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46
치팅데이 46화
11. 대기업(1)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부먹이냐. 찍먹이냐. 한반도 반만년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논쟁을 맛만 봅니다. 백반 토론의 반찬용.”
“백우진입니다.”
백반 토론 8회 차 방송 날이다.
백반 토론을 시작한 지 벌써 2달이 흘렀는데 그동안 많은 점이 바뀌었다.
첫 번째로 생방송 시청자 수가 8,000명에 도달했고 30만 구독자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나로서는 꿈에서도 생각지 않았던 성장세에 놀랐고, 묵은지가 준 분석 자료의 예측 범위 내 일이라 더욱 놀랐다.
두 번째로 밖에 다니다 보면 날 알아보는 사람과 가끔 마주치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꽤 큰 광고 문의가 들어왔다.
다만 백반 토론이 무엇이 더 맛있는지 토론하는 콘셉트라 조심스럽다.
어떤 상품을 광고하게 되면 경쟁 상품을 의도치 않게 비하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현재는 광고 방식을 두고 조율 중이다.
“오늘도 모셨습니다. 살아 있는 우럭. 우럭 전문가 백우진 위원 소개해 드립니다.”
“내가 왜 우럭이야.”
“제가 광어기 때문이죠.”
백우진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광어가 더 못생겼으니 인정하는 건갘ㅋㅋㅋㅋㅋ
└너보다 잘생기면 된다는 마인드
└우럭이나 광어낰ㅋㅋㅋ
“광어처럼 날씬해지고 싶은 남자. 광어 애호가 반찬용입니다.”
“광어처럼 되고 싶다고요?”
“그럼요. 얼마나 날씬해요.”
“눈이 돌아갔는데요?”
“개성입니다. 혹시 눈이 살짝 치우치신 분을 비하하시는 건가요?”
“아니요. 아니요. 전혀요.”
└시작부터 모함ㅋㅋㅋㅋㅋ
└틈만 보이면 서로 죽이려고 드넼ㅋㅋㅋㅋ
└대체 이거 언제부터 이렇게 됨ㅋㅋㅋㅋ
└처음부터
“자. 오늘은 광어 대 우럭. 무엇이 더 맛있는지를 두고 격식 있는 토론을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우럭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까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럭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입니다. 원래는 조피볼락이란 이름이 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우럭으로 불리면서 이제는 완전히 이름을 대체했다고 볼 수 있죠.”
우럭 사진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었다.
“못생겼네요?”
“지는.”
“네?”
└광어보단 잘생겼다고 해야짘ㅋㅋ
└갑자기?
└인신공격ㅋㅋㅋㅋ
└백우진 독 바짝 올랐넼ㅋㅋㅋㅋ
└7연패 중이니깤ㅋㅋㅋㅋㅋㅋㅋ
백우진이 오늘따라 공격적이다.
앞서 7번의 토론에서 모두 패했기 때문에 백반 토론만 시작하면 애가 잔뜩 예민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오늘도 내 승리다.
“좋습니다. 일단 광어도 설명 드릴게요. 광어도 원래 이름이 있습니다. 넙치라고 하는데 사실상 광어로 부르는 사람이 더 많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회라고 하면 사실상 광어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횟감이기도 합니다.”
“아니죠. 우럭도 얼마나 많이 먹는데요.”
“에이. 사실 회는 광어를 못 따라오죠. 제가 매운탕은 취향에 따라 우럭이 더 맛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회도 매운탕도 우럭이 더 맛있어요.”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인정하실 수밖에 없을 거예요. 혹시 광어가 엄청난 고급 생선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광어 회 사진을 띄워 놓고 설명했다.
“양식에 성공해서 저렴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넙치, 광어를 고급 생선으로 여겼습니다. 감칠맛이 좋아서 맛있기 때문이죠.”
“끝인가요?”
“아니요. 일본에서도 광어가 참돔보다 비쌉니다. 이처럼 광어는 맛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에 고급 횟감으로 사랑받았고, 우리가 광어를 친숙하게 여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양식에 성공한 덕분이죠.”
“끝인가요?”
조급하긴 한가 보다.
그러나 오늘 토론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바로 이 한 방으로 모든 논란이 종결되기 때문이다.
“기다려 보세요.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빨리 하세요.”
“너 오늘 왜 이렇게 예민해? 초콜릿 줄까?”
“안 먹어.”
“카카오를…… 안 먹어?”
“아! 진짜! 그거 그만 좀 하라고!”
“흐흐흫흫흣흥.”
└백우진 또 발작하넼ㅋㅋㅋㅋ
└카카오 말만 나오면 저러니까 어떻게 안 놀리냐곸ㅋㅋㅋㅋ
└단호한 척했지만 한 방에 휘둘리죠?
└반찬용이 진짜 도발을 잘하는 듯.
“진정하시고. 마저 들어보세요. 혹시 백우진 위원께서는 1996년에 벌어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알고 계십니까?”
“……네.”
한번 놀려서 그런지 이번에는 순순히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잠수함이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 침투한 아주 큰 사건이었죠. 그 결과 이광수란 사람이 생포됩니다.”
“광어 달라고?”
“그렇죠. 우리나라 조사단이 술을 권하며 안주로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었고 이광수는 못사는 남한에 광어회가 있겠냐고 비아냥거렸답니다. 광어는 북한에서도 구하기 힘드니까 남한 사람들은 존재 자체도 모를 거라 생각한 거죠.”1)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광어는 너무나 대중적인 생선이었죠. 조사단은 곧장 광어회를 가져다 주었고 이광수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나 빨리 광어회를 가져다 줄 정도면 자신이 뭔가 잘못 알고 있다는 의심이 생긴 거죠. 이후 그는 귀순하여 해군교육사령부 산하 정훈 교관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늬들이 광어를 알아?
└정보) 광어 양식은 80년대부터 되었다
└아ㅋㅋㅋ 광어회는 못 참짘ㅋㅋ
“무장공비조차 귀순하게 할 만큼 맛있고 귀한 생선 광어. 그 맛을 아는 사람에게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뭐라고 하는데요?”
“너 넙치된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찢었다
└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ㅋ
└너 납치된 거얔ㅋㅋㅋㅋㅋㅋ
└반찬용 8연승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논리다.
백우진도 어설프게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내게 음해와 모략을 당해왔으니, 이를 부정하면 북한 추종자로 몰아갈 거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거다.
설사 교묘하게 피해간다 해도 내겐 한 가지 무기가 더 남아 있다.
이번에도 내 승리다.
“인정합니다.”
백우진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좀 더 여러 부분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어요.”
“어떤 점이죠?”
“우럭과 광어. 회로 먹으면 무엇이 더 비싼가요?”
“우럭이 더 비싸죠?”
“그렇죠. 우럭은 살수율이 적기 때문에 같은 양이면 광어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비싼 게 더 좋은 거죠.”
“……아.”
“방금 무장공비 운운하시던 분이 이 사실을 부정하신다면 저로서는 대체 누가 자본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놀라서 입을 벌리고 말았다.
└태극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우진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놈인갘ㅋㅋㅋㅋㅋㅋ
└어째 정상적으로 간다 했다
└이거 분명 부정했으면 북한 어쩌고 했을 텐데 이걸 이렇게 받아치넼ㅋㅋㅋㅋㅋ
└그동안 맞기만 한 게 아니었엌ㅋㅋㅋ
“너.”
“설마. 부정하시는 건가요?”
“너 언제 이렇게 타락한 거야. 원래 안 이랬잖아.”
“형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백우진의 눈에 광기가 서려 있다.
승부욕과 복수심으로 가득해서 온갖 모략과 음해, 공작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직 승리만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의 눈이다.
“……한 번씩 주고받은 것 같네요?”
“더 하실 말 있으신가요?”
백우진이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그럼요. 저도 조사를 많이 해서 이 정도로 끝나진 않습니다.”
“얼마든지 해보세요.”
“우럭. 아까 조피볼락이라고 하셨는데, 또 다른 이름은 소개하지 않으셨습니다?”
“네?”
“저는 온갖 잡지식을 다 알고 있는 백우진 위원이 이것을 몰랐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절 속일 생각 마세요.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고의로 소개하지 않은 거죠?”
“전 모르는 일이에요.”
백우진의 눈이 흔들렸다.
역시 내 추측이 옳았다.
“우럭. 정식 명칭은 조피볼락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렇게도 부릅니다.”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우레기.”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강원도에서는 우럭을 우레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어떤 명사의 앞글자와 쓰레기의 레기를 합친 단어는 보통 그것이 무쓸모하단 뜻이 되죠. 우레기. 즉, 쓰레기란 뜻입니다.”
구글 검색창에 우럭 우레기를 검색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레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았닼ㅋㅋㅋㅋ
└이건 진짜 빼박이넼ㅋㅋㅋ
└개웃기네ㅋㅋㅋㅋ우레깈ㅋㅋㅋ
중간에 잠시 위기는 있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승리는 내 것이다.
오늘 저녁도 얻어 먹는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 안에 군침이 돈다.
“잠깐.”
승리에 도취되어 있단 차.
백우진이 나섰다.
“더 할 말이 있으신가요?”
“우레기. 이거 문화어라고 나오는데요?”
“……네?”
백우진이 나무위키에 우럭을 검색한 창을 보여주었다.
조피볼락이라는 정식 명칭 옆에 괄호가 있고 우럭과 우레기라 적혀 있으며 우레기 옆에는 다시 문화어라 소개되어 있다.
백우진이 천천히 목을 돌리곤 고개를 기울였다.
“어떻게 된 거죠? 설마.”
“……아니야. 이, 이럴 리가 없어. 강원도에선 우레기라고 한단 말이야.”
“어떻게 된 거죠?”
└해명해
└해명해
└북한말을 어떻게 아시는 거죠? 혹시?
└???
└문화어 북한말 아님?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얔ㅋㅋ
“…….”
채팅창 분위기가 이미 백우진에게로 넘어갔다.
해명 요청과 물음표가 줄지어 올라오는 와중에, 우레기가 왜 문화어로 소개되었는지 알 수 없는 나로서는 더 이상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물며 강원도에서는 우레기로 불렀다는 증거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미리 자료를 준비하지 못했다.
“……졌습니다.”
“와아!”
패배를 시인하자 백우진이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