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212
치팅데이 212화
43. 행복해져라(8)
“제로 음료 중에 뭘 제일 좋아하냐고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금요일.
방송 중에 하늘돼지가 만 원을 후원하며 질문했다.
“일단 코카콜라 제로죠. 그냥 코카콜라 맛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젠 제로에 중독됐어. 강제로 끊기지 않았으면 진짜 계속 마셨을 것 같아요.”
└난 당뇨 없는데도 제로가 낫던데
└맛 때문에 제로 먹는다는 건 오바 아님?
└ㄴㄴ 진짜 다른 맛이라 나도 제로가 더 낫더라
└나랑드는?
“나랑드. 가성비가 좋죠. 근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야. 사이다류는 칠성사이다 블루라임이 진짜 맛있어요. 부드러우면서도 청량함이 좋아요. 제가 천연 사이다를 진짜 좋아했거든요. 약간 천연 사이다에서 뭔가를 뺀 느낌? 제 기준으로는 코카콜라 제로랑 비슷해요.”
└천연 사이다 좋아하면 천연 사이다 제로 먹으면 되지
└천연 사이다가 뭐임?
└블루라임이란 상품이 있는지도 몰랐네
“어? 천연 사이다도 제로 나왔어요? 아니. 왜 안 알려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왜 알려줌ㅋㅋㅋㅋ
└물어보지 않았잖아요
└뻔뻔함이 날로 느네
검색해 보니 정말 있다.
확실히 제로 음료 시장이 커지긴 한 모양이다. 당뇨 판정 받기 전에 좋아했던 음료 대부분이 제로 버전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건 사야겠다.”
또 무슨 제로 음료가 있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밀키스 제로. 맞다. 밀키스 제로도 괜찮아요. 사실 모든 제로 음료가 원본하고는 맛이 좀 다르거나 부족한데 밀키스도 그런 편이에요. 그냥 밀키스에 비하면 뭔가 부족한데 또 밀키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잖아요. 그게 그리운 사람들한테는 대체제가 있다는 게 어디야.”
└밀키스 제로 맛있더라
└별별 게 다 나오네
└요즘 어지간하면 제로 다 있더라
└파워에이드 제로도 있던데
“파워에이드는 마트에서 보기만 했고 안 마셔봤어요. 아, 기능음료 얘기하니까 핫식스랑 비타500도 제로로 나왔더라?”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보여주니 몰랐던 시청자들이 꽤 많았는지 채팅창에 놀라워하는 글이 올라왔다.
“아. 웰치스 제로. 이건 포도맛이 진리예요. 얼음컵 하나 사서 부어 먹으면 과일향이 진짜 좋더라고. 내가 당뇨 때문에 과일을 좀 피했는데 포도 좋아하거든요. 반동이 좀 오는 것 같아요. 웰치스 제로 포도맛도 추천. 코카콜라 제로 레몬맛? 레몬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난 별로던데. 펩시 라임향도 그닥. 있으면 마시는 정도? 아!”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갈배사이다 제로가 나왔어? 나 왜 몰랐지? 이거 드셔본 분 있으세요?”
└그냥이 낫더라
└맛있음
└아닠ㅋㅋㅋㅋㅋ 많이 마시면 배탈날 수 있다며 그만 봨ㅋㅋㅋ
└저거 올해 여름에 1+1 할인할 때 쟁여두고 많이 마셨는데. 원본하고 비슷한데 뒷맛이 좀 더 깔끔했음
“와. 미쳤다. 내가 이걸 왜 몰랐지? 당장 주문해야겠다.”
장바구니에 갈배사이다를 추가했다.
└실론티도 제로 있는 거 알아?
└맥콜도 있음
└보성홍차 아이스티도 맛있더라. 엄청 달아.
“와. 세상이 진짜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구나.”
건강하려면 당류 섭취를 줄여야 하는데 사실 그동안 익숙해진 음식, 음료를 입에서 떼기가 쉽지 않다.
지금이야 조금씩 일반식을 먹어서 버틸 만하지만 당뇨 초기에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이제 카페에도 제로 메뉴 늘면 좋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콜드 브루만 마시기 너무 지겨웠어.”
└당뇨 있는 사람들은 진짜 카페 가는 게 고통스러울 듯
└ㄹㅇ 눈앞에 보이는데 왜 먹질 못하니 ㅠㅠ
└제로 떡볶이나 내놔라 떡볶이 맛 기억도 안 난다
└주지승이 제로 빙수, 저당 탕수육 소스 만든 것처럼 떡볶이도 가능하지 않을까?
└떡 자체가 탄수화물 덩어린데 어떻게 가능함ㅋㅋㅋㅋ
└소스라도 줄이면?
└곤약 떡볶이 ㄱ
“곤약은 곤약이지. 떡이 아니야.”
기분은 낼 수 있겠지만 결코 떡볶이를 먹고 싶단 욕망을 채워주진 못할 거다.
시간을 보니 슬슬 본론을 꺼내야겠다.
“그제 여러분께 드릴 말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 얘기 하기 전에 영상 하나 볼게요.”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올린다.
백우진이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을 틀었다.
-사람의 욕구에는 단계가 있는데 매슬로는 이를 다섯 단계로 구분했어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여기까지는 생존과 관련된 이야기고 그다음으로는 소속 욕구, 존중 욕구가 찾아오는데 이를 만족하는 사람이 무척 적죠.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이라고 유명한 이론인데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저보다 훨씬 잘 아는 분들도 계실 테고.”
└갑자기?
└이거 ㄹㅇ임.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진짜 가정, 직장에서 존중받아야 함. 막 떠받들어지는 게 아니고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함.
└자괴감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 열심히 했는데 인정받지 못할 때더라.
└부부싸움도 그렇다고 함. 여자도 남자도 각자 자기 딴에는 최선을 다하는데 자기 힘든 거만 생각해서 원망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고 함.
└고맙다는 말 한 마디가 중요하지
이론과 실제를 잘 연관지어 말하는 걸 보니 다들 똑똑하다.
“그래서 본인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면 그것만으로 대단히 행복해진대. 나도 공감하는 게 쓰레기 줍기 시작한 이유가 뭔가 이 사회에 내가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 그렇게라도 내 위치를 찾고 싶었어. 실제로 되게 도움되었고. 도시락이랑 국토대장정 다 마찬가지야.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분하고 같이 해보려고요.”
└????
└큰 거 온다
└또 걷게?
└추울 텐데
└도시락 시즌2 왔다!
└알바임? 나 써 주라. 제발.
“앞으로 한 달 동안 유튜브에 댓글 남기면 돼요.”
└?
└하던 일인데
└뭔 소리임?
“착한 댓글. 기분 좋아지는 댓글 남기는 거야. 평소 자기가 보던 채널도 괜찮고 나나 사당 패밀리가 지정도 할 거예요.”
다들 아직 감을 못 잡았는지 그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는다.
“나한테 가장 소중한 건 반찬가게거든. 이 반찬가게가 유지될 수 있는 건 여러분 덕이고. 여러분이 남긴 댓글 덕이예요. 그래서 여러분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고.”
└절 한 번 올려 봐
└선플 달기 캠페인 같은 건가?
└귀찮아 내가 그걸 왜 함?
└또 뭔 생각이얔ㅋㅋㅋㅋ
“해당 채널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 작성자한테는 치킨 한 마리를 드릴 거예요. 댓글 많이 달수록 확률이 높아지겠죠? 웃기거나 감동적인 댓글 쓰는 것도 좋고. 중복 수령도 가능해요.”
이제 반응이 좀 온다.
└오
└치킨이 복사된다고?
└아ㅋㅋㅋㅋ 치킨이면 해야짘ㅋㅋㅋㅋㅋ
└근데 지인 대동해서 좋아요 막 늘릴 수 있지 않나? 부계정이나
“쉽지 않을걸? 치킨 한 마리 얻으려고 좋아요 몇 백 개, 몇 천 개를 찍는다고?”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물론 조건이 있어요. 우선 한 달 동안 프로필 사진을 이걸로 바꿔야 해요.”
남사당패라는 글자가 적힌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이걸 달고 있어야 우리가 쓴 댓글이라는 걸 알 수 있잖아?”
다들 수긍한다.
“또 하나. 좋아요를 많이 받은 사람도 치킨을 받지만, 댓글을 많이 쓴 사람, 다른 사람 댓글에 답글 많이 단 사람도 선정해서 치킨 드릴 거예요.”
이런 이벤트는 행위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고 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또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져야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괜히 돈 아낀다고 쩨쩨하게 굴었다간 어차피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미카엘은 금전 거래 없는 행위여야 더 의미가 있다고 했지만, 참가 독려를 위해 경품을 걸기로 합의했다.
“치킨은 3,000마리 준비했어요. 외부 지원 없이, PPL, 광고 없이 전액 남사당패가 준비한 거예요. 돈 엄청 들었어.”
결제 금액을 보여주니 다들 놀란다.
└미친
└아닠ㅋㅋㅋㅋ 이게 대체 뭔뎈ㅋㅋㅋㅋㅋ
└진짜 모르겠네. 소형 유튜버 돕겠다는 건 알겠는데 어차피 경쟁관계 아님?
└와 치킨으로 6천만 원을 태우네
“경쟁.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안 봐요. 같이 돕고 사는 게 훨씬 마음 편해. 정말이에요.”
└당저씨 대학 강의 했을 때도 저 말 했음. 자기는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이라고. 근데 주변 사람들이랑 잘 지내면서 열심히 사니까 지금처럼 되었다고.
└아무리 그래도 ㅋㅋㅋㅋㅋㅋ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 구독했음. 난 할래.
└ㄹㅇ 반찬용이 돈 많이 벌어도 하나도 배 안 아픈 게 이렇게 나누잖아. 이런 애가 더 잘되어야 함.
└연애하는 것만 아니면 다 용서할 수 있음.
└아니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자세한 내용은 영상 따로 만들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올릴 거예요. 커뮤니티에도 올릴 거니 참고하시고 기간은 2월 1일부터 29일까지 딱 한 달. 기분 좋아지는 댓글. 응원하는 댓글 달면 돼요. 전 어떤 댓글이 가장 기분 좋았냐고요? 키읔. 키읔 도배된 게 제일 기분 좋아요. 솔직히 말하면 그중에 욕 좀 섞여 있으면 아, 이 사람이 진짜로 재밌어 하는구나 하고 느끼지.”
└ㅋㅋㅋㅋㅋㅋㅋ시발ㅋㅋㅋㅋㅋ이런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튜브쟁이
└엌ㅋㅋㅋㅋㅋㅋㅋ
“그치. 그치. 그렇게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거랑 좋아요 많이 받는 댓글이랑은 좀 다를 거예요. 아, 개떡 같은 댓글에 좋아요 누르면 안 돼요. 누가 봐도 선플만 돼요. 알았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참가 신청은 프로필 사진 바꾸는 걸로 인정할 거예요. 이미지는 공지에 첨부해 둘 거니 그거 쓰시고. 인증은 커뮤니티에 올리면 돼요. 남사당패 직원들이 연락 드릴 거예요. 이번에 하는 일 뭐라고 하냐고? 행복해져라. 응. 행복해져라.”
└롯데캐피탈?
└대출 광고 캠페인이었음?
└나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영화관 가면 노래 나옴.
“아니야! 이 자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