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238
치팅데이 238화
47. 슈가맨(9)
“와.”
백우진이 혀를 내둘렀다.
뭔가 싶어 보니 한 신문사에 올라온 기사였다. 우리가 ‘다시 한번’ 캠페인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니까 왜 쓸데없는 말을 해?”
차지찬이 백우진을 나무랐다.
기자 일부의 잘못은 우리 모두 겪어 보아 충분히 공감하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도발할 필요까진 없었다.
“사실이잖아. 지들이 반찬용이야? 맨날 선동질이나 하고.”
“나는 왜 걸고 넘어져?”
“너도 잘한 거 없어. 난 히틀러가 연설하는 줄 알았다.”
주지승이 날 탓했다.
“형이 시작을 그렇게 끊어서 어쩔 수 없었어. 놀림받은 거 성토하는 게 아니라 그냥 웃기려던 거였잖아.”
“제가 보기엔 네 분이 비슷했어요.”
최미카엘의 말에 우리 모두 입을 닫았다.
“창립식만은 제대로 해주셨으면 해요. 자회사 포함해서 직원만 100명이 넘게 모이는 자리니까요.”
이지혜도 말을 보탰다.
“외부 인사 명단 확인해 보셨습니까?”
묵은지가 모두에게 물었다.
“봤어요. 상철이 형도 있던데.”
“PD 많더라.”
“우리 보고 오는 거겠지. 그보다 홍성일 대표랑 히무라 쇼우는 진짜 의외지 않아?”
“그니까. 너무 부담스러운데. 진짜 다 온대요?”
“초청에 응하셨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묵은지가 우리를 둘러 보고 말했다.
“유력 방송국은 물론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도 방문 예정입니다. 그 외 MCN 업체, 방송인,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네 분께서는 그분들 앞에 유튜버가 아닌 기업가로 인사하게 됩니다. 언행에 더더욱 신경 쓰셔야 합니다.”
최미카엘, 이지혜, 묵은지는 나와 주지승, 차지찬, 백우진이 반드시 잘못할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커졌냐.”
“대표이사가 그러면 어떡해. 믿음직하게 행동해.”
차지찬이 고개를 저으니 백우진 타박했다.
“그러니까 내가 안 한다고 했잖아. 지금이라도 지승이 형으로 바꿔.”
“절차가 복잡합니다.”
묵은지의 말에 차지찬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미 회사 체계가 잡혀 있어 대표이사를 교체하려면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다.
“대표 자리보단 팀원이 문제잖아. 아직 티오 많이 비었죠?”
주지승이 팀장들에게 물으니 이지혜가 정면 스크린에 슈가맨 엔터테인먼트 조직도를 비추었다.
대표이사 자리는 큰 사업을 여럿 진행한 경험이 있는 차지찬이 맡았다.
본인은 극구 거부했지만 이미 짐꾼에서 40명이나 되는 직원을 책임지고 있던 터라 우리 모두 차지찬이 적임이라고 생각을 모았다.
주지승과 나는 상임 이사지만 향후 설립할 야식 반찬을 위해 큰 역할은 맡지 않았으며 IP 사업을 준비 중인 백우진 또한 마찬가지다.
슈가맨 엔터테인먼트의 외부 업무 및 인사, 관리까지 책임하는 사업팀은 묵은지가 맡았다.
나를 비롯한 사당 패밀리 전원이 묵은지 외에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해서 별다른 논의도 없이 묵은지가 팀장직에 앉게 되었는데.
사업팀장직을 맡자마자 홍당무 엔터테인먼트에서 함께 근무했던 박형욱이란 사람을 스카우트하고 전 직장에서 업무 교류가 잦았던 토마토 코퍼레이션 소속 서경일 대리를 데리고 오며 팀 내실을 다졌다.
“사업팀은 최소한의 인력은 확보해 두었습니다. 현재 가장 급선무는 기획1팀입니다.”
묵은지가 상황을 설명했다.
7월에 혈당 관리 서바이벌 예능 ‘슈가맨’을 런칭해야 하는 기획1팀은 올겨울에 제작이 예정된 기획2팀보다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작가 한 사람은 더 필요해요. 편집자는 많을수록 좋고.”
최미카엘이 기획1팀의 상황을 알렸다.
슈가맨 엔터테인먼트의 주력 사업,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담당하는 기획1팀과 2팀은 최미카엘과 안상규가 각각 맡았는데.
최미카엘의 경우 반야식경이 단순히 요리 레시피 채널에 그치지 않고 예능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게 한 기획 능력을 인정받았고.
안상규는 짐꾼에서 주력으로 미는 쇼츠 채널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킨 성과가 있었기에 만장일치로 팀장직에 올랐다.
현재 각 채널에서 활동하는 기획자, 작가, 편집자 등이 일을 늘리기 어려워 직원을 가장 많이 들여야 하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다.
“은주 씨 아니었으면 당장 진행도 못 할뻔했어요.”
최미카엘이 김은주를 언급했다.
급하게 편집자를 찾던 와중 예전에 나와 함께 일했던 김은주가 이력서를 제출해 깜짝 놀랐었다.
이탈리아에서 피자 가게를 여는 꿈은 접었는지 그 이후로도 꾸준히 편집 관련 일을 했던 김은주는 최미카엘이 만족할 만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었다.
김은주를 채용했다는 소식에 상황을 자세히 물으니 근로계약서에 ‘다양한 점심 식사 보장’을 특약사항으로 적었다고 하여 다 같이 웃었다.
“2팀은 당분간 저랑 노을 씨, 수진 씨만 있어도 되니 1팀부터 확보하는 게 좋겠네요.”
안상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기획2팀은 현재 콘텐츠를 조정 중에 있는데 이번에 WTV에서 이직해 온 송노을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삼았다.
한식예찬을 함께했던 송노을이 찾아왔을 때는 정말 놀랐다.
대기업을 그만둘 만큼 슈가맨 엔터테인먼트에 매력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WTV에서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며 본인이 쓴 기획서를 제출했다.
나와 주지승이 여러 맛집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장의 인생을 소개하고 노하우를 전수받는 콘셉트였는데 신선하진 않지만 계획이 매우 꼼꼼해서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일해 왔던 우리를 놀라게 했다.
WTV에서 쌓은 경력이 괜하지 않았구나 싶어 고민 없이 채용했다.
“넌?”
백우진이 이지혜에게 물었다.
그녀는 행정팀을 맡았는데, 백승용차 도시락 당시 백우진과 함께 여러 행정 업무를 꼼꼼히 처리하여 달리 의견이 없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자리가 많아서 고민이야. 우리보다 좋은 조건인 회사도 많으니까.”
행정팀이 담당하는 범위는 상당히 넓다.
게다가 전문자격이 필요한 직책이 많아 사람을 모으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다.
다행히 동종 업계에서 일하다가 백우진, 이지혜와 교류가 있었던 사람들이 함께해 주어 구색은 갖출 수 있었다.
“누나는?”
차지찬이 주지승에게 물었다.
“볼일 있다고 먼저 가라더라. 그러고 보니 지혜 씨한테 도울 일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던데.”
“안 그래도 언니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다소 피곤해 보였던 이지혜가 씩 웃었다.
감사를 맡은 홍승주가 정말 큰일을 많이 해결해 준 모양이다.
주지승과 결혼하기 전에 작은 기업에서 경리 업무를 담당했던 그녀는 투병 이후 딸 주태린을 키우면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준비했는데 6~7년 만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주변에 믿을 만하면서도 그런 능력자가 없었기에 우리 모두 애걸복걸했고.
감사하게도 홍승주는 슈가맨 엔터테인먼트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었음에도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덕분에 조금은 숨통이 트인 이지혜는 창립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기획1팀 채용하고 창립식 준비가 가장 급하네. 은지 씨하고 지혜 씨한테 일이 몰렸고.”
인사 담당인 묵은지와 행정 업무를 맡은 이지혜에게 과부하가 걸렸다고 지적하니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얘 며칠 집도 못 들어갔어.”
“은지 팀장님 일은 제가 도울게요. 인사 관리 쪽으로는 도움이 될 거예요.”
안상규가 묵은지를 돕겠다고 나섰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짐꾼에서 여러 역할을 맡았던지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창립식은.”
“넌 슈가맨에 집중해야지. 지금 제일 중요한 일이잖아.”
최미카엘이 이지혜를 돕겠다고 나서니 차지찬이 막아섰다.
“형은 야식반찬 해야 하고. 우진이도 바쁘고.”
차지찬이 날 건너뛰었다.
“난 왜 건너뛰고 말해. 나도 할게.”
“하긴 뭘 해. 니가 여기서 젤 바쁘잖아. 지혜야, 단순 업무는 나한테 넘겨. 같이 봐.”
“나 예의로도 거절 못 할 상황이야.”
“어. 거절하지 마. 넘겨. 체계 잡힐 때까진 고생 좀 할 거야. 그때까진 이렇게 업무분장 적극적으로 하자고. 지금 누구 하나 쓰러지면 난리나니까 벅차면 바로 얘기해.”
“오.”
“대표다잉.”
“멋있다.”
“시끄러! 회의 끝!”
* * *
“차지찬 씨가 의외로 리더십이 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묵은지가 차지찬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니까요. 괜히 직원 여럿 챙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잘 뽑았죠.”
“그렇습니다.”
“근데 좀 걱정되긴 해요. 다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싶어요.”
슈가맨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면서 각 채널 운영도 담당하기에 무리할 수밖에 없다.
묵은지만 해도 반찬가게 콘텐츠 기획, 대본 작성, 리서치, 편집, 외부 업무를 보고 있는데 슈가맨까지 더해지면서 잠드는 시간이 매일 늦어지고 있다.
“10월에 쉬기로 했으니 다소 무리해도 괜찮습니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합병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건 또 언제 하게 될지.”
슈가맨 엔터테인먼트가 자리를 잡게 되면 반야식경, 짐꾼, 반찬가게, 우지니어스를 독립된 회사가 아닌, 슈가맨의 한 부서로 병합할 생각이다.
슈가맨 엔터테인먼트를 만들면서 법인이 나뉘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경험했고.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회사가 안정된 뒤에는 합병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다만 지금도 할 일이 태산인데 그날이 오긴 할까 싶다.
“근데 지원자가 많이 없어요?”
채용 공고를 낸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빈자리가 많이 남아서 물었다.
“지원자는 많습니다만 실제 면접 대상자는 많지 않습니다.”
“신입을 뽑아야 하나.”
즉시 전력감이 필요해서 신입사원보다는 현재 업계에 종사하거나 그러한 경험 있는 사람을 뽑으려니 조건에 맞는 사람이 드문 모양이다.
“당장은 경력자 위주로 채용하는 게 옳습니다. 다만 슈가맨이 제안 가능한 조건에도 한계가 있으니 경력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일정 비율로 신입사원을 뽑는 게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흣.”
“왜 그러십니까?”
“우리 자기는 어쩜 매번 옳은 말만 해요?”
“……신호 바뀌었습니다.”
자기라는 말이 아직 부끄러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