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232
치팅데이 232화
47. 슈가맨(3)
각종 버섯과 콩나물, 미나리를 넣고 끓은 버섯찌개도 일품이다.
국물이 맑아 부담이 없는데 채소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감칠맛이 분명해서 자꾸만 떠먹게 된다.
아랫목에 누운 듯이 등산으로 노곤노곤해진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식사를 마치고 리무진에 오르자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어느새 서울에 도착해 있었다.
“으아아아.”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켰다.
“방송국이 아닌데?”
“또 뭘 시킬려고.”
“말씀드렸잖아요. 오늘 여러분 힐링하는 날이라고. 스파하고 아로마 마사지도 받을 거예요.”
“병 주고 약 주고 아주 다 하는구만.”
“마사지 아프게 하는 거 아니야?”
“나도 몸 좀 만질 줄 알아. 이상한 짓 하면 가만 안 있어.”
한마디씩 하고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우리를 위해 매장을 일정 시간 임대해 두었다.
온탕에 몸을 쭉 뻗고 반쯤 누우니 살 것 같다.
“상철이 형이 웬일이래.”
“그러니까.”
“아아아아.”
“산 탄 것 빼곤 진짜 괜찮은데?”
“난 괜찮더라. 오랜만에 공기 좋은 데 올라가니. 헬스보다 훨씬 기분 좋았어.”
“그건 그래. 런닝머신 타는 것보단 낫지.”
요즘 운동 강도를 상당히 올린 백우진이 내 말에 공감했다.
다들 지쳐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고 간혹 찰박찰박하는 소리만 이어지던 차, 백우진이 날 불렀다.
“찬용이 형.”
“어.”
“형은 뭐 하면서 살고 싶어?”
“이렇게 목욕하고 나서 미에로 화이바나 바나나맛 우유 걱정 없이 마시고 싶어.”
“……나두.”
주지승이 헛웃음 지었다.
“뭔가 진지한 말 하려던 거 아니었어?”
“그럴 작정으로 물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렇더라고. 오늘처럼 일 열심히 하고 같이 목욕탕도 오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사는 게 제일이다 싶어서.”
“그치. 우리가 언제 또 이런 호사를 누리겠냐.”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던 차지찬도 같은 생각임을 밝혔다.
우리 모두 목욕탕에 오는 일마저 호사가 되어버렸다.
운 좋게 유명인이 되면서 어디 다니는 일조차 부담스러워졌다. 백반따라 시즌1 종영 후, 목욕탕에서 내 중요 부위를 보는 사람이 생겨나서 그 뒤로는 다니지 않았다.
식당이나 길에서도 어디서나 날 알아보니 그 부담 때문에 한동안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나. 남 돕는 일도 좋은데 우리가 잘사는 법도 찾아야 할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어서 찬용이 형 말에 공감했던 것 같아.”
“그치.”
주지승이 물로 얼굴을 닦아냈다.
“우리가 건강하고 넉넉해야 행복해져라 같은 일도 하지. 찬용이도 우진이도 너무 무리하지 마.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 걱정된다.”
“응.”
“회사도 마찬가지야.”
차지찬이 말했다.
“남사당패 수익 구조 보면 우리 넷 방송 수익, 광고 수익뿐이잖아. 뭐, 지승이 형이랑 반찬 네가 음식점 낸다고 해도 방송 수익만큼 벌긴 힘들 테고. 그런 와중에 자선하긴 힘들 거야. 기대치가 계속 높아지니까.”
“맞아.”
백우진이 차지찬 말에 공감했다.
“우리 채널 수익 계속 상승 중이라고는 해도 국내에선 한계치가 있잖아. 근데 우리한테 오는 기대치는 계속 높아지더라. 서울 한 지역에서만 팔았던 도시락. 다음엔 여러 도시. 그다음은 전국이잖아. 다음은 뭘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혀.”
“할 수 있는 거 하면 되지. 기대치에 맞추려면 무리하게 돼. 그러다 다치고.”
내 말에 주지승이 고개를 끄덕인다.
“찬용이 말이 맞아.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그리고 달리 수익 구조도 손을 봐야겠지.”
“방송으로 더 성장할 게 있을까.”
“그러게. 우리 모두 채널 성장세는 많이 준 편이고. 공중파 섭외는 계속 들어오지만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고.”
“식당 쪽은 확장성이 좋잖아. 밀키트 제품 팔 수도 있고. 프랜차이즈화도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지찬이 형 이름으로 닭가슴살 사업도 괜찮을 것 같고.”
“진짜 정체를 모르겠네. 남사당패 도대체 뭐 하는 회사냐? 유튜브, 광고, 방송, 강연, 식당에 이젠 닭가슴살도 팔아?”
“행사도 껴야지.”
“영상 제작도 할 거잖아.”
“그거 진짜 할 거야? 우리끼리 만든 예능이 통할까?”
“해보는 거지 뭐.”
우리끼리 당뇨 관련 예능을 기획 중에 있는데 가제는 슈가맨이다.
100명의 당뇨인 중 3달 동안 혈당을 가장 잘 관리한 사람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투자를 받으러 이곳저곳 다니다가 WTV와 넷플릭스에게 관심을 얻었다.
프랜차이즈 식당 설립과 닭가슴살 판매에 콘텐츠 제작까지.
남사당패가 진짜 뭐 하는 회사인지 우리도 잘 모를 지경이다.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은지 씨가 사업 무리하게 확장하면 안 된다고 했어. 우리가 유튜브에서 성공했다고 다른 사업 전문가는 아니잖아. 이름 덕에 일시적으로 성과를 낼 순 있지만 정말 잘 준비해야 해.”
“그치.”
“우선 슈가맨에 집중하자. 나머지는 천천히 해도 되잖아.”
“행복해져라도 마무리 지어야 하고.”
* * *
“아아. 들리십니까.”
└ㄷㄹㄴㄷ
└오늘 얼굴은 좀 낫네
└좀 쉬어라
└ㅋㅋㅋㅋ쉬면 쉰다고 뭐라 할 애들 꼭 있음.
└아ㅋㅋㅋ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ㅋㅋㅋㅋ
└중대발표??
└어제 백반따라 어디 감?
“어제 힐링 좀 했어요. 상철이 형이 우리 생각해 줄 때가 있더라구. 어디 갔는지는 방송 봐줘요. 얘기 못 하는 거 알잖아.”
최근 들어 일주일에 라이브 방송을 3회 정도 해서 걱정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 시청자 수는 훨씬 늘었다.
아무래도 여러 외부 활동으로 인지도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인 듯한데 백반토론 할 때나 가능했던 숫자가 이제는 방송을 켜는 순간 찍힌다.
10,000명의 시청자를 두고도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미처 접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기다리니.
정말 반찬가게가 성장했구나 싶다.
“오늘은 알려드릴 게 많아요. 우선 그동안 외부 활동이 많아서 방송 켜는 날이 줄었잖아요. 그때마다 휴방이다 말씀드려도 또 기다리시는 분도 계셔서 아예 정해 놓으려고요.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반찬가게에서 방송할 거고요. 수요일이랑 토요일은 비정기적으로 짐꾼이랑 반야식경에서 할게요.”
└지금 건강 생각할 때야?
└거 봨ㅋㅋㅋ 바로 나오잖앜ㅋㅋ
└주3회면 꿀이지
└얘 방송 꽤 길어서 매일 챙겨보기 힘들었는데 오히려 좋아
└아니 난 저녁 먹을 때 뭐 하라고
└그래 쉬엄쉬엄 해 솔직히 줄어든 일정도 빡세 보임
└길게 가자
└그래서 중대발표가 방송일정 변경임?
“알아. 서운하실 수도 있는데 지금 내 최선이에요. 그리고 말이 3회지 솔직히 짐꾼이랑 반야식경 나가는 거 합치면 5회잖아. 나 죽어. 더 못 해.”
거부 반응이 아예 없진 않지만 대부분 내 걱정을 해주며 응원해 준다.
이 결정이 반찬가게 성장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내 건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살아야 방송도 계속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행복해져라 이벤트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 주에도 치킨 1,000마리 나눠드렸고요. 이제 뭐 감당이 안 되더라고. 유튜브 코리아에서 집계해 줬는데 참가자가 61만 명이래. 이게 말이 돼?”
└ㄷㄷㄷㄷ
└남사당패 클라슼ㅋㅋㅋㅋ
└아닠ㅋㅋ61만 명 실화냐고
└요새 유튜버들 자기 가족이나 지인 상대로 마니또 영상 많이 올리긴 하더라
└외신에서도 뜨던데? 인터넷의 순기능이라고
└외신???
└ㅇㅇ 몰카나 미친짓으로 어그로 끄는 유튜버들 사이에서 선행하는 사람으로 소개되더라
└라코스트 글로벌 앰버서더 되더니 이젠 외신에도 나오네
└중대 발표 끝남?
“다 여러분이 한 일이지. 내가 한 게 뭐 있어. 기획하고. 후원 받고. 봉사하고. 상품 나눠주고. 그것밖에 안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석) 지가 다 했다는 뜻이다
└난 얘 이렇게 뻔뻔하게 말하는 거 왤케 웃기짘ㅋㅋㅋㅋ
└말만 놓고 보면 얄미운데 하나도 안 그럼
└진짜니까ㅋㅋㅋㅋㅋ
“그리고 중대발표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데. 음. 네. 큰 결심 했습니다. 여러분들께는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제일 먼저 알려드리려고요.”
물음표가 올라온다.
└뭐지?
└큰 거 오나?
└설마 뭐 또 함?
└내 이럴 줄 알았지. 학폭이지?
“학폭은 무슨 학폭이야! 헛소리할래?”
감정 잡고 있는데 헛소리를 보니 화가 나 소리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얻어 맞았으면 맞았지 누구 때릴 애 아니라고요ㅋㅋㅋㅋ
└발작하는 거 개웃기넼ㅋㅋㅋ
└반찬용 2년 전 영상 봐라. 저게 어디 누구 괴롭히고 다닐 상인갘ㅋㅋㅋ
└어찌, 내가 피해자가 될 상인가?
└그럼 뭐임.
└출마?
└반찬용 평소 모습 보면 그럴 사람 아님
└미친 출마 누구얔ㅋㅋㅋㅋㅋㅋ
└출맠ㅋㅋㅋㅋㅋ
└총선 나가냨ㅋㅋㅋㅋㅋㅋㅋ
└재보궐도 있지 않나?
└후보 등록 언제까지지?
└3월 22일까지일걸?
└헉
└진짠가 봐 어떻게 시기가 딱.
└얘 백반토론 하는 꼬라지 보면 딱 정치하게 생겼음
└아ㅋㅋㅋㅋ반찬용급 선동과 날조면 가능하짘ㅋㅋㅋㅋㅋㅋ
└당저씨 정도면 당선 가능성 있지
└ 있긴 뭐가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나 같으면 찍는다.
└드디어 성 정체성을 밝히는군요. 응원합니다
학폭에는 화가 났지만 출마한다는 말에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제가 무슨 꼴을 보려고 출마를 해요. 출마를 하긴! 진짜 헛소리들 할래!”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어 진정했다.
“실은 올가을에 결혼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말 하나 했넼ㅋㅋㅋㅋ
└아ㅋㅋㅋ 출마 맞넼ㅋㅋㅋ
└오늘 좀 웃기네요
“정말입니다.”
고개를 돌리니 종이박스를 쓴 묵은지가 방송실 안으로 들어섰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여기 계신 이분과 좋은 만남을 이어오다가 작년에 결혼하기로 약속했어요. 현재는 양가 인사드리고 상견례 앞두고 있습니다.”
└????
└진짜야?
└아니 누군데 종이박스 PD님임?
└프라이머리랑 결혼한단 뜻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프라이머리 미친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또 뭔 몰카야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