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60)
사실 연하린은 영력에 대한 재능이 저 정도로 대단하지 않았다면 결코 저런 활약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력을 빼고 나머지 실력으로만 단순 비교하면 아무리 연하린이라도 육태구와 장각우에 비해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둘이 함께 수련을 해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합도 잘 맞았다.
그러니 굉장한 고수 한 명이 열 명이나 되는 구룡문도를 이끌고 덤벼도 충분히 승기를 잡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장각우와 육태구가 열한 명을 잡아두고 있을 때, 벽태산의 시비 열 명은 다섯의 구룡문도와 치열하게 싸웠다.
아무리 영력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무공에 입문한 시기를 생각하면 그녀들이 다섯 명이나 되는 구룡문도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화옥이 있었다.
화옥은 애초에 하오문 의창지부장이었다. 제법 오랫동안 무공을 익혔고, 혼백을 깨끗하게 세탁한 뒤 월영마공을 익혀 실력이 크게 늘었다.
그 와중에 영력까지 얻었으니 얼마나 더 성장했겠는가.
화옥이 중심을 딱 잡아주니 남은 아홉 명의 시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구룡문도들과 팽팽한 접전을 펼칠 수 있었다.
싸움은 그 어느 곳보다 더 치열했다.
아무리 기녀 출신의 시비들일 뿐이라고 해도 벽태산으로부터 특별한 무공을 사사했고, 영력까지 쓸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들은 벽태산의 지옥 수련을 견뎌낸 여인들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금월상단이 보유한 세 무림방파 중에서 최고라 일컬어지는 구룡문의 무사들이라고 해도 그녀들을 압도할 수 없었다.
남은 열다섯 명의 구룡문도를 천경완과 유서연, 그리고 천추신의와 일침괴가 맡았다.
천경완과 유서연은 처음 벽태산을 만났을 때와는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익힌 무공도 협공에 훨씬 유리했다.
둘이 합을 잘 맞출수록 위력이 월등히 높아지는데, 지금 두 사람의 합은 거의 최고 수준에 가까웠다.
만일 상대하는 구룡문도 열다섯 중에 사룡이나 그에 버금가는 고수가 섞여 있었다면 아무리 천경완과 유서연이라고 해도 당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숫자만 많았지 중심이 될 만한 고수가 없었기에 천경완과 유서연은 비교적 수월하게 적을 상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천추신의와 일침괴가 굉장히 적절하게 도움을 주었기에 이쪽의 싸움은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압도적이었다.
“으하하하! 이놈들아! 여기 천추신의님이 가신다! 명의께서 하사하시는 돌팔매를 받아라!”
콰우우우!
맹렬히 회전하며 날아가는 돌멩이의 모습은 마치 주변 바람을 싹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천추신의의 목소리가 워낙 컸고, 돌멩이가 뿌리는 기세도 엄청났는지라 구룡문도들 역시 거기에는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거기에 맞으면 피해가 극심할 것이 분명하기에 경계는 충분히 했다.
날아오는 돌멩이에 신경이 분산되니, 자연스럽게 빈틈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빈틈으로 일침괴의 침이 푹푹 파고들었다.
“크윽!”
“큭!”
몇몇 구룡문도가 인상을 찡그리며 신음을 흘렸다.
영력까지 담긴 일침괴의 침에 당하니 그 부위가 모조리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리를 못 움직이는 자도 있었고, 팔이 마비된 자도 있었다.
그렇게 침에 당한 자들에게 천경완과 유서연이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안위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슈가가각!
촤악!
구룡문도 셋의 목이 그대로 날아갔다. 그리고 천경완과 유서연의 팔과 허벅지에 얕은 상처가 생겼다.
몸을 내주고 목을 취한 것이다.
“좋구나! 명의께서 또 하사품을 내리신다! 받아라!”
천추신의가 그렇게 외치며 또 돌멩이를 던졌다.
콰우우우!
구룡문도들의 시선이 일제히 천추신의에게 향했다.
사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자들은 천경완과 유서연, 그리고 일침괴였다.
하지만 구룡문도들 입장에서 가장 얄밉고 증오스러운 자는 단연 천추신의였다.
저렇게 떠들 때마다 신경이 분산되고 속에서 울컥울컥 화가 치밀어서 평정심이 쉽게 깨졌다.
구룡문도 한 명이 날아오는 돌멩이에 달려들어 그것을 손으로 받아냈다.
쩌엉!
돌멩이가 부서지며 사방으로 기파가 퍼져 나갔다.
하지만 천추신의의 돌멩이는 그거 하나가 아니었다. 바로 이어서 작은 조약돌들을 모아 한꺼번에 던진 것이다.
구룡문도들이 깜짝 놀라 다급히 창을 휘둘렀다.
쩌저저저저정!
조약돌들이 퍽퍽 터졌다. 그 때마다 강렬한 기파가 함께 터져 나갔다.
기파 때문에 그들의 기감이 살짝 둔해졌다.
그 빈틈을 어김없이 일침괴의 침이 파고들었다.
“컥!”
“큭!”
두 명의 구룡문도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즉사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나둘 쓰러지다보니 어느새 여섯 명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자들도 몸이 성한 사람이 없었다.
비교적 부상이 약한 편이긴 했지만, 어쨌든 패색이 아주 짙었다.
큰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대로 몇 수 더 나누다 보면 다들 쓰러질 것이다.
그들의 시선이 동시에 천추신의에게 꽂혔다.
어차피 이대로도 죽을 게 뻔하다면, 지금까지 자신들을 흔들었던 놈 하나만큼은 데려가고 싶었다.
여섯 구룡문도가 일제히 천추신의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자신의 안위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것이다.
천추신의가 화들짝 놀랐다.
“으악!”
어찌나 다급했는지 도와달라거나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천추신의는 다급히 도망쳤다.
구룡문도들은 설마 천추신의가 저렇게 대놓고 도망칠 줄은 몰랐기에 좀 당황했다.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라 믿었다.
일침괴가 다급히 침을 날렸고, 천경완과 유서연이 빠르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퍼버버벅!
촤촤촤촥!
구룡문도 한 명이 일침괴의 침에 쓰러졌다. 그가 홀로 모든 침을 몸으로 막아낸 것이다.
그리고 두 명의 구룡문도가 천경완과 유서연의 검에 쓰러졌다.
그들은 온몸이 난자당하면서도 끝까지 천경완과 유서연의 발을 잡으려고 질척하게 달라붙었다.
남은 세 사람의 구룡문도가 천추신의의 뒤에 바짝 붙었다.
그들은 진원진기까지 써서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남은 모든 기운을 검에 담았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이 일격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었다. 진원진기를 어찌나 바닥까지 끌어냈는지, 검을 찌른 순간 이미 몸이 바짝 말라붙었다.
콰아아아아!
세 자루 검에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가 천추신의를 덮쳤다.
천추신의가 뒤에서 닥쳐오는 막대한 위협을 느끼고 힐끗 뒤를 확인했다.
그리고 온몸을 덮쳐오는 거대한 검기 세 가닥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검기가 어찌나 빠른지 비명을 지르자마자 천추신의에게 쏟아졌다.
꽈과과과광!
천추신의는 멍하니 눈앞에서 벌어진 거대한 폭발을 바라봤다.
세 가닥 검기는 천추신의에게 닿기 직전에 허공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그 파편이 천추신의에게 쏟아졌다.
“으악! 으악! 으악! 으악!”
검기의 파편이 천추신의의 몸 곳곳을 스치고 지나갔다. 옷이 쭉쭉 찢어졌고, 피부에서 피가 퍽퍽 튀었다.
하지만 목숨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내상도 없었다.
그저 피가 나고 아플 뿐이었다.
“으아아악!”
천추신의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비명을 질렀다.
진짜 더럽게 아팠다.
그런 천추신의를 일침괴가 한심하게 바라봤다.
“아오, 내가 다 부끄럽네.”
“형님이 한 번 당해보쇼! 그런 말이 나오나!”
천추신의가 버럭 소리쳤지만, 일침괴는 대꾸도 하지 않고 천경완과 유서연을 보며 말했다.
“우린 다른 사람들이나 도와주러 가자고.”
천추신의를 쫓던 세 구룡문도를 처리한 천경완과 유서연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
일침괴는 천추신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얼른 자리를 떴다.
천추신의가 그 광경을 멍하니 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벽태산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방금 그 거대한 검기들이 왜 터졌겠는가. 전부 벽태산이 한 일이었다.
마침 벽태산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천추신의는 벽태산과 눈이 마주치자 그저 헤헤 웃고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어이구, 쉴 만큼 쉬었으니 슬슬 이 명의님의 돌멩이를 하사하러 가야겠네.”
천추신의는 주변에 널린 돌멩이 몇 개를 주웠다. 그리고 다른 곳의 전황을 살폈다.
천경완과 유서연은 연하린 쪽에 합류했다.
안 그래도 연하린이 우위이던 싸움이었는지라 천경완과 유서연이 합류하니 대번에 균형이 확 기울어져 버렸다.
구룡문도들이 하나둘 쓰러져갔고, 저대로 두면 금세 상황이 마무리될 듯했다.
일침괴는 열 명의 시비들이 있는 곳에 합류했다.
상대의 수가 다섯밖에 안 되는데다가 이쪽의 수가 많아서 일침괴가 기습적으로 날리는 침의 효과가 극대화 되었다.
덕분에 일침괴가 합류하자마자 적이 쓰러지기 시작해서 다른 어느 곳보다 빠르게 상황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남은 한 곳은 여전히 치열했다. 천추신의는 그곳에 손을 보태기로 했다.
“돌멩이 몇 방이면 끝나겠구나.”
자신만만한 어조로 그렇게 말한 천추신의가 육태구와 장각우가 있는 쪽으로 가려다가 마지막으로 벽태산의 눈치를 살피려고 힐끗 바라봤다.
“어라?”
천추신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벽태산 뒤쪽에 널브러져 있던 세 사람 중 한 명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어난 놈 옆에 있던 두 사람이 몸을 부자연스럽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굉장히 불길하고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끝
벽태산은 여전히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뒤에 널브러져 있던 영서청은 벽태산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면서 전황도 함께 확인했다.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구룡문이 결국 패배한 것이다.
총 네 군데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는데, 그 중 한 군데의 싸움이 끝나자, 그 뒤로 일방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어차피 구룡문에서 온 놈들은 끝났다.
영서청은 고민했다. 저들이 여기에 모일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가 터트려야 할지, 아니면 지금 당장 일을 벌여야 할지.
그렇게 제법 오랫동안 고민해서 결론을 내렸다. 지금 하는 것이 낫겠다고.
영서청이 판단하기에 벽태산이 저렇게 방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면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애송이인 줄 알았다. 그리고 힘을 확인하면서 경악했고, 시간이 더 지난 지금은 절망했다.
그러니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을 때 시도해야 후회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지금이라면······.’
찰나의 빈틈을 파고들 수만 있다면 성과가 있지 않을까?
고민은 길었지만, 실행은 망설이지 않았다.
영서청은 양옆에 널브러진 두 동료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전음도 쓰지 않았다. 왠지 쓴 순간 들킬 것 같아서였다.
눈빛을 보내는 것도 굉장히 조심했다. 하지만 두 동료는 그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은밀히 준비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일단 내공을 폭주시켰다.
이제 차례대로 영력을 폭주시키고 진원진기까지 폭주시키면 준비가 끝난다.
폭주한 기운이 소용돌이칠 때, 미리 몸에 박아 놓은 독단을 터트리면 된다.
영서청은 그렇게 모든 기운이 폭주할 때, 거기에 영력을 더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더 많은 영력이 들어갈수록 자폭의 위력이 커진다.
아마 영서청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영력을 쏟아 넣으면 이 일대를 전부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제대로 제어할 수 있으면 성공이다.’
이 폭발력을 집중해 저기 방심한 채 서 있는 벽태산의 등으로 쏘아 보낼 수만 있다면, 분명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죽일 수도 있겠지.’
영서청은 자신의 영력을 두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보냈다.
두 가닥 끈이 각각의 동료에게 연결되었다.
영서청은 자신의 모든 영력을 두 사람에게 나눠 보냈다.
내공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들키지 않고 보낼 자신이 없었다.
두 사람이 내공을 폭주시켰다. 폭주한 영력과 내공이 어우러지면서 훨씬 더 난폭해지고 강력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원진기를 폭주시켰다.
영서청은 이제 됐다고 여겼다. 한데 그 순간 벽태산이 천천히 돌아섰다.
“다 했나?”
영서청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하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면 벽태산이 이렇게 오랫동안 방심하고 있을 리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은 그가 유도한 것이 분명했다.
‘한데 왜 그랬지? 굳이 이런 상황을 만들 이유가 있었나?’
그냥 자신을 놀리려고 이런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면 그냥 가는 수밖에 없다.
영서청은 이를 악물고 두 동료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두 동료가 몸에 심은 독단을 터트렸다.
두 동료의 몸이 터지려고 했다. 그리고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됐다.
영서청은 황당함과 경악이 뒤섞인 눈으로 두 동료와 벽태산을 번갈아 바라봤다.
“폭발을 억제한다고?”
영서청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벽태산은 저기에 서서 엄청난 힘으로 두 동료의 폭발을 억누르고 있었다.
한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영서청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어떻게든 해내고야 만다.’
영서청은 두 동료에게 다시 영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영력이 이미 바닥났지만, 아직 남은 방법이 있었다.
직접 자신의 혼백을 자극해서 영력을 뽑아내는 것이다.
마치 내공이 바닥난 뒤 진원진기를 뽑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영서청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머리가 백발로 변해갔다.
혼백을 쥐어짜서 뽑아낸 막대한 영력이 두 동료에게 쏟아져 들어갔다.
폭주가 더욱 거세졌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혼백을 쥐어 짜냈는데도 좀처럼 폭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크윽!”
결국 영서청이 허물어졌다.
더 이상은 아무리 쥐어짜도 영력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영서청은 괴물을 보는 시선으로 벽태산을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두 동료는 터지지 않았다.
“끝났군.”
벽태산은 그렇게 말하며 영서청에게 다가갔다.
영서청은 대응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그저 멍하니 벽태산을 바라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