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ing Captain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최후의 전투-3
어머니 암반에게 촉수가 잘려진 은빛 촉수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의 뒤로 살아남은 승천하지 못한 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수는 적지만 전투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진 일행을 반원형으로 포위했다.
어머니 암반은 빛의 구체를 등진 채로 진과 무적함선과 함께 경계했다.
“금방 오셨네요.”
[의외로 상대하기 어렵진 않더구나. 나도 내가 이렇게 셀 줄은 몰랐어. 오래 묵어서 그런가. 후후.]어머니 암반은 눈은 여전히 적을 향한 채 살짝 웃어 보였다.
정작 몸은 만신창이였다.
몸 곳곳에 스톤나이트가 부상당한 것처럼 금이 쩍쩍 가 있었고 두 다리는 각각 허벅지와 정강이 부분에서부터 끊어져 있었다.
은빛 촉수를 걷어찬 것도 날카롭게 쪼개진 다리 끝으로 그런 것이었다.
가슴팍에도 크게 구멍이 뚫려 있어 아무리 심장에 의존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도 치명상처럼 보였다.
“저 균열을 보니까 저놈들이 물질계랑 비물질계를 연결하려 드는 것 같던데요.”
[나도 그런 것 같이 보이는구나.]“이걸 어떻게 하죠? 멈출 수 있는 방도가 있을까요?”
[글쎄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내가 확 가로챌 수도 없고.]정작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 암반의 속마음은 이랬다.
—–
독심 : 말하고 나니까 뭔가 솔깃한데. 한번 손대볼까?
—–
진 일행이 빛의 구체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사이, 승천하지 못한 자들은 서로 술렁이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뭡니까?]전방에 있던 승천하지 못한 자들은 지금 저 빛기둥을 세차게 쏘아내고 있는 에너지 덩어리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두 세계의 경계를 옅게 하는 것이오.]은빛 촉수는 솔직히 대답했다.
그 여파를 예상하지 못하는 옛 것은 이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왁자지껄한 항의 대신 동조를 의미하는 불편한 침묵만 감돌았다.
왜냐면 진 일행의 끈질김을 모두가 몸소 겪은 탓이었다.
은빛 촉수가 모두를 둘러보고 말했다.
[이게 남은 전부요?] [그렇습니다.]전방에 있던 승천하지 못한 자들은 승천한 동족들의 후손이라 할 수 있는 어머니 암반에게 크게 패했다.
또한 직전에 진에게도 크게 당했다.
[저 이물질, 비장의 수단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물질을 창조할 줄 압니다.] [뭣이?] [그걸로 대폭발을 일으켜서 동족이 여럿 당했습니다. 절대로 모여 있으면 안 됩니다.]정신적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그들이라 딱히 머리를 맞대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괜히 신경이 쓰여 거리를 더 벌렸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
은빛 촉수는 또다시 한탄했다.
그냥 이물질도 아니고 괴물을 불러들였다.
‘만약 실패한다면……’
한편으로는 또다시 독기가 올랐다.
그는 눈은 없지만 저 이물질 놈들을 향해 의식을 돌렸다.
일촉즉발.
누구라도 섣불리 움직이면 다시 달려들 흉흉한 분위기였다.
진 일행의 뒤편에 있는 에너지 구체는 조종하던 이들이 떨어져 나가 더 이상 균열을 넓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균열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두 인물 사이에 낙엽 한 장이 끼어드는 순간 결투가 시작되는 장면처럼, 균열의 축소로 인해 다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려 했다.
[얍.]어머니 암반을 빼고.
돌연 뒤로 빠져서 빛의 구체 안으로 쏙 들어간 것이다.
[저, 저! 막아!]‘어딜 가려고?’
진은 ‘/itemspawn plutoniumingot 9999.’를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곧, 그의 시선이 닿는 전방에서 모든 걸 쓸어버릴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대략 5~8초마다 한 번씩 일어났다.
[마, 말도 안 돼!] [접근할 수가 없어!]폭발 뒤편에서 승천하지 못한 자들의 절규가 들려왔다.
[누구 하나가 몸 부풀려서 밀고 들어가!] [우아아아아!!]큰 폭발을 가뿐히 덮는 거체가 쑥쑥 자라났다. 누구 하나가 죽음을 각오하고 모두의 방패가 된 것이다.
[이물질에게 한없는 고통을!!]그의 염원은 그의 뒤에 숨은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 대가로 그는 진의 무차별 공격에 갈갈이 찢겨나갔다.
“/itemspawn plutoniumingot 9999, /itemspawn plutoniumingot 9999. /itemspawn plutoniumingot 9999. /itemspawn plutoniumingot 나인사우전드 나인헌드렑윽……!”
진이 9999를 영어로 발음하다가 혀를 씹는 사고에 잠시 멈춘 사이, 승천하지 못한 자들이 잠시의 공백을 틈타 모조리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저 멀리로 날려 버려!!] [제가 막을게요!]진의 앞을 앤젤라가 조종하는 함선이 가로막았다가, 은빛 촉수의 마법 같은 공격을 맞고는 저 멀리 튕겨 나가버렸다.
“/itemspawn plutoniumingot 9999!!”
진은 얼른 다시 승천하지 못한 자들을 저지했다.
‘아오씨, 라디오에 녹음해 둘 걸. 그래도 계속 이걸 유지만 하면……’
그러나 이내 진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사방으로 폭발력이 퍼져 구체여야 할 폭발의 형태가 원기둥 형태로 바뀌며 위아래로만 분출되기 시작했다.
[됐다! 이제 저건 효과가 없다!]승천하지 못한 자들 중 하나가 플루토늄에서 비롯된 거대한 폭발력을 흐트러뜨리는 수법을 그새 만들어 낸 것이다.
[함장님 붙잡으세요!]튕겨나갔다가 얼른 복귀한 앤젤라가 얼른 다가왔다. 진은 매끈한 외형 중 그나마 각진 부분인 레일건 부분에 몸을 실었다.
앤젤라는 더 이상은 전선 유지가 힘들다 판단, 에너지 구체 쪽으로 향했다.
“어머니 암반 님. 어떻게 되어갑니까?”
[다 됐다.]진의 입에 미소가 떠올랐다.
에너지 구체가 발산하던 빛기둥이 빠르게 얇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뒤편에서 승천하지 못한 자들의 절규가 뇌리를 징징 울렸다.
“그럼 이제 끝낼 수 있는 겁니까?”
[아직은 곤란해.]어머니 암반의 목소리에 짜증이 담겼다.
[이 에너지 덩어리는 오로지 저 균열을 벌리기 위해서로만 설정되어 있단다. 이 용도를 단번에 변경할 순 없고, 모조리 내가 흡수해야 해. 그게 더 빠르거든. 그런데 그러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데……]하지만 적들은 코앞에 있고 더 시간을 끌 수는 없는 상태.
과연 이대로 세상은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함장님.]앤젤라가 진지하게 진을 불렀다.
***
승천하지 못한 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저 에너지 덩어리를 탈취해야 한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번쩍하고 빛기둥이 다시 굵어지며 균열이 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크흐흐흐흐…..!]은빛 촉수가 낮게 웃었다.
[그럼 그렇지. 뭔가 아는 줄 알고 달려든 줄 알았더니. 괜한 걱정이었어.]그러나 이는 착각이었다.
***
진 일행이 비물질계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을 무렵.
인류 제국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왜애애애애애앵—!
수많은 행성에서 대피령이 내려졌다. 사람들은 급히 짐을 싸고 행성을 떠나는 대피선에 올라타기 바빴다.
우주공항에서는 한시바삐 벗어나기 위해 엔진들이 푸른빛을 토해냈고 여기저기서 접촉사고가 속출했다.
그 이유는 바로 블랙홀들의 폭주 때문.
회전축뿐만 아니라 온 사방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범위는 수 광년에서 대형 블랙홀의 경우엔 무려 수백 광년에 달했다.
이미 휩쓸려 통째로 붕괴한 행성만 수백 여 개.
그 어떠한 전조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재앙에, 블랙홀이 분사한 살인적인 에너지가 도달하기 전에 그 방면에 있던 모든 이들이 탈주 중인 것이 현 상황이었다.
그리고 단 한 명.
블랙홀이 온 방향으로 쏴대는 강력한 에너지의 정체를 알아본 인물이 있었다.
진이 블랙홀로 들어간 이후 세 달째.
갑자기 저런 기현상이 발발했으니 필히 진과 관련이 있다 여겼다.
에나는 즉각 무적함대 일부를 블랙홀에 접근시켜 상세한 데이터를 얻어냈다.
‘저건 물질과 반물질이 쌍소멸하고 남은 에너지다.’
에나는 진과 함께 반물질 기술을 만든 사람이다. 당연히 물질-반물질 쌍소멸을 미시적 관점에서 수없이 관측해 보았다.
그때 기록한 수치들은, 지금 블랙홀들의 폭주에서 튀어나오는 에너지가 거시적 규모의 쌍소멸이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근접 촬영은 또 한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저건 빛이 아니야.’
블랙홀의 표면 일부가 ‘찢어져’ 있었다.
분명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해 검은색으로만 되어 있어야 하는 블랙홀의 표면에는 종이에 무딘 칼을 꽂아 거칠게 옆으로 그은 것만 같은 구겨진 상처가 나 있었다.
그 안에는 명백히 ‘하얀색’이 엿보였다.
블랙홀은 물질계와 비물질계를 연결하는 통로이므로 저것은 비물질계일 것이다, 라는 결론을 금방 도출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에나는 즉각 먹통이 된 앤젤라에게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다.
만약 정말로 두 세계 간에 구멍이 난 것이라면 그 안으로 들어간 진과 앤젤라에게 연락이 닿을 것이다.
‘제발, 제발, 제발……’
그리고 그 예측은 현실화되었다.
[…에나 양? …드디어 …닿았군요!]“지금 여긴 난리야! 블랙홀이 찢어지면서 물질-반물질 쌍소멸이 일어나고 있어.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지금 …대치 …중이에요! …함선! …함선이 필요해요! …전부!]통신이 좋지 않은지 뚝뚝 끊겼다.
아무래도 전파가 온갖 걸 내뱉고 있는 블랙홀 주위를 지나야 하기에 그런 듯했다.
에나는 바로 블랙홀을 검색했다.
현재 무적함대의 집결지와 가장 가까우면서, 진입하면서 AI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우주 방사선을 덜 쏘아내는 작은 블랙홀을.
“모두 블랙홀 Ags-A4431로 간다!”
***
승천하지 못한 자들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허공에 열린 균열을 통해, 지금까지 상대해 온 저 이물질의 함선과 똑같은 것들이 무더기로 진입하고 있었다.
‘아뿔싸!’
그들은 그제야 진 테일러가 무적함대 여럿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함장님! 저희 왔어요!] [우리 왔어 함장!] [와씨 블랙홀 내부도 들어와보고 개쩌네!] [저희 왔습니다!] [괜찮으세요!?]통신 채널에서 팀원들의 목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려왔다. 진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생겨났다.
“앤젤라, 조종 AI들 멀쩡해?”
[네!]진이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럼 저놈들 상대하는 방식 전송해서 상대해.”
[후후, 들어오자마자 진작에 해놨지요!]무적함선들은 파리떼처럼 승천하지 못한 자들에게 엉겨 붙으며 함포를 이용해 쌍소멸 폭발을 연거푸 일으켰다.
[이건, 이건, 아니야!!]그들의 절규가 비물질계를 쩌렁쩌렁 울렸다.
동족들이 처참하게 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은빛 촉수는 마지막 분노를 불태웠다.
[함장님! 저놈!]앤젤라가 은빛 촉수가 저 위에 나 있는 균열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것을 포착했다.
필시 물질계로 직접 나가려는 것이었다.
‘이런 천한 방법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건만.’
물질계로 나간다면, 나가는 도중 대부분의 힘이 소실되고 비물질계에서 보인 초월적인 힘도 사라질 것이다.
결국 우주 어딘가에 꼭꼭 숨어 저 이물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동안은 외로이 패배감을 곱씹으며 참으로 구차한 시간을 지내야 할 것이다.
“어딜 이 새끼야!”
진은 일말의 가능성조차 차단하려 했다.
은빛 촉수에 비하면 너무나 자그마한 몸이 고대의 존재를 막아섰다.
[너만, 너만 아니었더라면!!]“그러게 누가 데려오래?”
진은 놈의 코앞까지 날아가 플루토늄 덩어리를 소환했다.
[노오옴!]은빛 촉수는 그 폭발을 찌그러뜨려 에너지의 방향을 뒤틀어 피해를 최소화했으나, 그 사이 진은 체인소드를 이용해 놈의 몸을 파고든 상태였다.
[이놈! 안 된다! 당장 나가!]“/itemspawn plutoniumingot 9999.”
강렬한 빛과 함께 은빛 촉수가 산산조각났다.
‘이럴, 수는…… 없어……’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이뤄온 모든 것이 스러져 갔다.
‘떠나간 동족을 다시 만나고, 저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한 많은 생각은 그의 가상의 육신과 함께 스러져 갔다.
이로써 백억 년이라는 무구한 세월을 견뎌 온 고대 종족이자 승천에 실패한 이들은 단 하나도 남김없이 멸종하고 말았다.
진화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 태어난 이들도 결국 도태되는 것을 피할 순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