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99)
물론 먼저 덤비지 않았다면 굳이 천마도 그들을 그렇게까지 무자비하게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혁련휘, 그놈이 남창을 빠져나갈 것 같으냐?”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던져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혁련휘는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미끼라······.”
“남창에 있던 무명의 고수들 중 일부를 미끼로 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정도는 되어야 황보세가도 미끼를 덥석 물 것이다. 또한 미끼로 어떤 고수를 쓰느냐에 따라 황보세가에 피해를 좀 강요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럼 우린 미리 남창 밖에서 기다리는 게 제일 재미있겠구나.”
화옥이 살짝 놀란 눈으로 벽태산을 바라봤다.
“그놈이 빠져나가려는 길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겠느냐.”
화옥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할 수 있습니다.”
* * *
혁련휘는 홀로 움직였다.
처음 여기에 데려온 무사의 수는 총 서른 명이었다.
그야말로 고르고 골라서 데려온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각각 열 명씩 나뉘어 황보세가와 싸우고 있던 무명의 무사들을 구해냈다.
혁련휘는 그러는 사이 황보세가의 무리를 찾아다니면서 약한 부분을 찌르고 다녔다.
황보세가가 대단하긴 하지만, 그래도 혁련휘를 잡을 수는 없었다.
하물며 그 중 약한 놈들이 혁련휘를 어찌 당해내겠는가.
‘저기 또 있군.’
혁련휘는 벌써 네 번째 무리를 찾아냈다. 조금이라도 신경이 쓰일 만한 강자가 섞여 있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황보세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남창에 있던 수하들을 확보하고자 왔으니까.
대로와 대로가 만나는 지점에 황보세가의 무사들이 무려 쉰 명이나 모여 있었다.
제법 고수가 다섯 정도 섞여 있었지만, 황보세가의 진짜 고수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놈들이었다.
혁련휘는 빠르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슈가가각!
혁련휘의 검이 눈부신 속도로 춤을 추며 황보세가 무사들의 목을 잘라냈다.
순식간에 대여섯 개의 목이 피를 뿌리며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혁련휘는 황보세가 무사들 사이로 파고들며 더욱 빠르게 검을 놀렸다.
슈가가각!
채채채챙!
“적이다!”
황보세가 무사들이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십여 명의 무사들이 주먹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혁련휘는 검을 날카롭게 휘두르며 무리를 그냥 돌파해 버렸다.
슈가가각!
네 명의 무사가 더 쓰러졌다.
그리고 다섯 명의 고수가 혁련휘에게 달려들었다.
혁련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쫓아!”
다섯 고수 중 한 명이 외쳤다.
황보세가 무사들이 우르르 혁련휘를 쫓아갔다.
도망치는 혁련휘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맺혔다.
‘드디어 하나 낚았구나.’
네 번의 시도 만에 쉰 명으로 이루어져 있던 무리 하나를 낚았다.
이제 황보세가의 천라지망에는 제법 큰 구멍이 뚫렸으리라.
혁련휘는 속도를 조절하며 그들을 끌고 황보세가의 다른 무리가 있는 곳으로 유인했다.
그렇게 제법 수가 많은 두 무리를 강제로 합치게 한 다음, 은밀하고도 빠르게 움직여 그들을 따돌렸다.
혁련휘는 자신을 놓치고 허탈한 표정을 짓던 황보세가 무사들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답답했던 속이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무렇게나 움직인 것 같지만, 사실 제법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최대한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니 이렇게 부하들에게 합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혁련휘는 부하들이 잔뜩 모인 것을 확인하고 얼른 그들을 이끌었다.
“자, 이제 빠져나갈 일만 남았다. 따라와라.”
혁련휘가 황보세가의 천라지망을 흔들고 엉키게 만들었기에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황보세가의 천라지망에 뚫린 구멍을 통해 쏙쏙 빠져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끝까지 걸리지 않고 남창을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혁련휘는 마지막 고비를 눈앞에 두고 뒤쪽으로 신호를 보냈다.
미리 지시를 받은 세 명의 고수가 무리에서 살짝 이탈했다.
그들은 속도를 더욱 높여 혁련휘보다 먼저 치고 나갔다.
앞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세 명의 고수가 황보세가 무사들이 진 치고 있는 곳에 달려든 것이다.
더구나 그곳에는 황보세가의 장로들이 몇 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혁련휘는 그 치열한 싸움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통해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남창을 벗어났다.
남창을 빠져나간 혁련휘는 이제야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속도를 높였다.
이제 조심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빨리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목적지는 장사다. 다들 속도를 높여라.”
“예!”
힘 있는 대답과 함께 다들 속도를 높였다. 물론 가장 앞에는 혁련휘가 있었다.
그렇게 반 각쯤 달렸을 때, 저 앞에 까만 점 두 개가 보였다.
혁련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벽태산?”
까만 점 중 하나의 얼굴을 확인한 혁련휘는 마침 잘 됐다는 표정으로 검 손잡이를 꽉 쥐었다.
지나가면서 발검과 동시에 베어버릴 작정이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내 앞을 막아?”
혁련휘가 더욱 속도를 높였다. 자연스럽게 뒤따라가던 수하들과 거리가 쭉쭉 벌어졌다.
벽태산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혁련휘를 담담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뒤로 좀 물러나 있거라.”
“예.”
화옥이 벽태산의 지시에 뒤로 세 발쯤 물러났다.
혁련휘의 시선은 벽태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화옥이 보이긴 했지만,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온몸에서 끓어 넘치는 기운을 검에 꾹꾹 밀어 넣었다. 혁련휘의 눈에서 짙은 혈광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벽태산이 눈살을 찌푸렸다.
“피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혁련휘가 벽태산 앞에 도착했고, 그대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
검에도 짙은 혈광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피비린내가 주변에 진동했다.
꽈득!
“컥!”
혁련휘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목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검은 반쯤 뽑다 말았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깜깜해졌던 시야가 서서히 돌아왔다.
흐릿하게 벽태산의 얼굴이 보였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차츰 시야가 밝아졌다.
벽태산의 모습이 명확하게 보였다.
지금 자신은 벽태산의 손에 목이 잡힌 채였다.
벽태산의 남은 한 손이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팔뚝을 감고 있는 황금토시가 왠지 눈에 아프게 박혀 왔다.
순간 황금토시가 금빛을 토해냈다.
그리고 벽태산의 손에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나갔다.
혁련휘는 그 기운이 근처에서 지나간 것만으로 온몸이 덜덜 떨렸다.
‘뭐, 뭐야, 이 무지막지한 힘은!’
생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힘이었다. 혁련휘의 눈동자가 천천히 돌아가 벽태산을 바라봤다.
마침 벽태산도 혁련휘를 보고 있었다.
벽태산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그 미소가 어찌나 무서운지 혁련휘는 하마터면 소변을 지릴 뻔했다. 몸이 덜덜 떨렸다.
“드디어 잡았다.”
혁련휘는 덜덜 떨면서도 자신의 수하들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멀쩡한 놈들이 제법 많이 남았다면 어떻게든 상황을 좀 바꿔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갑자기 목에 가해지는 고통이 더욱 심해졌다.
“끄으으윽!”
혁련휘가 신음을 흘렸다. 몸에서 감각이 사라져갔다.
벽태산이 혁련휘를 휙 던졌다.
털썩.
바닥에 쓰러진 혁련휘는 그제야 자신의 수하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몸은 안 움직였지만 고개를 움직일 수는 있었으니까.
혁련휘가 눈을 꿈뻑였다.
분명히 저기에 수하들이 있어야 했다. 설사 당했다면 시체라도 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데 아무것도 없었다.
혁련휘는 자신도 모르게 사시나무처럼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리고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끝
황보엽은 자신이 이끄는 무사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치열한 싸움의 흔적이 몸 곳곳에 남아 있었다.
“휴식이 좀 길어진 것 같은데?”
황보엽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무사가 얼른 대답했다.
“맞습니다. 휴식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황보엽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휴식이 길어진다는 얘기는 적의 종적을 쉽게 잡아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거 천라지망에 구멍이라도 뚫린 건 아니겠지?”
“아마 아닐 겁니다. 적들이 한데 뭉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황보엽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려 확인해보니, 황보세가 무사 하나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무사는 호흡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외쳤다.
“적이 천라지망을 돌파했습니다!”
황보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뭣이!”
“빨리 그쪽으로 오시랍니다!”
“가자!”
황보엽이 먼저 몸을 날렸다.
나머지가 다급히 그 뒤를 따랐다.
처음 왔던 무사가 길을 안내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은은한 폭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건물이 터져 나가고, 사람이 날아가고, 피가 튀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황보엽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세 명!’
적은 세 명뿐이었다. 하지만 대단한 고수였다.
장로들이 셋이나 있었는데도 장로들을 피하면서 일반 무사들을 공격하고 죽였다.
일반 무사의 수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황보엽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쉬아악!
그의 몸이 화살처럼 날아갔다.
목표는 일직선상에 있던 적의 고수였다.
황보엽의 주먹에서 새하얀 빛무리가 뭉클뭉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적의 지척에 도착한 황보엽은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꽈르릉!
놀란 적의 눈이 커다래지는 것이 보였고, 그가 다급히 팔을 교차해 황보엽의 주먹을 막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황보엽은 그걸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꽈아앙!
황보엽의 주먹이 교차된 팔에 작렬했다.
팔이 우둑우둑 소리와 함께 부러졌고, 그자가 뒤로 훅 날아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쿠당탕탕!
황보엽은 쓰러진 자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다음 목표를 찾아 몸을 날렸다.
남은 적은 둘, 그 중 하나는 장로가 둘이나 붙어서 움직임을 제한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
남은 한 놈은 장로를 끌고 다니며 일반 무사를 빠르게 공격하며 치고 빠지는 중이었는데, 황보엽은 즉시 그에게 달려들었다.
양 팔을 활짝 펼치며 독수리처럼 그를 덮쳤다.
날카로운 검기가 온몸을 덮쳐 왔지만, 황보엽은 생긴 것 답지 않은 유려하고 유연한 몸놀림으로 그것을 부드럽게 피해냈다.
그리고 적의 양 손목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그걸로 싸움이 끝났다.
뒤쫓아 온 장로가 그의 등에 주먹을 꽂았으니까.
꽈아아앙!
적이 입에서 피를 토하는 걸 본 황보엽이 그를 휙 던져 버렸다.
손목까지 산산조각 난 적이 바닥에 쓰러지는 걸 본 황보엽은 주위를 둘러봤다.
쓰러진 무사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황보세가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황보엽은 어금니를 꽉 물고 자신에게 상황을 설명해줄 사람을 찾았다.
무사 하나가 얼른 다가와 황보엽이 기다리던 말을 했다.
“저쪽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 적은 남창을 이미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수가 만만치 않으니 남은 무사들 중 쓸 만한 녀석들을 전부 데려가십시오.”
황보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알아서 무사들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세 명의 장로들 역시 황보엽의 뒤를 따랐다.
어느 정도 이동하자, 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황보세가의 무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황보엽은 그제야 달리는 걸 멈추고 그 무사에게 다가갔다.
무사가 정중히 인사를 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수의 인원이 이동한 흔적이 뚜렷하게 남았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딱히 움직임을 숨길 생각도 없이 이동한 것 같습니다.”
황보엽은 그 말에 힐끗 바닥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