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225
치팅데이 225화
46. 원래 소중해(1)
CF 모델 계약 및 미팅을 진행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방송을 3일이나 쉬었다.
커뮤니티나 유튜브 채널에 방송 언제 하냐는 글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고.
일요일이 휴방일이라고는 해도 4일 연속 방송을 쉬는 건 부담스러워 스튜디오로 출근했다.
“아아. 들리십니까.”
└반하
└ㅏㅏ
└ㄷㄹㅅㄴㄲ
└헐 살아 있었네
“거의 시체였어요. 살아 있는 게 용하다. 잘들 지내셨어요?”
└뭐 하느라 방송도 못 켬?
└이번 주 백반토론 내놓으라고!
└나만의 작고 소중한 반찬가게가 너무 커 버렸어…….
└작진 않았음.
└오늘 뭐 함?
“이것저것 일이 많았어요.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는데 대부분 CF 관련 쪽이었어요. 네. 다음 달에 화보 촬영 있는데 나 너무 긴장해서 설사를 이틀이나 했어요. 지금도 별로 속이 안 좋아. 아니 셀카도 안 찍는데 어떡하지 나?”
└우웩
└들어오자마자 똥 얘기야?
└긴장할 만하지. 재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쪽이랑 연이 전혀 없었잖아.
└ㅋㅋㅋㅋㅋ아ㅋㅋ셀카도 안 찍으니까 프로한테 맡겨야지
└잡지 보고 포즈 연구해 봐
└아님. 얘는 노력하면 더 안 좋은 쪽으로 빠질 수 있음. 그냥 하라는 대로 해.
└뭐 어떤 건지 자세히 좀 말해 봐
└ㄹㅇ 갑자기 어캐 된 거임?
└엠버서더면 뭐 받음???
“말해도 되나?”
묵은지가 카톡으로 다른 사람들 소식도 이미 기사화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아, 기사 났다고 하니까 얘기해도 되겠다. 라코스트가 올해 캠페인을 크게 준비하고 있어요.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개개인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려고 하는데 그래서 나라마다 직업마다 꽤 다양하게 사람을 모으더라고요.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피아니스트 가우왕, 미국에서는 미술가 페르디난도 곤잘레스, 이탈리아에서는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등등.”
다 기억은 못 해서 기사를 찾았다.
“폴란드는 시인 비스와바 비스피안스키. 영국은 마술사 데렌 브라운 등등 보시다시피 엄청 다양한 분들이 모이셨더라고.”
└?
└아니 왜 저런 데 니가 껴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번씩은 이름 다 들어본 사람들인데?
└이 정도면 배도빈이나 최성신, 고수열, 장미래 정도는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냨ㅋㅋㅋㅋㅋ 왜 방장이얔ㅋㅋㅋ
└배도빈은 그런 거 안 함. 최성신은 이미 디올 엠버서더고 고수열은 이미지상 안 맞을 듯? 장미래는 베르사체랑 콜라보도 했음.
└직업 다양성도 이유가 될 듯. 지휘자는 토스카니니가 있고 피아니스트는 가우왕이 있잖아.
└작년 오케스트라 대전에서 배도빈이 토스카니니 발랐는데요?
└그럼 뭐 라코스트가 하자면 다 해야 하냐? 다들 이유가 있었겠지
└미술가도 곤잘레스 있어서 넘어간 듯 솔직히 명성만 따지면 고수열이나 데미안 카터가 더 높은데 조건 다 맞추기가 힘들겠지.
└그럼 유튜버 중엔 방장만 있는 거임?
└그건 아님. 멕시코 패션 유튜버도 있음.
└유튜버 중에서도 당저씨보다 구독자 많은 사람 쎄고 쎘는데 아마 이미지 때문인 듯?
└아닠ㅋㅋㅋㅋ진짜 모르겠네 먹방하던 착한 청년 이미지 무적이야?
“그래. 여러분도 궁금하죠?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아니, 대체 왜 저냐고요. 대단하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저냐고. 그랬더니 라코스트가 추구하는 이미지가 딱 저래요.”
어쩔 수 없다는 듯 탄식했다.
└??
└얘 지금 자랑하는 거지?
└어이가 없넼ㅋㅋㅋㅋ
“그러시다는데 어떡해. 해야지. 내가 딱이라고 하시는데.”
└ ㅗㅗㅗㅗㅗ
└그래서 뭐 받았냐고!
└얼마나 범?
“엠버서더는 돈 안 받았어요. CF랑 화보는 받는데 엠버서더 계약에서는 딱히 없었어. 그럼 뭐 하러 하냐고요? 계약서 쓴 날에 직영몰에서 갖고 싶은 만큼 입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미쳤다
└헐
└이것이 성공한 삶?
└이젠 진짜 연예인 같넼ㅋㅋㅋㅋ
└행복해져라는 이제 안 함?
└그래서 오늘 방송 뭐 함?
“계속하고 있어요. 다음 주에 또 준비한 거 있으니까 봐 주시면 좋겠고. 오늘 뭐 하냐고 하셨는데 그냥 이러고 놀 거예요. 뭐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럼 댓글 보러 다니자
└실시간 당첨 ㄱㄱ
└내 댓글도 봐 줘
시청자들이 어떤 댓글을 다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있지만, 같이 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다.
남사당패 팬카페에 접속해서 아무 글이나 열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7급 준비 4년 하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사기업 들어갔는데 코로나 때 망하고 실업자 됐다.
이후로 배달하면서 돈 모으는데 사고 나서 이제 장사하려는데 탕후루 잘 된다고 해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았다.
내 인생 뭐 하나 잘 풀린 게 없는데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부모님은 잘 계시고?
└아니 여기서 패드립을 친다고?
└응. 잘 계시지.
└그래. 부모님껜 네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다. 나도 한때 안 좋은 생각했는데 부모님 생각하면서 버텼다. 절박하게 생각하는 건 좋지만 성패를 떠나 그게 네 마지막이라고는 생각 안 하면 좋겠네.
└응. 고마워.
└아니 이럼 내가 뭐가 돼
“쓰레기죠. 뭐.”
진지한 이야기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는데 아래 달린 댓글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습니다
└훈훈하네
└그래 아무리 어려워도 힘내자
“근데 탕후루는 좀 생각 더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사연이 안타까워 괜히 참견하게 된다.
“뭐가 잘 된다고 따라 들어가면 보통 끝이 안 좋아요. 주식도 막 오르는 거 어어 하다가 사다가 물리거든.”
검색창에 치즈 등갈비를 검색했다.
“이거 한때 엄청 유행해서 어디 가도 있었잖아요. 근데 요샌 어때요?”
└그러게 잘 안 보이던데
└안 먹은 지 한참 됨
└지금 먹어도 맛있긴 한데 뭔가 유행 지난 느낌이긴 하다.
“벌집 넣은 아이스크림도 요즘 잘 안 보이잖아요? 핫도그, 카스테라, 식빵 등등 음식에도 유행이 있어요. 물론 예전만큼 아니라는 거고 살아남아서 잘 운영되고는 있어요. 근데 그런 곳들은 진짜 퀄리티가 보장된 곳들이에요. 핫도그로 치면 명랑핫도그나 청춘쌀핫도그 같은 곳이요.”
내 뜻이 곡해되지 않도록 차분히 말을 풀었다.
“또 로제 떡볶이, 마라탕처럼 자리 잡는 음식도 있는데 탕후루가 그럴 수 있을지는 잘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이게 작년에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가 국회에도 한번 불려갔을 거예요. 아이들 건강 문제로요. 그만큼 부모들이 안 좋아해요. 그럼 잘 안 사줄 테니 어린이나 10대 소비량은 적을 수밖에 없어요. 또 30대 이후로는 탕후루가 엄청 부담스럽죠. 저처럼 당뇨 있는 사람은 아예 생각도 안 하는데 당뇨 없는 사람도 자주 먹을 만한 음식은 아니니까요. 그럼 췌장이 잘 돌아가는 20대 한정 상품인데 그 연령대는 유행이 엄청 빨리 돌아요. 글 쓰신 분이 준비해서 창업하고 나면 1달 뒤에 또 다른 음식이 유행을 탈 거예요. 그때 버틸 수 있으려면 전문성이 필요한데 작성자분한테 그런 전문성이 있을까요?”
└없지
└와 원래 알긴 했지만 반찬용 말 잘하네
└원래 말빨로 먹고 살았잖앜ㅋ
└뭐 잘 된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들어 망하는 거 진짜 안 좋은 선택임.
└아니 왜 정상적인뎈ㅋㅋㅋㅋ
“제가 유튜브 하다 보니 탕후루 한창 인기 있을 때 영상 한번 찍어볼까 고민했는데 그러는 사이에 이미 유튜브 내에서는 유행이 지났더라고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다시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음 글을 눌렀다.
이번에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고민이다.
[나도 유튜버 하고 싶다]딱히 하고 싶은 건 없는데 방송은 하고 싶음. 방송 켜봤는데 사람도 안 들어오고 막막하다.
“유튜버가 되고 싶으시면 유튜브 말고 자기가 잘하거나 좋아하는 뭔가를 파고드세요. 그 관련 영상을 찍어서 올리시는 게 가장 빨라요.”
└130만 유튜버의 유튜브 강의 ㄷㄷ
└오늘 고민상담이 콘텐츠야?
└ㅋㅋㅋㅋㅋ그런 듯
└당저씨 정도면 조언할 만하지
“막연하게 유튜브 하고 싶다 그러면 진짜 답이 없어요. 콘텐츠가 없잖아요. 유튜버한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콘텐츠를 계속해서 내놓는 거예요. 그러려면 뭔가 전문적인 게 필요해요.”
└먹방이라든가
└반찬가게는 솔직히 먹방 벗어난 지 너무 오래 됨
└음식 관련해서는 꾸준히 해왔잖아
“저 같은 경우는 근본이 먹는 거였는데 어떻게 잘 풀렸어요. 내 입으로 얘기하기 좀 그렇지만 솔직히 지금 전 뭘 하든 방송이 유지가 돼요. 굳이 먹방이나 쿡방, 음식 얘기를 안 해도요. 여기 계신 분들이 음식 얘기 들으러 들어오신 게 아니라 제가 또 무슨 헛소리를 할까 궁금해서 들어오시는 거거든요.”
└주제 파악을 잘하는 편
└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신기한 거 알게 돼서 좋던데
└아ㅋㅋㅋ백반토론 빨리 하라고ㅋㅋㅋ
“인방 하시는 분들이 둘로 나뉘는데 특정 분야에 특화되신 분하고 저처럼 출연자 본인이 콘텐츠인 분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본인이 무슨 말만 해도 사람들이 웃고 좋아하는 일이 쉽지 않거든요. 되게 복 받은 사람이에요. 저도 그렇고요.”
└잘난 척이 심한 편
└아ㅋㅋㅋㅋ라코스트 글로벌 엠버서더라고ㅋㅋㅋㅋ
└근데 이거 맞음. 정보만 보는 채널이 있는데 그 사람이 좋아서 보는 방송이 따로 있음.
“구독자가 유튜버를 좋아하는 건 매력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얼마나 오래 교감했는지도 중요하거든요. 그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게 콘텐츠고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분야가 있어야 처음에는 신기하고 궁금하고 재밌어서 보다가 점차 그 유튜버를 좋아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 유튜브 해야지 하고 달려들면 되게 무모한 거예요. 뭔가 좋아 보이니까 시작하는 건 정말 안 좋아요.”
└장사하는 사람들 중에 이해 안 되는 게 본인 재산 다 털어넣고 빚까지 지면서 시작하는데 너무 안일함.
└ㄹㅇ 뭐 같은 업종에서 몇 년 일하다가 오픈해도 될까 말까인데 일단 일부터 벌리더라
└어허 착한말
└이 아저씨가 말하면 왤케 진정성 있지
└지가 굶고 살아봐서 감정이입이 잘 되는 듯
“맞아. 나 좀 이런 일에 진지해지는 것 같아. 다음 글 볼게요. 오늘 당저씨 팬티 무슨 색일까? ……남색이요. 진짜 이런 글 좀 쓰지 마. 정신 나간 것 같아. 다음 글 볼게요. 찬용 아재 왼손에 반지 뭐임?”
순간 사고가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