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234
치팅데이 234화
47. 슈가맨(5)
화요일.
행복해져라 마무리를 하고자 남사당패 전원이 모였다.
으레 그래왔듯 잡담을 나누며 시청자들이 모이길 기다리는데 주지승이 내 화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찬용이 화보 나왔더라?”
“악.”
최대한 늦게 알리고 싶어 말하지 않았는데 난감하다.
“진짜? 언제?”
“오늘.”
“찾아봐.”
“아. 그러지 마.”
“어허. 앰버서더면 홍보를 해야 할 거 아냐.”
날 놀릴 생각으로 신이 난 차지찬이 인터넷창에 내 화보를 검색했다.
난간에 기대어 찍은 사진, 단추를 풀어헤치고 찍은 사진, 테니스 코트에서 라켓을 휘두르는 사진, 깍지 낀 손으로 뒤통수를 받치고 선베드에 누운 사진 등이 검색되었다.
촬영할 때도 어색했지만 친구들 앞에서 보이니 온몸이 비틀린다.
“아핰핰핰핳핳학핰!”
“항항항항!”
“끄흐흐흐흐흐.”
“웃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코스트 모델 선정 잘못한 듯
└아니 관절인형이냐곸ㅋㅋㅋㅋ 왤케 어정쩡햌ㅋㅋㅋㅋㅋㅋ
└프로가 찍었는데 이럴 수도 있구나
└보통 이런 거 의외로 멋있어서 어색하지 않낰ㅋㅋㅋㅋㅋ
“이거 잘못된 거 아니야? A컷이 이렇다고?”
차지찬이 물었다.
이 분위기가 계속되어서 내게 득 될 일이 없다. 화제를 돌려야 한다.
“자. 여러분, 오늘 저희가 모인 이유는.”
“가만있어 봐.”
“단추는 왜 풀었어?”
“이거 쉐딩한 거 아니야?”
차지찬과 백우진이 돌아가며 날 조롱하는 와중에 주지승이 내 가슴골을 확대했다.
“악!”
“내 눈!”
“미쳤어? 그걸 왜 확대해!”
흉근을 부각시키려고 쉐딩한 게 들킬까 봐 서둘러 사진을 내렸다.
└내가 살다살다 반찬용 가슴을 확대해서 보네
└더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근육 멋있는데 왜ㅋㅋㅋㅋ
└우욱
└라코스트한테 배상해라
“라코스트 옷은 좋아요. 입은 사람 잘못일 뿐이에요.”
백우진이 마지막까지 날 조롱했다.
옆구리를 찔러 제압하곤 오늘 모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행복해져라 많이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마지막 이벤트 공지해 드릴 건데.”
“끄흑흑흫흫흫.”
“항항핫항. 아. 나 배 아파.”
“그만 웃어!”
소리를 치니 세 사람이 고개를 돌리거나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인다.
“여러분이 함께해 주신 덕에 행복해져라가 외국에도 알려졌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유튜브 코리아에 문의하니 어제 기준으로 대략 130만 명이 참가했다고 해요.”
└ㅁㅊ
└130만 명????
└이 정도면 기네스 기록 아니냐?
└얼마 전까지만 해도 60만 명 아니었음?
└뉴스 보도되고 커뮤 퍼지면서 늘어난 듯
└체감상 더 되는 것 같던뎈ㅋㅋㅋ
└ㄹㅇ 요즘 유튜브 켜면 남사당패 프사밖에 안 보임
“진짜. 남사당패 아닌 프사 찾기가 더 힘들어.”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상마다 달라서 일반화할 순 없지만 백반토론의 경우에는 평균적으로 조회 수 대비 댓글 수가 1,000분의 1 정도로 달린다.
조회 수 100만에 댓글은 1,000여 개뿐이라는 말이니, 140만 명이 함께하는 행복해져라의 파급력을 조금은 가늠할 수 있다.
“마지막은 문구를 정해드릴 거예요.”
백우진이 나섰다.
“여러 가지 생각해 봤는데 세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으면서도 힘이 나는 말은 이것뿐이더라고. 그치?”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여 백우진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반야식경, 짐꾼, 반찬가게, 우지니어스를 제외한 다른 채널 영상에 I love you라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재밌게 봤거나 감동 받았거나 혹은 여러분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영상이면 좋아요.”
“예를 들어 저는 히스토리 채널의 수면 다큐에 댓글을 달 거예요. 불면증이 심한데 이거 들으면 금방 잠들거든요.”
내가 보충 설명을 했다.
“사연을 적어서 해당 영상 링크와 함께 남사당패 커뮤니티 또는 아래 두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리시면 확인 후 상품을 나눠 드리겠습니다.”
주지승이 말을 이어받고 차지찬이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을 알렸다.
“댓글은 많이 달수록 좋습니다. 그만큼 당첨 확률이 올라가니까요. 다만 혐오 영상이나 저작권 위반 등은 제외하니 유의해 주세요.”
내가 상품 목록을 공개하자 시청자들 반응이 뜨겁다.
그동안 교류가 있었던 업체나 새롭게 인연을 맺은 기업에서 상품 지원을 워낙 많이 해주었기에 그럴 만도 하다.
└상품 클라스 미쳤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
└꼭 I love you라고 정확히 적어야 함? 알러뷰 이렇겐 안 됨?
└하라는 대로 해라 좀ㅋㅋㅋㅋ
└간지러워서 그럼
└알러뷰가 더 간지러움ㅋㅋㅋㅋ
└따랑해는 안 됨?
“저희가 프로그램을 써서 뽑을 예정이라 문구는 정확히 지켜주셔야 해요. 병기는 괜찮아요.”
“병기는 같이 적는 거. 둘 다 적는 건 괜찮다고요.”
“자세한 내용은 안내 영상 참고해 주세요. 광고도 나갈 거예요.”
“우리 옥외 광고 잘 걸렸는지 확인해야 할 텐데.”
“준호가 내일 하루 돌면서 확인한다고 했어.”
서울 이곳저곳을 다 돌아야 할 텐데 짐꾼 직원의 내일이 걱정된다.
“여러분, 이 이벤트는 여러분이 다른 사람. 유튜버나 유튜브 구독자겠죠? 그분들에게 사랑을 주는 일이에요.”
“에이. 솔직히 경품 받으러 하는 거지.”
“……그건 그러네. 상품 받고 싶으면 악플 달지 말고 I love you라고 달아요.”
뭔가 의미를 더하려다가 사족인 듯해서 잔말 말고 악플 대신 선플을 달라고 하니 시청자들이 오히려 좋아했다.
* * *
행복해져라의 마지막 이벤트 ‘I love you’는 합방 이후 남사당패 각 채널에 소개 영상이 게시되었다.
유튜브에서도 따로 홍보를 도와주었는데 정말 크게 신경 써서 버스정류장, 지하철 같은 옥외 광고도 따로 진행했다.
거기에 여러 기업에서 지원받은 경품까지 있으니 ‘I love you’의 파급력은 우리 예상을 한참 뛰어넘고 말았다.
아무래도 유튜브 프리미엄 3개월 쿠폰 1,000장, 카카오페이지 3,000원 이용권 500장, 문화상품권 1만 원권 3,000장, 오뚝이 매운갈비찜 2,000개, 고수마요 파닭 2,000마리, 스케치스 운동화 200켤레, 베리워치6 100대, 베리폰 V24 100대 등 경품 구성이 좋았던 덕 같다.
이벤트 시작 당일 남사당패 팬 홈페이지에 하루 90만 명이 방문하면서 서버가 마비되었고.
다급히 문제를 해결한 뒤에도 접속량이 꾸준히 늘어 당황하던 차, 이벤트 시작 3일 만에 ‘I love you’ 인증 및 사연 접수가 17만 개나 올라왔다.
그러는 사이 서버는 계속해서 마비되었고.
참가자 수를 예측하기 힘들어 업무 협조를 요청했던 국내 유명 커뮤니티 두 곳에서 사실상 대부분의 일을 처리해 주었다.
“와. 무섭다. 무서워.”
“거봐. 내 말 맞지?”
백우진이 턱을 들고 가슴을 내밀었다.
이번 일에 확신이 있었는지 마지막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형 서버를 가진 커뮤니티와 협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러기로 하면서도 긴가민가했던 우리 모두 백우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커뮤니티 운영사 입장에서는 트래픽과 홍보가 보장된 일이라 생각보다 쉽게 호응해 주었고 이벤트 게시판 생성 및 게시물 정리도 도와주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진짜 고맙네. 이거 우리가 다 선별해야 했으면 어쩔 뻔했냐.”
“그니까.”
“우리가 남 도우니까 도움도 받는 거지. 안 그래?”
“정말.”
차지찬의 말에 공감하며 유튜브에 접속해 아무 영상이나 들어가 보았다.
└I love you
└I love you.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는데 부엉이 님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어요 감사합니다
└쥰 님 덕분에 국제 정세 관련해서 항상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네요. 잘 보고 있습니다. I love you.
└슬기 님 덕분에 캠핑 가고 싶은 마음 잘 다스리고 있어요 알러뷰
└고전영화를 좋아합니다. 주말에 맥주 한 잔 마시며 이 좋은 영화를 공짜로 보네요. 감사합니다. I love you.
“한국고전영화란 채널도 있었네.”
구독자가 80만 명이 넘는 대형 채널인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같은 한국 고전 영화가 통째로 올라와 있다.
처음에는 저작권 위반 채널인가 싶어 황당했는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는 공식 채널이다.
예전 영화를 4K나 HD 화질로 업스케일링을 한 영상도 있어 감상하기 좋을 듯싶다.
“어. 혜린 씨가 고맙다고 식사 대접하고 싶다는데?”
댓글을 살피던 중 주지승이 한식예찬 출연자 육혜린의 소식을 전했다.
“잘 된대?”
백우진이 반갑게 물었다.
“말하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은데?”
“크. 흥부 형한테도 고맙다고 연락 왔었어. 야식반찬 열면 쌀 싸게 준대.”
“끄흫흫흐. 정가 드려야지.”
“오늘 단백질 할당량 남았는데. 말 나온 김에 가자.”
“그래. 나 다음 주부터 바빠서 시간 없어. 오늘 가자.”
“야, 뭐 우린 안 바쁘냐?”
“교양 프로그램 MC 본다고 했잖아.”
“맞다. 백우진 출세했네.”
“단기도 아니고 파일럿도 아니고 무려 정규 편성이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놈이 남의 말 듣는 일 잘할 수 있겠냐?”
“완전 잘하지.”
백우진의 허세에 다들 작게 웃었다.
“찬용이는 시간 돼?”
주지승이 물었다.
“응. 밤에 라디오 나가야 하는데 저녁은 먹어야 하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육회인데.”
“너도 진짜 대단하다.”
“형은?”
“난 내일 아침 일정이라 괜찮아.”
“……이상하다.”
“뭐가?”
묘한 기분이 들어 이상하다고 말하니 다들 날 본다.
“우리 같이 일하려고 회사도 같이 차리고 일도 같이하는데, 다들 바빠서 같이 밥 먹기도 힘들잖아. 더 가까워졌는데 예전처럼 편하게 모이는 건 줄었어.”
차지찬이 입술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쁘게 사는 게 좋지. 우리 같은 사람 일 떨어지면 한도 끝도 없어. 정신없이 살다가 가끔 이렇게 시간 내서 커피 마시고. 밥도 먹으면 그게 좋은 거지.”
“형은 좋겠다. 안 바빠서.”
“이 자식이.”
백우진이 최근 비교적 한가한 차지찬을 놀리자마자 금방 제압되었다.
헤드락에 걸린 채 탭 하는 모습을 보니 바쁜 와중에도 여전한 남사당패 덕에 마음이 한결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