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42)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설마 내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줄 아셨습니까?”
젊은 사내, 자득철의 입매가 비틀렸다.
“설마 제가 힘을 앞세워 일을 벌일 거라고 생각하신 건 아니시겠지요?”
장중산은 헛웃음을 흘리고는 표정을 수습했다. 그리고 언제 인상을 썼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누가 감히 청무방의 소방주를 그리 여기겠습니까? 영특하기로 소문이 자자하신 분인데.”
“하하. 제가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보월각주만 하겠습니까.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위명이 자자하신 분인데.”
장중산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이번에 너무 많은 무사를 데려오신 것 아닙니까?”
“저라고 그러고 싶었겠습니까? 무사를 많이 데려오면 오해받을 수 있다는 걸 아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걱정된다고 한사코 따라오겠다고 우기는 것을요.”
“부하들을 확실히 휘어잡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격 없이 지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확실히 명령체계를 잡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자득철이 피식 웃으며 손을 휙 내저었다.
“에이, 너무 가셨다. 저도 할 때는 확실히 합니다. 제가 죽으라고 하면 다들 죽는 시늉까지는 할 걸요? 아, 진짜 죽는 사람도 몇 명 있으려나?”
두 사람이 그렇게 날 선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고 금벽장의 총관이 들어왔다.
총관은 두 사람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장주님과 둘째 공자님께서 오셨습니다.”
두 사람은 날카롭게 번득이는 눈으로 방에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벽태수와 벽태산이 천천히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화옥이 따라 들어왔다.
화옥을 본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중산이 화옥을 보며 말했다.
“두 분만 오실 줄 알았는데, 이리도 아름다운 소저가 함께 오실 줄은 몰랐소이다.”
자득철이 얼른 끼어들었다.
“난 찬성이오. 시커먼 남자들끼리 얘기하면 분위기가 너무 칙칙해지지 않겠소?”
장중산이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자득철을 바라봤다.
자득철은 아예 장중산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화옥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눈빛 가득한 음욕을 확인한 장중산은 입가에 비웃음을 걸었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눈으로 벽태수를 바라봤다.
‘확실히······ 만만치 않은 인재란 말이지.’
벽태수와 벽태산이 자리에 앉자,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자득철이었다.
“난 무인이오. 그래서 무공 수련하는 것 외에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소. 그러니 짧게 갑시다.”
벽태수가 자득철을 가만히 쳐다보며 물었다.
“바라던 바요. 그래서 뭘 원하시오?”
지득철이 씨익 웃으며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장중산이 먼저 나섰다.
“우린 금으로 만든 벽을 찾고 있소.”
자득철이 인상을 팍 쓰고 장중산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른 벽태수를 보며 할 말부터 했다.
“금벽상단이라는 이름, 거기에서 유래된 것 아니오?”
벽태수는 속으로 굉장히 당황했다. 하지만 표정은 철저히 관리해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벽태산은 좀 달랐다. 흥미로운 눈으로 장중산과 자득철을 번갈아 쳐다봤다.
금벽에 대해 안다는 건 이들이 천마신교와 관계된 놈들이라는 뜻이다.
한데 만일 금월상단쯤 되는 곳이 천마신교 소속이었다면 천마인 벽태산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난 전혀 모르는 일이란 말이지. 생각해보면 금벽에 대해서도 난 몰랐고.’
그 점이 벽태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놈들의 정체가 정말로 궁금해졌다.
“오호. 장주님보다는 이쪽 둘째 공자님과 좀 더 말이 잘 통할 것 같은데? 표정을 보니 아는 것이 좀 있는 모양이오?”
자득철이 히죽 웃으며 벽태산을 바라봤다.
벽태산이 자득철을 가만히 쳐다보자, 벽태수가 급히 나섰다.
“그걸 왜 찾으시오?”
“우리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오.”
장중산이 깊어진 눈빛으로 벽태수를 바라봤다.
“난 좋은 거래를 원하오. 금벽을 내게 파시오. 좋은 값을 쳐주는 건 물론이고 향후 금월상단과 다양한 일을 함께 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소.”
그러자 자득철이 나섰다.
“나에게 파시오. 그게 훨씬 이득일 거요.”
벽태수가 두 사람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안타깝지만, 금벽은 더 이상 없소이다.”
두 사람의 표정이 굳었다. 특히 자득철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에겐 별로 시간도 인내심도 없소. 그러니 잘 생각하시는 게 좋을 거요.”
벽태수는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을 들었음에도 눈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금월상단의 힘이 무섭긴 하지만 없는 걸 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소. 정말로 없소. 뭐······ 아주 오래전에는 있었던 모양이지만.”
두 사람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벽태수를 바라봤다.
“우리 금벽상단의 역사가 제법 오래 되었는데, 항상 승승장구하지만은 않았소. 중간에 어려웠던 적이 있는데, 금벽을 쪼개 팔아서 견뎌냈다는 말을 들었소.”
“그럴 리가. 분명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도와주는 자들이 있었을 텐데?”
지득철의 말에 벽태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금시초문이오.”
정말로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저 금벽과 천마신교에 대한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물론 그 얘기를 여기서 할 생각은 없었다.
자득철이 이를 악물었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으냐? 그리고 만일 정말로 금벽을 부쉈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벽태산이 나섰다.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와주는 자들이 누군지 혹시 아느냐?”
자득철이 어이없는 눈으로 벽태산을 노려봤다.
“알면 네놈이 어쩔 건데?”
그 말을 들은 벽태산이 씨익 웃었다.
“들어야지.”
끝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자득철을 중심으로 은은한 기파가 퍼져 나가더니, 그것이 마구 들끓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장중산이 급히 나섰다.
장중산은 자득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힘을 꽉 주었다.
들끓던 기파가 일제히 가라앉았다.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오. 이럴 거면 왜 이 자리에 참석하신 겁니까.”
나직하게 가라앉은 장중산의 말에 자득철이 인상을 쓰며 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여기서 장중산과 싸울 생각까지는 없었기에 결국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당장 얻을 수 있는 길을 버리고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건 여전하군요.”
“결과적으로는 항상 제가 선택한 길이 가장 빨랐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장중산은 그렇게 말하고는 벽태수를 바라봤다.
“괜히 분위기를 흐려서 미안하오. 나중에 이 보답은 톡톡히 할 테니 하던 얘기를 마저 했으면 하오.”
벽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소. 나도 이 얘기를 빨리 마무리하고 싶소. 솔직히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점, 이해해주실 거라 믿소.”
“물론 이해하오.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내가 듣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그걸 좀 더 확실히 하고 싶소.”
장중산은 그렇게 말하며 벽태수와 벽태산의 모습을 가만히 살폈다.
사실 좀 놀랐다.
아까 자득철이 한 행동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기파를 뿌려 그것을 단숨에 끓여버렸으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그 한 수에 심장이 멎었을 수도 있었다.
한데 벽태수와 벽태산 둘 다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무공 수준이 제법이라는 뜻인데······.’
한데 벽태산도 그렇고 벽태수도 그렇고 장중산이 보기에는 썩 대단치 않았다.
장중산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굉장한 고수였다.
자신과 함께 온 상천문주, 관후승에 비하면 많이 모자랐지만, 그래도 웬만한 상천문도보다는 강했다.
특히 안목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했다.
한데 그가 보기에 별 대단치 않은 자들이 자득철의 한 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냈으니 호기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벽태수는 자신에게 집중된 장중산과 자득철의 시선을 가만히 견디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상황, 굉장히 무례한 일이라는 것을 혹시 자각하고 있소?”
그 질문에 대답한 것은 자득철이었다.
“무례라는 건 약한 놈이 강한 놈에게 대드는 걸 말하는 거다. 지금 이 상황은 무례라고 하는 게 아니라 권리행사라고 하지.”
벽태수가 자득철을 가만히 보며 물었다.
“강자는 약자를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거요?”
“당연하지 않느냐.”
장중산이 다시 한 번 자득철의 어깨를 꽉 쥐었다.
하지만 이번엔 자득철이 어깨를 튕겨 장중산의 손을 쳐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장중산이 자득철을 노려봤다.
자득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상황이 끝났습니다. 우리 애들이 금벽장을 장악했습니다. 예상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 걸 보니 금벽장에 있는 무사들 수준이 제법이었던 모양입니다.”
장중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장중산을 보며 자득철이 빙긋 웃었다.
“그러니 미리 준비를 하셨어야지요. 전 필요한 것만 깔끔하게 얻고 돌아가겠습니다.”
자득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벽태수와 벽태산을 내려다봤다.
“두 분은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되오. 별로 오래 걸리지 않을 거요.”
벽태수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러고도 괜찮을 거라고 여기시오? 이것이 금월상단의 뜻이오?”
자득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가 될 게 뭐 있겠소? 후환을 두려워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두 분 같은데, 안 그렇소?”
자득철은 문을 열고 나가며 말을 덧붙였다.
“생각 잘 하셔야 할 거요.”
다시 문이 닫히자, 벽태수가 장중산을 바라봤다.
장중산은 벽태수의 표정이 여전히 물처럼 잔잔한 것을 보고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걸 보니 확실히 인재는 인재였다.
장중산이 무슨 말을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을 때, 벽태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재 무한의 상황이 좀 복잡하오.”
장중산은 생각을 멈추고 벽태수를 바라봤다.
“무림맹, 흑련, 남궁세가, 제갈세가, 거기에 호무련까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소.”
“무슨 뜻이오?”
“그들이 우리 금벽상단과 굉장히 깊은 관계라는 뜻이오.”
장중산의 눈이 번득였다.
“설마······!”
벽태수가 담담히 말했다.
“그 설마가 맞을 거요. 내가 이런 일도 예상하지 못할 줄 알았소? 아마 지금쯤 그곳에서 보낸 무사들이 금벽장에 도착했을 거요.”
장중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마 그들만으로는 청무방을 막기가 쉽지 않을 거요.”
장중산은 그렇게 말하며 벽태수를 바라봤다.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의 벽태수를 보고 있으니 왠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니 상대하기가 정말 까다로웠다.
장중산은 문득 벽태수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벽태산을 바라봤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벽태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얘기 다 끝난 거 아닌가?”
장중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버릇없는 놈.’
벽태산이 선 채로 장중산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왠지 모를 압박감에 장중산이 침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응.”
장중산이 일어나자 벽태수도 따라 일어났다.
이제 자리를 파할 때가 되었다.
“살펴 가시오. 무림맹이나 흑련 무사들과 얽히지 않으려면 서두르시는 게 좋을 거요”
벽태수의 말에 장중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방에서 나갔다.
둘만 남자, 벽태수가 벽태산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화옥이라는 소저가 시키는 대로 했다만, 이러면 되느냐?”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굳이 이럴 필요 없긴 하지만, 그게 속이 편하다니 맞춰줘야지.”
벽태산은 그 말을 남기고 방에서 나갔다.
이제부터 재미있게 움직일 시간이다.
* * *
자득철은 서둘러 금벽장주의 집무실로 향했다.
상황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너무 무작정 왔다. 거기에는 상천문이 금벽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급박함이 큰 역할을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수습은 나중에 하면 된다. 그러니 지금은 금벽부터 찾아야 한다.
금벽장주의 집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금벽장주의 호위들은 지금 금벽장주 근처에 있었으니까.
집무실 바깥쪽을 청무방의 무인 두 명이 지켰고, 몇 명은 안쪽에 있었다.
“찾아봤느냐?”
자득철의 다급한 물음에 지키던 무사가 얼른 대답했다.
“지관진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역시. 답은 여기였어. 처리는?”
“일단 핵심 기관을 부수고 바닥을 뜯어내는 중입니다.”
전부 실력 있는 놈들만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기관진식에 대한 지식이 뛰어난 놈도 두 명이나 데려왔다.
해체하려는 게 아니라 내부에 해가 가지 않게 부수기 위함이었다.
“서둘러라. 무림맹과 흑련이 나섰다고 하니까.”
“그럼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잡아떼면 돼. 이런 문제 한두 번 겪는 줄 아느냐?”
무림맹이건 흑련이건 이런 자잘한 문제에 큰 힘을 쏟으려 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적절한 기름칠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몇 명이 희생되어야 할 수도 있지만, 그 희생자 역시 얼마든지 돈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득철은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뻥 뚫린 바닥으로 뛰어 내려갔다.
잠시 후, 금벽이 원래 있었던 자리에 도착한 자득철은 괴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이 미친 새끼들! 진짜 금벽을 뜯어서 팔아먹었어!”
* * *
무림맹과 흑련의 무사들이 금벽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뒤이어 제갈세가와 남궁세가의 무사들까지 도착했다.
호무련에서는 가장 늦게 도착했지만, 수가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