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 day RAW novel - Chapter 89
치팅데이 89화
19.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5)
“이게 왜 쓸데없어!”
갑작스러운 큰 목소리에 모두 깜짝 놀랐다.
└놀래라
└왤케 흥분했어
└화낼 만하지. 기껏 좋은 일 하는데 쓸데없다고 비하하면 나 같아도 열 받겠다
└하여튼 생각 없는 놈들 때문에 방송 분위기 곱창 난다니까
└저런 애들 한둘임? 신경 쓰지 마
방송종료가 다가와 한창 때에 비해 많이 줄어든 시청자들이 반찬용을 위로하는 한편, 한 시청자를 비판했다.
“찬용아.”
차지찬이 일어났다.
반찬용이 얼마나 상심했을지 알지만 그래도 방송에서 실수하진 않을까 걱정되어 말리려던 차였다.
“너흰 친구 있잖아! 심심할 때 만나서 놀고 그러잖아!”
때마침 날아든 반찬용의 외침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난 없어! 이 사람들이 전부야! 맨날 편집, 방송, 회의, 대본, 운동, 편집, 방송 회의, 대본, 운동만 하는데 난 이런 핑계 대서 놀면 안 되냐? 같이 좋은 일 하고 고생하고 으쌰으쌰하고 추억 삼아 밥도 먹고 그러면 안 되냐고. 이게 왜 쓸데없는 짓이야!”
백우진이 눈을 깜빡이며 반찬용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맨날 일해. 자고 먹는 시간 빼곤 전부 일만 해.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회사 다닐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그래서 친구도 없었는데 요새 이 사람들하고 있으면 재밌어. 별로 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궁예 대사는 외우고 다니는 형이나.”
주지승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까탈스럽게 구는 주제에 맨날 뒤에서 챙겨주는 형이나.”
차지찬이 입을 삐죽이며 그릇 정리를 다시 시작했다.
“쫑알쫑알 시끄럽게 구는 새끼 돼지나.”
“어디가 돼지야!”
“같이 있으면 좋다고.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좋다고. 근데 이 사람들이 좀 바빠? 나도 바빠!”
반찬용이 말을 멈추었다.
“뭔가 이상하게 끝나지 않았습니까?”
묵은지가 지적하니 반찬용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그러니까 이런 일. 좋은 일. 우리 일과 관련된 일 핑계 좀 댔다. 그게 뭐가 쓸데없어? 나한텐 제일 중요해!”
백우진이 입을 열었다.
“놀고 싶으면 PC방이든 노래방을 가.”
“흡.”
주지승이 피식 웃었다.
“아무튼. 너한테 그렇게 보인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 알았어?”
반찬용이 기분 나쁜 티를 내자 차지찬이 아 하고 길게 소리냈다.
“야, 인마. 이게 노동이지 노는 거냐?”
“나만 재밌어?”
반찬용이 씩씩대며 되물으니 차지찬이 대답은 않고 헛웃음 지었다.
“마무리하자.”
주지승이 마지막 냄비를 닦아내며 말했다.
* * *
장사를 마치고 스튜디오로 복귀한 백우진이 방송을 켰다.
└또 함?
└오늘 하루 종일 하네
└안 피곤해?
└체력 미쳤다
우지니어스 채널 구독자들은 예정되어 있지 않던 방송에 의아해하면서도 속속들이 모였다.
백우진은 잔뜩 초췌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피곤해. 내일도 새벽에 나가야 하는데.”
하품을 참을 수 없었다.
백우진은 입이 찢어지게 벌리고는 목근육을 풀어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잠깐 켰어. 유튜브에 올릴지는 모르겠다. 그냥 요즘 드는 생각이니까 편하게들 들어줘.”
백우진은 천천히 생각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우리 도시락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꽤 있나 봐? 그런 거 해서 뭐 하냐고. 뭐, 손익을 따지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차가운 우엉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내가 쓰는 소설. 모차르트 인 조선에도 비슷한 댓글이 달렸어. 주인공이 착한 일만 해서 재미없다. 호구 같다.”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왜 그런 말 있잖아. 착하게 살면 호구 잡힌다. 이용당한다. 다들 안 좋은 경험이 있어서 나온 말일 텐데, 정말 그런지 얘기해 볼게.”
백우진이 검색창에 애덤 그랜트라고 검색했다.
“첫 번째. 애덤 그랜트라고 유명한 조직 심리학자고 TED 강연도 하셨는데 관심 있으면 봐. 재밌어. 아무튼 이분이 TED 강연에서 한 말씀을 토대로 얘기해 볼게.”
애덤 그랜트의 사진을 띄어놓은 백우진은 대본도 없이 이야기를 줄줄 풀어냈다.
“애덤 그랜트는 사회 구성원을 받는 사람과 주고받는 사람, 주는 사람으로 분류해서 어떤 사람이 성공하는지 조사했어.”
백우진이 엑셀을 켰다.
받는 사람은 Takers, 주고받는 사람은 Matchers, 주는 사람은 Givers로 적었다.
“Takers는 관계에서 받는 것만 추구해. 양보하지 않고 오직 상대에게 얻을 것만 생각하는 부류야. Matchers는 네가 해주면 나도 해준다는 마인드. 합리적이지? 마지막으로 Givers는 그냥 베푸는 게 좋은 사람이야. 아주 가끔 그런 사람이 있지?”
백우진은 엑셀을 조작해 원형 그래프를 만들었다.
“애덤 그랜트는 모든 산업, 여러 문화권의 3만여 명을 이 세 부류로 나누었어. 그랬더니 Takers는 전체의 19%, Matchers는 56%, Givers 25%였대. 이중에서 어떤 부류의 사람이 가장 성공할 것 같아?”
채팅창 의견이 분분했다.
└주고받는 사람?
└짜증나긴 하는데 자기 몫 챙기는 사람이 성공하더라
└takers 같은데?
└설마 givers임?
└원래 takers라고 생각했는데 물어보는 이유가 있겠지ㅋㅋㅋ givers 같음
“가장 성과가 안 좋은 사람은 Givers에 속해 있었어.”
시청자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덤 그랜트는 세 가지 직업을 예시로 들었어. 영업 사원, 엔지니어, 의대생으로. 근데 이 세 가지 직업에서 성과가 가장 안 좋은 사람은 항상 Givers였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느라 정작 자기 일을 못 했거든.”
└진짜 저런 사람이 직장생활 못 하는 거임
└그니까.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 남은 왜 도왘ㅋㅋㅋ
└돕더라도 자기 몫 다 해내고 해야지.
└답 알겠다. 주고받는 사람이 성과가 제일 좋다는 말이네.
└그런 듯
“그럼 Takers는 어땠냐. 이 사람들은 여러 직종에서 가장 빨리 성공하고 가장 빨리 무너졌어.”
백우진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애덤 그랜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해나갔다.
“처음에는 이득만 취하니까 금방 성과를 보이지만 아니꼽게 볼 수밖에 없잖아? 주고받는 사람, 즉, Matchers는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동료를 가만 두지 않았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Takers는 결국 Matchers에 의해서 집단에서 배제되지.”
└정의구현!
└그래서 백승용차 같은 것도 주고받는 행위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저게 맞지. 개같이 구는 애들은 상대 안 하게 됨.
“그럼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인 직원은 T, M, G 중에 어느 부류였을까?”
시청자 대다수가 Matchers를 꼽았다.
“모든 기업과 직종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보인 사람은 항상 Givers였어. 신기하지?”
시청자들은 백우진의 설명에 혼란을 느꼈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가장 성과가 낮은 사람이 Givers에 속했다고 들은 탓이었다.
“Givers에 속한 사람들의 분포는 신기해. 그 집단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과 가장 못난 사람이 공존하지. 왜 그런지 알겠어?”
백우진이 씩 웃었다.
“Givers에 속한 의대생은 정말 좋은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해. 병을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의 심리를 살피고 배려하기도 하지. 그래서 당장은 비효율적이라도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과를 내. 이건 엔지니어도 마찬가지야.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항상 꼼꼼하게 확인하다 보니 주변에서 알아주는 거야. 단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지.”
└듣고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결국 알아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말이지?
└이거 병원 예시 들면 쉽게 이해함. 내 얘기는 듣지도 않고 30초 만에 약 하나 띡 던져주는 병원에는 잘 안 가게 됨. 근데 좀 시간이 걸려도 이런저런 설명 상세히 해주는 병원릉 항상 붐빔.
└식당만 해도 그치. 원가 줄이려고 질 안 좋은 고기 쓰는 식당 금방 망하더라. 묵묵히 좋은 재료 쓰는 곳은 맛집으로 오래 살아남고.
“그치. 여기서 중요한 거. Givers 중에서는 왜 성공하는 사람과 어려운 사람이 공존할까?”
답을 내놓는 사람이 없었다.
“Givers 중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본인의 선행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한대. 남에게는 잘해주면서 본인이 받을 때는 꺼림직해하는 거지.”
백우진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Givers면서 성공한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인대. 왜? 자기가 잘되면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기 때문이야. 이건 네가 주면 나도 준다는 Matchers의 동등한 거래하고는 달라. 서로에게 베푸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기쁜 일인 거야.”
└대가를 바라지 않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네.
└신기하다
└뉴스나 주변 보면 개떡같은 일만 일어나서 그런데, 의외로 사회가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네
“그치? 그러니까 베푸는 사람, 남과 나누는 사람이나 행동을 멍청하다고 여기는 건 진짜 무식한 거야. 눈앞의 일시적인 이득만 좇는 멍청이지.”1)
백우진이 엑셀과 애덤 그랜트 사진을 내렸다.
“다음 두 번째. 요즘 말 많이 나오는 Chat GPT 얘기야. 연관이 없어 보이겠지만 끝까지 들으면 비슷한 맥락이니까 한번 들어봐.”
백우진이 목을 풀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똑똑한 사람이 성공했어. 고시 합격을 최고로 여겼고 실제로 그랬지. 그래서 우리들한테 좋은 대학 가길 바랐던 거야.”
시청자들이 긍정했다.
“또 좀 부족해도 성실하면 그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어. 사장 입장에서는 시킨 일 묵묵히 수행하는 직원이 다루기 수월하니까. 근데 세상이 바뀌었지?”
백우진이 각 직업을 대표하는 여러 사람을 검색하며 말을 이어갔다.
“배우, 가수, 웹툰 작가, 프로게이머, 유튜버, 웹소설 작가 등 예전에는 밥 벌어먹기 힘들거나 아예 없던 직업이 생겨났어. 그러면서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왔어. 학교 공부가 전부는 아니게 된 거야.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의 중요성은 조금 떨어졌고. 근데 또 바뀌고 있어. 인공지능 때문이야.”
백우진은 Chat GPT에 접속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거야. 산업 전반에 걸쳐 자동화를 이뤄낼 거고. 세상은 어쩔 수 없이 경제적으로 돌아가니까.”
Chat GPT에 인공지능이 어떤 산업부터 적용될지 경제적 관점에 따라 항목 별로 설명해 달라고 입력하자 순식간에 답변이 달렸다.
“이렇게 어려운 질문에도 Chat GPT는 금방 대답해 줘. 뭔가를 검색하면 그 단어가 포함된 모든 문서를 보여주었던 기존 검색 포털 사이트와는 다르지. 진짜 원하는 내용을 너무나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거야.”
백우진이 Chat GPT의 답변을 천천히 읽었다.
“방금 Chat GPT가 인공지능이 적용될 산업을 5개 알려줬어. 제조 산업, 의료 산업, 금융 산업, 소매 산업, 교통 산업이래. 이것들의 공통점이 뭘까?”
└몰?루
└진짜 모르겠는뎈ㅋㅋㅋㅋ
└사람이 하는 일?
└안 그런 게 어디 있냐
“맞아. 사람이 하는 일. 즉, 인건비가 많이 드는 산업은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최우선 목표가 돼. 비용을 줄이면 돈이 많이 남게 되니까. 고부가가치 산업일수록 더하지. 금융사 직원들 연봉 높지? 의사, 간호사들 돈 많이 벌고.”
└그러네
└비용절감이 여기서 또;;
└하다하다 이제 인건비까지 줄여서 비용절감을 하네
└근데 제조업은 돈 많이 버는 편이니 그렇다 쳐도 소매랑 교통도 수입이 많나?
“그게 두 번째 조건이야. 종사자가 많은 산업도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빠르게 이루어질 거야. 한 명, 한 명의 수익은 적어도 종사자가 워낙 많으니까 그 수를 줄이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잖아.”
시청자들이 백우진의 설명에 납득했다.
“봐. 의사, 회계사 같은 전문직도 택배기사, 버스기사 같은 운송직이나 공장 근로자들도 모두 인공지능과 자동화 앞에 자유롭지 않아. 이제 사람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똑똑한 게 아니야. 개인이 아무리 똑똑해 봤자 인공지능보다 아는 게 많겠어?”
백우진의 질문에 시청자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또. 성실해 봤자 로봇보다 더 성실할 수 있겠어?”
└24시간 일하는 애보다 어떻게 더 성실햌ㅋㅋㅋㅋㅋ
└주 168시간이라곸ㅋㅋㅋㅋㅋㅋ
└로봇하고 경쟁하지 마…….
“그러면 인공지능이 발달한 사회에서 우리는 뭘 갖춰야 할까? 창의성? 좋은 대답인데, 정답은 아니야. 예시를 보여줄게.”
백우진이 일러스트를 하나 꺼냈다.
“이건 아주아주 재밌는 웹소설 표지인데 그림 작가님이 소설 작가님의 요청을 엄청엄청 세심하게 잘 받아주셨어.”
└이게 뭔데 십덕아
└김홍도 in 파리?
└아닠ㅋㅋㅋㅋㅋ 여기서 광고를?
└니가 썼잖아.
“소설 작가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들어보고 그에 맞춰서 일러스트를 그려주시는 능력이 엄청났지. 그림 스킬도 당연히 최고였고. 근데 이제 AI가 그림을 그려준단 말이야? 그럼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직장을 잃게 될까?”
└그래도 잘 나가는 사람은 유지할 것 같은데
└그림 대신 그려주는 AI가 만능이 아님. 세세한 부분은 어렵고 키워드도 엄청 정확하고 세심하게 입력해야 함. 리터칭도 해야 하고.
“바로 그거야. 난 AI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몰라. 아니, 우연히 나랑 이름이 같은 우진 작가님은 모르실 거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으니까 AI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는 거야.”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 여전히 표지 작업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의뢰할 거고, 그분은 내 말을 잘 듣고, 질문도 해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캐치한 다음에 AI를 사용해서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겠지. 수정도 하고.”
└전문성은 남아 있단 말인가?
└요약 좀
“다시. 의사도 마찬가지야.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의사는 진단하지 않아. 수술도 안 해. 그냥 환자의 상태를 컴퓨터에 입력만 하면 돼. 근데 예전처럼 감기에요? 약 받아가세요. 다음 환자분. 이러는 의사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환자와 대화를 하면서 이 사람이 정확히 어디가 불편하고 어떻게 아픈지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는 의사가 의료 AI에 정확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어. 그리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활용해서 AI가 정확한 답을 내놓을 때까지 대화를 이어가는 거야. 이제 우리가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 감이 와?”
채팅이 잠시 멈췄다.
“소통하는 능력이야.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능력과 타인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힘을 발휘하는 날이 반드시 와.”
백우진이 인터넷 검색창을 내리고 말했다.
“그러니까 베풀면서 살라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 잘 듣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하는 법을 익히라고. 교감하라고. 너희가 좋아하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타인을 나이스하게 대하라고.”
백우진이 잠시 간격을 두었다가 말했다.
“선행을 한다든지 누굴 돕는 걸 손해라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 마. 그 생각이 널 사회에서 배제시킬 거고 미래를 박탈시킬 거야.”
백우진이 컵을 들었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 잘 생각해 봐. 다 쓸데없는 일 때문이야. 우리가 진짜 바라는 건 돈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이야.”
백우진은 미지근해진 우엉차를 들이켠 뒤 입 주변을 닦았다.
“인형, 이어폰, 베개, 넷플릭스, 떡볶이, 만화책, 햇살, 바람, 비냄새, 여유, 침대, 같이 수다 떨 친구 이런 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