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237
치팅데이 237화
47. 슈가맨(8)
유튜브 초청을 받아서 서울 중구의 한 호텔을 찾았다.
사이버 불링의 심각성과 해로움을 알리고 더 나은 댓글 문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로 개최된 캠페인 ‘다시 한번’에는 국내 유명 연예인과 유튜버가 다수 참석하며 화제가 되었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함께하며 언론에서도 주목했으며 20만 명이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함께했다.
아마 이 자리에 참석한 유명인의 팬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했을 터다.
“어서 오세요.”
유튜브 담당자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행사가 진짜 크네요.”
“하하. 열심히 준비했죠.”
유튜브는 이번 캠페인과 비슷하게 ‘잠시만요’라는 행사를 50여 국가에서 진행해 왔는데 정말 인터넷 문화를 바로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거대 기업이 나서주니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지원해 주고 우리 같은 사람들도 힘을 보탤 수 있는 것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연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남사당패 여러분에게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나름 진지하게 준비했어요.”
“아.”
담당자가 말을 삼켰다.
“문제라도 있어요?”
“아뇨. 없습니다. 다만 아픈 사연들이 계속되면 그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 분이 많아서요. 분위기를 어떻게 조절할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아.”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했다.
요즘 워낙 감정 소비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행사 내내 슬픈 이야기가 지속되면 참석자나 시청자들이 힘들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도 각자 힘들었던 내용을 준비해 왔는데, 아마 다른 참가자들도 그랬을 거다.
“음.”
“우린 뭐, 짧게 하자.”
고민하던 중 주지승이 짧게 하자고 제안했고 우리 모두 동의했다.
자리에 앉으니 곧 캠페인 개최사가 이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온 사람이 격려와 지원 의사를 밝힌 뒤에는 한 사람씩 나서서 본인의 경험담과 의견을 밝혔다.
하나 같이 가슴 아픈 사연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다들 본인이 얼마나 아팠는지 말하기보다는 서로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잡혔으면 좋겠다는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이야기했다.
슬픔에 멈춰 선 것이 아니라서 이쪽이 더 바람직하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유튜브 크루 사당 패밀리의 주지승, 차지찬, 반찬용, 백우진 씨를 모시겠습니다.”
쭈뼛거리며 올라가는 와중에 사회자가 우리 소개를 했다.
“사당 패밀리는 최근 사이버 불링 및 악성댓글을 지양하기 위해 온라인 마니또 이벤트 행복해져라를 진행하여 세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민망하다.
호명된 순서로 나란히 서서 주지승부터 발언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반야식경의 주지승입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머리숱이 없다는 이유로 대머리로 놀림을 받아 왔습니다.”
“……?”
우리 셋 모두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주지승은 태연하게 본인의 경험담을 이어갔다.
“대머리는 두발이 없어 총을 한 발밖에 못 쏘니 군대 면제받아야 한다. 대머리는 두발이 없으니 걸을 수 없다. 대머리는 毛난 사람이 없어 성격 나쁜 사람이 없다! 이런 말들로 수십만 탈모인을 모욕해 왔습니다.”
주지승의 발언에 차지찬이 안절부절못했고 백우진은 뒤돌아 웃음을 참았다.
“성격이 좋아서 참는 게 아닙니다! 남을 존중하지 못한 무례하고 모자란! 毛자란 사람들이 하루빨리 성숙해지길 기다려 주는 겁니다!”
어떡하지. 못 참을 것 같다.
심각한 이야기라 우리 외에도 다들 고개를 숙이고 간신히 버티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다음 차례인 차지찬은 마이크 앞에서 한참을 심호흡하다가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전 작습니다. 운동해서 뭐 하냐. 옆으로만 크지 말고 위로도 커 봐라. 그러다가 정사각형 되겠다는 얘기도 들어 왔습니다.”
이 인간들이 아무래도 이 자리를 핑계삼아 그동안 억울했던 이야기를 토로하려는 모양이다.
“그런 수모를 겪으면서도 근육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시청자들이 응원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차지찬은 주지승과 달리 오늘 행사 취지를 이해한 모양이다.
악플에 힘들었지만 선플을 남겨준 시청자들 덕에 힘낼 수 있었다고 말하려는 모양이다.
“형님, 존경합니다. 형님, 삼각근 멋지네요. 형, 삼두 좀 만져봐도 돼요?”
짐꾼 채널에 자주 올라오는 댓글을 읊던 차지찬이 잠시 간격을 두다가 서글픈 목소리로 물었다.
“왜.”
처절하다.
“왜 남자들만 있습니까?”
슬슬 뇌절하기 시작한다.
“350만 명 중 99.9% 남성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저도옵!”
헛소리하려는 것 같아서 나와 주지승이 차지찬을 끌어내리자 회장에 웃음이 흘렀다.
“잠시 소란이 있었네요. 대신 사과드립니다.”
아량이 넓은 분들이 오셔서 다행이다. 앞서 주지승과 차지찬이 헛소리를 해댔음에도 웃어주신다.
“형들이 이상한 말이나 했지만 사실 대머리보고 대머리라 놀리는 것도 땅콩만 한 사람에게 땅콩이라 하는 것도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따, 땅콩?”
“대머리 아니라니까?”
“쉿.”
뒤돌아서 입술에 검지를 대어 보인 뒤 말을 이어나갔다.
“비판은 하되 비난은 하지 말라는 말에 항상 의문을 품었습니다. 비판은 정당한 행위처럼 말하지만 사실 누구나 비판받으면 기분이 나쁩니다. 너는 뚱뚱하니까 살을 빼야 해. 좋은 직장을 가지려면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라. 비판이지만 사실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고 자기 삶은 자기가 선택하고 책임지는데 그런 말을 너무나 쉽게 합니다.”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고 몇몇은 갸웃한다.
“명절에 친척들 만나면 왜 싫습니까? 공부 잘하니, 돈은 얼마나 버니, 결혼은 언제 하니. 우리도 답답한 일에 책임없이 걱정만 던져주니 꺼려지지 않습니까?”
갸웃하던 몇몇 중 일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데 걱정 대신 응원과 위로를 전하는 게 정말 그 사람을 위한 일 아닐까요?”
“맞아요!”
박하임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남의 실수 흠을 잡기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이 시대에 요구되는 자세라 생각합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왜 공부를 못하니가 아니라 힘들겠구나 하는 위로! 집은 언제 사냐는 질문 대신 다음 주 로또 당첨 번호를! 영상 업로드가 좀 늦어도 게으르다 대신 왜 하루가 24시간밖에 안 되는지! 자막에 오타가 있어도 검수 안 하냐는 말 대신 아, 맞춤법이 너무 어렵구나! 치킨 한 마리를 못 먹어도 저것도 못 먹어가 아닌 저 치킨은 양이 많구나! 이렇게 맹목적인 지지와 찬양이야말로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주지승과 차지찬이 내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연설을 마치지 못하고 끌려나갔다.
“형들이 철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백우진이 나섰다.
“정당한 비판이 기분 나쁜 이유는 말하는 사람의 방식이 잘못되었거나 받아들이는 사람이 비판을 수용하는 데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찬용이 형 같은 생각은 위험하죠.”
다들 내가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웃는다.
“저희 사당 패밀리는 정당한 비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남을 조롱하기 위해 비난하기 위한 행동을 규탄하고 서로 돕고 이해하고 위로하며 함께하는 인터넷 문화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어쩌다 보니 주지승, 차지찬에 이어 나까지 헛소리를 했는데 다행히 백우진이 수습을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댓글뿐만 아니라 사이버 불링을 조장하는 언론에도 문제가 있음을 제기합니다.”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취재 나온 기자만 어림잡아 30명은 되어 보이는데 이 자리에서 언론사를 공격하려 한다.
“당신들이 써대는 가짜 뉴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지 아십니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하신 이순신 장군께 부하에게 거짓말 지시했다고 보도하실 여러분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야! 야!”
셋이 동시에 나서서 백우진을 끌어냈고 녀석은 버둥대는 와중에 상당히 많은 연예인이 웃으며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니 녀석이 더욱 흥분했다.
“내가 왜 모쏠인 줄 알 것 같다는 기사 보셨습니까! 사람이 사람한테 어떻게 그리 잔인합니까! 제가 진짜 모쏠 같아요? 알 것 같냐고옵읍읍!”
* * *
[남사당패, 사이버 불링 지양 캠페인 참석] [남사당패, 유튜브 캠페인에서 난동 부려. 적절치 않은 발언 논란]6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유튜브 사이버 불링 지양 캠페인 다시 한번이 개최되었다.
해당 캠페인은 인터넷 악성 댓글 및 집단 괴롭힘을 근절하고 더 나은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다.
유명 연예인, 인플루언서가 한 데 모여 경험을 공유하던 도중, 최근 행복해져라 이벤트로 화제를 모은 유튜버 크루 남사당패(반야식경, 짐꾼, 반찬가게, 우지니어스)가 적절치 않은 발언을 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주지승, 차지찬은 진중한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자학 개그를 하여 도리어 사이버 불링을 조장했으며 반찬용은 ‘맹목적인 지지와 찬양이야말로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며 캠페인의 뜻을 비아냥했다.
특히 백우진은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하신 이순신 장군께 부하에게 거짓말 지시했다고 보도하실 여러분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라며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언론사를 매도했다.
└와
└어떻게 이걸 이렇게 쓰냨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 가짜 뉴스 인증을 이렇게 하넼ㅋㅋㅋㅋ
└여윽시 기레기 수준
└반찬용이 맹목적인 지지가 좋다고 말한 건 반어법입니다. 자기들이 원하는 게 무분별한 찬양이 아니라 상처받는 말보단 서로 위하자는 의도임을 꼬아서 말한 거예요. 기자라는 분이 뉘앙스 판단도 안 되시나요?
└백우진이 맞는 말 했네
└ㅋㅋㅋㅋㅋ진짜 댓글도 문제지만 언론이 이 따위인 게 더 레전드다
└사이버 불링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게 언론이라는 걸 알려주네
└기자님, 사이버 불링 캠페인 가셨잖아요. 기자님이 이러시면 안 되죠.
└찔렸나 보짘ㅋㅋㅋㅋㅋ
└얘 잘못 물었네. 지금 남사당패 이미지 한창 좋은데 이딴 글 쓰면 누가 좋아하겠냐?
└위에서 시켰음?
└I love you.
└크 이런 놈한테도 사랑한다고 해주는 사람 있네. 남사당패 일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