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 Station RAW novel - Chapter 7
07.
개강과 동시에 마지막 학기를 맞은 차언은 바빴다.
시백이 다녀간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필요한 일은 없으니까. 굳이 전화를 걸 일도 없었다.
전화 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기엔 제 일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그 남자 역시 바쁠 테니 전화가 없는 거겠지. 곧장 납득했다.
자신처럼 취업 준비로 정신이 없는 졸업반 학생들은 원하는 기업에 이력서를 넣기 위해 또는 국가고시 시험을 준비하며 도서관에 처박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 방학이니 휴학이니 애초에 그런 건 조금도 의미가 없었다.
어쨌거나 자신은 졸업을 위해 남은 시험을 치러야 하고, 성적 관리도 해야 했다. 휴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책은 들여다봤지만 1년 전만큼 의욕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자취방에 들어가 봐야 편의점 도시락이나 먹으며 책을 들여다보는 건 같을 테고, 도서관에 남아 토익 공부를 하기로 했다.
창밖이 어둑어둑해지도록 머리를 싸자 매고 틀어박혀 있던 차언은 혹시 몰라 가방 속에 챙겨온 휴대전화를 꺼내 보았다.
줘서 받긴 받았는데 연락을 해도 되는 건지, 바쁜데 괜히 전화를 해 귀찮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살갑게 전화나 주고받을 사이도 아니고.
그럼 자신과 그 남자는 무슨 사이지?
한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톡톡, 어깨를 두드리는 손짓에 고개를 들었다. 친구 효정이었다.
“나가자.”
학교에서 먹을 거라고 해 봐야 학식이나 교내 파스타 가게 정도. 그 외에도 식당은 있었지만 4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딱히 이용해 본 적은 없었다.
생각해 보면 매일 강의실에 들렀다 자취방으로 기어들어 가고, 그것도 아니면 도서관이었다. 참 재미없게도 살았다. 그래도 그 구질구질한 동네로는 가기 싫어 매일 학교 안을 맴돌면서도 수지에겐 가지 않았다.
지금은 자신이 대학도 가야 하고, 졸업장도 따야 하니 졸업하고 취직하기 전까지만 서로 조금만 고생하자고, 꼭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자고 약속했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인생치고는 그래도 근사하게 살아 보자고. 교복을 입기도 전부터 했던 약속이었다. 그때부터 구질구질했다는 소리였다. 아니 태어날 때부터.
이제 와 신세 한탄 해 봐야 바뀌는 건 없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수지는 없지만 그녀와 약속했던 대로 자신은 여전히 열심히 살아야 했으며 해 왔던 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지치고 힘들어도 주저앉으면 안 되었다. 남들보다 가진 게 없이 태어난 것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 남들만큼 살 수 있으니까.
비싼 명품 가방에 옷에, 그런 것들을 끌어안았다고 해서 해이해져선 안 된다. 자신의 지갑에서 나온 것이 아닐뿐더러, 인생이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그 남자가 주는 것에만 의지한다면 그가 떠나가는 순간 자신은 다시 무너지게 된다. 확실한 게 없는 만큼 언제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수지가 늘 했던 말이었다.
“…….”
나 진짜 애늙은이 같네. 차권석의 말이 떠오른다.
“근데 너는.”
“네?”
“왜 애새끼가 애새끼다운 맛이 없어. 개고생이 취미야? 아등바등 살면 뭐 해, 내일도 모레도 구질구질할 텐데.”
그가 느긋하게 라이터를 달칵거리다 말고 제 싸구려 스커트를 건성으로 들추며 한심하다는 듯 했던 말이었다. 허황된 꿈이라는 그의 말이 현실이란 걸 알고 있었다. 깨고 싶지 않았던 현실.
실은 아무리 덤벼들어 봐야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걸 깨닫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와. 학식 존나 오랜만.”
오랜만에 먹는 학교 구내식당에 효정이 들떴다. 저 역시 학교 식당이 싫지만은 않았다. 자주 먹던 돈가스와 우동 정식을 받아들고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특별할 거 없는 학식이라지만 매일 미용실에서 시켜 먹던 된장찌개에 비하면 만족스러웠다. 돈가스, 자신이 좋아해 애란과 자주 먹던 음식이었다. 돈만 생기면 수지가 사 주던 음식이기도 했다.
나이프로 조각낸 돈가스를 소스에 찍어 한입 먹으려는데 전화가 왔다. 혹시 권석인가 싶어 주머니를 뒤적였다. 권석이 준 휴대전화가 아닌 제 것이었다.
“누구? 도원 선배? 선배도 오라고 해. 안 그래도 너 어디 있는지 계속 묻던데.”
“…….”
“선배랑 너 그렇게 끝나고 선배가 네 걱정 많이 했었어. 집도 몇 번 물어보고. 참, 너 본가 나왔어?”
“응.”
자신의 집안 사정을 잘 모르는 친구들에겐 그게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집은 완전히 처분하지 못했고, 자신은 그곳을 나왔으니까.
“솔직히 이도원 정도면 괜찮지 않아? 너는 모르겠지만 도원 선배 좋아하는 애들 꽤 많았어. 뭐라더라? 해병대? 어, 해병대 나왔대. 키도 180이라 그랬나?”
해병대를 나왔고 할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 대대로 군인 집안. 그래서인지 깍듯할 줄 알고, 가끔 답답하긴 하지만 그게 매력적일 때도 있었다.
도원을 처음 알게 된 건 그가 제대 후 복학을 한 봄이었다. 짧은 머리를 감추려고 인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들어 온 남자가 옆자리에 앉았고 얼떨결에 같은 조가 되어 조별 과제를 했다.
그 이후부터였던 거 같다. 노골적으로 치근대기 시작했던 게. 하지만 이상하게 부담스럽지 않았고, 불편한 짓은 한 적 없었다.
그가 1여 년을 가까이 연락을 해 왔고 그렇게 마음을 받아 준 후 불과 한 달이 조금 지나 자신이 휴학을 했다. 자연스럽게 헤어진 셈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았던 그의 호의가 나쁘지 않아 곁을 내주었었다. 그래봐야 오래가지 못했었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그에게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
사실은 그에게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
“하긴 마음 떴는데 해병대면 뭐하고 공군이면 뭐 해. 도원 선배도 참 안 됐다.”
효정이 자른 돈가스를 입안으로 넣으며 눈을 흘긴다. 차언은 무겁게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귓가로 가져갔다. 효정은 모르고 있겠지만 도원의 얼굴을 보기가 껄끄러운 건 저 역시 도원에게 미안해서였다.
“네, 선배. 아뇨. 학식 먹으러 왔어요. 중도 옆에 있는, 네. 아니에요. 제가 갈게요.”
차언은 썰어 둔 돈가스를 먹지도 못하고 물만 들이켰다. 사실은 자신 역시 지금 이 상황이 갑작스러운데 도원에게 제 마음을 설명하자니 막막했다.
아무리 잠깐 만난 연인이었지만 헤어질 때 그에게 예의가 없었다. 언니의 죽음에 대해 말은 했지만 휴학하며 이별을 고했고, 연락을 두절하듯 그를 떠났으니까.
도원은 곁에 있어 주고 싶어 했지만 구질구질한 현실을 누군가와 나누며 공유를 해 본 적이 없어 자신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누군가에게 약점을 보이는 건 자칫 인생을 걸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은 늘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그를 믿고 안 믿고의 차이가 아니라 제 마음의 문제였다. 그래서 더 도원에게 미안했다.
“나 먼저 간다. 마저 먹고 와.”
결국 애써 산 돈가스와 우동 정식은 손도 대 보지 못하고 일어났다.
어느새 더위가 가신 바람이 목덜미를 훑는다. 비가 올 모양인지 해가 거의 다 저문 하늘에 먹구름이 어둑어둑했다.
커피 두 잔을 손에 든 도원이 도서관 쪽에서 나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선배.”
오자마자 아메리카노를 건네는 도원은 그저 자신을 만나 반가워 보였다. 옛 연인에게 다른 남자 이야기를 차마 꺼낼 순 없어 차언은 한참을 커피만 쥐고만 있었다. 그것도 그를 떠나 사라진 지 1년 사이에 제게 벌어진 일이었다.
어두워진 교내는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간간이 지나갈 뿐, 고요했다. 그리웠던 고요이기도 했다.
이제 좀 괜찮은 거냐, 원룸은 구한 거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건네는 남자가 들떠 웃는다.
왜 항상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은 상처를 입게 되는 걸까.
“너 밥 먹었다고 했지? 그럼 나중에 우리…….”
“선배.”
“어?”
상처, 주고 싶지 않은데. 상처를 줄 생각은 아니었는데 자신과 얽히면 상처 입는 사람뿐이다. 자신과 함께 있어 또다시 상처 입는 것보다 차라리 그에게 빨리 자신의 사정을 말하고 거리를 두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그가 상처 입을 거라면 더 깊어지기 전에 끝내는 게 맞았다.
“저 다시 예전으로 못 돌아가요.”
“차언아.”
“죄송해요, 선배.”
“아직도 너한테 난 그냥 선배구나.”
씁쓸하게 웃는 그가 툭 고개를 떨어뜨린다. 자신과 붙어 멀쩡한 사람은 아무리 할퀴어 봐야 흠집조차 낼 수 없는 차권석, 그 남자 정도일까. 늘 따듯했던 도원에게 매몰차게 선을 그어야 하는 저 자신도 속이 쓰렸다.
“죄송해요.”
“헤어진 사이에 네가 왜.”
“헤어질 때도 제가 일방적으로…….”
“사귀자고 조를 때도 일방적이었던 건 나지.”
“…….”
“나는 그때. 우리가 정말 도망갔으면 지금쯤 어땠을까. 매일 그 생각을 해. 매일.”
3학년 겨울. 늦은 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던 자신을 기다리던 도원에게 자신이 했던 말이었다. 도원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았던 겨울이었다. 그가 좋아 던진 말이라기보다, 철없이 쉬고만 싶었던 바람에서였다.
“저랑 도망쳐 줄 수 있어요?”
“무슨 일 있어?”
“다 버리고 저랑 도망칠 수 있어요? 아무도 없고 누구도 절 모르는 그런 곳이요.”
“도망가자. 어디로 갈래.”
“저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도망가고 싶다는 거. 그냥 어디든…….”
“나도 진심이야. 너랑 가고 싶다는 거.”
장난인지 진심인지 그는 웃고만 있었다. 자신 역시 그랬다. 어디로든 도망가 버리고 싶은 진심 반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아 푸념처럼 던진 농담 반.
“나는 여기에 있고, 네가 원하면 언제든 갈 거야.”
“…선배, 난.”
“커피 왜 안 마셔. 시원한 거 사 올 걸 그랬나?”
늘 일방적으로 배려받기만 했다. 그래서 그가 편하면서 불편하기도 했다. 도원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의 가정사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는 걸 그도 대충 짐작하고 있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럴수록 자신은 더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는 쓰레기통이 아닌데, 그는 자꾸만 제게 털어놓으라 했다. 그래도 된다고.
그의 배려에도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마음을 다 털어놓는 건 상대를 지치게 해 떠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뭐든 처음은 좋은 법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지치기 마련이니까.
“죄책감 갖지 마. 솔직히 나 혼자 너 좋아했던 거잖아. 넌 그냥 내 정성이 기특해서 받아 준 거고.”
“아니에요, 선배. 그런 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을 이어 가는 도원을 보며 다급하게 입을 여는데 쥐고 있는 휴대전화가 징징거렸다. 일주일 만에 울린 전화. 그 남자였다. 차권석.
다소 당황한 눈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던 차언은 저도 모르게 환한 액정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도원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전화를 받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자 도원이 의아한 눈으로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뭐라 이름 하나 적힌 것 없이 전화번호가 그대로 뜬 전화는 도원을 의아하게 만들었지만, 차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휴대전화만 꼭 쥐고만 있었다.
이따 다시 전화를 걸 생각에 무음으로 전환해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는데 여전히 도원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누군데?”
“…그냥 아는 사람이요.”
“그래?”
말 안 해 줄 줄 알았다며 도원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주 어쩌면,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강박에 그가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아는 사람… 나도 너한테는 그냥 아는 사람이겠지.”
“선배.”
“1년 동안 너 많이 기다렸어. 네가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더 많이.”
“…저는 선배, 선배를 생각하기엔…….”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리는데 도서관 앞으로 낯익은 차량 한 대가 보였다.
같은 까만 세단은 많아도 남자의 차란 걸 본능처럼 감지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선배 제가 이따…….”
“어?”
“아니 저 그만 가 봐야 할 거 같아요. 선배는 안 바쁘세요?”
“어, 그래. 가 봐야지.”
“그럼. 가세요, 선배.”
“…급한 전환가 보네, 그래.”
이대로 도원을 보내지 않으면 도원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를 남자였다. 아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차언은 입에도 대지 않아 그대로 식어 버린 커피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차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라도 한 건지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 섰던 도원이 이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차언은 도원이 완전히 멀어지고 난 후에야 마저 차로 걸었다.
열린 차창 안엔 삐딱이 다리를 꼰 채 앉아있는 권석이 보였다.
“꼴에 바람이야?”
그가 차언이 쥐고 있는 휴대전화를 향해 턱짓했다.
“안 받아, 전화?”
언제부터인가 전화는 다시 진동하고 있었다.
“저 새끼한테 정신 팔려서 이제 이깟 건 별거 아니다 싶어?”
그가 가볍게 창밖으로 손을 뻗는다. 그의 손가락 새엔 불이 붙지 않은 담배가 꽂혀 있었다. 휴대전화를 달란 소린가 싶어 그에게로 내밀자 탁 쳐 내며 냉랭한 음성을 했다. 여느 때와 같이 목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꼭 그렇게 느껴졌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으나 가까이 붙어 서라는 말만큼은 알아듣고 다가서자 허리를 더듬는다. 놀라기도 전에 그의 손이 배 쪽을 향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몸을 물리기도 전에 그가 손을 떼어 낸다. 의도를 알 수 없어 불안했다.
“왜 대답을 안 해.”
“이사님, 저기 그러니까….”
“저 새끼한테 직접 들어?”
“별거 아니에요. 그냥… 정말 별거 아닌데.”
“이도원인지 김도원인지 내 손으로 끌고 오면 대답 한 번으로 끝날 거 같아, 차언아?”
그가 조곤조곤 묻는다. 매끄럽게 조금 치켜 올라가는 눈 끝이 보였다. 그 모든 게 풍경처럼 느릿했지만 분명 화가 난 웃음이었다. 담배를 피울 것처럼 오른손으로 라이터를 꺼내 달칵 불을 켠다. 그렇지만 그가 불을 붙이지 않고 다시 닫는다. 그 달칵거리는 소리마저 공포로 다가왔다.
그의 수하에게 머리채가 잡혀 질질 끌려오는 도원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미안한 게 많은 남잔데 또 자신으로 인해 그를 곤경에 빠뜨릴 순 없었다. 차언은 안색이 시퍼레져 손을 떨었다.
“근데 너는.”
“네?”
“밥 한 끼 처먹으면 손가락이 부러져?”
“아… 입맛이 없어서요. 아침은 집에서 먹었어요.”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샌다. 말을 하고 나서 그녀 스스로도 한숨이 나왔다. 지금은 해가 다 진 저녁이었다. 한창 저녁때. 혹시 밥 먹었는지 보려고 배를 만져 본 건가.
“시백아. 아까 그 새끼 좀 데려와 봐. 들을 말 있으니까 곱게 데려와라.”
“아! 아니에요! 다 말할게요. 정말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선배는 그냥……!”
그가 한 손으로 귀 한쪽을 막는 시늉을 하며 눈썹을 구긴다.
“저기 네 친구들 아냐? 이도원 자지 따먹으려다 걸렸다고 소문 다 나는 거 아니냐, 너?”
그가 턱짓을 하며 가리키는 곳엔 도서관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차언은 서둘러 그가 내미는 그림자 안으로 몸을 숨겼다.
그녀가 뒷좌석 문을 열고 올라타자 기다렸다는 듯 시백이 차에서 내렸다.
차언은 올라선 그의 성기를 움켜쥐고 목구멍 안으로 들어온 귀두를 콱 조였다. 입안을 채운 위압감에 울컥,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고개를 들면 차창 너머로 도서관이 보인다.
그보다 더 고역인 건 차를 지키고 선 시백의 등짝이었다. 쿠퍼액을 찔끔거리는 자지를 연거푸 빨아올리다 말고 차언은 힐끗 고개를 들었다. 눈을 올려 떠 자꾸 시백을 힐끔거리니 권석이 쯧 혀를 찬다.
“넌 내 좆 빨면서도 딴 새끼한테 눈이 돌아가?”
“우응, 그런 거, 후으, 아니…….”
“그래. 알았으니까 진정하고.”
그의 손이 페니스를 빠는 데 혈안이 된 그녀의 머리통을 쓰다듬는다. 토닥임과 협박이 혼재된 손길이었다. 싸지 않고는 여기서 꿈쩍도 하지 않을 남자란 걸 알고 있었다.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그새 딴 놈이랑 눈이 맞아?”
“우으응, 읍.”
“하여튼 이거 남자 밝히는 거 보면. 너 커서 뭐 될래. 좆 달리면 그냥 다 좋아? 막 보지가 가려워 죽어?”
항변을 하느라 고개를 반쯤 치켜들었지만, 그가 하던 거나 잘 하라며 뒤통수를 꾹 누른다. 차언은 우둘투둘 핏발 선 핏줄을 혀끝으로 꾹꾹 누르며 올라와 삿갓처럼 솟은 귀두를 날름댔다.
“며칠이나 자리를 비웠다고 딴 놈이야.”
도원의 뒷조사를 한 건진 모르겠으나 그는 도원과 자신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지난번 도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의 반응만 봐도 그랬으니까. 하긴 자신에 대한 것도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치밀한 남자가 도원을 모를 리 없었다.
차언은 우람하게 치켜 선 귀두 갓을 둥글게 핥다 입술을 말아 다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절로 살짝 감겼다. 기둥 깊숙한 부분까지 빨아 보겠다는 그녀의 의지는 무섭게 찌르고 드는 흉측한 살덩이의 기세에 빠르게 꺾였다.
하는 수 없이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반절만 넣은 채 쪽쪽 빨았다. 이게 맞는 건가 싶어 녹녹한 입안에 가둬 두고 있던 자지를 쑤욱 빼냈다. 그래 봐야 고작 절반을 문 것뿐인데 고개를 한참이나 들어 올려야 했다.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왕관을 쓴 듯 두껍게 난 귀두 테두리 사이사이 침이 척척하게 고여 있다. 검붉게 번들거리는 성기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제가 잘하고는 있는 건지, 빨 부분을 가늠하며 지긋이 보던 차언은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채 다시 뱉은 것을 물어야 했다.
대체 언제부터 흥분을 했던 건지, 드로어즈 안에서 그의 성기를 꺼낼 때부터 무섭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쩍, 찌덕, 자신의 침 소리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들어 본 적이 있었나. 팬티 한 꺼풀 걸치지 않은 생 자지에 침을 바르고 쪽쪽 비벼 빠는 소리가 야살스러워 저 스스로도 귀가 가려웠다.
홈이 팬 귀두구가 뻐끔거리며 게워 내는 음액을 빨대 빨듯 쯔읍, 쯥 빨아들였다.
한참을 혀를 이용해 그 주변을 훔치며 날름대다 다시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는데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힐끔 고개를 들자 어김없이 눈이 마주친다.
묘한 표정의 남자가 담배 하나를 꺼내 물다 말고 딱콩, 이마를 때렸다.
“으응, 음. 흐.”
살짝 항변하듯 콧소리를 내자 그가 픽 웃는다.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눈이었지만 어설프게 목구멍을 자극한 탓에 눈물이며 침이며 엉망일 텐데, 그는 외려 그 모습에 용서해 줄 마음이 든 모양이었다.
물론, 아직은 그녀의 짐작일 뿐이었다. 그는 종잡을 수 없는 남자니 방심은 위험했다.
“얌전히 있으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워?”
“하으, 으, 우, 음.”
“뭐라는 거야. 너 그렇게 빨았다간 오늘 집에 못 가.”
물고 있는 것을 열심히 빨기는 빠는데 이런 건 해 본 적이 없으니 능숙할 리가 없었다. 제 시원찮은 혀 놀림을 지적하고 드는 그가 대번 쯧 혀를 찬다.
“그래, 밤새 봐야 네가 좆 되지, 내가 좆 되겠니.”
이렇게 했다간 밤새도록 여기 있을 거란 그의 협박에 차언은 더욱 빠르게 고갯짓을 서둘렀다.
쯔읍, 쭈읍, 츳, 찧고 빻는 물소리가 요란했다.
입천장과 혀를 이용해 우뚝 솟은 돌출부를 부드럽게 빨고, 넘어오는 씁쓸한 음액을 젖먹이처럼 빨아 삼키며 본능처럼 혀를 움직였다. 혀끝을 이용해 까딱거리는 기둥을 내리훑는데 그것만으로도 턱이 뻐근했다.
갓난아이가 그림이라도 그리듯 엉성하고 불규칙한 동작인데도 무엇이 그를 발정케 했는지 입안을 채운 부피가 더욱 팽창하는 것이 느껴진다.
대체 이 남자의 성기는 한계라는 게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설마하니 더 커지겠나, 싶으면 부풀고, 이젠 끝이겠거니 생각하면 보란 듯이 몸을 불린다.
뿌리 부근을 손으로 쥐고 차언은 이쪽저쪽 고개를 돌려가며 페니스를 맛봤다. 예민한 부위가 어딘지 몰라 온갖 곳에 다 혀를 디밀었지만, 어디랄 것 없이 그때마다 그의 복근 아래쪽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성기 전신이 발정기를 맞은 들짐승처럼 빨딱댄다.
“후… 자지는 이렇게 맛있게 쳐 잡수시면서.”
“우으, 으, 읍. 개자…….”
“왜 밥을 안 먹어, 차언아. 개자식 가슴 아프게. 굶어 뒈지기로 했어?”
“아흐으…….”
“참 말 안 들어 먹어, 어?”
그악스레 점막을 찌르고 드는 페니스가 제 침으로 번들거리다 못해 그의 검은 음모까지 푹 젖었다. 앓는 소리를 하며 고개를 저었다. 더는 힘들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묶어 올린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채 뒤통수를 누르는 그가 나긋한 한숨을 쉬는가 싶더니 창문을 내린다. 분명 창문이 내려가는 소리였다. 설마설마했다.
“시백아.”
“예, 형님.”
가까워진 시백의 목소리. 차를 등지고 뒤돌아 서 있던 시백이 그에게로 몸을 돌린 것이다.
차언은 뱉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자지를 문 채 고갯짓을 해야 했다. 추읍, 춥. 권석이 뒤통수를 쥔 손을 흔드는 통에 침 소리가 축축지근하게 샜다.
충분히 마음만 먹는다면 이보다 더 잔인하게도 굴 수 있는 남자, 그 사실만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수치와 공포가 피부처럼 몸을 뒤덮는다. 하지만 그녀의 사정이 어떠하든 너그러이 헤아려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더 깊숙하게 고갯짓을 하도록 잔뜩 굳은 머리를 푹 눌렀다.
시백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권석의 바지춤만 바라봤다. 얼기설기 핏줄이 박힌 자지를 혀로 밀고 내려갔다, 입술로 빨아올리며 구석구석 핥는 그 과정을 시백의 눈앞에 고스란히 내보여야 했다.
“으응, 응.”
선단을 삼켜 먹을 듯 목구멍 안에서 쭙쭙거리고 있던 차언은 순간 머리를 확 낚아채 들어 올리는 그 때문에 고개를 들어야 했다.
귀두만 불룩하게 문 채 강제로 시백과 눈을 맞췄다. 좆물과 침이 비벼지며 온 데 섞인 입가가 지저분하다. 턱 끝까지 질질 늘어진 침이 보란 듯이 뚝뚝 떨어졌다.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려 목구멍을 꼴깍거릴 때마다 벌겋게 달은 귀두를 쪽쪽 빠는 꼴이 됐다.
발그스름한 뺨으로 눈을 내리깔자 똑바로 눈을 치켜뜨라며 그가 바짝 머리채를 잡아챈다. 차언은 하릴없이 귀두를 할짝거리며 시백과 시선을 맞춰야 했다. 울먹거리며 눈꺼풀을 파르르 떠는 그녀와 달리 시백은 담담한 눈으로 차언을 보고 있었다. 수치스러워 눈가가 뜨끈뜨끈하다. 귀두를 문 것만으로도 벅차 침이나 질질 흘리고 있는 자신을 시백이 보고 있다.
입속에서 방황하는 혀를 가누지 못해 저도 모르게 내밀 때마다 혓바닥이 둥근 귀두 왕관을 적나라하게 쓸고 들어간다. 외려 더 외설스러운 꼴로 좆을 빠는 셈이었다.
시백이 자신의 이 추태를 어떻게 생각할지 짐작만으로도 겁이 났다. 그렇지만 그런 한가한 생각을 아직도 할 정신이 남았냐는 듯 그가 재차 고개를 찍어 누른다. 순간 목구멍을 치고 들어오는 귀두에 눈물이 울컥 났다.
“건주한테 줘라. 내일 들어가서 큰형님께 전해 드리라 하고. 난 좀 늦을 거다.”
쥐구멍으로 들어가 숨고 싶은 마음을 아는지, 권석은 차분한 목소리를 한다. 고저 없는 음성은 너무도 침착해 등줄기가 시큰거릴 지경이었다.
그러면서 그가 한 손을 움직여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여전히 한 손은 그녀의 뒤통수를 그러쥔 채였다.
“예, 형님.”
왕복을 요구하는 그의 손길에 차언은 시백이 보는 앞에서 상스러운 모양새로 그의 성기를 빨아야 했다.
츄읏, 춥, 저속한 소리를 죽여 보려 입술을 모았지만 그럴수록 침이 모여 마찰음이 더욱 거세진다. 반항하듯 뱉어 내 혀끝으로 귀두를 밀어낼 때마다 묵직한 기둥이 툭, 툭, 혓바닥으로 달라붙어 입술을 때린다. 그의 손길에 힘이 들어가고, 여린 점막을 눌러대던 좆이 입천장을 뭉갰다.
“으응, 응…….”
그 어떤 섹스보다도 음탕하고 난잡하게 느껴졌다. 그건 눈앞에 둔 제삼자 때문일까, 꼭 섹스인 듯 벌인 듯 그녀에게 감당 못 할 수치를 주는 이 남자 때문일까.
입속에 박힌 좆이 꼭 뇌 속까지 찌르는 것만 같았다. 머리통이 다 멍멍하다.
“손으로 제대로 잡아. 맛있게 안 빨지.”
“우으, 아, 응.”
경고는 간결하고 단호했다.
차언은 재차 입을 벌려 혀로 들러붙는 선단을 먹고 손으로 성기 밑동을 움켜잡았다. 제 스스로 그의 자지를 움켜잡고 야살스레 물고 빠는 모습을 시백이 보고 있다. 우읍, 춥, 쭈읍, 이 추잡한 소리라도 안 나면 좋을 텐데, 저한텐 모든 게 불가항력이었다.
“시백아, 이거 잘 감시해라. 여차하면 또 사고 친다.”
“예, 형님.”
“애들 시켜서 산 거 갖다 줘라.”
“예.”
그가 내민 것을 받아 든 시백의 목소리가 다시 사그라졌다. 그가 창문을 조금 올린 것이다. 왜, 올리다가 마는 거지. 그래 봐야 밖이 훤히 다 보였다. 마음이 달아 자꾸 그쪽으로 눈이 갔다.
그가 아까보다 좀 더 부드럽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차언은 다 올리지 않고 열어 둔 창문이 신경 쓰였다.
“혀에 힘 풀고, 그 새끼한테 하던 대로만 해, 했던 대로만. 누가 뭐 더한 거 시켜?”
곧 그러리라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쯧, 그가 혀를 찬다.
도원과는 이런 일 같은 게 없었다고 말을 하고 싶어도 입안을 채운 것 때문에 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심중에 도원이 가시처럼 콱 걸려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 더 변명의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그가 시키는 대로 입술에 힘을 빼자 뒤통수를 찍어 누르는 압박감과 동시에 그의 성기가 푹, 푹 빠르게 박혀 들기 시작했다.
빨라지는 속도에 그의 팔이며 허벅지를 마구 긁었다. 저도 모르게 혀에 힘이 들어가 들락거리는 성기를 살뜰히 빠는 꼴이 됐다.
혓바닥을 바쁘게 지나다니는 성기가 핏발을 더욱 빳빳하게 세운 것이 선연히 느껴진다. 곧추서선 곧장 터트릴 것처럼 팽팽하게 부푼 성기가 입속 점막 구석구석을 뭉그러뜨리고 찔렀다.
종내는 침을 물처럼 질질 흘리며 입안을 헤집는 성기를 받아내야 했다.
의도치 않은 그녀의 행동이 그의 사정을 촉진했는지 부푼 페니스가 머금고 있는 정액을 걸쭉하게 뱉어 냈다. 흘러내리는 침을 갈무리하느라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추접스럽게 삼켜야 했다.
차언은 뾰족하게 뜬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이게, 이게 뭐 하는… 실장님이……!”
“말했지, 차언아. 내가 먹은 여자 몸에 딴 새끼가 손대는 거 용납 없다고.”
“그렇다고 어떻게…….”
“밑구멍 단속 잘 해. 좋게 좋게 봐주는 건 이번뿐이야. 음?”
더 이상 타협점은 없었다. 그에게 통하는 변명 따윈 없다.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은 없다.
그는 화가 났고 지금 최대한으로 인내하는 중이라는 걸 감지했다. 지나치게 가라앉아 있는 눈동자가 그랬다.
“그…….”
“왜, 밑구멍이 두 개라서 헷갈려? 구멍이 두갠데 어디라도 좆이 안 들어가겠어. 둘 다 잘 닫고 있어.”
‘그렇다고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따위의 인정에 호소하는 어설픈 항의는 그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다.
화가 나면 전에 없이 무서운 사람.
자신이라고, 마음에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으로 봐주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감정에 기대어 용서라는 걸 베풀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할퀴어도 조금도 흠집 나지 않을 사람. 그래서 확 멋대로 굴어 버릴까 주먹이 부들거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남자가 무서웠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남자가 나긋하게 코웃음을 친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보는 건…. 그냥 이사님만… 이사님만…….”
차언은 덤덤한 척 굴었지만 서러워 코가 시큰거렸다. 안다. 그를 선택했을 때부터 이보다 더한 것도 예상을 했어야 했다. 독이 든 성배를 스스로 택했으니 독 또한 자신의 몫이었다.
그의 말대로 그의 손을 잡는 순간 좆 됐다는 걸 알았지만 언제나처럼 제 인생은 또 다른 길이 없었다. 늘 막다른 곳이었다. 이번에는 제 손으로 그를 붙잡았다는 차이만 있을 뿐.
그의 손을 외면했대도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으리란 보장은 없다. 제 인생은 늘 그래 왔기 때문에.
하지만 그를 택한 것 또한 잘못된 선택일까.
다 그만두겠다고 말을 할까, 문득 생각이 스쳤을 뿐이었다.
그렇게 울어도 이제 와 널 놓아줄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는 듯 그의 손이 침이 가득한 그녀의 입가로 향한다.
“그만 울어. 너 달래는 것도 지겹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손은 입가에 묻은 침을 닦고, 눈은 도망이라도 가면 발목이라도 분지를 거라고 말한다.
자신의 손목을 자르겠다 설치던 남자들의 대가리 따위는 간단히 따던 사람이다. 그녀를 살려 두는 건 순전히 그의 마음이었다.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자신이 온종일 굶은 거까지 사람을 붙여 알아내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붙이지 않았다면 집을 나온 이후 내도록 한 끼도 안 먹었다는 걸 알 리가 없으니까.
그럼 자신이 도원과 별거 안 했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텐데. 왜 심술을 부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여기서 더 울면 등을 토닥여 주겠지. 또 숨을 못 쉬겠다고 가슴을 치면 안아 주거나. 아니, 지금 그의 심기가 뒤틀려 오히려 더 벼랑으로 내몰지도 몰랐다.
나쁜 새끼. 더 이상 넘어가지 말자. 속았어. 물론 그가 좋은 사람인 척한 적도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차언은 꼭 속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그만뒀어야 했는데. 괜히 이 새끼랑 떡 한 번 잘못 쳤다가 인생 조지게 생겼네. 그치?”
“…….”
“왜 대답 안 해.”
“…고민 중이에요.”
“이게 진짜.”
“저 집에 갈래요.”
“나도 집에 갈 거야.”
한 대 때리면 그대로 담배로 지져질까.
“뭘 봐.”
너 본다, 왜.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삼키며 차언은 이를 갈았다.
“눈깔에 또 힘 들어가지.”
차언은 입을 꾹 다물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 화가 났다는 표현에도 그는 달래 주지 않았다. 차언은 스커트를 밑으로 내려 정돈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사 준 스커트였다. 마주친 시선을 피하며 괜히 어깨를 만지는데 겨드랑이로 두 손이 스윽 들어왔다. 아차 할 새도 없이 몸이 번쩍 들렸다.
“아……!”
아직 정리되지 않은 그의 성기 위로 올라탄 차언은 당황스러운 눈으로 권석의 어깨를 붙잡았다.
남자의 성기를 빨다 젖어 버린 팬티를 건성으로 젖힌 그가 습한 음부 입구를 매만지더니 그곳에 그대로 귀두를 갖다 댄다. 설마……. 찌덕, 애액으로 막이 쳐진 입구가 트이는 느낌이 어찔하다.
차언은 재빨리 차창 밖을 보았다. 아직 열린 차창으로 여전히 시백이 등을 돌린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종섭과 남자의 수하들이 보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까 무서운 것보다 또다시 그가 시백을 부를까 그게 더 두려웠다.
“잠깐만, 잠깐, 여기선……!”
“전화는 왜 안 했는데.”
“저, 전화요?”
“시백이가 준 거 안 받았어?”
“아, 핸드폰. 받았어요.”
“근데.”
“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하라고… 전 필요한 게 없어서요.”
“뭐?”
그가 황당하다는 듯 웃는다. 어이가 없다는 눈이었다.
“너 그, 뭐야. 도원? 이도… 뭔, 씨발 이름도. 그거랑 사귄 거 맞아?”
“예?”
“이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떠먹여 줘야 하는 건지. 스커트 올려 봐.”
“안……!”
차언은 기어코 제 좁은 보지 틈을 찌걱, 젖은 소리가 나도록 벌리고 들어오는 그를 밀어냈지만 조금의 제동도 걸지 못했다. 비좁은 통로가 깊게 맞물려 차고, 속살을 치다 못해 내장까지 밀어 올리는 듯한 압력에 비음 섞인 울음을 토해 냈다. 여기선 정말 위험한데. 문밖에 남자들이 있는데. 고개를 저었지만 그가 그녀의 뜻대로 해 줄 리 없었다.
“으응. 아. 너무 깊… 제발 창문이라도…….”
“밖으로 끌려 나가고 싶어? 내가 박아 줄 땐 어떻게 하라 했어. 두 번 말해야 해?”
휘청거리는 허리를 단단하게 받치는 그의 손이 등 뒤로 들어와 툭, 브래지어 후크를 푼다.
차언은 그 뜻을 알아듣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혀가 섞이고, 침이 섞이고, 구멍 속으로 자지가 푹푹 박혀 뒤섞인다. 제가 여태 물고 빨았던 그의 성기가 잔뜩 자신의 침을 묻힌 채 촉촉한 안을 후비고, 거침없이 긁어 댄다.
브래지어 밖으로 튀어나온 젖이 아프도록 출렁거렸다. 4년을 얌전히 아르바이트와 공부만 했던 자신이 학교 안에서 이런 짓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 일이었다.
“아! 아흣! 앙!”
“우리 애들 지금 자지 다 섰다. 네가 책임질 거야?”
신음 소리를 참으려 그의 목덜미에 입을 꾹 눌러 붙여 틀어막았다. 그리고 권석을 지지대 삼아 휩쓸리는 몸을 의지해야 했다. 지지할 데라고는 이 남자뿐이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다른 곳으로 가서 하자 그를 흔들었지만 알아먹을 남자가 아니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여기서 절정을 봐야 한다는 거.
“흐응, 으응. 응! 아아!”
“엉덩이 제대로 흔들어. 더, 더.”
쑤시고 들어오는 살덩이를 콱콱 조여 물고, 질구로 페니스를 게걸스레 씹으며 차언은 쌍스럽게 엉덩이를 돌렸다. 그야말로 남자 좆을 더 잘 먹겠다는 허릿짓이었다.
어떻게 해야 남자 자지를 잘 빨아먹는 건지, 그를 기분 좋게 만드는 건지 그런 건 모른다. 자신이 기분 좋은 위치만 골라 찍으며 천잡하게 엉덩이를 흔들 뿐. 그래서 그가 만족하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엔 머릿속이 진창이었다.
푹 녹아 흐물흐물해진 머릿속에 몸은 풀어지고, 이성은 여기선 안 된다고 그녀를 후려치는데 몸은 미쳐 날뛴다.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뚱이를 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손이 심심해? 먹으면서 종섭이 좆이라도 흔들래?”
꽉 끌어안으라는 말을 너무도 무섭게 해 자꾸 손이 떨렸다. 정말로 종섭을 옆자리에 앉히고 성기를 잡고 흔들라 시킬까 봐 온몸을 발발거렸다. 마음을 먹는다면 그건 일도 아닌 남자인지라.
차언은 그의 목을 꾹 끌어안고서 마구 엉덩이를 흔들어 젖혔다. 후미진 안까지 끝도 없이 쑤욱 박히는 성기가 연신 그녀를 겁박하고 위협한다. 달아나겠다는 의지는 진작 꺾였는데 그녀가 잠시 먹었던 마음 한 줌까지 말살할 것처럼 그렇게.
엉덩이를 주저앉힐 때마다 주먹 같은 귀두가 자궁을 두들기고 그 뒤까지 찔러 댔다. 깊숙한 스폿까지 접합되는 느낌이 선연하다.
보지 속살을 호되게 두드려 대는 흉악한 자지는 자비 따위 없었다.
“아앙! 아!”
새되게 소리를 지르다가도 숨을 참았다.
“잘 따먹으면서 투정 부리지, 자꾸.”
쯧 그가 혀를 찬다. 비난이 따갑다. 가슴이 따갑고 마음이 맞아 멍이 들고 부푼다.
소리를 참느라 목구멍이 아플 지경이었다. 끅끅대며 힘들어하자 대번 그의 손이 등으로 달라붙는다.
“뚝 그쳐.”
아이를 달래듯 토닥이고 어르고, 등을 어루만져 주다가도 목구멍 밖으로 소리를 터트리지 못해 눈물을 뚝뚝 흘리자 그가 문을 향해 손을 뻗는다. 설마, 정말로 끌고 나가는 건 아니겠지. 제발. 애원하듯 더 잘하겠다고 그의 손을 잡았다.
“아흐으…….”
“용서하려면 아직 멀었어, 너. 엄살은.”
“으음… 흣. 아.”
“차언아. 내가 널 보기만 하는 거 같아?”
“그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람이 눈이 두 개인 이유가 뭔지 알아? 굳이 죽이자니 성가실 때 유용하거든. 하나만 찌르고 풀어 주는 거야. 그럼 보통은 따로 힘 빼지 않아도 납작 엎드려. 이렇게.”
라고 말하며 그가 그녀의 뒤통수에 손을 얹고 그의 어깨로 콱 짓누른다.
“개처럼 질질 싸면서 빌기도 하고, 뭐. 재밌지?”
차언은 그의 어깨를 꾹 붙잡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도원에게 그리하겠다는 소리기도 했지만, 저에게 하는 경고기도 했다.
“허으… 으응. 아…….”
“참, 사람이 얄팍해? 의리니 사랑이니 필요할 땐 잘도 찾으면서.”
그의 손이 느리게 허리를 매만진다. 여차하면 허리를 쥐어 부러뜨릴 것만 같은 기분에 식은땀이 흘렀다. 저도 모르게 그의 것을 물고 있는 밑구멍에 힘이 들어갔다. 항문까지 짜부라지듯 닫혔다.
“꼭 급할 때는 그 개소리 집어치우거든.”
꾹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그녀는 손등으로 눈 밑을 비볐다.
알아서 잘하라는 말이었다. 남자는 명령과 지시가 익숙한 위치에 있고, 뭐든 상명하복으로 이루어진 그의 세계에서는 눈치껏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가 시키는 대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어김없이 엉덩이로 손이 날아와 더딘 그녀를 질타했다.
차언은 얼어붙은 엉덩이를 파르르 떨며 그에게 몸을 붙였다. 그와 마주 볼 용기가 없어 자꾸 시선이 꺼진다.
고개를 숙이자 접붙은 이음새가 보였다. 찌걱, 쩍. 추삽질이 이어질 때마다 애액이 침처럼 엉겨 붙은 서로의 음모가 연거푸 비벼지고 쓸린다. 그의 성기를 먹기 위해 양옆으로 벌어진 보지 둘레 살에도 얼기설기 돋아난 털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앙, 아! 아응, 아!”
머릿속이 새하얘진 차언은 제 구멍 속으로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는 페니스를 보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엉덩이를 내렸다.
검불그스름한 자지가 칙칙하게 젖은 짙 갈빛 소음순을 열고 그 안으로 올려 꽂힌다. 그리고 애액에 푹 담겼다 빠져 번들거리는 모양새를 구멍 밖으로 드러낸다.
그 흉측한 기둥을 먹으려 엉덩이를 흔들고 또다시 빈 보지 속으로 성기를 재진입시켰다. 질벽을 좌우로 우악스럽게 벌리고 드는 압력에 입을 다물려 해도 절로 색스러운 신음이 샜다.
접점을 한참 동안 보고 있자 그가 아예 자신의 자그마한 팬티를 젖힌 채로 찢어 버렸다. 찌익, 하고 찢겨 너덜거리는 팬티를 바라보면서도 그를 끌어안아야 했다. 손이 후들거렸다.
자신의 허리 따위는 한 줌에 꺾어 버릴 커다란 손이 엉덩이를 끌어와 당기고 허리를 매만진다. 그러다 넘실거리는 젖 한쪽을 콱 움켜쥐는데 저도 모르게 소변을 찔끔 지렸다. 두려움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그의 좆을 적셨다.
“그렇다고 그렇게 무서워하면 미안해지잖아.”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어조의 남자가 나른하게 속삭인다. 그럼에도 그를 놓지 못했다.
선택지는 하나뿐이었으므로.
느긋하게 시트에 기대어 있던 그가 방향을 바꿔 차 문에 몸을 기댄다. 완만해진 경사에 자연스레 그의 복근을 짚었다. 휙 올라간 치마가 허리에 걸리고, 덕분에 차창을 향해 엉덩이를 훤히 내놓은 채 허릿짓을 해야 했다.
자세가 달라진 탓에 누군가가 창 쪽을 보기만 한다면 곧장 남자의 자지를 먹고 있는 제 구멍이 보일 위치였다.
“시백아.”
“흣, 응! 안, 돼!”
부르는 소리에 문 쪽으로 뒤돌아선 남자가 고개를 숙인다. 그들에겐 명령에 따른 복종이므로 이상할 게 없는 주문이었다. 창문이 반 가까이 내려가 있다. 그의 시야에서 모든 게 다 보이지 않길 바랄 뿐. 그의 옷을 쥐어뜯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넌 쟤가 이도원이 아니라 최시백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지, 차언아.”
“다시는, 다시는 안 만날게, 안 만날, 흑, 으응, 게요.”
이제야 그가 원하는 대답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무엇이 그리 뒤틀리는지 심기가 편치 않아 보였다.
“그건 당연한 거고.”
“아흐흑, 이사님.”
그의 가슴팍에 안겨 애원 같은 어리광도 부려 봤다. 제발. 그의 마음을 돌리려 남자의 입술을 핥고 엉망으로 혀를 밀어 넣어 어쭙잖은 키스를 했다. 그가 호응을 쉬이 해 주지 않는 데다 키스가 엉망인 탓에 그마저도 숨이 막혀 침을 줄줄 단 채로 입술을 떼어 냈다.
“애 단속 잘 하라고 했더니, 이 새끼나 저 새끼나 너한테 참 너그러워, 어? 시백이 새끼도 유독 너한테만 말랑해져서는.”
“제가 도망, 도망가자고 했는데 같이, 못, 못 간 적이, 흐으, 있었어요. 그 얘기 한 거예요. 매일, 그 생각을 한, 했다, 고, 흑, 허으. 흐.”
차언이 결국 빌었다.
“저를 많이, 생각, 생각했다고. 1년 동안 나를… 근데 저는… 아니라고 했, 아흣.”
결국 원하는 것을 듣고야 마는 남자가 못마땅한 듯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다.
“가 도망. 안 말려.”
“…흐, 읏. 흑.”
“너한테 내가 뭐 특별할 거라고 생각 안 해. 사랑이니 연애니 씨발, 어차피 너나 나나 그런 거 안 하잖아.”
내가 너랑 한가하게 연애나 하면서 재미 볼 처지도 아니지. 그가 그렇게 뇌까린다. 아주 낮고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음성이었다.
조롱인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그렇게 말하는데 조금 가슴이 아팠다.
사랑도 연애도 아니면서 서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서로에게 서로가 있어야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이.
꼭 그가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들은 것만 같은 기분, 실로 유쾌하지 못했다. 자신이 내뱉은 말이지만 관계를 명명하게 밝히자면 그냥 아는 사람과는 떡 안 친다.
그때 그냥 솔직히 말할 걸 그랬나. 자신이 요즘 들어 만나는 남자라고. 솔직하게.
하지만 도원에겐 미안한 것투성이라 더 상처를 얹을 수가 없었다. 의도치 않았다 하지만 그 상처를 전부 제가 준 것이라, 이기적이게도 그랬다.
“그런데 차언아, 네가 도망가면 너 단속 못 한 문밖에 저 등신들이 무사할까? 너는, 무사하고?”
이럴 때조차 어린애 취급하는 남자가 그녀의 머리칼을 움켜쥐듯 쓰다듬는다.
눈물로 범벅이 된 몰골로 훌쩍거렸다. 그의 성기를 다 담아 내느라 살갗을 있는 대로 벌어져 버티고 있는 밑구멍이 욱신거린다.
“사람이 행동을 했으면 책임은 져야지. 너 그 정도 나이는 됐잖아.”
빨리 움직이라 또다시 찰싹, 엉덩이 한쪽을 후려 다그친다. 차언은 그의 상체에 거의 엎드린 채로 난잡스레 음부를 움직여야 했다. 구멍에 끼운 좆을 상하로 올렸다 뺐다, 마구 내젓고, 앞뒤로 깊게 먹었다 게웠다 하며 꿀꺽꿀꺽 맛있게도 먹었다.
제 마음과 달리 필시 그런 모양새를 하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아까 제 눈으로 직접 본 것처럼. 찌걱, 찌걱. 상스러운 마찰음에 눈을 감았다. 귀까지 틀어막고 싶은 기분에 가슴이 울컥거렸다.
“다시 한번 더 거슬리게 해. 이도원 앞에서 그 잘난 구멍 밤새 벌릴 줄 알아.”
움직임이 시원찮은지 그가 아예 허리를 퉁겨 성기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앙! 아아! 안, 돼, 아!”
빠른 속도로 안을 들락거리는 성기가 뜨거워 애액을 물처럼 게워 내고 온몸을 발작하듯 떨었다.
꼭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이 여자는 제 것이니 그 누구도 탐해서도, 감히 그럴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된다고.
들썩거리는 차를 에워싼 그의 수하들, 문밖에서 이 모든 걸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시백. 아니, 창문이 내려가 있는 데다 그가 이렇게 코앞에 서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그의 눈깔이 뽑힌 게 아니고서야.
“자꾸 봐주면 안 되는데, 또 이거한테 넘어가서, 씨발.”
느긋하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그가 쯧 혀를 찬다.
차언은 그의 가슴팍을 쥐어뜯으며 울컥울컥, 반강제로 개방된 구멍을 활짝 열어 정액을 받아먹어야 했다. 그가 성기를 들쑤실 때마다 구멍 밖까지 정액이 지저분하게 샜다.
“너 단속 못 한 죄로 우리 최 실장한테 무슨 벌을 줘야 할까, 차언아.”
그가 가볍게 비꼰다. 가볍게 던진 말이 천근처럼 무겁게 날아와 제 가슴팍으로 처박혔다.
“시백아. 네가 말해 볼래?”
꼭 이쪽을 보고 있는 시백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기분이, 그냥 기분이 그랬다. 그만큼 몸뚱이가 예민해져 있는 기분에 차언은 진한 몸서리를 쳤다.
“애새끼 단속을 못 했는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지, 그렇잖아.”
꼭 그가 칼이라도 꺼낼 것처럼 느리게 손을 움직였다. 어느새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손을 뻗은 그가 식은땀 범벅인 차언의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그러다가도 일순 묶은 머리를 콱 잡아 챌 것만 같았다.
“너? 아니면 너?”
그의 눈이 차언과 시백으로 번갈아 향했다. 꼭 칼끝이 목구멍으로 겨누어진 기분에 감히 무서워 대꾸조차 한번 못하고 바짝 얼어붙어야 했다. 자신이 주제도 모르고 까불었으니, 그것을 미리 저지 못 한 그의 수하에게 책임을 물릴 생각인 듯 보였다.
“흐으, 응. 흐…….”
싸면서도 팍팍, 처넣던 그가 순간 성기를 잡아 뺐다.
벌어진 질구에서 허벅지를 타고 내리는 미적지근한 남자의 정액이 느껴진다. 차창 너머로 시백이 이 광경을 고스란히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속이 메스꺼웠다. 정액이 들어차 허여멀건 자신의 구멍부터, 그것을 뿌려 댄 남자의 흉측한 페니스까지.
“차언아, 내가 너 그렇게 안 가르친 거 같거든.”
발작하듯 몸부림을 치는데 권석이 다시 벌어진 구멍에 그의 성기를 끼워 빈 공간을 차단시켰다. 이젠 몸이 그 뜻을 알아듣고, 남은 정액 찌꺼기를 사정 중인 성기를 차지게 감싸고서 아래위로 움직여 댔다. 삽입 운동보다 몸부림에 가까웠다.
어느 누구의 협박보다 그가 몸소 보여주는 경고 한번이 백만 배 더 무섭다.
차언은 자의로 밑구멍을 벌려 페니스를 쑤욱, 쑥 안으로 밀어 넣고 빨아 대면서도 차라리 정신을 놓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모든 게 또렷해질 뿐이었다. 눈을 감아 보지만 여전히 정신이 든 채로 제 구멍 속에서 세차게 휘저어지는 성기가 느껴졌다. 그러다 발작하듯 사지를 떤 차언이 기어이 픽 쓰러졌다. 남아 있던 힘마저 방출된 것이다.
“어디 뭐 하나 잘라 가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때릴 수도 없고.”
온몸이 늘어져선 다리 두 쪽을 쩍 벌리며 쌕쌕거리고 있는데 다소 짜증스레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권석이 무례하게 지껄였다.
한 번 봐줄 법도 한데 그는 끝까지 사람 애를 태우며 벼랑에서 그녀를 건져 올려 주지 않았다.
“최시백, 두고 가.”
여태 자신을 바라보고 섰던 시백이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두고 떠났다.
모든 소리가 꿈결처럼 느껴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