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ating Captain RAW novel - chapter (72)
72화 노다지와 화수분 그 사이 어딘가-5
탈론 스파크 라이플을 한쪽에 밀어놓고, 다음은 엣지 빔 라이플을 살폈다.
이 총은 게임 상에서 전투력 측정기인 발틱 사 레이저 소총과 스펙이 똑같다. 다른 건 단지 디자인과 제작에 드는 재료 개수 차이다.
스펙이 동일한 이 두 소총의 차이점은 현실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바로 수명.
제작과 조작이 간단하고 신뢰성도 좋은 우주 시대의 AK라 불리는 발틱 사 총이, 제식 소총이 되지 않고 민간에만 굴러다니는 이유는 바로 수명이 짧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이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하필 총열과 배터리 수명이 별로였다.
발틱 사도 개조를 몇 번 시도했지만 이미 퍼진 입소문은 되돌릴 수 없었고, 결국 파산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웃긴 건 그 설계도가 사방팔방 유출되어 갱단이 애용하는 값싼 총이 되어버렸으니 참 AK란 별명에 어울리는 운명이라 할 수 있다.
하여튼 이 엣지 빔 라이플은 발틱 사 것보다 수명이 길고 세부적인 부품은 복잡하지만 그 정도는 다른 레이저 소총류와 비슷한 수준이라 문제없다.
‘다른 것보다 특출나게 좋을 필요는 없어. 어차피 조건에만 부합하면 가격으로 승부를 볼 거라 괜찮을 거야.’
그 다음 조건들은 총기 내구도 및 환경 저항인데……
이 부문은 바로 프리패스가 예정되어 있다.
‘스폰으로 만든 아이템은 품질이 균등하고 상태는 최대치로 잡혀 있으니까!’
만약 어떤 무기의 총열 성능이 6천 발에서 7천 발이라 하면, 아이템 스폰으로 만든 건 무조건 그 최대치인 7천 발이다.
여기는 현실이라 그 이후 어떻게 관리를 하냐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맨 처음 출고되었을 때 품질이 최대치로 모두 같단 건 동일하다.
애초에 게임에서 무기 내구도 같은 게 없었으니 그 영향일지도 몰랐다.
이는 제품의 품질 경쟁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에 유리할 것이다.
다른 제품이 최대 성능의 90%~100%를 뽐낸다 해도, 나는 무조건 100퍼센트를 유지할 테니까!
“이제는 방어구 스펙 쫙 기록해보자. 나중에 조건 나오면 바로 고르게.”
[알겠어요!]***
사흘 뒤.
무탈하게 스캔(조작)만 하고 끝날 것 같았던 지질조사는 이상한 국면에 빠져버렸다.
“그러니까, 이런 게 땅 밑에 있다고?”
나는 3D 지질지도를 보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다른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이상하네요. 지각 깊이가 최대 30km인데 무려 50km 밑에 이런 거대한 덩어리라니. 일반적인 광물은 아닌 걸로 보여요.”
“그것도 모자라서 스캐닝을 거부하다니요! 제가 알고 있는 어떤 광물도 스캐닝에 잡히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두 기술자가 의문을 품은 채 홀로그램을 괜히 꾹꾹 찔렀다.
대체 저게 뭐지?
[이런 걸 어디서 봤는데……]앤젤라의 홀로그램은 고개를 쉴 새 없이 갸웃거리며 소리 없이 발을 탁탁 구르는 시늉을 했다.
“봤다고?”
[네 함장님. 지금 정보부 기록 검색 중이에요.]예전에 정보부 기함에 들렀을 때, 앤젤라는 하도 많은 정보들을 체류하는 짧은 기간 내에 급하게 쑤셔 넣어야 했다.
그 바람에 정보들을 압축할 수밖에 없어 정보부의 정보 영역에서 뭔가를 찾을 때는 이렇게 시간이 걸리곤 했다.
[어, 찾았어요.]“뭔데 저게?”
[드로칸 종족이 쓰는 스캐닝 회피 도료라는 게 있어요. 그거랑 스캐닝 거부 반응이 흡사해요.]인류 제국의 주적인 두 종족.
드로칸과 로치.
이 둘은 주적인데도 외모나 간단한 특징 정도 외에는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제국의 정보통제 때문이다.
알려진 정보만으로 드로칸이란 종족을 요약하자면, 문어 머리를 가진 신정일치 체제 종족이다.
게임에서는 몇몇 행성에서 잡몹으로 튀어나오는 것들이지만, 여기서는 아예 인류와 영역이 분리되어 있었다.
‘게임에서도 기분 나쁜 놈들이었지.’
생김새보다는 놈들이 튀어나온 배경 행성이.
문어 머리라는 특징에서 알 수 있듯, 드로칸은 서양에서 인기 있는 호러 요소, 크툴루 신화에 기반한 종족이었다.
그렇다고 게임에 진짜 크툴루가 있다거나 하는 설정은 없다. 그건 이미 개발자가 없다고 못 박아 놨다.
일단 게임에서 언급된 설정은 이 우주에 동일하게 적용되니, 난데없이 고대 외신이 나타나 사람들을 죄다 미치게 하고 잡아먹는 그런 상황은 일어날 일이 없으니 다행인 셈.
자세한 건 정보부에 들어갔다 나온 앤젤라한테 나중에 알려 달라 하면 되겠지.
“그러니까 저게 드로칸이 묻어놓은 거다?”
[그럴 가능성이 높죠.]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꽤나 문제가 된다.
왜냐면 이곳은 중앙군구와 가까운 곳이니까.
고작 3천 광년 거리에 중앙군구가 있다. 태양계와는 8천 광년이고.
“그 도료가 따로 내구성을 가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네. 말 그대로 바르는 물질에 불과해요.]“그러면 일단 뚫자.”
제이슨 회장에게 알릴 순 없다.
나야 정보부에 반쯤 걸친 사람이라지만 회장은 아무리 정보부와 업무적 연관점이 있다 해도 완전 민간이니까.
그리고 여기 외계인 흔적 보인다고 고스란히 위에 보고했다가는 정보부 출동하면서 개발이 바로 올스톱된다고.
‘차라리 내가 조사하고 알려주는 게 나아.’
나도 반쯤은 정보부 사람으로 취급되니까 이 정도는 인정해 주겠지. 안 그래도 정보부 전체가 최전선에 집중하고 있는데.
‘부디 저 안에 좋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포상 받을 수 있으니까.
나는 바로 제이슨 회장에게 연락을 넣었다. 화상 화면 대신 짤막한 한 줄이 띄워진 화면만이 떠올랐다.
이런.
나는 메시지를 보냈다.
장비 입찰은 곧바로 광물이 다량 필요하진 않다. 선정 이후에 본격적으로 양산할 시간을 따로 주니까.
하지만 나는 광물이 쓰이는 두 부문에 도전할 생각이라 미리부터 충분한 광물을 확보해놔야 한다는 명분을 들먹일 수 있다.
[스캔을 벌써 끝냈다고?]얼마 뒤. 제이슨 회장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홀로그램 화면에 등장했다.
“예. 제가 여러 가지 시험해 볼 것도 있고 해서 광물이 많이 필요한데, 미리 채굴을 시작해도 될까 합니다.”
[흐으음. 다른 투자자들이 조금 투덜대긴 하겠지만…… 벌써 다 끝냈다면야 상관없겠지.]족히 한 달은 걸렸을 스캔과 지질 조사 기간을 고작 사흘로 만들었다.
[다른 투자자들도 그 정도의 혜택에 대해선 별 말 없겠지 뭐. 다만 그 지역에 상급 광물은 없지? 혹시라도 스캔 결과를 속이거나 하면 곤란해.]“그럴 리가요.”
나는 앤젤라에게 다소 ‘조작된’ 광물 분포도를 전달하게 시켰다.
[여기를 고르겠다고? 플라타늄 같은 중급 광물도 없고 죄다 일반 광물뿐이군. 자네에게 딱 맞는 곳이긴 하겠네.]구리, 철, 코발트, 팔라듐 등등 무기 제작에 널리 쓰이는 일반 광물 및 희토류만이 있는 곳이 내가 채굴하기로 정한 영역이었다.
양을 좀 많이 부풀려서 그렇지 광물의 종류는 ‘별로’ 거짓말을 안 쳤다.
다만 앞으로 ‘이 밖의 광물’도 튀어나올 것이다. 여기 말고 그 ‘밑’에서.
[스캐닝 기간 단축에 대한 보상은 나중에 따로 계산해주겠네. 일반 채굴권이라면 몰라도 선점채굴권의 범위를 넓히기에는 귀족들의 눈치가 좀 보여서.]“괜찮습니다.”
돈으로 주시면 더 좋죠.
회장은 분포도를 훑더니만 감탄했다.
[허, 아주 자리 제대로 잡았어. 일반 광물뿐이긴 하지만 광물로 빵빵한 지역이 아닌가. 선점채굴권이 갑자기 아까워지는데?]“하하하, 덕분에 잘 먹고 갑니다.”
[얼른 채굴하고 이 행성에서 꺼지게나. 그래야 내가 자네의 무기를 빨리 공급받지! 허허헛!]서로 악의 없는 농을 주고받고 통신을 껐다.
“앤젤라, 가자.”
지하 50km까지 파고들어간다!
최대한 빨리!
***
브즈즈즈즈-
살벌한 소리와 함께 공기가 달궈졌다.
여러 개의 태양에 의해 이미 뜨거운 행성의 공기임에도,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초고출력 병기들의 열기는 주변을 일그러뜨리기엔 충분했다.
백 개가 넘는 어나힐레이션 포대가 넓은 범위의 지층을 삭제하다시피 갉아먹으며 내려갔다. 그 속도는 무려 초당 수 미터.
주변 광석이 녹아 붙거나 하는 일 때문에 채광용으로 쓸 땐 뒤처리가 지저분하지만 지금처럼 단순히 수직 구멍을 뚫을 때는 참으로 간편했다.
파편 같은 게 알아서 반쯤 녹아 주위에 붙어버리니 부스러기를 주기적으로 치우거나 할 필요가 적으니.
“으아아아, 탄다 탄다!”
“함장님 발전기 빨리!”
계기판은 과다 전력소모라며 비명을 질렀고 배의 주인과 두 기술자 역시 비명을 질렀다.
“/itemspawn quantumpowergenerator 4!”
쿵쿵쿵쿵!
육중한 쇳덩이 네 개가 서로 부딪히며 진의 앞에 쌓였다.
“교체해 얼른!”
“네!”
“알겠습니다!”
에나와 파비안이 잽싸게 달려들었다.
에나는 연기를 피시식 내뿜고 있는 발전기를 강제종료 시킨 뒤 재빨리 연결된 선을 뽑고 옆으로 밀었다.
타일 보호 기능이 꺼져 있는 상태라 발전기는 손쉽게 옆으로 쭉 밀려 엔진실 벽에 부딪혔다.
그걸 네브라가 집어 들어 한쪽에 쌓았다.
거기에는 이미 고장 난 발전기가 다섯 대나 벽돌처럼 쌓여 있었다.
“으아아……”
파비안이 그걸 보고 굉장히 안타까운 신음을 내뱉었다.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가 저렇게 고철이 되어 나뒹굴 줄이야!
이조차도 감당 못하는 전력을 미친 듯이 뿜어내는 저 괴물 같은 어나힐레이션 포대들도 참 무시무시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
“빨리 내려!”
“옙!”
쿵
파비안은 들고 있던 새 발전기를 발전기가 치워진 자리에 내려놓았다.
에나는 그곳에 척척 전선을 연결했고.
진은 템창에서 발전기 연료를 드래그했다.
덜컹!
레버를 내리자 다시 우우웅 소리가 들리며 포대에 제대로 전력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나 또 과부하! 빨리 교체해요!]하나를 교체하기 무섭게 앤젤라가 또 하나의 발전기가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경고를 보냈다.
뿅뿅 끊어 쏘는 게 아니라 백여 개의 포대가 한꺼번에 전력으로 작동 중이었다.
위력을 위해 유지력을 좀 많이 희생한 게임 무기답게, 현 인류가 개발한 가장 좋은 발전기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양자발전기가 동시에 네 대나 돌아가고 있는데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안되겠다.”
참다못한 진이 나섰다.
그는 양자발전기 수십 개와 발전기 연료 수백 통을 와장창 꺼내 놓은 다음 말했다.
“앤젤라, 전 출력 말고 끊어 쏴.”
그리고는 그대로 함선 밖으로 나갔다.
쿠르르릉!
어나힐레이션으로 뚫어버린 구멍 주위의 암석 덩어리들이 위태로운 탑처럼 서 있다가 결국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굉음이 귓청을 두들겼다.
‘에너지 무한의 힘을 보여주마.’
계속 쏘는 풀 차지가 아닌, 고장 난 형광등처럼 깜박깜박거리는 수십 개의 빛기둥을 받아가며 검은 갑옷의 진이 그대로 지하로 떨어졌다.
그는 양 겨드랑이에 어나힐레이션을 꼈다.
다리를 살짝 벌려 어깨 대신 허벅지에 그 긴 무기의 몸통을 기대고 양 손은 거꾸로 뒤집어 위쪽에 위치하게 된 손잡이를 잡았다.
방아쇠를 당기자.
브주우우우우우웅!
두 발사음이 겹쳐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쌍둥이 파괴자가 거세게 지반을 파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진의 주위에 굵은 빛기둥들이 거침없이 떨어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달아오르는 포격 한가운데에서 버틸 수 없다.
진작 증발하거나 갑옷째 녹아버려도 모자랐겠지만, 진은 무적이었다. 앤젤라도 이제는 그걸 알고 있으니 이처럼 막 쏴대고 있었고.
얼마나 파냈을까.
[거의 다 왔어요!]헬멧 내부 화면에 비친 스캔 거부 지역과 현재 진이 있는 장소 사이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야 끝에서 검고 이상한 무언가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