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254
치팅데이 250화
에필로그
[가맹점 100호 달성, 야식반찬 어떻게 성장했나?] [야식반찬, 수수료 1% 계속 유지] [3년 연속 착한 기업 선정] [떠오르는 창업 아이템] [주지승 대표, “다 함께 잘 되자고 하는 일 아닙니까?”]야식반찬이 개업 6년 만에 가맹점 100호를 달성했다.
고정 수수료를 매장 매출의 1%로 고정하고 광고비와 인테리어 비용에서 본사가 수익을 내지 않는 방식을 채용했는데.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에는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최초 가맹 계약금, 로열티, 광고비, 인테리어 비용 등 지점에게 요구하는 바가 있는데.
야식반찬은 그러한 것을 최소한으로 하되 지점장들에 대한 교육을 강하게 진행하여 제품 품질과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지점장들도 매장 운영 노하우와 요리 기술을 배울 수 있으니 교육비를 지불하는 데 납득했고.
그 결과 야식반찬은 창업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는 각 지점에서 받는 1%의 수수료와 교육비, 원재료 납품, 직영매장 운영 등으로 연간 37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주지승입니다.”
가맹점 100호 달성 자축회 중 주지승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점장과 그 가족들이 모두 함께하는 자리라 시끌벅쩍하던 장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가맹점 100호를 달성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여러분이 함께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힘이 들더라도 좀 덜 벌더라도 양심적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반찬을 제공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좌중이 박수를 보냈다.
“똑똑해집시다.”
주지승이 힘주어 말했다.
“싼 재료 넣고, 만든 지 오래된 반찬 파는 거 고객들이 모르지 않습니다. 당장 몇 푼을 위해서 영영 고객을 잃는 멍청한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지점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수수료 인상하고 광고비 받아내고 원가 절감하고 여러분에게 재료 드릴 때 마진 많이 남기면 지금 여러분이 저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참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원칙대로 상식대로 행동한다면 모두 잘살 수 있는데 그 와중에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꼭 있다.
나와 주지승은 우리가 여기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되새기며 매일 스스로 경계한다.
“약속드립니다. 야식반찬은 지금과 같이 여러분과 함께 성장할 것입니다.”
지점장과 그 가족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본점 대표이사가 모두가 모인 곳에서 앞으로도 수수료 인상이 없을 거라고 약속하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내 차례가 되어 단상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반찬용입니다.”
고맙게도 다들 경청하는 분위기다.
“제가 지금은 이렇게 잘생겼지만 예전에는 엄청 뚱뚱했습니다.”
농담인데 안 웃는다.
민망하다.
“직장 다니면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밥 차려 먹을 시간도 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배달 음식 위주로 먹게 됐는데 아시잖아요. 설탕 엄청 쓰는 거.”
몇몇 지점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살이 찔 수밖에 없죠. 건강도 잃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생각했습니다. 집밥 먹고 싶다. 건강하고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파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는 야식반찬을 단순한 반찬가게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야식반찬은 그 지역의 집밥. 그 지역에 사는 청년들의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20대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도 뼈 빠지게 일하면서 꿈을 키우고 있는 청년들이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는 곳. 퇴근할 때 들러서 우리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음식을 사는 곳. 나이 먹어 소화가 안 될 때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지점장들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100호가 아닌 200호, 300호. 1,000호 자축식도 무리는 아닙니다.”
가슴 벅차 하는 지점장들을 보며 말했다.
“또 기존에 계신 지점장님들은 새롭게 창업하시는 분들께 노하우를 전수해서 부가 수익으로 강의료도 챙길 수 있으시고.”
“오.”
“본사가 미처 관리하지 못하면 일정 구역을 묶어 지역 관리자를 둘 텐데,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이 적임자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추가 수익이 발생하겠지요.”
“오?”
“이 말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지점이 늘어날수록 여러분의 수익 또한 커지게 됩니다!”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그러니 주변에 창업 고민하시는 분들을 적극 영입하십시오! 세 분을 모셔오는 분께는 다이아몬드 직급을 드리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창조 경제읍읍!”
주지승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반찬용 대표께서 하신 말씀은 사실과 관련 없는 농담입니다. 저희 야식반찬은 다단계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진행자가 다급히 수습에 나섰다.
“너 미쳤어? 진짜 믿으시면 어쩌게?”
“미안. 마이크만 잡으면 나도 모르게.”
“모르긴 뭘 몰라!”
근엄하던 대표이사 주지승이 당황해서 소리치니 지점장과 가족들이 크게 웃었다.
“분위기가 너무 딱딱한 것 같아 농담 좀 해봤습니다. 다단계 아니고요.”
다들 싱글벙글 웃는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야식반찬은 제 오랜 꿈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제 꿈이 되어 주셨고요.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이 야식반찬을 통해서 꿈을 이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빈 모두 박수를 보내주기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 * *
일요일.
부엌에서 묵은지와 차를 마시고 있는데 반은성이 다가왔다.
“놀러 다녀오겠습니다.”
“아침부터?”
반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랑 공룡 책 보고 컵라면 먹은 다음에 포켓몬스터 할 겁니다.”
“재밌겠네.”
동갑이라 그런지 백우진, 이지혜의 딸 백유나와 죽이 잘 맞는다. 요새는 둘이서 주말마다 만나서 논다.
“컵라면은 안 돼요.”
엄마가 컵라면은 안 된다고 하니 반은성이 충격받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 날이라고 하셨습니다.”
나름 논리적인 반박이다.
“수요일에 짜파게티 먹고 싶다고 해서 대신 일요일에 안 먹기로 약속했잖아요?”
“……그렇습니다.”
“라면 안 되면 돈가스 먹으면 되겠다.”
내 말에 반은성이 환하게 웃었다.
“용돈은 있어?”
“네. 있습니다.”
“재밌게 놀다 와.”
“다녀오겠습니다.”
반은성이 나와 묵은지의 뺨에 뽀뽀를 하곤 현관을 나섰다.
“요즘 바깥 음식을 너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묵은지가 나를 나무랐다.
“은성이 나이엔 먹고 싶은 거 먹어도 괜찮아요.”
“그러다 당뇨 생기면 큰일입니다.”
“그땐 열심히 도와주면 되죠. 분명 잘 이겨낼 거예요. 자기 닮아서 똑똑하잖아요.”
“아빠를 닮아서 단 걸 너무 좋아해 걱정입니다.”
“흐흐흣. 전 말투가 걱정돼요.”
“예의 바르고 좋습니다.”
“나 일곱 살 땐 말하는 원숭이었던 것 같은데.”
묵은지가 피식 웃었다.
“그럼 은성이도 나갔으니 오랜만에 어때요?”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녁에 출국하지 않습니까.”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요.”
묵은지가 망설이다가 마지못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나온 보드게임을 하고 싶은 눈치였는데 역시나 눈 깜짝할 사이에 세팅을 마쳤다.
* * *
2032년 9월 20일.
치팅데이 시즌6 3회 촬영차 독일 베를린을 찾았다.
제작진 놈들은 항상 그러하듯 날 도시 한가운데에 버려두고 맛집을 찾아내라고 성화다.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숨겨진 맛집을 찾는다는 단순한 플랫폼으로도 모자라, 매장 검색까지 출연진에게 맡기다니 정말 편하게 일한다.
“뭐 먹을 거야?”
박상철 PD가 물었다.
“하. 어려운 질문을 항상 너무 쉽게 해. 난 대체 뭘 먹어야 할까?”
“네가 생각해야지.”
여섯 시즌이나 보냈지만 매번 난감할 따름이다.
검색 도움 없이 주민과 직접 소통하거나 현지 광고물을 통해서 찾아가야 하기에 우선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독일. 독일하면 소시지잖아. 여기까지 왔으면 소시지는 먹어야 하는데, 이 망할 프로그램은 당연한 걸 하지 말라고 강요하니까.”
박상철 PD가 실실 웃는다.
“전에 우진이가 바움쿠헨이란 걸 사 와서 먹었는데 맛있더라고?”
“오.”
“돌아가는 나무 원통에 반죽을 붓고 익히고 다시 붓고 익혀서 층층이 만드는 케이크라던데.”
“어디가 잘하는데?”
“그건 모르지.”
“네가 모르면 어떡해.”
“보통 제작진이 미리 찾아주지 않나?”
이 사람의 뻔뻔함은 백반따라 할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나도 콘텐츠 만드는 입장이잖아?”
“응.”
“형은 하는 일에 비해 작품이 너무 잘 돼.”
“하하하하!”
“좀 덜 성공해도 되는데 말이야.”
“네가 그런 말하면 안 되지.”
“흐흫.”
슈가맨 엔터테인먼트는 첫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뒤로 8년간 ‘당당한 녀석들’, ‘극한 인간’, ‘칼로리 게임’, ‘디저트 뷔페’ 등 매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차지찬과 안상규가 기획한 극한 인간은 신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극한 상황을 극복하는 콘셉트로 제작되었는데.
넷플릭스에서 2주 연속 1위를 하며 슈가맨 엔터테인먼트를 반석 위에 올렸다.
다음 해 나와 백우진, 송노을이 기획한 4부작 다큐멘터리 칼로리 게임은 칼로리와 비만에 대해서 심도 깊게 다루며 좋은 평을 받았다.
그렇게 기반을 쌓은 뒤 세계 유명 쉐프를 섭외해 만든 디저트 뷔페는 각국의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어 시민 평가단이 평가하는 경연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재작년 슈가맨 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 결과 나와 주지승, 차지찬, 백우진은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되었다.
“근데 바움쿠헨 어떻게 써?”
“글쎄.”
“그냥 아무 빵집 들어가면 있나?”
바움쿠헨 파는 곳을 찾으려면 적어도 바움쿠헨을 독일어로 어떻게 쓰는지 알아야 할 텐데 지식이 전무하다.
몇 달 전에 먹은 케이크 포장지에 적힌 독일말을 기억할 정도로 똑똑하진 않다.
“크다. 여기 가볼까?”
걷다 보니 상당히 큰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가 사람으로 붐비는 걸 보니 장사가 잘되는 집 같다.
“이거 같은데?”
종이 상자에 가운데가 빈 케이크가 들어 있다.
하나 집어 들어 구입한 뒤 근처 공원에 자리잡았다.
“이제 통역 없어도 잘 사네?”
“짬밥이 있잖아.”
6년 동안 세계 각지를 돌며 주먹구구로나마 영어를 익혔다.
창피함보다는 굶주림이 두려운 나머지 되는 대로 말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진 감도 있고.
사실 독일처럼 영어 사용을 많이 하는 곳은 내가 문장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도 대강 이해해 준다.
포크나 나이프가 없어서 적당히 손으로 뜯어 먹었다.
“음.”
“어때?”
“전에 먹었던 거랑은 좀 다르다. 생각보다 뻑뻑해. 파운드 케이크랑 비슷한데 그보단 좀 덜하고. 글레이즈한 게 신의 한 수다. 맛있는데?”
“찾아보니 그게 베를린에서 제일 유명한 곳 중 하나래.”
박상철 PD가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건물이 크더라.”
모든 맛집이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매장이 크고 오래되면 지역 사회에서 인정받은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바움쿠헨을 다 먹고 나니 또 할 일이 없어졌다.
평소에는 이런 시간을 이용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데 오늘은 박상철 PD가 먼저 말을 붙였다.
“시청자들이 보낸 질문 뽑아봤는데 들어봐.”
“응.”
“먼저 왜 남미는 안 가세요?”
“그러게? 우리 왜 남미는 안 갔지?”
“멀어서.”
“아. 멀어서. 그치. 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야. 여러분, 이 치팅데이 제작진이 얼마나 악독하냐면 촬영을 딱 1박 2일로 정해놨어요. 어딜 가도. 제작비 아끼려는 거죠.”
“다음 질문.”
“얘기 안 끝났어!”
“다음 질문. 슈가맨 멤버들 출연 예정은 없나요?”
“음.”
네 명 모두가 함께하는 방송은 토요일에 반야식경 스튜디오에서 하는 먹방뿐이나.
혼자 출연하는 치팅데이를 제외하곤 한두 명씩은 함께하는 프로가 많다.
그러다 보니 충분히 궁금해할 수 있겠다.
“각자 하는 일이 있다 보니 네 명이 전부 모이는 건 좀 힘든데. 또 해외 촬영이라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지찬이 형은 괜찮을 수 있겠다.”
“지찬이 바쁘지 않아?”
“요즘 심심해 죽으려 하잖아.”
시가총액 3,000억의 견실한 기업의 대표이사, 구독자 420만 유튜버, 여의도와 사당에 각각 빌딩 한 채씩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4개 헬스장을 소유한 성공한 남자는 요즘 지독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
외로운 모양이다.
“다음에 지찬이 형 부르자.”
“좋지. 근데 걔 출연료가.”
“에이. 부르면 바로 나올걸? 집에 틀어박혀 레고만 만지고 있어.”
“우진이는?”
“우진이 그러고 보니까 지금 독일일 텐데.”
“독일?”
“걔 이것저것 하는 거 많잖아. 클래식 쪽에서 뭐 또 하나 맡은 것 같더라고.”
“음. 아, 우진이랑 백반토론하는 거 보고 싶단 사람 많더라고.”
“악.”
백반토론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2028년까지 진행하다가 소재 및 아이디어 고갈로 마무리 지었는데 이후로 다시 해달라는 요청을 수도 없이 받았다.
“백반토론 마지막 영상이 뭐였는지 알아?”
“뭐였는데?”
“우설 대 우신.”
“흐하핳핳핫. 기억 난다.”
“오죽 할 게 없었으면 소 혀랑 꼬추를 두고 토론했겠냐고. 이젠 못 해. 할 게 없어.”
마지막 영상 덕분에 백우진은 소 생식기를 좋아하는 남자가 되어버렸고 난 소랑 키스하고 싶은 남자가 되어버렸다.
반찬가게가 구독자 500만을 찍을 수 있었던 일등공신인 동시에 마지막엔 크나큰 상처를 남긴 콘텐츠였다.
“아쉽네. 진짜 신박한 얘기 많았는데.”
“우진이가 많이 당했지.”
‘진순 vs 진매’ 편에서 매운 거 싫다, 자기는 애초에 빨간 음식이 싫다는 백우진에게 특정 정당을 두고 하는 말이냐고 묻는 등.
이래저래 마음고생을 시켰다.
“그래도 뭐. 언젠가 이벤트성으로 할 수도 있잖아.”
“그렇긴 하지.”
“다음 질문.”
“또 있어?”
“많아. 너 식당 찾을 때까지 물어볼 거야.”
“빨리 찾아아겠네.”
“스윗한 남자 영화 실화예요?”
스윗한 남자는 내가 쓴 수필 ‘달달하게 사는 법’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책이 좀 팔려서 내심 기대했는데 흥행은 겨우겨우 제작비만 건지는 데 그쳤다.
내가 만들지 않아 참 다행이다.
“내가 겪은 이야기니까. 근데 나 얘기할 거 있어. 나도 연기 가끔 하잖아.”
“그치. 드라마도 했고.”
“스윗한 남자 영화화 이야기 나올 때 아 그럼 내가 날 연기하는 건가 싶었거든. 내 이야기니까 그럴 수 있잖아.”
“기대했어?”
“……조금. 내가 언제 영화 주연 해보겠어.”
“흐흐흣.”
“근데 고일규가 주연이래서 아무 말 않았는데 감독님이 나한테 백우진 역할 어떠냐는 거야? 와. 이게 말이 돼?”
“흐하하핫하하!”
“난 못 한다. 다른 역할은 다 해도 걔는 못 하겠다고 했지. 자존심이 있지. 근데 하임이가 걔 연기 잘하더라.”
“완전 똑같던데?”
“둘이 좀 하는 짓이 비슷하긴 해.”
공원을 따라 걷다 보니 슬슬 시내랑 멀어진 기분이다.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아무리 둘러봐도 식당이 있을 것 같진 않은 분위기다.
돌아가야 하나 싶은데 박상철이 다음 질문을 건넸다.
“개인방송 많이 해 달라는 분도 계시네.”
“아. 하고 싶지. 활동 많아지니까 진심으로 하고 싶더라. 예전처럼 시청자 분들하고 노가리 까고 편하게 방송하는 게 좋았어.”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을 고정으로 방송한다.
일주일 내내 방송하던 때를 기억하는 분들은 아쉬워하는데, 나 또한 그때가 가끔 그립기도 하다.
“저라고 뭐 계속 일이 있겠습니까. 잘 안 풀리면 수금하러 갈 테니까 저축 많이 해두세요.”
“프흣. 너 이거 방송에 진짜 내보낸다?”
“아유. 마음대로 하세요. 관리할 이미지도 없어. 소랑 키스하고 싶은 사람인데 뭐.”
웃으며 걷다 보니 어느 순간 한적한 목재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숲으로 조성된 공원 깊숙한 곳에 굴뚝에서 연기를 피워내는 집이 있으니 어디 동화에 들어온 것 같다.
“뭐야?”
“글쎄.”
가까이 가보니 간판도 없이 문 앞에 메뉴판만 적혀 있다.
“커리? 카레?”
“식당이었어?”
“와. 이건 진짜 느낌 있다. 숲 한가운데에 목재 건물. 간판도 없는 카레집이라고? 이건 못 참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을 열자 카레 냄새가 훅 풍기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흘러나왔다.
“헬로우.”
영어로 인사를 건네자 익숙한 얼굴이 돌아봤다.
“어?”
“형이 여길 어떻게 왔어?”
백우진이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인다.
“치팅데이.”
“아, 오늘 베를린이야?”
“응.”
“와. 진짜 형 방송각 기가 막히게 잡는다. 들어 와.”
“여기가 어딘데? 카레집 아니야?”
백우진이 턱짓한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니 주방에서 한 남자가 카레를 젓고 있었다.
“미쳤다.”
후기
안녕하십니까, 우진입니다.
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서는 본문에 음악을 삽입해 보았고, 에서는 폰트 색상을 활용하여 그라데이션을 주었던 것처럼 남이 하지 않는 시도를 해보길 좋아했는데.
역시 개그, 일상, 실제 음식점 사진, 움짤, 기부 실천 등 새로운 시도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점 사진에 스토리를 입히는 즐거움, 여러분의 반응을 보며 거리감이 좁혀지는 설레임 모두 집필 기간 내내 저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백반토론은 나름 자신 있었습니다.
드립만으로 한 편에서 두 편 분량을 뽑아내는 게 가능할까, 그렇게 쓴 것이 과연 웃길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쓰고 나니 너무나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가 완성되었습니다.
022화 ‘물냉 vs 비냉’
024화 ‘사탕 vs 초콜릿’
035화 ‘바닐라 vs 민트초코’
046화 ‘광어 vs 우럭’
059화 ‘문어 vs 오징어’
073화 ‘떡볶이 vs 제육볶음’
095화 ‘보쌈 vs 족발’
126화 ‘베리 vs 파인애플’
152화 ‘우동 vs 핫바’
169화 ‘쿠크다스 vs 쵸코하임’
199화 ‘당근 vs 오이’
207화 ‘부먹 vs 찍먹’
227화 ‘떡 vs 빵’
총 13개 에피소드를 다시 떠올리니 정말 열심히 썼구나 싶습니다.
저는 ‘바닐라 vs 민트초코’가 가장 재밌었는데 여러분은 어떤 토론이 마음에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작품 이야기로 돌아와 ‘백반토론’이 웃고 싶어서 쓴 이야기라면 사당 패밀리 이야기는 착한 사람이 성공하는 이야기를 적고 싶었습니다.
저는 미래, 꿈, 진지, 도전, 노력, 열정, 용기, 사랑을 참 좋아하는데 어느샌가 그러한 말들이 힘을 잃어가는 듯합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이 바보 취급받고 남을 돕는 사람이 멍청하다고 손가락질 받고 진지하게 매달리는 사람에겐 오글거린다는 말이 따라붙죠.
저는 그러한 냉소적인 시선을 몹시 경멸하면서도 그들을 그렇게 만든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사랑하고 노력한다면 분명 더 행복해지리란 믿음조차 잃어버린 삶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청년들이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그를 통해 더욱 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나아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였습니다.
내가 사는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과 즐겁게 밥 한 끼 먹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산책하다가 발견한 카페에서 피칸파이를 먹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자글자글 익은 삼겹살 한 점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일이 고단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도 당장 소중한 사람과 웃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면 기꺼이 힘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10월 29일에 코로나에 걸렸음에도 휴재 한 번 없이 연재한 저는 분명 초인일 겁니다.
게다가 250화에 완결하겠다는 예고대로 정확하게 250화 마무리 짓는 완벽한 분량 조절 능력.
저는 초인이자 천재가 분명합니다.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도 분명 생깁니다.
여러분이 를 끝까지 읽어주신 것이 그 증거입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인사드렸듯 제 이야기에 의미를 더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사람과 따뜻한 밥 한 끼 드시는 날을 오래오래 보내시길, 혹은 그날이 속히 찾아가길 기원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쓴 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