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213
치팅데이 213화
43. 행복해져라(9)
2024년 2월 2일 금요일.
방송을 켰다.
└반하
└방송 시간 잘 지키네~
└와 아저씨 너무 잘생겼어요
└우리 찬용이 숨도 잘 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야 채팅창 분위기 왜 이랰ㅋㅋㅋ
└와 머리카락이 있어! 너무 부럽다~
행복해져라 이벤트 때문인지 시청자들이 몹시도 꺼림칙한 채팅을 올렸다.
“아니. 댓글을 착하게 쓰시라고요. 그리고 뭐, 숨을 잘 쉬어? 머리카락이 있어? 칭찬할 게 그렇게 없냐!”
└칭찬해도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 그대로 받아들여 숨 잘 쉰다잖아.
└숨 잘 못 쉬는 비염환자 무시함?
└난 머리카락 없어서 부럽다고 한 건데.
└와 반찬용 쓰레기 머리카락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야야 착한 말
└아. 깜빡했다.
이 인간들은 틈난 나면 사람을 담그려고 든다.
말을 섞을수록 불리해질 게 뻔하니 서둘러 오늘 방송 주제를 꺼냈다.
“아무튼 오늘은 쌀에 대해서 좀 알아볼 거예요. 찾아보니까 재밌더라고.”
묵은지가 정리해 준 참고자료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일단 크기로 분류하면 자포니카랑 인디카가 있대. 우리가 먹는 쌀은 자포니카라고 하는데 작고 단단하고 찰기가 도는 게 특징이래. 인디카는 동남에서 많이 먹는데 쌀알이 길어. 찰기가 적어서 우리나라 사람이 먹으면 맛이 없다고 느낀다고 해요.”
└맞음. 동남아 쌀 맛 없어
└어? 지금 동남아한테 악플 다는 거임?
└ㅈㅅ
└아닠ㅋㅋㅋㅋ 취향이잖앜ㅋㅋ
└그럼 맛없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내 취향 아니더라. 이렇게 해야지.
└ㄹㅇ 동남아 쌀이 들으면 서운하잖아.
└아니 내 입에 맛없다고도 말 못 함?
└니가 좋아하는 애한테 고백했는데 못생겨서 싫다고 하면 좋음? 미안 내 취향 아니야 하고 돌려 말할 수도 있잖아.
└아. 이해함.
“이 찰기 차이가 아밀로스 함량 때문이래요. 자포니카는 아밀로스 함량이 보통 17~20% 정도인데 아밀로스가 적으면 찰지고 많으면 푸석하대.”
└그럼 20%면 푸석한 거임?
└ㄴㄴ 자포니카 자체가 찰진 쌀이라 17~20 사이면 평범하게 찰지다고 봐야 함.
└찰지구나
└여기 변태 있어요
└내가 뭐?
└찰지구나라며
└아니 찰지다며
└?
└?
└자꾸 이상한 말 하지 맠ㅋㅋㅋ
└이 방 애들 왜 이럼ㅋㅋㅋㅋ
“또 단백질이 얼마나 들었는지도 맛에 큰 영향을 준대요. 보통 단백질이 적을수록 부드럽고 많을수록 단단하대요. 아밀로스가 적고 단백질이 조금 들어 있으면 맛있겠죠?”
└네 선생님
└ㅔ
└찬용이 똑똑하네~
└ㅇㅇ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게 맛은 없어도 건강에는 더 좋겠네.
└그러게. 단백질 함량이 높다는 건 탄수화물 비율이 낮다는 말이니까.
└왜 몸에 좋은 건 항상 맛없죠?
└ㅔ
시청자들이 ‘ㅇㅇ’ 혹은 ‘ㅔ’를 반복해 올렸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쌀 품종별 아밀로스 함량, 단백질 함량을 비교해 볼게요.”
참고자료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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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로스 함량이 가장 높은 품종은 참드림이네요. 아밀로스는 19.5%로 평균치고 단백질 함량은 가장 낮아요. 즉 쌀알이 부드럽고 쫀쫀하면서 찰기는 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진짜 맛있음?
└나 쌀 브랜드 하나도 모르는데
└맛있다고 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뭐.
└참드림이 보관하기에도 좋고 도정률도 우수해서 좋아요.
도시락 장사할 때 농산품 납품에 도움을 주었던 농사 유튜버 ‘흥부’가 채팅을 남겼다.
“어? 흥부 님. 안녕하세요.”
흥부는 이천에서 여러 농작물을 키우며 농사 관련 정보와 전원의 일상, 가끔은 캠핑을 콘텐츠 삼아 활동하고 있다.
도시락 장사할 때는 정말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일이 바빠지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인사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상당히 유익하고 힐링되는 채널인데 구독자가 많지 않다.
행복해져라 이벤트 때 흥부 채널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흥부 님, 혹시 괜찮으시면 잠깐 통화 가능하세요?”
말을 꺼내자마자 흥부에게서 전화가 왔다.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흥부 님.”
-아이고.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흥부 님, 우선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좀 부탁드릴게요.”
-아, 예. 안녕하십니까. 이천에서 농사짓는 박흥부입니다. 유튜브 채널 흥부 운영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본명이 흥부예요?
└닉값 ㄷㄷ
└닉값이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리지 마.
└아니 그냥 웃는 건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냐?
└아, 어디까지가 악플이야?
“흥부 님 채널 가면 진짜 힐링되니까 많이들 봐주세요.”
-아이고. 힐링 없어요. 농사가 얼마나 힘든데.
“보는 입장에선 편하거든요.”
-하하하하.
“흥부 님, 쌀 이야기 중인데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채널 홍보에 도움이 되겠다 싶긴 한데 어떨지 모르겠다.
-그럼요. 일단 유명한 쌀은 다 나와 있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백진주 추천 드립니다.
“백진주는 아밀로스랑 단백질 함량이 적네요.”
-그렇죠. 찬용 씨가 말씀하셨지만 아밀로스가 적을수록 찰지거든요. 단백질이 함량이 낮으면 부드럽고. 이 두 가지 요소를 다 가진 게 백진주라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정말 품종미 먹으면 체감이 되나요?”
-그럼요. 그럼요. 이게 혼합미 먹다가 품종쌀 먹으면 포대 뜯자마자 향부터 달라요. 햇반 밥이 어지간한 식당보다 맛있다고들 하잖아요?
“그쵸?”
-그 햇반이 보통 일품, 골든퀸, 보람찬 이런 쌀을 쓰거든요.
“아. 진짜 다르긴 한가 봐요.”
└햇반이 맛있긴 해
└ㄹㅇ 우리집 밥보다 햇반이 맛있더라
└수향미가 없네 밥 지을 때 냄새 지리는데
└차진 밥이 그렇게 맛있음? 난 고슬고슬한 게 좋은데
└그건 물 차이 아닌가?
“수향미는 골드퀸이에요. 채팅창에서 차진 밥이랑 고슬밥 이야기가 나오는데, 백진주처럼 아밀로스가 적으면 너무 찰져서 취향을 타지 않냐는 질문이 있어요.”
-아. 전혀 다릅니다. 밥 지을 때 물을 많이 넣어서 밥이 지는 거랑 차진 건 전혀 다르죠. 백진주는 물을 조금 적게 잡고. 또 불리면 안 돼요. 그렇게 지으면 윤기가 자르르 도는 밥 드실 수 있습니다.
“들으셨죠? 불리면 안 된다고 하시네요. 품종마다 밥 짓는 법이 다른가 봐요?”
-그럼요. 쌀 사면 다 적혀 있습니다. 전자기기 사면 설명서 들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쌀도 어떻게 지으라고 나와 있죠.
몰랐다.
묵은지가 준비해 준 쌀 포장지 읽는 법을 켰다.
“이런 거죠?”
-아, 네. 맞습니다. 저기에 품종이라 적혀 있는데 단일미는 80% 이상이 단일 품종일 때 저렇게 적어서 팔 수 있어요. 이건 삼광이라고 적혀 있으니 삼광미가 80% 이상 들어 있다고 봐야죠.
“아.”
-여기. 등급이 나와 있죠?
“맞네요. 특이라고 되어 있네요?”
-완전미. 그러니까 다치지 않은 쌀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수록 좋은 등급을 받습니다.
“단백질 함량이 낮으면 수. 중간이면 우. 높으면 미. 수우미양가할 때 수우미로 정해지나 보네요.”
-네. 단백질 함량이 6% 미만이면 수. 6.1%~7%는 우. 그 이상은 미로 표기합니다.
“그러면 수가 제일 맛있겠네요?”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쌀이 부드럽다고 했다.
-단백질만 보면 그렇죠. 그런데 아밀로스나 쌀 냄새 같은 것도 맛에 영향을 주다 보니까 보통 우 정도라면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 함량이 수 또는 우인 걸 먹어야 한다.”
-네.
“도정년월일은 왜 적혀 있어요?”
생산연도야 이해하지만 도정을 언제 했는지는 왜 적혀 있는지 의문이다.
-도정을 하면 산화가 되거든요. 쌀이.
“아.”
-산화가 되면 밥맛이 떨어지죠. 묵은쌀이니까. 그래서 최근에 도정한 쌀일수록 좋습니다.
“음~”
└아닠ㅋㅋㅋㅋㅋ 뭔 쌀이 이렇게 복잡해?
└생각해 보니 물믈리에도 있는데 쌀믈리에도 있을 만하지
└근데 쌀만 바뀌어도 밥 먹는 기분이 달라짐
└밥이 중요하긴 하지
└우리 집 무슨 쌀 먹지?
└보통 밥 자기가 안 지으면 잘 모르지.
-또 저 표에서는 단백질이랑 아밀로스를 딱 맞춰 내놓았는데 사실 어떻게 재배하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요. 예를 들어 고시히카리의 경우에는 6%로 표기되어 있는데 SS등급의 단백질 함량은 4.8~5.3%입니다.
“같은 품종 안에서도 등급이 나눠진다는 말씀인가요?”
-네. 네. 맞습니다.
“아. 소고기에만 등급이 매겨지는 게 아니네요.”
-그렇죠. 그렇죠.
흥부 덕분에 방송이 풍부해졌다.
“그럼 다시 천천히 품종별 특징을 알아보죠. 신동진은 어떤가요?”
-신동진이 이제 전남. 예로부터 벼농사로 유명했죠?
“나주 평야.”
-그렇죠. 나주 신동진인 쌀알이 커요. 단백질 함량이 살짝 높아서 씹는 맛이 좋죠.
“식감이 좋다. 그럼 삼광은요?”
-삼광미는 충청도에서 나는데 쌀알이 투명해요. 표 보시면 단백질이 백진주만큼이나 낮은데 그만큼 부드럽죠.
“일품은요?”
-일품은 경상도에서 나는데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햇반에 쓰입니다. 쌀 표면에 윤기가 돌죠.
“오대. 오대쌀은 많이 들어봤어요.”
-강원도에서 나서 그럴 거예요. 아밀로스도 적당하고 단백질이 높아서 살짝 단단한데 이 쌀은 사실 보관하기에 좋습니다. 그래서 묵은쌀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죠.
“아. 강원도에서 나서 익숙하구나. 그럼 이천쌀은요?”
-이천에선 알찬미. 알찬미는 딱 보기에도 쌀이 예뻐요.
“크흐흐흣. 예뻐요?”
-그럼요. 그럼요. 아주 예쁘고 맛있습니다.
“예쁜 게 좋은 이유가 따로 있나요?”
-보통 쌀알에 금이 가 있거나 하면 안 좋습니다. 또 반점 같은 게 있는 경우도 있고요.
“아. 그쵸. 딱 보기에도 안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