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138
치팅데이 138화
29. 제로(1)
목요일.
부산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넘어 이제는 완전히 일상을 되찾았다.
방송 일정도 정상화되어 오늘은 백우진과 요리보고와 백반토론을 진행할 예정인데.
배가 자꾸 아프다.
오늘만 세 번째 화장실을 다녀왔다.
└똥쟁이
└어디 아픔?
└화장실 자주 가네
“똥쟁이라뇨. 진짜 말씀 막 하시네. 넌 똥 안 싸?”
진이 빠져 제로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아. 근데 진짜 오늘 몸 이상하네. 아침부터 계속 설사하고 있어.”
└아 밥 먹는데
└카레 먹고 싶어짐
└병원 가
└콜라 그만 좀 마셔.
└ㄹㅇ 설사하는데 왜 콜라를 마심. 물을 마셔.
└찬 거 계속 마셔서 그런 거 아냐? 요새 방송할 때마다 제로콜라 달고 있던데.
└혈당에도 안 좋지 않나?
“여러분 모르시는구나. 제로 콜라는 혈당하고 상관없어요. 계속 마셔도 됩니다.”
말을 하는 와중에 또 배가 끓는다.
“야호!”
마침 백우진이 도착했다.
“나 화장실 갔다 올 테니까 너 인사 좀 하고 있어.”
“응.”
백우진이 자리에 앉는 걸 보고 화장실로 향했다.
진짜 뭔 병이라도 생긴 건지 진땀이 나고 어지럽기도 하다.
한참을 고생한 뒤에 사무실로 들어오니 묵은지가 안 보인다.
“형 설사해?”
백우진이 물었다.
“어. 오늘 계속 이러네.”
“많이 안 좋아?”
“어. 오늘 방송 길게는 못 할 것 같은데.”
콜라를 집으려 하니 백우진이 빼앗았다.
“……뭐야?”
“설사하는데 콜라를 왜 마셔.”
“목마르니까. 빨리 줘. 힘없어.”
“이거 때문일지도 몰라.”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뭔 소리야. 제로 콜라는 건강이랑 상관없는 거 몰라?”
“오늘 얼마나 마셨는데?”
“1.5리터 하나 먹고 그거.”
백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것도 거의 다 마셨잖아. 평소에도 이렇게 마셔?”
“응.”
그날그날 다르지만 1.5리터로 두 개 정도 마시니 3리터 정도 마시는 것 같다.
당뇨가 생긴 이후로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못 먹게 되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는데 그나마 제로 콜라가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니까 배가 아프지 인간아.”
백우진이 내 등을 찰싹 때렸다.
“그래? 아니 나 제로 콜라 좀 찾아봤는데 진짜 아무 상관 없대.”
“안 되겠다. 오늘 요리보고 주제 제로 음료로 하자.”
녀석이 콜라를 쥐고 놓질 않는다.
“제로 음료수가 단맛을 낼 수 있는 이유는 감미료 때문이에요. 얘들은 단맛은 나는데 칼로리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몸에 흡수도 안 돼요.”
“없다시피?”
“응. 거의 없지만 완전히 제로는 아니야.”
“아. 그건 알아. 지금 법으로 100ml 당 4kcal 이하는 0으로 표기해도 된다며.”
“그치. 근데 완전한 0은 아니다. 마침 제로 콜라가 있으니까 성분표 보면서 얘기하면 되겠다.”
백우진이 제로 콜라에 적힌 원재료명을 읊었다.
“정제수, 이산화탄소, 카라멜색소Ⅳ, 인산, 수크랄로스, 구연산삼나트륨, 천연향료, 아세설팜칼륨, 카페인. 이거 하나씩 괜찮은지 살펴보면 되잖아?”
“응.”
“먼저 정제수. 물이에요. 물. 건강에 나쁠 거 하나 없죠. 다음은 이산화탄소. 탄산인데 여러분 탄산수 마시죠? 건강하려고. 네. 이것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물과 탄산은 괜찮다는 뜻이다.
“다음은 카라멜색소인데 이건 조심해야 해요. 카라멜색소는 Ⅰ, Ⅱ, Ⅲ, Ⅳ형으로 나뉘는데 Ⅲ형하고 콜라에 들어가는 Ⅳ형이 문제예요.”
“어?”
깜짝 놀랐다.
제로콜라는 건강에 문제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다른 말이 나온다.
“카라멜색소 Ⅳ형을 만들 때 암모니아가 첨가되는데 이때 4-메틸이미다졸이란 발암가능물질이 생성되어서 그래요. 국제암연구소에서 분류하는 거니까 옳다고 봐야죠.”
“뭐야. 먹으면 안 되잖아.”
“우선은 카라멜색소를 만들 때 발암가능물질이 기준 이상 안 나오도록 규제하고 있어서 식약처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어.”
“뭐야. 발암물질이라며. 식약처에서는 왜 괜찮다는 거야?”
“WTO에서 규정한 카라멜색소의 일일섭취허용량은 킬로그램 당 200㎎이야. 짜장면으로 치면 하루에 100그릇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지.”
“아.”
└엌ㅋㅋㅋㅋㅋㅋㅋ
└카라멜색소로 죽기 전에 배 터져 죽겠닼ㅋㅋㅋㅋ
└몸에 안 좋을 수 있는데 그 수치까지 가려면 엄청 많이 먹어야 한다는 거구나.
“그럼 괜찮다는 거네.”
“그치. 근데 우리가 카라멜색소만 먹는 건 아니지. 하루에도 수십 종의 첨가제를 먹으니까 과도하게 먹으면 충분히 안 좋을 수 있는 거야.”
“적당히 먹는 건 괜찮지만 과하면 문제가 된다.”
“그치. 다음은 인산. 인산은 구연산삼나트륨하고 같이 설명할 수 있어. 둘 다 산도를 조절하는 보존료, 방부제거든.”
“방부제?”
“방부제 자체가 인식이 나쁘긴 한데 이것도 먹는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아.”
“작은 문제는 생겨?”
“응. 설사.”
깜짝 놀랐다.
“이거 때문이었어?”
“일단 들어 봐. 이것도 아까 카라멜색소랑 마찬가지로 설사랑 혈압 상승을 유발하는데 워낙 소량이라서 한두 잔 먹는다고 반응이 오진 않아. 제로 콜라 마셔서 설사하기 쉽지 않은 거지.”
└그 어려운 걸 우리 찬용이가 해냅니다.
└하루에 3리터씩 처마시는데 문제가 없겠냨ㅋㅋㅋㅋㅋ
└그만 좀 마셬ㅋㅋ
└의외다 제로 콜라 건강에 문제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래?”
“응. 사실 구연산삼나트륨, 인산뿐만 아니라 감미료도 설사를 유발해.”
“아니. 괜찮다며. 나 지금까지 속은 거야?”
“게다가 인산은 칼슘 흡수를 방해해서 뼈나 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근육이 수축되거나 생체 신호전달, 생리현상 같은 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칼슘이 부족해서 생기는 거야.”
“와.”
“칼슘 부족으로 생체 신호전달이 안 되니까 신경질이 나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거야. 또 위장장애가 생길 수도 있고.”
어이가 없어 멍해진다.
“그럼 칼슘만 먹으면 되겠네?”
“아니지. 칼슘이 과해도 문제야. 칼슘이 많아지면 혈액이 응고돼서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요로결석 같은 병이 생길 수 있어. 그러니 칼슘을 챙기려고 영양제를 먹는 것보단 칼슘은 음식으로 섭취하고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를 먹는 게 좋아.”
└결국 제로 콜라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안 좋다는 거 아님?
└그러네 무지성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면 안 되네.
└근데 엄청 마시면 안 된다고 하잖아.
└뭘 들은 거야. 그러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말이잖아.
└우리 앞에 그 엄청 많이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페인이야 다들 잘 알 테고. 마지막으로 아세설팜칼륨하고 수크랄로스. 감미료지? 이게 제일 중요하고.”
“설마 이거 혈당 높여? 아닌데? 나 혈당 체크하면서 마셨는데.”
“혈당 안 높여. 이 방 시청자 분 중에서도 감미료가 나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 텐데 뭐, 여러 가지 논문도 있어요. 우울증이 생긴다, 당뇨가 생길 수도 있다, 피부염증이 생길 수 있다.”
“논문 있으면 진짜 아니야?”
“그거 다 어용 단체에서 만든 거야.”
고개를 기울였다.
“제로 음료 업체를 공격하려고 의도적으로 실험을 조작해서 만든 논문이야. 변인 통제도 안 하거나 막 기준치의 몇백 배 이상을 투여하거나 하는 식으로.”
“뭐야. 그런 뻔한 거짓말을 왜 해?”
“믿는 사람이 생기니까.”
확실히 인공감미료가 안 좋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지금도 많다.
MSG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금방 납득이 된다.
“근데 결국은 FDA 같은 곳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부실하고 잘못된 논문이니 무시하면 되고. FDA에서 인정하는 인공감미료의 부작용은 소화불량, 설사, 복통이야.”
“뭐야!”
“끝까지 들어봐. 이것도 문제를 일으키긴 하는데 체중이 60㎏인 성인 기준 하루에 0.9g을 먹어야 탈이 나. 형 지금 몸무게 몇이야?”
“95㎏.”
“그럼 형은 하루에 1.35g의 인공감미료를 먹으면 탈이 나는데, 제로콜라로 따지면 9리터지.”
“나 그렇게 많이 안 마셔.”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야. 형 밥 먹을 때 감미료 아예 안 써?”
“……써.”
제로 콜라 말고도 단맛이 필요할 때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한다.
“그래. 또 각자 몸 상태에 따라 개인차, 같은 사람이라도 어제랑 내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순 있는 거지. 형 설사 하는 거 아마 제로 콜라 때문 맞을 거야.”
제로 콜라도 마음껏 못 마신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는데 묵은지가 종이가방을 쓰고 방송실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내 앞에 지사제를 두고 나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고마워요.”
내 생각 해주는 사람은 역시 묵은지뿐이라 감동했다.
고맙다고 얘기하며 고개를 내미는데 그녀가 제로콜라를 전부 꺼내 싱크대에 버리고 있다.
“어?”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
└PD누나 시원하곸ㅋㅋㅋㅋㅋ
└그치 다 갖다 버려
└나 주지
└아ㅋㅋㅋ몸에 안 좋다는데 왜 자꾸 마시냐곸ㅋㅋㅋ
“자, 잠깐만요. PD님.”
묵은지를 말려보려고 일어났는데, 그녀가 제로 콜라를 버리며 날 보았다.
시선이 무섭다.
얌전히 자리에 앉으니 백우진이 지금까지 한 설명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가끔 마시는 건 문제 없다. 당뇨를 유발한다, 혈당 조절을 안 해준다 이런 헛소리는 다 거짓말이다. 근데 건강에 나쁘냐고 물으면 그럴 수도 있다. 이 형처럼 물 대용으로 마시면 문제가 된다. 설사를 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요.”
“…….”
“참고로 지하철 탈 때 갑자기 배탈이 날 때 있잖아요. 설사 때문에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뭔 말이야.”
“똥 누구한테나 갑작스레 찾아갈 수 있어요. 다행히 화장실에 도착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그러지 않는 비극적인 상황도 있을 텐데. 그럴 때 대전이나 대구에 사시는 분들은 당황하지 마시고 역무원에게 옷을 달라고 요청하시면 돼요. 비상의류, 응급의류함이라는 게 설치되어 있어서 옷을 빌려 입을 수 있거든요.”
“그런 건 또 어떻게 알아?”
“…….”
“하여튼 진짜 모르는 게 없다니까.”
“……알고 싶지 않았어.”
“악.”
백우진의 슬픈 목소리에 나도 시청자도 제로콜라를 버리던 묵은지도 숙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