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44)
쿠당탕탕!
다들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내상을 입은 것이다.
청무방 무사들은 바닥에 쓰러진 채 멍하니 벽태산을 바라봤다.
이 검진의 약점이 서로를 연결한 기의 실이라는 건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정확히 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고작 몇 가닥 끊는다고 이렇게 힘이 역류하거나 하지 않는다.
모조리 끊거나, 핵심이 되는 연결 열여덟 군데를 동시에 끊어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한데 벽태산이 그걸 해낸 것이다.
전부 끊었는지 핵심을 끊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벽태산은 하오문도를 쳐다봤다.
“이것들 치우라고 해라.”
그렇게 말하고는 다른 골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오문도가 당황했다.
“아직 제법 멀쩡해 보이는데, 그냥 가시는 겁니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벽태산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하오문도는 얼른 주변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서둘러 벽태산을 따라갔다.
안내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잠시 후, 공터로 하오문도들이 우르르 도착했다.
그들은 바닥에 쓰러져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청무방 무사들과 바닥에 반쯤 파묻혀 있는 자득철을 보고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능숙하게 그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청무방 무사들에게는 조심해서 다가갔는데, 막상 가보니 다들 혈도가 여러 군데 제압되어 있어서 안심하고 속도를 냈다.
청무방 무사들은 마혈은 물론이고 아혈까지 제압당해서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못한 채 누워 있기만 했다.
하오문도들은 그들을 싹 챙긴 후, 남은 흔적까지 전부 처리하고 조용히 물러갔다.
* * *
“서둘러라. 늦으면 흑련 놈들이랑 마주칠 거 같으니까.”
장각우의 말에 나란히 달리던 육태구가 인상을 팍 썼다.
“너나 서둘러. 지금 너랑 나 중에서 누가 앞에 있는 것 같냐?”
“나 발 안 보이는 거 안 보이나? 중간에 끊지 않으면 흑련 놈들한테 빼앗긴다니까 그러네.”
“다 왔다.”
육태구가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휙 나아갔다.
장각우가 얼른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의 눈에 일단의 무리가 지나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지척이었다.
육태구와 장각우는 일단 주먹부터 내지르고 봤다.
꽈아아앙!
장중산과 관후승이 이끌고 가던 상천문 무인들의 몸에 주먹이 작렬했다.
두 명이 나가 떨어졌고, 나머지가 황급히 간격을 벌리며 육태구와 장각우를 포위했다.
그리고 장중산과 관후승이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서 두 사람을 노려봤다.
일단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육태구와 장각우를 뒤따라온 무사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상천문의 무인들을 덮친 것이다.
자연스럽게 육태구와 장각우는 따로 빠져 장중산과 관후승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했다.
장중산은 장각우가 맡고, 관후승은 육태구가 맡았다.
관후승과 육태구의 검이 무수히 부딪치며 불똥을 마구 튀었다.
쩌저저저저저정!
관후승은 깜짝 놀랐다. 육태구의 검격에 실린 힘이 엄청났다. 이 정도 고수가 대체 어디서 튀어 나온 건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네놈 정체가 뭐냐? 무림맹은 아닌 것 같고, 흑련에서 나왔느냐?”
“흑련 같은 소리 하네. 네놈들, 무한에 들어온 흑련 다 파악했잖아. 거기에 나 없었잖아. 안 그래?”
육태구가 그렇게 말하며 검을 내질렀다.
콰우우!
꽝!
관후승이 주춤주춤 물러나며 있는 대로 인상을 썼다.
육태구가 씨익 웃으며 성큼 다가갔다.
“내가 누구냐고 물었지?”
육태구는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낭인이다!”
꽈앙!
관후승은 육태구의 검을 막으며 이를 악물었다.
저런 놈이 낭인이라니. 말도 안 된다.
상천문의 문주보다 강한 낭인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쩌저저저저정!
육태구의 검격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관후승은 그걸 일일이 막아내긴 했지만 점점 힘이 부쳤다.
‘내공이 너무 빨리 줄어들고 있어!’
관후승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육태구는 이렇게 마구 쏟아내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관후승은 일단 버티면서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육태구는 공격을 하며 슬쩍 말했다.
“이제 너만 남은 거 같은데?”
관후승이 크게 놀라며 주위를 살폈다.
장중산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상천문의 무인들도 전부 제압당한 상태였다.
더 이상 승산이 없었다.
관후승은 내공을 폭발시키듯 검에 불어 넣었다.
꽈아아앙!
검이 터져 나가며 무수한 검편이 육태구에게 쏟아졌다.
꽈과과과과과광!
각각의 검편에 막대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육태구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 그걸 전부 막아냈다.
그러는 사이 관후승이 몸을 날려 빠르게 도망쳤다.
막 골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관후승의 몸이 덜컥 멈추더니 뒤로 날아갔다.
쿠당탕탕!
꼴사납게 나동그라진 관후승의 몸이 데굴데굴 굴러 육태구의 발밑에 멈췄다.
육태구가 반사적으로 골목 쪽을 바라봤다.
골목에서 벽태산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끝
“저······ 공자님. 혹시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 건데, 저놈 제가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검을 부술 때부터 도망칠 거라 예상하고 준비했습니다.”
육태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벽태산이 그런 육태구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면서도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 벽태산은 다시 시선을 돌려 쓰러진 놈들을 쳐다봤다.
하오문도들이 우르르 몰려와 정리하고 있었다.
상천문 무인들을 어깨에 걸치고 빠르게 옮겼다.
벽태산 앞에 육태구와 장각우가 긴장한 채 서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낭인들과 흑도 무인들은 이미 흩어진 뒤였다.
그들은 하오문의 정보를 이용해 아직 잡히지 않은 청무방 무사들을 처리하러 갔다.
벽태산은 두 사람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뭐······ 열심히는 한 것 같구나.”
그 말을 남기고 휙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장각우와 육태구의 입가가 위로 한껏 치솟았다.
* * *
호리호리한 청년이 막 무한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는 장중산과 함께 금월상단의 일행으로 금벽장에 방문했던 청년이었다.
그는 금벽장에서 상천문 무인들이 금벽을 찾아 헤매는 동안 따로 움직였다.
그리고 일이 터지자, 곧장 무한을 떠났다.
솔직히 이렇게 갑자기 일이 터질지 몰랐고, 이렇게나 많은 무인들이 무한을 들쑤시고 다닐 줄도 몰랐다.
“그 멍청한 것들과 같이 움직였으면 정말 난감해질 뻔했지 뭐야.”
무한을 벗어나고 나니 한시름 놓여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림맹이나 흑련 무사들과 마주쳐도 얼마든지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쓸데없는 꼬리가 붙을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은 전부 떼어내고 몸을 빼냈겠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생길 위험과 귀찮음을 피하지 못했으리라.
재수 없으면 그러다 잡힐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일단 금벽상단에 금벽이 더 이상 없다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
그것만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게 어떤 보물인데 고작 상단이 좀 어려워졌다고 그걸 뜯어서 팔아버린단 말인가.
“멍청해도 정도가 있지. 쯧.”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걸음을 빨리했다.
그렇게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청년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다가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이건 또 뭐지?”
청년이 고개를 들어 한 쪽을 바라봤다. 그의 눈이 날카로운 살기로 번들거렸다.
그쪽에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바위 뒤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천경완, 유서연 그리고 연하린이었다.
청년이 그들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호오. 이건 또 예상외로군. 설마 이런 미인이 이런 곳에 숨어 있을 줄이야.”
청년의 시선은 연하린에게 꽂혀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 사람이 움직여 청년의 앞을 둘러싸듯 막아서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보아하니 내가 이리로 올 걸 미리 알고 있었던 모양인데······ 우리 애들 중에 배신자가 있을 것 같진 않고, 처음부터 날 감시했나? 너희 금벽상단에서 온 거 맞지?”
청년의 물음에 연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금벽장을 몰래 벗어났을 때부터 감시했죠.”
청년이 연하린을 보며 감탄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날 감시했는데, 내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니. 이거 금벽상단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겠는데?”
“제일 집중해서 감시했으니까요. 공자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당신이 제일 고수라고.”
“그것까지 알아낸 건가? 한데 공자님이라면······ 설마 벽태산을 말하는 건가?”
연하린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청년은 그런 연하린을 잠시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저렇게 환히 웃으니 지금까지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았다.
“이거······ 질투 나는데?”
청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다시 연하린을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난 걸 보면······ 설마 나랑 싸우겠다는 건가? 셋 다 제법이긴 하지만······ 후회할 텐데?”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찬찬히 세 사람을 살폈다.
수준이 명확히 눈에 보였다. 솔직히 제법이었다. 단숨에 눌러 죽이는 게 가능한 놈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압도할 수 있는 건 확실했다.
청년이 양 소매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단봉을 하나씩 꺼냈다.
양 손에 단봉을 꽉 쥔 청년이 히죽 웃었다.
“일단······ 너희 둘은 죽이고, 그쪽 예쁜이는 내가 데려가지. 호의호식하게 해줄 테니 그냥 항복하고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아, 거기 두 사람도 굳이 개죽음 당하지 말고 날 따라가는 게 어때? 솔직히 금벽상단 같은 곳에 있어봐야 미래가 없잖아?”
청년이 단봉을 휙휙 돌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거든. 소마륵이라는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세 사람은 머릿속으로 소마륵이라는 이름을 이리저리 굴려봤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정보가 없었다.
“머리 굴릴 필요 없어. 아직 유명한 이름은 아니니까.”
소마륵은 연하린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결정은 했나? 어때? 날 따라가겠어?”
연하린이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싫은데요?”
소마륵이 피식 웃었다.
“좀 아플 거다. 내가 보기와는 달리 좀 거칠거든. 큭큭큭.”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마륵의 신형이 쭉 뻗어나갔다.
후웅! 후웅!
단봉이 바람을 가르며 천경완과 유서연의 어깨를 노리고 날아갔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유려한 동작으로 검을 휘둘러 그것을 막아냈다.
쩌어엉! 쩌어엉!
강렬한 기파가 충돌과 동시에 주변으로 쫙 퍼져 나갔다.
연하린이 기파를 거슬러 오르며 소마륵의 옆구리를 검으로 찔렀다.
꽈득!
소마륵이 단봉을 밑으로 내려 그것을 막아냈다.
유서연과 천경완이 그 틈을 가르고 검을 내질렀다.
꽈드득!
소마륵은 아무렇지도 않게 두 검을 단봉 하나로 동시에 쳐냈다.
소마륵의 단봉에 담긴 기운이 검을 타고 올라갔다.
천경완과 유서연은 깜짝 놀라 내공을 일으켜 그것을 흩어냈다.
소마륵의 단봉이 그때부터 미친 듯이 춤추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저저저정!
세 사람은 그걸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
정말 대단한 고수였다.
소마륵의 단봉에 깃든 기운이 점차 강해졌다.
처음에는 그저 기운이 깃든 단봉으로 후려치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단봉에서 기운이 밖으로 간간이 뿜어져 나왔다.
그건 뇌기였다.
빠지지직!
단봉에서 뿜어져 나온 뇌기가 천경완에게 쏘아졌다.
천경완은 그것을 무시하고 소마륵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뇌기는 유서연이 해결했다.
유서연의 검이 뇌기를 빨아들이더니 이내 그것을 다시 소마륵에게 되돌려 주었다.
꽈르릉!
소마륵의 단봉과 되돌아온 뇌기가 충돌하며 폭발이 일어났다.
뇌기가 땅과 하늘을 이어 붙여 마치 벼락이라도 친 듯했다.
세 사람은 얼른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후우우우.”
소마륵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호흡에 미약한 뇌기가 섞여 파직거렸다.
“대단해. 셋의 합이 정말 끝내주는군.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알겠어. 그래서 말인데······.”
소마륵의 단봉에 짙은 뇌기가 어렸다.
빠지지지지지직!
마치 단봉의 색이 새하얗게 변한 듯했다.
“아무래도 다치지 않게 데려가는 건 힘들겠어.”
소마륵이 단봉을 가볍게 휘둘렀다.
꽈르르릉! 꽈르르릉!
두 줄기 벼락이 각각 천경완과 유서연에게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