조잘대는 거 잘해.”
그가 아예 머리 밑에 팔 하나를 받치고 유유자적하게 본다. 덩달아 차언은 말이 빨라졌다.
“들었어요, 내가.”
“뭘.”
“두 사람 여기 골목 앞에서 말하는 거요. 언니가 저를 지켜본다는 식으로 말했잖아요.”
아무리 봐도 이 의심은 풀리지가 않는다. 분명, 애란과 애인 사이, 아니 스폰 사이라고 해도 대체 왜 이 남자가 애란을 볼 때 그토록 건조한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한번 그렇게 가닥이 잡히자 두 사람 사이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태 봐 온 것들도 그렇고, 애란을 구해 달라고 달려갔을 때 그토록 냉담하게 반응했던 것도 이 의문이 해소되면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맞는데, 스폰 그 뭐야. 씹질 존나 하는 사이.”
알게 모르게 올라간 그의 입꼬리가 더욱 수상쩍음을 부추겼다.
“아니잖아.”
딱콩, 또 땅콩을 먹이는 그가 스읍, 바람 소리를 내며 경고한다.
“점점 기어오른다, 어? 자꾸 맞먹어.”
아직 취기가 남은 건가. 저렇게 자꾸 땅콩을 먹이는데도 남자가 퍽 다정하게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알딸딸한 게 가시지 않아 코를 훌쩍였다.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딱히 숨기려고 드는 거 같지도 않은데 말을 않는 그는 장난치듯 느긋하게 자신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눈을 한참 마주하고 있는데 영문 모를 딸꾹질이 나왔다.
차언은 손등으로 입을 막았다. 이상하지. 여전히 제 몸에선 술 냄새가 나는데 다른 생각은 나지 않는다. 이 남자 때문일까. 괴로운 생각도, 자신을 갉아먹는 잡념도 깊숙이 가라앉은 것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제 번민을 모조리 거세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강렬한 남자.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남자의 존재는 제게 혼란만 가중시키면서도 묘하게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1, 2여 분 정도 딸꾹질을 멎게 하느라 입술을 누르고 있었을까. 순간, 그가 차문에 기대고 있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코앞까지 왔다. 놀라 딸꾹질이 멎었는지 더는 속이 아프지 않았다.
“내가 묻자.”
“네?”
“너 그…….”
그답지 않게 권석이 말하기를 망설였다. 딱히 그녀를 배려해서라기보다 이 쓸데없는 얘기를 굳이 입 밖으로 꺼내냐 마느냐, 뭐 그런 주저함 정도로 보였다. 누구 눈치를 보며 언급 여부를 정할 사람이 아니니까.
“됐다. 말자.”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그는 영양가 없는 허튼소리는 딱히 하지 않는 스타일 같았다. 그런데 그게 왠지 지금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마음이 단 쪽이 이쪽이라 그런가.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쥐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쥐지도 알지도 못하고 있는 기분. 인생이 원래부터가 공평하지 않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그 사실을 실시간으로 체감한다.
“뭔데 그래요. 사람이 싱겁게.”
언니와 살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문득문득 막내티가 난다던 영림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남자와 함께 있을 때면 괜히 자신이 철없이 느껴진다고 할까.
딱히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위로받는다는 기분이 든다. 이상한 일이지.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미친 생각 말자고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바지 앞 춤에 든 저 거대한 덩어리 때문에 자꾸 제 팬티 안쪽도 축축해지려 한다. 이건 마찰에 의한 본능적인 변화였다. 젖어 가는 통에 밑이 찝찝해 몸을 꼼지락거렸다. 신경이 쓰여 남자를 밀어내고 정말 일어서려 발에 힘을 주고 버텼다.
“정말 말 안 해 줄 거예요? 애란 언니랑 대체 무슨 작당 모의를… 이사님이 시키신 거죠. 언니한테 저 감시하라고 했어요?”
“손만 까딱하면 여기 너 감시할 사람이 널렸는데 뭐 하러 그런 귀찮은 짓을 굳이 해.”
“…그럼 대체 뭐예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노멀한 비즈니스니까 그렇게 떨 거 없어.”
역시, 그랬구나.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여태 생각해 온 그런 불건전한 사이는 아닌 듯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도 모르게 안도하는 사이, 또 남자가 이상한 말을 흘린다.
“잠 한 번 자고, 돈 주고, 받고, 명확하니까.”
“…….”
“욕할래?”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네 눈깔은 어쩌고.”
눈으로 욕하는 거까지 들여다보는 미친 남자.
“너랑 이도원인지 하는 그 새끼보다야 불건전할까.”
뭐? 도원? 이도원 선배?
“눈 찢어지겠네. 눈깔 곱게 떠야지?”
“당신이 도원 선배를 어떻게, 어떻게 알아요? 내 뒷조사, 아니 진짜 나 감시한 거예요? 정말, 당신 누구예요?”
잡힌 손목에 꽉 힘이 들어갔다. 남자가 잡은 손목을 더욱 그에게로 당겨 붙이는 바람에 그의 코와 제 코가 부딪혔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물린 자신과 달리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도원 선배한테도 찾아간 거 아니죠? 혹시 선배한테도 해코지를 한다거나. 아니죠?”
“왜, 내가 그래야 할 일이 있었을까?”
대체 무슨 이유에선지 남자는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것도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었단 걸 직감했다. 애란에게도 그 때문이었을까. 제 사람들한테 접근해서 무엇을 하려는 건가. 무엇을.
“그건 또 무슨… 도원 선배 건드리지 말아요. 선배한테 손 하나 대지……!”
문득 불안해졌다. 자신이 과거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가. 적어도 제 기억 속엔 이 남자와 엮일 만한 어떤 만남도 없었다. 자신이 이 남자에게 뭔가 도움을 준 거 같지도 않아 보인다. 제 따위가 뭐라고 도움을 주고 말고 할 처지도 못 되니까.
내내 여유롭게 바라보던 아까완 달리 남자의 눈이 매서워졌단 걸 느꼈다.
표정의 변화란 심기의 변화기도 했다. 그의 심기가 뒤틀렸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이유도 모른다.
“나애란이랑 내가 무슨 관계냐 물었지. 그렇게 궁금하다는데 보여 드려야지.”
“그게 무슨 말…….”
서늘해진 남자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도무지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으나 그에게서 멀어져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엉덩이를 뒤로 물리는 찰나, 휙 몸이 뒤집혀 그와 자리가 뒤바뀌었다.
엉덩이가 미끄러지며 뒤통수가 차창 아래에 닿았다. 어느새 시야가 바뀌어 그를 올려다보게 된 차언은 눈을 크게 떴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엉덩이 아래로 도르륵 팬티가 말려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거추장스러운 팬티가 발목에 걸려 달랑거린다는 걸 인지했을 때 그의 두 눈이 제 가랑이 사이에 박혀 있다는 걸 알았다. 두 손으로 급하게 치맛단을 내리는데 일순 그가 하릴없이 떨고 있는 두 다리를 양옆으로 쩍 벌렸다.
“뭐, 뭐 하는…….”
“사람이 가끔은 나쁜 것도 먹고 그래야 재밌지. 어떻게 매번 좋은 것만 먹고 살아. 나애란 몰래 그년이 빨아 본 자지도 따먹고 그래. 되도 않는 희생한답시고 개소리 찍찍 해 대는 것보다야 그편이 인간적이니까.”
“아니…….”
“원래 남자도 따먹어 본 년이 맛을 안다고 얼마나 좋았으면 걔가 나만 보면 침을 질질 흘리겠어. 걔가 씹하면서 뭐라 그러는 줄이나 알고 순진한 척이야?”
대체 왜 이 남자가 화가 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사람 속을 긁기로 작정을 한 사람 같았다. 그동안 느긋하기만 했던 남자가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그는 화가 나 있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도원의 얘기를 꺼낸 순간부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그가 길게 머리를 쓸어 넘긴다. 그마저도 잔뜩 짜증이 묻어 있었다.
“아냐! 당신이 뭘 알아, 뭘!”
“씨발.”
차언은 듣고 싶지 않아서 귀를 틀어막았다. 거짓말이다. 이 남자가 하는 말은 다, 다.
그가 귀를 틀어막고 있는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
“나애란은 정수지가 아니야. 정신 차려.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지.”
자꾸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실만 말하는 그가 싫었다. 뭘 안다고, 그가 뭘 안다고 자신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지. 안다. 듣기 싫어 내민 핑계라는 걸 안다. 실은 그의 말이 맞다.
나애란은 정수지가 아니고, 수지를 지키지 못했단 자책으로 애란에게 알량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나애란한테 가서 네 애인 따먹었다고 해. 그년은 내가 지 애인이라고 씨불이고 다니는 거 같던데. 어?”
싫다고 도망가는데 블라우스 단추가 뜯기듯 풀리고 브래지어가 덜렁 위로 올라갔다.
“마저 꺼내.”
브래지어 밖으로 반쯤 삐져나온 가슴을 네 손으로 꺼내 보이라 요구했다.
“싫……!”
“시백이 더러 꺼내라 그래?”
“아흐으, 흑.”
기어코 꺼낸 말을 실행으로 옮길 남자. 차언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저었다.
“젖 만지고 있어.”
“…….”
“대답 안 할래?”
다시 한번 절레, 입을 꾹 다물고서 울기만 했다.
내쉬는 한숨이 짙다. 하지만 노기가 처음보다는 사그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차언은 손등으로 가리고 있던 눈을 조금 떠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브래지어는 반쯤 올라가고, 젖꼭지가 다 보이고 꼴이 엉망이다. G컵 브래지어도 딱히 편하게 맞는 게 없어 속옷 가게에 직접 가 사 왔다. 그게 콤플렉스이자 애란이 부러워하던 신체 부위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은 성욕에 솟구쳐 눈이 뒤집혀 있기보단 다른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이런 낯간지러운 말은 한 번 이상은 안 하니까 귓구멍 열고 잘 처들어.”
차언은 코를 훌쩍이며 그를 보았다. 단정한 옷매무새에 깔끔한 디자인의 손목시계, 그보다 더 정갈하고 깨끗한 얼굴. 모든 게 눈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했지만, 이상하게 저 눈동자는 말도 못 하게 뜨겁고 복잡해 보였다.
그래서일까, 장난스럽게 말을 해도 늘 저 눈동자만큼은 진중하고 신중해 보였다.
“그 여자는 나한테 아무것도 아닌… 됐다. 뭐 예쁘다고 말해 줘.”
한 번 이상은 하지 않는다더니, 그 한 번도 해 주기 싫은지 그가 말을 하다 말아 버린다.
하지만 차언은 그가 말해 주지 않은 뒷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왜 순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확 자신을 덮쳤던 걸까.
지금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그가 한쪽 눈가를 설핏 일그러뜨린다.
“내가 지금 왜 너한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건지.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거 봐주는 줄이나 알아.”
그 간단하고 심플한 말이 왜 낯간지러운 말인지 모를 일이었다.
사실은 그에게 몇 번 시선이 가고, 그가 고마워지고, 자꾸만 그를 의식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애란의 남자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 것일까 싶어 스스로가 혐오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그에게 눈길이 갔던 자신을 인정한 적 없었다.
그날, 애란과 그가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조금 안심을 하기까지 했으면서.
무서울 정도로 몰아치는 이 이상한 감정이 제발 짐작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랐었다.
아까보단 훨씬 가슴이 진정된다. 애란과 이 남자가 성적인 무언가를 나눈 사이가 아니란 걸 확인받고 난 이후였다. 거기까지는 인정하고 싶었다.
“너는 내가 지금, 한가하게 여자나 만나고 다닐 처지로 보여?”
“…지금 만나고 있잖아요.”
그가 또 헛 웃는다. 여태 설명한 모든 게 허탈하다는 어투다.
“그래서 너도 여자다?”
“그런 말이 아니라…….”
그래도 자신이 애란 몰래 그녀의 남자와 놀아나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미친 생각을 했다. 정말 미친 거지. 가시지 않은 취기가 한꺼번에 몰려와 차언은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너 내가 보이기는 한 거지?”
“나 별로 안 취했, 후으.”
그의 손이 아까보다 다정하게 브래지어를 마저 풀고 블라우스를 헤치는 게 느껴졌지만 차언은 버둥거리지조차 못했다. 몸부림치려 할수록 몸은 더욱 가라앉는다, 그에게 끌렸던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충동적인 잠자리로 이어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한 번에 빠져나가는 파도가 타격이 큰 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이거 놔주세… 읏.”
자신의 마음은 그렇다 치고 이 남자는 왜? 하긴 남자들이야 한순간 감정에 취해 여자를 안는 동물이니까. 아니, 그렇게 거창하게 갈 것도 없었다.
이 동네만 봐도 여자들과 한번 자기 위해 수많은 남자들이 돈을 싸들고 찾아오니까. 남자들에게 섹스는 그저 밥을 사 먹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니까.
“퍽이나 안 취했다. 빨리 만져. 더 험한 말하기 싫어.”
“…….”
“나 협박 별로 안 좋아한다.”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입만 열면 습관성 협박이다.
당신은 왜 나랑 자고 싶은 거예요?
물어봐도 남자는 답을 하지 않을 거다. 이유 같은 게 있을 리가. 그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그가 싫으면 싫은 것, 그뿐일 텐데.
그냥 지금 이 순간 자신이랑 하고 싶어서, 좀 더 속된 말로 꼴려서, 라는 이유가 가장 적합하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은 납득이 갔다.
정말 말을 듣지 않으면 그가 말한 것보다 더한 짓을 벌일 남자. 그 눈동자가 말없이 그녀의 목을 움켜잡고 조른다.
차언은 결국 촉촉해진 눈으로 뒤쫓기듯 제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지금 이 순간을 이렇게 끌려가도 될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눈 감고 오늘만큼은 도덕이니 상식이니 그딴 거 다 버리고 그를 따라가 보고 싶기도 했다. 단 한 번도 끌림, 그 한 가지만으로 이런 일탈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의 말대로 앞과 뒤가 늘 같기만 한 재미없는 인생이었지 않은가. 여태 그렇게 살아오려고 애썼다.
가진 게 없는 만큼 남들보다 더 높은 기준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그래야 최소한 남들처럼 평범해 보일 거라고.
그래도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 여전히 머뭇거리자 그가 혀를 찬다.
“젖꼭지 제대로 만져, 일일이 말해 줘야 알아들어? 못하겠으면 딴 놈더러 시키고.”
무서운 협박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차언이 강압에 못 이겨 조금씩 조몰락거리기 시작하자 그가 굼뜬 그녀의 손놀림을 지적한다.
“말만 하면 여기 네 젖통 주무를 새끼들 수두룩해. 누가 올까, 차언아.”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뉘앙스가 더 그녀를 무섭게 했다. 아니, 그건 궁금증이 아니라 협박이었다.
차언은 제 손으로 유두를 꼬집어 가며 가슴을 빠르게 문지르고 흔들었다. 젖을 출렁대면서도 젖꼭지를 비틀고 살살 쥐어짜자 절로 아랫배가 뒤틀린다. 흡사 자위와 같은 모양새였다.
“아응, 흐, 아, 저한테 왜, 왜 이러시는 거, 흣, 예, 요?”
그녀의 손안에서 출렁거리는 가슴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던 그가 답도 없이 사타구니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동시에 보짓살이 좌우로 벌어지고, 촉촉하게 젖어선 방어하듯 입구를 막고 있는 소음순 양쪽이 홉 빨렸다. 차언은 두 눈 뜨고 코 베인 심정이었으나 미처 손 써 볼 도리가 없었다.
헉, 놀라 제 가슴을 쥐어짜듯 꽉 쥐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그녀가 놀랐다는 걸 알고도 남을 남자, 그렇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는 혀끝으로 습한 덮개꺼풀을 좌우로 벌리기만 했다. 안쪽 구멍을 내어 주느라 소음순이 양옆으로 활짝 바라지는 적나라한 느낌에 차언은 다리를 비틀었다.
먹은 술이 역류하듯 뇌까지 침범해 머릿속을 휘젓는 기분이다. 그의 혀끝이 짜부라진 소음순 바깥쪽부터 안쪽까지 안팎으로 그림 그리듯 활개를 치더니 기어이 숨어 있던 구멍을 찾아 부리처럼 혀를 내어 쑥 넣는다.
“아, 흐, 앙…….”
그의 머리칼을 잡아채려다 말고 입을 틀어막았다. 낯간지러운 소리에 배 아래가 다 가려웠다. 여전히 머리는 어지럽고, 날숨에선 알코올이 느껴진다. 차체가 팽그르르 돌아가는 것만 같은 기분도 술기운 때문인 듯싶었다.
정말 술기운이 맞나? 이 말도 안 되는 기분이, 어찔어찔 머리꼭지가 자극으로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은 이 느낌이. 하지만 술 때문이라고, 그렇게 치부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싫… 나 안 할, 안 할래, 아앗! 아!”
“너 몰래 나애란이랑 뭐 했냐며. 보여 주고 있잖아, 지금.”
“바, 방금은 아니라, 며!”
“아니라고 한 적 없는데. 지레짐작한 건 너야.”
“이, 미친, 아앙… 아! 빨지, 앗… 아!”
“너 하는 거 봐서 내 대답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이 미친놈이!
고개를 저었다. 그가 하는 말은 분명 거짓말이다. 애란과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하던 그 눈이 거짓일 리 없었다. 그저 제 심기를 불편하게 해 보자고 던지는 농담.
그에게 조금 넘어가 볼까 생각했던 제가 미쳤었다. 제 신세를 얼마나 더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고 이 미친놈한테 눈길이 간단 말인가. 미쳤지.
절대 당신한텐 끌리지 않겠다, 다짐이라도 하듯 퍽퍽 발길질을 해 대지만 조금 웃을 뿐인 그가 가로로 쭉 길이 난 보지 양 갈래 전체를 길게 훑는다.
입을 벌리면 자꾸만 요사스러운 소리가 새어 나와 결국 차언은 제 가슴을 주무르던 두 손으로 입을 꾹 틀어막았다. 발길질을 하려 발을 허우적거렸지만, 그에게 상처 하나 내지 못하고 힘없이 발목이 늘어졌다. 끝이 예정된 반항이었다.
“발목 부러뜨리면 또 울 거면서, 왜 또 되도 않는 짓을 할까.”
그는 혀를 내 밑구멍을 문처럼 덮은 소음순 두 쪽을 기다랗게 핥으면서 태연하게 지껄였다.
빈말이 아니었다. 이미 석진이 제 눈앞에서 죽는 걸 목도한 경험이 있었다.
코끝으로는 클리토리스를 꾹 누르면서도 부드러운 입술은 자꾸 씻지도 않은 밑구멍을 지분거린다. 손가락 두어 개쯤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 가늠이라도 하듯 몇 차례 찔러 흔드는가 싶더니 이내 박아 두었던 것을 꺼냈다.
하지만 그녀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그가 다시 입을 박았다. 한 번 맞댄 적이 있다고 이번엔 젖은 속살이 좀 더 쫀득하게 맞붙었다.
소변을 보는 자세 그대로 누워 있는 모양새였다. 그는 차 천장을 향해 다리를 벌리고 있는 그녀의 사타구니부터 질구 안쪽 살점까지 혀 날을 세워 샅샅이 맛보고 있었다.
오늘, 아니 방금 호프집에서도 소변을 봤다. 더러울지도 모르는, 아니 소변이 나오는 더러운 구멍에 입을 대고 쭉쭉 빨아 젖히던 그가 되레 맛있다는 듯 침을 뚝뚝 흘린다. 느리게 눈을 올려 떠 자신을 바라보는 그 얼굴은 알면서 닦고 싶은 생각도 없어 보였다. 부러 붉은 혀를 더 길게 꺼낼 뿐.
나른하게 내리깐 눈에 입술 가득 흥건한 침, 물풀처럼 느리게 늘어지는 침 한줄기, 느긋하게 내쉬지만 실은 열기가 그득한 숨.
그 모습이 너무도 선명히 보여 차언은 아득해져 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수치스러움도 잠시, 오줌 구멍에서 찔끔찔끔 새는 정체 모를 액에 당황하는 그녀를 보면서도 그는 훔쳐 내듯 회음을 닦았다.
분명 이 남자는 평소보다 심기가 불편한데, 보지를 끊임없이 닦아 대는 혀끝은 뜨겁도록 부드럽다. 차언은 그 상반되는 몸짓에 부르르 몸서리쳤다.
“다리 닫으면 받아 마신다.”
알아서 잘 하라는 그의 말뜻을 당장은 알지 못했다. 중지와 검지 두 개가 푹 제 구멍 안으로 박히더니 배꼽 쪽을 향해 갈고리처럼 걸어 당기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는 일순 정적, 폭풍전야라는 걸 직감했다.
“안……!”
푸욱, 찔러 박았다, 그보다 더한 추진력으로 뽑아내며 그가 말도 안 되는 속력으로 손가락을 흔들기 시작했다. 손마디에 휘감겨 구멍 밖으로 흘러나온 끈끈한 액이 아래를 흠뻑 적시고 경직된 고리근육을 부드럽게 푼다.
“아, 아앙! 안, 아!”
“두 손 어디에 두라고 했어.”
그 와중에도 제 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라는 요구가 떨어진다. 협박은 간단명료했다. 연약한 양손으로 우악스레 젖통을 주물럭거리고 유두를 꼬집었다.
남자의 손가락이 유독 길쭉한 탓일까, 자신의 가랑이 안쪽에 이렇게 깊게 찌를 만한 공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쿡, 밀어 넣어 질벽을 넓히고, 손톱만 걸쳐놓을 정도로 빠르게 빼내며 질구를 벌린다. 이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고 굵은 것을 이곳에 집어넣겠단 예고 같기도 했다. 그와 같은 예감이 본능처럼 번뜩이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삽시 등골이 오싹했다.
곧 쌀 것만 같은 요의와 쾌감이 동시에 폭발적으로 터졌다. 질 속 예민한 부위를 적재적소로 치고 빠지는 기분에 아랫배가 뒤틀리고 발가락이 바짝 곱아들었다. 정말 시백을 불러 어떻게 한 대도 이젠 어쩔 수가 없었다.
제 가슴을 주무르던 한 손으로 잡고 버틸 곳을 찾아 손을 뻗었다. 운전석 카시트를 되는대로 붙잡고 흔들리는데, 울컥, 하는 느낌과 함께 질컥질컥 물처럼 액이 샜다. 정체를 알고 싶지 않았다. 정체가 무엇이든 추태였다. 불안감에 차언은 치를 떨었다.
“아……!”
꾹 힘을 주고 있던 아래가 풀리는 기분, 맥주를 잔뜩 마셔 압박된 방광까지 성감으로 뒤덮인 탓에 자극받은 요도괄약근이 열린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 음부 밑에서 무언가가 샐 리가…….
질퍽질퍽하게 부딪혀 엉기는 것이 소리로도 느껴질 만큼 양이 점점 많아지는 물기에 차언은 결국 소리를 질렀다.
“아, 앙, 아, 앗! 미친 새, 아!”
“욕하지, 자꾸. 다리 닫으면 다 받아 마신다고 분명 얘기했어.”
차라리 느리게라도 흔들어 달라 빌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이, 미친, 자식, 아, 시트, 젖, 아앙!”
“시트? 알았어. 해결해 줄 테니까 울지 마. 알았지?”
무서우리만치 다정하게 말하는 남자는 어딘가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구멍을 탁, 탁 치던 손가락이 길쭉하게 뽑혀 나간다 싶더니 달칵, 문이 열렸다. 그러고는 그가 제 분비물에 조금 젖어 버린 옷차림 그대로 나가 버렸다.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싶었던 찰나, 그녀의 엉덩이를 쭈욱 당겨 빼더니 휑하게 뚫린 공중을 향해 조준했다. 미적지근한 바깥공기가 엉덩이에 닿아 왔다. 여전히 허벅지를 닫지 못해 갖은 액으로 엉망인 생식기를 활짝 내놓은 상태였다.
“뭐, 뭐 하는…….”
“나만 보고 있을 때 얼른 싸. 시백이 오겠다.”
사태 파악을 하느라 입을 뻐끔거리고 있으니 그새를 못 참고 주룩주룩 액이 새는 보지를 보며 혀를 찬 그가 다가와 좌우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흥분으로 두툼해진 소음순 한 쌍과 음핵이 빠르게 비벼지며 그의 손끝에서 뭉개진다.
“안, 돼! 안, 하지… 오줌, 나올……!”
“동네 사람들 다 듣겠다. 깨울 거야?”
“어흐… 문 닫아 주, 제발.”
“싸면 닫아 준다니까?”
읍, 입을 틀어막고 온 신경을 아랫도리로 집중시키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의 꿈틀거리는 표정을 꼼꼼히 살피던 그가 조금 웃으며 자리를 비켜 준다. 일부러 절정 문턱까지 올려 붙이곤 방관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너 혼자 잘 한번 버텨 보라는 듯.
“우으…….”
“어, 다리 닫기만 해. 밖으로 끌어 내릴 줄 알아.”
제발, 안 된다고 빌었다. 시키는 건 뭐든 다 할 테니 이 문을 닫아 달라고.
시백이나 종섭이 아니라도 골목을 지나가는 누군가가 본다면, 아니 빌라에서 누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대번 두 다리를 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
“제… 발.”
찔끔찔끔, 소변인지도 모를 물을 끊임없이 실금하면서도 아랫배에 힘을 주고 버텼다. 잘못 힘을 풀면 정말 이대로 터트릴 것 같아 겁이 났다.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문, 닫아 주세, 흑, 요. 부탁…….”
처량 맞게 눈물을 닦는데 그 모습을 감상하듯 팔짱을 꼰 채로 차 안을 향해 비스듬히 기대 선 남자가 여유롭게 턱까지 괸다.
“나애란은 이것보다 더한 것도 했어. 이걸로 앓는 소리하면 돼?”
“아흐… 아니야… 아니….”
“네 손으로 보지 벌려.”
“…….”
“오줌 싸는 구멍까지 똑바로 꺼내. 내 손 들여 가며 너 울리고 싶진 않으니까.”
협박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면서, 양 보지를 제대로 펼쳐 까라는 겁박을 섬뜩하게 한다.
시백이라도 불러올까, 차언은 강제로 자극받아 퉁퉁 부푼 아랫도리를 더듬어 빽빽한 보지 털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통통한 음순을 제 손으로 벌려 요도 구멍을 까 보여야 했다. 왜 이렇게 취기가 올랐는데도 수치스러움은 가시지를 않을까.
“제, 발…….”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거냐고 쏘아붙여야 하는데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 참담해 마음과 달리 입만 열면 애원이 흘렀다.
“빌고 우는 것도 좋긴 한데 네가 너무 못하니까 흥이 떨어진다. 제대로 보여 봐. 먹고 싶게끔.”
응? 그가 느긋하게 물으며 혀를 찼다. 자신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다 못해 진창에서 나뒹굴고 있는 기분인데 그는 나른한 한숨까지 쉰다.
음부 양 두덩에 난 꺼끌꺼끌한 치모가 제 손가락 사이사이에 비벼진다. 그럼에도 차언은 손가락을 좌우로 벌려 그에게 보지를 바치듯 내보여야 했다.
참으려 회음에 바짝 힘을 줘 보지만 가늘게 새는 물이 핏, 핏 보기 좋게 허공으로 튀어 나간다. 그래도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버텼다.
손끝에서 만져지는 음부가 씨근덕거리며 숨을 쉰다. 물기 맺힌 요도가 벌름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차 문에 기대 바라보기만 하던 그가 특별히 봐줬다는 듯 다시 들어와 널브러져 있는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두 다리 사이에 그를 끼우고 그의 어깨에 그녀의 이마를 툭 맞댔다.
“그러니까 잘해. 말 잘 들어야 착한 학생이지.”
“아흣, 흐.”
“뭐 했다고 벌써 힘들어.”
차언은 실신 직전에서 그의 어깨를 꾹 붙잡았다.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져 간다. 잘 취하지도 않는데 오랜만에 퍼부은 술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 남자와의 이 말도 안 되는 추접한 짓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대체 무엇 때문이지. 뒤늦게야 왈칵 몰려온 취기에 눈이 감겼다.
화를 낼 기운도, 더 저항할 기력도, 수치스러워 울음을 터트릴 힘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말도 안 되게, 힘이 쭉 빠져 졸음이 쏟아졌다. 이 무지막지한 남자를 앞에다 두고서.
불면증에 시달렸던 1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 지금 이 순간 닥친 게 웃기기만 하다.
몸에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했다.
“흣, 흐으. 아.”
두 다리를 활짝 열고 있는 탓에 벌어진 구멍 속, 뜨뜻미지근한 공기가 드나드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자위를 할 때나 이 자세를 해 봤을까, 제겐 낯설기만 한 체위였다.
찔끔, 아까 미처 나오지 못한 액을 방울방울 지려 그의 바지를 더럽혔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똑바로 안아.”
차언은 자꾸만 몸이 늘어져 그의 목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무겁게 출렁거리는 가슴을 그의 가슴팍으로 갖다 붙여 눌렀다.
“술버릇 원래 이래? 치대고, 안기고. 난리도 아닌데 너 지금.”
“당신이 강제로, 시키는 거잖아.”
“좋다고 보지 벌리고 질질 지린 건 너 아니었나?”
“조, 조용히 좀.”
헛웃음을 터트리는 남자의 목소리에도 차언은 그의 뒤통수를 잡으며 반격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내지 못했을 용기였다.
손을 자르는 건 아니겠지. 석진에게 했던 것처럼 제게도. 그러다가 손목이 확 잡아 꺾였다. 이상하게도 크게 아프진 않았다.
“우리 차언이, 말 한번 개좆같이 하네.”
“아흑…….”
“술 취한 거 어디 내버리진 못해서 살려 주는 줄이나 알아.”
특별히 자비를 베푼다는 어조였다. 차언은 뜻하는 바를 다 이루지도 못하고 힘이 풀려 무너졌다.
“잘한다. 이렇게 무방비하니까 나 같은 새끼가 따먹지.”
철컥, 벨트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뜨듯하고 묵직한 것이 보드라운 음부 새를 비비는 것까지 느껴졌다. 널따란 소음순을 열더니 그 사이를 누르듯이 치댄다. 아까 몸소 느꼈던 남자의 성기라는 걸 어렴풋이 인지했다. 지분거리며 만져 대던 그의 손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과 무게감이 그랬다.
여기서 도망가면 정말 발목이 부러질까. 공포에서 오는 무기력증과 취기가 엉망으로 뒤섞여 그녀의 몸을 옥좼다. 감히 도망은 꿈도 못 꿀 정도로 강건하고 단단한 남자. 그 사실이 그녀를 억압했다.
그건 보이지 않는 사슬이자 무기였다. 갈라진 보지 틈을 짜부라뜨릴 정도로 누른다 싶더니, 이윽고 틈새를 벌리고 꾹꾹 밀고 들어오는 건 남자의 커다랗고 뜨듯한 자지 끄트머리였다. 차언은 비좁은 간극을 벌리고 들어오는 압박감에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우흣, 아! 안, 돼!”
“엉덩이 더 들어 봐.”
“앙! 아, 흐으!”
“어떻게 하면 더 좆같이 붙어먹을까, 그거만 생각해. 허튼 생각 말고.”
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그의 타박이 이어졌다. 맞는 말이지만 그걸 이렇게 인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찰싹, 얼른 시키는 대로 하라는 주문에 차언은 숨을 흡 참으며 허리를 조금 들었다. 이윽고 귀두가 들어오고 두툼한 몸통과 뿌리까지 찌걱거리며 이어진다.
속이 다 더부룩하도록 기립해 박차고 들어오는 이물감에 차언은 저도 모르게 항문을 콱 조였다. 질 주름 사이사이를 발라 먹기라도 할 것처럼 질벽을 퉁기며 안쪽을 탐색하는데 여념이 없던 자지가 속이 아플 정도로 불끈거렸다.
자꾸 회음에 힘이 들어가 치올려드는 그의 것을 짓이기듯 압박했다. 저를 핍박하는 구멍 조임근에 성기가 핏대를 세우는 것이 느껴진다.
“힘 안 풀지. 발목.”
“바, 발목 자르지 마세, 하으읏.”
“발목에 힘 풀라고.”
그가 엉덩이를 치며 움직이라 신호를 보낸다. 남자는 참 간단하기도 했다. 별말을 하지 않아도 여태 여자들이 알아서 척척했으니 그러려나. 무의미한 생각일 뿐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제가 바보 같은 걸까. 다행히 남자는 도원을 만나 해코지를 할 거 같진 않아 보였고, 애란과도 생각보다는 깊게 얽힌 사이는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의 주목적은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인 거 같아 보였다.
아까 한차례 애무당한 데다 분비물까지 실금한 음부가 뜨겁게 움찔거렸다. 자신은 술김에 자고 다니는 그런 사람은 결단코 아니었는데, 왜 술을 마시면 사람이 충동적으로 변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차라리, 석진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니. 그 남자가 여자를 때리며 섹스 하는 걸 두 눈으로 본 적이 있었다. 여자는 피멍이 잔뜩 든 뺨으로 마사지실을 나왔었다. 무서워 방문을 틀어 잠그고 숨을 죽였던 지난날, 수지가 석진에게서 저를 지켜 주었었다. 그냥 수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자신은 든든했었다.
남자 말대로 고통은 더한 고통으로 잊는 게 맞는 건가. 더 강렬한 기억으로 잊고 지우는 게…….
바보 같게도 수지가 죽은 이후 술을 마시고 수지 생각에 괴롭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점점 이 남자를 따라 미쳐 가는 기분이었다. 자꾸 이 남자가 잡아 주는 손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이 무뢰한을, 깡패 새끼를.
몸을 장악한 알코올에 심신이 따로 노는 걸 이용하는 건지 그가 더 세게 흔들라 엉덩이를 때린다.
찰싹, 소리는 컸지만 아프진 않았다. 발목을 붙잡고는 있는데, 자를 거 같진 않아 보였다. 아니, 오히려 복사뼈와 아킬레스건 부위를 부드럽게 주물러 주고 있는 듯한 이상야릇한 기분에 가슴속이 바글거렸다.
차언은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의 두 어깨를 붙잡은 채 무거워 내려앉은 두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과속방지턱이라도 넘듯 양 젖통이 덜컹거린다.
“아앙, 아! 앙, 아흐, 아!”
“시키는 건 다 하겠다며. 자지나 제대로 잘 먹으면 말을 안 해. 좆 하나 똑바로 못 처먹는데 뭘 하겠다는 거야, 대체.”
“우흐, 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보지 속으로 더듬어 보는 권석의 성기는 유독 귀두가 불퉁하고 굵었다. 질벽을 긁어 대는 두둑한 선단에 이어 이어지는 기둥 또한 만만치가 않은데 뿌리까지 두꺼워 어느 곳 하나 수월한 코스가 없었다.
추삽질 한 번이 모조리 난코스다. 마지막 뿌리를 먹을 땐 보지 구멍을 끝 간데없이 벌리고 드는 심 굵은 원기둥 때문에 헛숨을 컥컥 들이마셔야 했다.
그가 흔들거리는 유두를 입에 물고 질척하게 빨아 대는 탓에 더더욱 위기가 깊어졌다. 차언은 젖꼭지를 빠는 데 혈안이 된 그를 껴안다시피 하며 거의 자지로 매타작이라도 당하듯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매찜질을 하기라도 하듯 두꺼운 몽둥이가 좁은 보지 속을 사정없이 찌르며 바쁘게 드나든다. 알이 꽉 찬 불알이 회음을 문지르면 자지 심이 마지막 마개를 끼워 넣는다.
그러기가 무섭게 다시 자지 마개가 빠져나가고 귀두가 구멍 입구를 문질러 들어가는 아찔한 연쇄 작용의 연속이었다.
주름진 불알이 회음을 문지르는 이상야릇한 기분, 범하듯 찌르는 남자의 성기 힘에 차언은 종내 까무러쳐야 했다.
“아흐읏, 흐, 아응! 아, 앙! 허으.”
차 뒤쪽 유리 너머로 보이는 검은 세단 안엔 시백과 종섭이 있을 게 분명했다.
알고 있지만 멈추면 그의 손이 엉덩이로 날아와 찰싹 채찍질을 했다. 아프지 않은 채찍질이라니. 그 이율배반적인 몸짓에 제 머릿속도 엉망진창이었다.
차언은 그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부지런히 밑구멍을 놀려야 했다. 허리를 돌려 돌기처럼 우둘투둘한 핏줄을 먹고, 기둥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다시 허리를 박차듯 들어 올렸다. 천박하게 엉덩이를 내놓은 채 허리를 흔들어 젖혔다.
그럼 잘한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남자의 손이 흔들어 대는 작은 엉덩이와 허리를 받치듯 안아 준다.
단단하게 받치는 건지, 애무를 하는 건지, 그런 것들을 신경 쓰기엔 남자 팔뚝 같은 성기가 푹푹 박혀 드는 생식기 사정이 그리 여유롭지 못했다.
좁은 보지 속살이 울퉁불퉁한 근육 같은 기둥을 힘들여 먹느라 찔꺽찔꺽, 이음새가 시끄럽다.
“아흐응, 앙! 아!”
격한 반동에 시트가 삐거덕거리다 못해 차체가 덜컹거린다. 만약 저 뒤차에 시백과 종섭이 타고 있는 거라면 자신의 이 난잡한 얼굴이 보이려나.
짙게 선팅이 되어 보이지 않는다 해도 이 차내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도 남을 테다. 아까 훤히 열린 문밖을 향해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있던 자신을 봤을지도 몰랐다.
아직 수치를 느낄 정신이 있냐며 다그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가 진퇴 중인 성기를 잡아 빼더니 엎드리라 요구한다.
“쟤들 안 보이게 해 준다니까.”
“아흑. 미친놈아.”
“여전히 말버릇이 개 같네, 우리 차언이.”
“허으…….”
“미친놈 자지 들어가야 하니까 엉덩이 똑바로 들어. 보지가 제대로 보여야 맛있게 박지.”
밑구멍을 틀어막아 채워 주던 자지의 결여에 큰 공백이 생긴 보지 속이 침을 질질 흘리며 항의라도 하듯 뜨뜻미지근한 액을 지린다. 문득 맥주를 마시면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서 안 마신다던 효정의 말이 떠올랐다.
점성 없는 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희멀건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게 보였다. 싸지 않으려 회음괄약근에 힘을 줘도 주룩주룩 흐르는 물은 불가항력이었다.
물방울이 다리를 타고 내리더니 이어 줄기처럼 흘러 버린다. 쏴아, 방광을 비우느라 바쁜 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래에 깔고 있는 자신의 옷가지들이 젖어 간다. 제 의지완 상관없는 배뇨였다. 과한 음주에 결국 탈이 났다.
“아, 흐.”
남자가 보는 앞에서, 그것도 엉덩이만 치켜든 채로 오줌이나 싸고 있다니.
어떻게든 손으로 입구를 더듬어 보려는데 엉덩이를 치켜든 자세에서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있을 리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커다란 것이 박혀 있다 말고 빠져나가 빈 공간이, 그대로 벌어져 있는 구멍 안쪽이 씰룩거리는 게 느껴진다. 자지의 부재에 속살까지 떨어 가며 그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꼴이었다.
“보지, 마아. 아흐.”
“나애란이랑 어떻게 씹했냐며. 보여 준다니까, 차언아.”
마치 감상이라도 하듯 그 모든 것을 들여다보던 그가 덩잇살을 가위 자로 더욱 벌리더니 이내 귀두를 삽입했다. 젖은 음부에 그의 불알이 한 번에 접착된다. 급작스럽게 쳐들어온 기둥에 아랫배까지 통으로 꿰이는 기분이었다.
네발로 기는 짐승처럼 엉덩이만 치켜든 채로 다시 한번 구멍이 남자의 성기로 들어찼다. 제 마음과 달리 쫀득하게 달라붙는 속살은 개폐를 거듭하며 살 기둥을 빨고 당겨 댔다.
뚝뚝 흐르는 물방울이 불알 주름에 괴 이음새가 척척하게 엉키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이어진 아래가 연신 전율하듯 찌릿찌릿하다. 이것도 술기운 때문인가. 자신이 허리를 흔드는 건지, 그가 성기를 쳐올리는지도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몸이 저절로 흔들렸다.
쭈읍쭙, 찌걱, 쩍, 찌덕, 페니스가 빠르게 치고 박을 때마다 그의 것을 먹고 뱉는 천박한 마찰음이 났다. 보지 한가운데를 드나드는 기둥에 너풀거리며 쓸리던 소음순이 더욱 빠르게 비벼지고, 제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물 또한 유속이 빨라진다.
“어흑, 앙! 아!”
“시백이 더러 와서 닦으라 그래?”
“실장님 얘기 좀, 그, 흐, 그, 만해요.”
“그러길래 쟤들은 왜 신경 쓰는데.”
섹스를 하는데 누가 있으면 신경 쓰이는 건 너무도 당연지사지. 그게 뭐가 이상하냐고 도리어 묻는 이 남자는 이상해도 한참 이상했다. 하지만 거기서 뭐라 반발할 정신도 없었다.
그저 휘몰아치듯 자신을 덮쳐 오는 이 해일과 같은 섹스를 견딜 뿐.
제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했던 왕복운동과는 치고 빠지는 힘이 달랐고, 속도가 달랐다.
힘이 풀려 주저앉듯이 엉덩이가 밑으로 내려가려는데 그의 성기가 쳐 대는 힘에 주저앉을 새도 없이 골반이 치켜 떠올랐다. 외려 힘없이 밑으로 픽픽 허물어지는 탓에 치고 올라오는 기둥과 더욱 깊이 맞물린다.
“아흐! 앙! 아, 하지, 비, 켜. 아! 앙!”
앉지도 못하게 올려 치는 그를 원망했지만, 그녀 역시 음부를 시작으로 전신까지 노도처럼 밀려드는 성감에 목 놓아 울어야 했다. 극도의 쾌감에 두 다리가 볼품없이 낭창댔다.
교접점부터 전신까지, 쾌감이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단축되는 기분이다. 덩달아 성기가 추삽하며 진퇴하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제 음부 안쪽에 그런 공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깊게 박는 데다 그의 성기가 길고 두꺼운 탓에 느린 움직임을 예상했건만, 그는 나름의 근거 있는 과학적인 추측마저도 빗나갈 정도로 빠른 속도로 치달았다.
한껏 치켜 들린 좆 대가리가 딥스폿을 찍고 빠지는 그 순간조차도 질벽 속속들이 문지르고 튕기며 잔류해 있는 쾌감을 챙겼다.
제발, 애원과 같은 우는 소리가 커질수록 귀두 링이 쐐기를 박듯 끝점을 탁탁 찍어 올린다. 정말 그가 질구 가장 안,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만 같은 기분에 헛구역질을 했다.
어디가 성감대인지 찾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땡땡한 자지가 온 질 주름을 비벼 보고 건드려 댄다. 한번 찾아낸 성감대는 놓치지 않고 재차 찍어 확답까지 받아 냈다.
차언은 보지를 대준 채 거의 흐느끼듯 신음했다.
“힘 빼. 착하지. 힘을 빼야 좆물을 잘 먹지.”
협박인지 다독거림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말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그 때문일까. 단번에 그의 뜻을 알아듣기가 벅찼다. 저 잔악무도한 흉악범 같은 음경이 절정기에 다다랐다는 것만을 체감할 뿐. 이젠 거의 정신 끈이 풀리고 시야마저 잘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몸에 힘을 푸는 순간, 그가 포피를 까고 불룩하게 튀어나온 클리토리스를 동시에 손끝으로 밀어 대기 시작했다.
“아앙! 앙! 아아! 안, 아!”
온몸이 발사라도 할 듯 흔들리고, 일순간 불알이 꿀렁거리는 것이 회음부에서 느껴졌다. 생좆이 씨를 게워 내느라 한참 동안 질 평수를 늘리며 제집처럼 들어앉아 있었다.
그는 씨를 비워내 한숨 돌리듯 이완된 불알 거죽으로 큼직한 소음순과 보지 주위를 문질러 비벼 댔다. 와중에도 끈질기게 음핵을 비비며 쾌감을 가중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능숙한 손놀림이 그녀를 삽시에 절정의 꼭대기까지 올려놓아 버렸다.
“우으, 흐으…….”
이런 말도 안 되는 오르가슴은 처음이라, 차언은 엉덩이를 거꾸로 쳐들고서 발작하듯 시트를 발길질했다. 한참 만에야 모든 떨림이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 그의 사정이 끝난 것이다.
성기가 빠져나자마자 널브러져 있는 그녀의 손을 가져간 그가 벌어진 음부를 막아 버린다.
“흘리면 시백이 새끼가 와서 막는다.”
뭐라 하기는 하는데, 더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차언은 이명까지 들렸다. 차라리 얼른 정신을 놔 버리고 싶은데, 몸을 장악해 떠날 생각이 없는 쾌감의 여파로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너, 그, 이도원… 후.”
“…….”
“…아직까지.”
“…….”
“됐다. 말을 말자.”
한참 만에야 그가 슈트 재킷을 둘러 주는 게 느껴졌고, 몸이 달랑 들리는 것도 느껴졌다. 걷는 것으로 보아 빌라 안으로 들어가는 듯싶었지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시백과 종섭이 보고 있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예 실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