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49
치팅데이 49화
11. 대기업(4)
반찬가게 사무실에서 첫 라이브 방송을 켰다.
└오?
└이사함?
└뭔데 뭔데
└문 열어!
└대기 브금도 달라졌어
└반하
시청자가 적당히 모이면 사무실을 보여줄 생각으로 적당히 안부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맞아요. 이사했습니다. 제가 드디어 회사를 차렸어요. 사무실 얻어서 이제 앞으로 여기서 쭉 방송합니다.”
└미쳤다 미쳤다
└행복하길 바랐지만 이렇게까진 아니었어.
└ㅋㅋㅋㅋㅋㅋ시청자 50명일 때부터 봤는데 이젠 3,000명은 기본이네
└반찬용 많이 컸다
└대기업 ㄷㄷ
└캠 열어요!
“무슨 대기업이야. 아직 멀었어요. 그리고 같이 일하시는 분도 계셔서 이제 진짜 열심히 해야 해. 회사 차리느라 돈 없어요.”
이사 오면서 아쉬움을 느끼던 컴퓨터도 새로 맞추고 주변에 소음이 나가지 않도록 흡음재도 설치했다.
방음부스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사무실 형태를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신경 쓰느라 돈이 꽤 들었다.
└구라 ㄴ
└반찬가게 유튜브 수익 예측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월 3,000만 원이라던데 ㄹㅇ임?
└한 달에 3000????
└와 달에 3천 벌면서 기만질하네
└ㅁㅊㄷㅁㅊㅇ
└직원도 뽑음?
“3,000만 원은 무슨. 그 정도 벌었으면 걱정도 안 했어요. 수입 늘어난 지 이제 겨우 두 달이고 여기 사무실 빌리고 비품 사고 이것저것 하는 거 다 빚져서 했어요.”
월세는 어떻게든 부담할 수 있는데 문제는 보증금이었다.
만기가 다가온 적금만은 차마 아까워서 못 깼지만, 그 외에는 그동안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넣고도 부족해서 주변에 도움을 받았다.
“아무튼 보여드릴게요.”
방송 화면을 전환했다.
└……?
└왤케 좁아
└사무실 차렸다더니 어디 폐건물 들어갔음?
└[흐잉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밥은 꼭 챙겨 먹고 다녀
“아이고 흐잉 님 감사합니다. 아직 정리가 다 안 돼서 그래요. 여긴 내 방이고 밖에 더 있긴 해요.”
몇몇 시청자가 밖도 보여달라는 채팅을 올렸다.
“지금 밖에 직원 분 계셔서 안 돼요. 얼굴 공개되잖아.”
└직원 분?
└직책이라든가 없음?
└누군데?
그러고 보니 직책이 없다.
시청자들에게 말할 때 직원 분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외부 업체를 만날 때 묵은지가 본인을 소개할 명함은 있어야겠다.
“……그러게. 명함도 있어야 하네.”
정말 생각지 못한 자잘한 일이 뜬금없이 생각 난다.
오늘 방송 끝난 뒤에는 묵은지에게 어떤 명함을 줘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명함 만드는 사이트가 아마 있을 듯싶다.
“오늘 뭐 하냐고요?”
한 시청자가 슈퍼챗으로 오늘 뭐하는지를 물었다.
“오늘 명태 알아볼 거예요. 직원 분이 만들어 주신 건데 보니까 재밌더라고.”
어제는 사무실을 정리했고 그제는 근로계약서라든지 여러 법적 서류를 만들고 확인받느라 방송 준비를 미처 못 했다.
평소처럼 밥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가 이상형 월드컵을 추천받아서 썰 풀 생각이었는데.
오전에 묵은지가 괜찮은 소재를 넘겨주었다.
우리나라에서 명태를 어떻게 부르는지, 이름에 따른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정리했는데, 명태가 이렇게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지 처음 알았다.
묵은지가 만든 방송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명태를 어떻게 가공하는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서 이름이 이렇게 많더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태를 진짜 좋아했나 봐.”
└명태 맛있지
└어렸을 땐 별로였는데 나이들수록 찾게 되더라
└나 이거 볼 때마다 헷갈림 동태가 그래서 뭔데?
└우리나라 이제 명태 안 잡히지 않음?
└ㅇㅇ 거의 다 수입산일걸?
└명란젓이 명태알이었다고?
“그치. 나도 신기했어. 명란젓이 명태 알로 만든 젓갈이더라고? 노가리는 명태 새끼. 코다리는 반쯤 말린 명태.”
명란젓, 노가리, 코다리 모두 내가 알고 있던 규칙과 다른 이름이었다.
“보통 태로 끝나는 건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대충 명태 종류인 건 알잖아요? 근데 명란젓, 노가리, 코다리 이런 것도 명태인 줄은 나 이번에 처음 알았어. 이거. 북어. 북어는 다른 생선이 있지 않나?”
└그건 복어
└북쪽에서 잡혀서 북어임.
└이 아저씬 설명 적혀 있는데도 모르넼ㅋㅋㅋㅋㅋ 한자로 北魚라고 적혀 있잖아.
└북쪽에서 잡힌 명태를 북어라고 한다고??
└지들 맘대로넼ㅋㅋㅋㅋ
└의외로 언어는 지들 맘대로 정해지는 게 맞다.
“맞다. 복어. 복지리 먹고 싶다.”
부산 해운대에 복지리 맛있게 하는 곳이 있는데 갑자기 생각난다.
“그다음에는 다 태로 끝나네. 생태는 살아 있는 명태. 동태는 얼린 명태. 동상할 때 동인가 봐.”
└ㅇㅇ
└명태 맛있음? 난 모르겠던데
└님이 잘하는 집에 안 가봐서 그럼. 명태 맛있음
└맛없었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먹겠냐ㅋㅋㅋ
“황태. 이건 자연스럽게 얼었다가 녹았다가 말랐다가 한 명태네? 그럼 동태는 뭐야? 인위적으로 얼린 거야?”
└몰?루
└겨울 내내 밖에다가 널어둔 거임.
└소주 먹고 다음날 황태해장국이 진또배긴데.
└저거 그냥 찢어서 소주랑 먹으면 다른 거 필요 없음.
“채팅창에서 술냄새 나요. 아저씨들.”
기존 시청자보다 유입된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시청연령이 조금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반찬가게 주 시청자는 30~40대다.
“와. 이게 뭐야? 황태는 이름이 진짜 많은데.”
말릴 때 떨어진 황태는 낙태.
색이 검게 변한 황태는 먹태.
머리가 떨어진 황태는 무두태.
“딱딱하게 마른 황태는 깡태래. 미쳤나하하핳핰!”
깡깡 굳어서 깡태라고 지었는지는 몰라도 이름 참 알아듣기 쉽게 지었다.
“새끼 명태는 애태래. 왜? 애를 뜻하는 한자가 뭐가 있지?”
└애라고 애.
└아이태.
└아이탴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럼 왜태는 작아서. 왜소한 명태라 왜태야?”
채팅창에 이응이 올라왔다.
“망태. 그물로 잡은 명태라서 망태래. 그물 망이겠다. 낚시태도 있네. 낚시로 잡은 명태라 낚시태래. 이게 뭐야.”
└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갖다 붙이넼ㅋㅋㅋㅋㅋ
└[백종수 님이 2,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거짓말 ㄴㄴ 갖다 붙이면 다 명태임? 추태도 명태겠네?
└추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태ㅋㅋㅋㅋ
└아니, 진짜 있어!
└ㅋㅋㅋ이런 미친ㅋㅋㅋ가을에 잡혀서 추탴ㅋㅋㅋㅋㅋ
└와 춘태도 있네 봄에 잡은 명태
└이쯤 되면 그냥 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는 거 아님?
추태에선 웃음을 못 참았다.
“아니, 왜 하필 명태만 이렇게 이름이 많지? 다른 물고기도 이렇게 이름이 많나? 아니잖아.”
└[sinus 님이 2,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코요태 노래하는 명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요태 누구얔ㅋㅋㅋㅋㅋㅋ
└[김명조 님이 5,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능동태 자주적인 명태
└뿔테 안경 쓴 명태
“흐핳핰학학학학!”
코요태에서 방심했다가 능동태에 당해버렸다.
“와. 천재야? 능동태 뭔데? 김명조 님, 어떻게 생각했어요?”
한 시청자가 피동태 수동적인 명태란 채팅을 올렸다.
“에이. 피동태는 능동태 보면 바로 나오죠.”
└나이테 늙은 명태
└테가 그 태가 아니잖앜ㅋㅋㅋ
└여기도 난리 났넼ㅋㅋㅋ 지멋대로들 붙여 자꿐ㅋㅋㅋ
└애태 추태도 있는데 나이테는 외않되?
└맞춤법 킹받네
└[반야식경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명태 많이 먹어서 다른 나라에도 영향 줬어. 일본, 중국, 러시아 등등. 아마 가장 많이 먹는 생선이라 이름도 많은 것 같네.
“아이고. 형, 왜 또 후원을. 용돈 감사합니다.”
주지승도 방송을 보고 있던 모양이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명태를 이르는 말이 한국에서 영향받았다고 알려주었다.
└진짜임?
└그런 말이 있긴 함.
└주지승이 하는 말이니 아예 없는 말은 아니겠지
└확실하진 않음. 근데 명태 한자를 음독하긴 함. 일본, 중국, 대만 다 명태라고 쓰고 발음만 걔네 나라 말로 함.
└[우지니어스 님이 2,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하지메마시테 초면인 명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우진 돌았낰ㅋㅋㅋㅋㅋㅋ
└돈키호테 기사도 지키는 명태
└아닠ㅋㅋㅋㅋ ㅔ 가 아니라 ㅐ라곸ㅋㅋㅋㅋㅋ
드립이라면 누구한테도 안 밀린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시청자들은 장난 아니다.
백우진이 친 하지메마시테를 겨우 웃지 않고 참아냈거늘 결국 돈키호테에서 터지고 말았다.
└오늘 다들 왜 이랰ㅋㅋㅋㅋ
└단체로 돌았음
└백태
“백태? 백태는 뭔데?”
└백태 혀클리너 좀 쓰라는 뜻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넌 나가, 인마. 나 백태 없어!”
혓바닥을 내보이니 채팅창이 폭발했다.
* * *
라이브 방송을 모니터링하던 묵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과 요리 관련 채널이라 정보성 콘텐츠로 제시한 명태 관련 내용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이끌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반찬용은 시청자들과 함께 어울리며 방송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짓궂은 장난도 적절히 대응했다.
“흣.”
시청자 중 한 사람이 코요태라고 언급하자 묵은지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녀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방송이 크게 문제가 없으니 틈틈이 반찬용의 일정을 확인하고, 외부 업체로부터 받은 업무 관련 내용을 정리해야 했다.
수산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요리 채널, 곤충 또는 혐오 음식 먹방을 다루는 채널 등 합방 요청이 가장 많았고.
식품 관련 업체에서도 연락을 많이 주었다.
‘광고는 조심해서 하려고요. 확실한 제품이어야 가능하고 안 되면 그냥 제 돈 주고 사서 리뷰하는 방식으로 갈 거예요.’
반찬용의 생각은 옳았다.
묵은지는 광고료에 눈이 멀어 망가진 크리에이터를 여럿 봤었다.
당장의 수익은 얻지 못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광고 요청을 한 업체명과 상품명을 정리하던 차 자꾸만 눈이 라이브 방송으로 향했다.
채팅창 관리는 반찬용 스스로 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방송 분위기는 파악해야 했다.
다만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
한참이나 멍하니 방송을 보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렸고 동시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음을 자각했다.
고개를 젓고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온 묵은지는 묵묵히 표를 채워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