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28)
“이곳입니까?”
노주강은 놀란 눈으로 장원을 둘러봤다.
개봉에 있던 천약방보다 훨씬 더 크고 좋은 장원이었다.
“대체 이런 곳은 어찌 구하신 겁니까? 우리 자금 사정이야 뻔한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들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미래에 대한 투자지.”
다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벽태산이 그곳에 서 있었다. 손에 누군가의 목을 쥔 채로.
초서란은 물론이고 함께 있던 천추신의와 일침괴까지 그걸 보고 당황했다.
하물며 벽태산에 대해 잘 모르는 노주강이나 천약방 의원들은 오죽하겠는가.
“바, 방주님. 저 분은 누구신지······.”
초서란이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모시는 분이야.”
노주강의 고개가 부러질 것처럼 빠르게 휙 돌아가 초서란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경악이 담겼다.
“아, 아가씨! 아니, 방주님!”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옛날에 쓰던 호칭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노주강은 벽태산와 초서란을 번갈아 바라봤다.
무한으로 이주하면서 금벽상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것과 초서란이 누군가를 모시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였다.
그녀가 모신다는 건 천약방이 저 사람 아래로 들어간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뭘 그리 당황해? 나도 저분을 모시는데, 너희라고 별 거 있을 줄 알았어?”
일침괴의 말이었다.
노주강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일침괴를 바라봤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 공자님, 대단하신 분이니까. 공자님을 모실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 나도 그러고 있으니까.”
일침괴의 말에 노주강이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일침괴와 천약방 사이에 인연이 있기에 그에 대해서는 제법 잘 알고 있었다.
한데 일침괴가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다들 그러고 있을 때, 천추신의가 벽태산에게 다가갔다.
“공자님, 그런데 그놈은 뭡니까?”
벽태산이 손에 쥐고 있던 사내를 휙 던졌다.
쿠당탕!
천추신의 앞에 떨어진 사내를 다들 유심히 바라봤다.
평범하게 생긴 사내였다. 그리고 이 사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꼬리를 달고 왔구나.”
“예?”
그 말에 놀란 사람은 여기까지 함께 온 낭인들이었다.
낭인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바닥에 쓰러진 사내와 벽태산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런 꼬리가 붙었으면 당연히 알아차렸어야 한다. 한데 칠 조장인지 뭔지한테 신경을 쓰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별 것도 아닌 놈인데.”
벽태산은 그렇게 말하고는 낭인들을 이끄는 자를 쳐다봤다.
그는 육태구의 수하였다.
온몸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차렷 자세로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벽태산이 턱짓을 했다.
“뭐 하는 놈인지 확실하게 알아내.”
낭인 몇 명이 후다닥 달려와 쓰러진 놈을 들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벽태산은 거기까지만 하고 노주강을 쳐다봤다.
노주강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 낭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여기까지 오면서 충분히 인지했다.
한데 그런 무시무시한 낭인들이 고양이 앞에 쥐가 되는 걸 보니 두려움이 왈칵 밀려왔다.
‘내가 아까 뭐라고 했지? 혹시 실수라도 한 거 없나? 혹시 방주님한테 소리친 게 이상해 보였으려나? 괜찮겠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만 살살 보고 있는데 벽태산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왜 이러지?”
노주강은 겁이 덜컥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벽태산이 노주강을 슬쩍 쳐다봤다.
“뭐가?”
“뭐든 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하겠다는데 그러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뭐, 그러든가.”
말을 마친 벽태산이 갑자기 사라졌다.
다들 깜짝 놀랐다. 계속 벽태산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앞에서 그냥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심지어 눈도 깜빡이지 않았는데.
그리고 다들 당황할 때, 벽태산이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나타났다.
또 사내 한 명의 목을 꽉 움켜쥐고.
“내 영약에 눈독 들이는 놈들이 왜 이리 많아?”
끝
“조사가 끝났습니다, 공자님.”
벽태산은 금덩어리를 찰흙처럼 주무르다가 고개를 돌려 화옥을 쳐다봤다.
어제 천약방이 무한에 도착했다.
그런데 꼬리를 둘이나 달고 나타났다.
“빨리 끝났군.”
“암영보를 되찾은 이상, 하오문의 심문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도 더 오래 걸리는 사람이 있었다. 이는 심문에 대한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자들, 즉, 정보 쪽에서 일을 하는 자들이 그랬다.
화옥은 그 부분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한 명은 정보를 주로 다루는 자가 분명합니다. 심문에 대응하는 수법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전형적인 무인이었습니다.”
“그래? 어떤 놈이 무인이었지?”
“공자님께서 나중에 잡은 자가 무인이었습니다.”
“뭐, 하긴.”
나중에 잡은 놈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가 이쪽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벽태산도 굳이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놈도 자신이 미행이나 염탐에 서투르다는 걸 알고 극도로 조심했으리라.
차라리 염탐에 실패할지언정 들키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한 놈은 금월상단에서 보냈습니다.”
“금월상단?”
금월상단은 무림맹을 이용해서 천약방을 손에 넣으려는 놈들이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당연하긴 했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엮이니, 좀 거슬렸다.
“그리고 나머지 놈은 무림맹과 관계된 놈이었습니다.”
벽태산이 화옥을 쳐다봤다.
무림맹이면 무림맹이지 무림맹과 관계된 놈은 또 뭐란 말인가.
“무림맹 천검단의 부단주가 따로 관리하는 무인입니다.”
“천검단 소속도 아니고, 무림맹 소속도 아니라는 뜻인가?”
“예. 맞습니다. 천검단 부단주가 사사로이 키우는 무인입니다.”
“그런 놈들이 많은가?”
그러니까 무림맹 소속이면서 따로 무림맹에 속하지 않은 사조직을 거느리는 놈에 대한 질문이었다.
“많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손을 대면 인원을 늘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럼 그놈 말고도 또 있겠군.”
벽태산은 그놈을 잡을 때의 상황을 떠올려봤다.
대충 천추신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천추신의도 벽태산의 다른 부하들이 강해서 그렇지, 사실 그렇게까지 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놈들이 잔뜩 있다면 제법 귀찮아질 수도 있었다.
“몇 놈이나 들어왔는지 확인했느냐?”
“아직 확인 중입니다. 열일곱 명까지 파악했습니다. 활동 범위를 토대로 유추하면 대략 서른 명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서른이라······. 금월상단은?”
“최근 무한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일단 전부 한 번씩 밟고 시작하자.”
그 말에 화옥이 긴장했다. 그러려면 적의 위치를 특정 하는 것이 필수였다.
“서두르겠습니다.”
“이참에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놈들 찾으면 육태구한테 처리하라고 해.”
“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 * *
천검단의 부단주인 여천강은 뒤늦게 무한에 도착했다.
단주인 방두립의 명령은 천약방을 쫓아가 칠 조장이 일을 잘 처리하는지 확인하고,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도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굳이 자신이 제법 공들여 키운 사조직까지 동원했다.
그 사조직은 미리 무한으로 보내 천약방의 감시, 그리고 천검단 칠 조의 감시를 맡겼다.
또한 무한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소문을 모으라고 지시했다.
한데 약간 느지막하게 무한에 도착하니,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잡혔다고? 천약방에?”
“예. 멀찍이서 조심스럽게 지켜보기만 하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가까이 다가갔던 모양입니다.”
“쯧쯧, 내 그리도 욕심을 버리라고 했건만.”
“오랜만의 임무인지라 실수를 한 듯합니다.”
“그래서 그놈은 지금 어디 갇혀 있느냐?”
“한데 그게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 뭐가 말이냐?”
“흑도 무리가 데려갔습니다.”
“흑도? 설마 흑련이 개입한 것이냐?”
부하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무한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던 흑도입니다. 사실 흑도라기보다는 뒷골목 파락호에 좀 더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뒷골목 파락호? 그따위 놈들이 왜 끼어들어?”
“일단 알아보고 있긴 합니다만······.”
여천강은 혀를 찼다. 하긴, 이놈들은 염탐이나 미행을 하는 놈들이 아니다. 적과 싸우는 놈들이지.
차라리 누군가를 암살하라고 하면 더 잘할 것이다.
은밀함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무공은 제법이니까.
“금월상단 놈들이 무한에 들어왔느냐?”
“예. 일단 제가 접촉은 했습니다.”
“조사를 요청해라. 그런 건 그놈들이 전문이니까.”
“예. 그리 하겠습니다. 하면 나머지 애들은······.”
“일단 모아라. 금월상단이 정보를 주면 그걸 토대로 한꺼번에 움직인다.”
“잡힌 녀석은 어찌 할까요?”
“구할 수 있다면 구해야지. 안 될 거 같으면 포기하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물론입니다. 저희야 다들 각오하고 들어온 놈들 아닙니까. 그 녀석도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좋아. 그럼 넌 그것부터 처리해.”
여천강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내가 직접 칠 조를 살펴봐야겠어.”
여천강이 밖으로 나가자, 그의 부하가 긴장이 살짝 풀린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무한 변두리에 있는 객잔이었다.
잠깐 쉬다가 금월상단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쉬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며 검을 뽑았다.
열린 문을 통해 돌멩이 하나가 빠르게 날아왔다.
쩡!
검으로 돌멩이를 쳐내자 시커먼 옷을 입은 사내가 훅 들어와 주먹을 휘둘렀다.
떵!
검을 비틀어 간신히 막았다.
상대의 실력이 자신보다 분명히 위였다. 하지만 도망치는 건 할 수 있었다.
마침 뒤쪽에 창문도 있었고.
그는 몸을 돌려 냅다 창문으로 뛰었다.
창에 닿기 직전, 창을 부수며 커다란 주먹이 날아왔다.
콰창! 빠악!
눈에서 불이 번쩍 했다.
어느새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그의 몸을 꽁꽁 묶었다.
“뭐 하는 놈들이냐. 후회하지 말고 풀어라.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이따위 짓을 하는 거냐!”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알게 뭐야. 넌 내가 누구인 줄 알아?”
여천강의 부하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사내를 노려봤다.
“일단 조용히 있어라.”
사내가 그의 아혈을 제압하고는 덥석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와 비슷한 일이 무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 * *
여천강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칠 조장과 그의 조원들을 지켜봤다.
별 거 없었다.
진사홍에게 보고한 후, 합류해서 계속 쉬고 있었으니까.
제법 오랫동안 살펴봤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래도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앞으로 더 오래 지켜봐야 한다.
‘그나저나 칠 조를 지켜보라고 보낸 놈들은 대체 어디 처박혀 있는 거야?’
여천강은 그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이 분명히 칠 조를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한데 칠 조를 살펴보는 놈이 한 명도 없었다.
여천강은 문득 다른 곳에 있는 놈들도 이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이동해 천약방이 쓰기로 했다는 장원으로 갔다.
그리고 그 주변을 정말 열심히 살펴봤지만, 역시나 부하가 한 명도 없었다.
‘이것들, 제 정신이 아니로군.’
자신의 명령을 이따위로 취급한다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앞으로도 두고두고 골치 아파질 것이다.
여천강은 일단 객잔으로 돌아가 부하들을 소집하기로 했다.
그렇게 객잔으로 돌아간 여천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방안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분명히 누군가 와서 분탕질을 치고 갔다.
“하, 설마 천약방을 감시하던 녀석이랑 칠 조를 감시하던 녀석까지 전부 당한 건 아니겠지?”
여천강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