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29)
제위룡은 환하게 웃으며 눈을 반짝였다.
“왜 그리 보시오? 새삼 반했소?”
“무공 수련은 좀 하십니까?”
제위룡이 씨익 웃었다.
“무공. 내가 머리가 좋고 학식이 뛰어나니 사람들이 흔히 몸이 약할 거라고 오해를 하곤 하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이지. 내가 이래봬도 내가 지내던 곳에서는 당할 자가 없었던 사람이오.”
화옥이 그 말에 빙긋 웃었다.
그녀가 웃자, 제위룡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차가운 모습도 좋았지만, 웃으니 정말 꽃이 피는 듯하지 않은가.
“그럼 가끔 저랑 대련을 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제위룡은 이러다 입이 찢어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웃음을 머금었다.
“언제든 원할 때 말만 하시오. 내 힘껏 도울 테니.”
화옥이 상큼하게 웃었다.
“그럼 지금 당장 하죠.”
“좋소! 마침 연무장도 바로 옆에 있으니 갑시다.”
현천장의 모든 전각에는 바로 옆에 연무장이 붙어 있었다. 규모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최소한 전각에 머무는 사람들이 수련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제위룡은 머릿속으로 대련을 하다보면 서로 몸끼리 부딪히는 경우가 많을 테니 더 친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자신의 고강한 무공을 보고 나면 훨씬 더 호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속셈도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전각에서 쉬고 있던 천뇌의 구성원인 백 명의 책사들이 창문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 * *
제위룡은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어찌나 많이 맞았는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촘촘하게도 맞았다.
“일어나시죠.”
화옥의 말에 제위룡은 누운 채로도 깜짝 놀라 움찔 몸을 떨었다.
여기서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몇 번이나 겪었다.
일어나면 또 맞는다.
설마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처음 대련을 하면서 뭘 좀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제위룡은 자신이 졌으니 그만 하자고 말하려 했다.
한데 그 순간 화옥이 언제 다가왔는지 쓰러진 제위룡의 옆구리를 발끝으로 살짝 찼다.
“쿠어억!”
내장이 뒤흔들리는 충격이 왔다. 그리고 어느새 무릎을 꿇고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엎드려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통증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자세가 된 모양이다.
화옥의 발이 이번엔 가슴을 툭 건드렸다.
“커어억!”
제위룡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벌떡 일어나는 기적을 경험했다.
물론 더럽게 아팠다.
이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눈앞으로 날아오는 화옥의 주먹이 보였다.
제위룡은 기겁해서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꺾어 그것을 피했다.
화옥의 주먹은 애초에 그곳으로 날아갈 생각이 없었다는 듯 제위룡의 온몸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뻐버버버버버벅!
주먹, 손바닥, 팔꿈치, 무릎, 발, 심지어 어깨까지 이용해 온몸을 착실하게도 다졌다.
제위룡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속절없이 얻어맞기만 했다.
전각 위, 창문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던 천뇌의 책사들은 제위룡이 맞을 때마다 마치 자신이 맞는 것처럼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제위룡은 쓰러지지도 못한 채 무수히 얻어맞았다.
그의 눈빛은 처음과 달리 그 당당함과 오만함이 모두 사라지고 절박함만 남아 있었다.
이 대련이 끝나고 나면, 앞으로 다시는 대련의 대자도 말하지 않으리라.
제법 길었던 대련이 끝났다.
제위룡은 간신히 서서 두려운 눈으로 화옥을 바라봤다.
화옥은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제위룡도 얼른 마주 포권을 취했다.
“조, 좋은 대련이었소이다.”
그의 몸에는 멍 하나 없었다. 화옥이 얼마나 신경 써서 두들겼는지 알 수 있었다.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고 모든 타격이 내부에 쌓인 것이다.
물론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많이 아플 뿐이다.
제위룡은 화옥의 눈치를 살폈다.
화옥의 표정은 개운하기 그지없었다.
“열 개의 보고서,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까요?”
그녀의 물음에 제위룡은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화옥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위룡은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닷새! 닷새만 주시오!”
화옥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제위룡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본 화옥이 말을 이었다.
“사흘 후에 또 대련하러 오겠습니다.”
제위룡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아니, 난 이제 대련은······.”
화옥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아까 분명히 언제든 원할 때마다 대련을 해주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설마 이제 와서 말을 바꾸시는 건 아니죠?”
제위룡은 한 마디도 대꾸할 수 없었다.
화옥의 말이 맞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절했을 때 자신이 무슨 꼴을 당할지 짐작이 불가능해서였다.
그게 너무 두려웠다.
화옥이 빙긋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때 제 손에 뭔가가 있으면 대련을 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하네요.”
그 말을 들은 제위룡이 멍하니 화옥을 바라봤다.
기한을 사흘로 줄인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화옥은 더없이 개운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제위룡은 멀어져가는 화옥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 꼭 오한이라도 온 것처럼.
* * *
벽태산은 지하에 마련된 개인 연공실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이번에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지하 연공실은 처음 벽태산이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벽과 천장이 금과 옥으로 장식되었다.
그렇게 바꾸고 나자, 연공실에 깃드는 영력의 양이 몇 배로 늘었다. 질도 훨씬 좋아졌고.
벽태산은 금과 옥을 이용해 영력을 증폭시키고, 정순함을 높였다.
그리고 그렇게 바뀐 영력이 현천장 전체에 흘렀다.
아마 현천장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든, 또 무슨 수련을 하든 효율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그저 영력이 많이 흐른다는 것만으로도 여러 효능을 얻을 수 있었다.
현천장에 펼쳐진 진법의 위력도 더 강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훨씬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면, 현천장 주변에도 영력이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다보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면 무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무튼 지금 현천장은 천하에서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수련의 명당이 되었다.
지금 이곳, 지하 연공실은 현천장에 흐르는 영력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현천장에 깔린 진법의 중심이기도 했다.
깨달음을 정리하던 벽태산의 의념이 진법에 닿았다.
벽태산의 의념은 진법을 타고 순식간에 현천장 전체로 번져나갔다.
감각을 확장시켜 기운을 감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굉장히 새로운 느낌에 벽태산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현천장의 진법은 굉장히 복잡한 구조였다.
그런 복잡한 진법이 현천장 전체에 촘촘히 깔려 있었다.
“이것 봐라?”
한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진법은 현천장 밖으로도 이어졌다.
현천장에 깔린 진법보다는 좀 단순했지만, 그래도 수준이 상당한 진법이었다.
벽태산은 과연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듯 계속해서 진법을 타고 의념을 확장시켰다.
진법은 현천장 주변에서 더 멀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멀어질수록 진법의 구조가 단순해졌고, 효능도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범위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거의 무한의 절반을 진법으로 덮어놓았다.
확실히 승도흥을 데려오길 잘했다. 이런 대단한 일을 해뒀을 줄이야.
무한의 절반을 장악한 진법은 몸의 기력을 지속적으로 빼앗는 진법이었다.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체력과 내공을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진법이었다.
그렇게 빨아들인 기운을 다시 진법으로 돌려 위력을 더 강화시킨다.
보아하니 진법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계속 작업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무한을 전부 뒤덮을 것 같았다.
무한에 진법을 설치하기 위해 진법의 핵심이 될 만한 곳의 건물을 전부 구입했다.
진법을 통해 뻗어나간 감각을 통해 각 건물들에 육태구와 장각우가 관리하는 낭인이나 흑도들이 지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때로는 하오문도들이나 비천단원이 쓰기도 했다.
진법을 통해서 들어오는 감각은 평소에 기감을 통한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벽태산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받아들이는 신선한 감각을 기분 좋게 즐겼다.
그러다보니 몇 가지 영감이 떠올랐다.
벽태산의 영감이라는 것은 당연히 무공에 대한 것이다.
머릿속에 몇 가지 무공이 낱낱이 해체되었다가 이리저리 조합되어 붙었다.
벽태산은 무공을 바꿔가며 그 과정을 수십 번 반복했다.
몇 가지 무공을 완성한 벽태산이 천천히 눈을 떴다.
벽태산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굳이 내가 쓰지도 않을 무공을 이렇게 공들여 만든 건 처음이로군.”
벽태산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공실을 나섰다.
그리고 집무실로 간 다음, 방금 만든 무공을 기록했다.
이것은 책자로 엮은 다음, 수하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심법과 보법, 그리고 권각술이었는데, 애초에 만들 때부터 수하들을 염두에 두었다.
어떤 무공을 익히고 있든 잘 어우러질 것이고, 그저 이것을 익히는 것만으로 훨씬 강해질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 무공을 익힌 자는, 무한에 있을 때 더 막대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진법을 확인하면서 얻은 영감을 통해 만든 무공이었기에 진법의 힘과 공명할 수 있었다.
또한, 그 힘은 진법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더 커질 것이다.
세 권의 비급이 완성되었다.
이제 이걸 필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벽태산 밑에는 이런 일을 아주 잘 할 만한 놈이 있었다.
끝
벽태산은 집무실에 앉아 새로 작성한 무공서 세 권을 찬찬히 읽어보고 있었다.
혹시 잘못 기록된 부분이나, 해석에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벽태산이 직접 가르친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이것은 최대한 많이 필사해서 벽태산 휘하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배포할 예정이었다.
즉, 스승이 없이 홀로 익힐 수 있어야만 하는 무공서였다.
그러니 애초에 잘못 익힐 여지를 줘선 안 된다.
벽태산은 세 권의 무공서를 꼼꼼히 확인한 후, 피식 웃었다.
천마이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수하를 위해 무공을 만들 일도 없을뿐더러, 설혹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걸 이렇게 꼼꼼하게 확인하는 건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무공서로 엮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근처에 있던 아무에게나 대충 말로 설명해 주고 말았으리라.
그가 그것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그리고 암기하고 이해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고.
설혹 그 결과로 인해 누군가 주화입마에 빠진다 해도 천마의 귀에 그 얘기가 들어갈 일도 없다.
누가 감히 천마가 만든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빠졌다는 말을 떠들고 다니겠는가.
그리고 누가 감히 그 얘기를 천마 본인에게 전하겠는가.
한데 지금은 얼굴도 모르는 자들을 위해 그 수고를 감수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변화인가.
벽태산은 이렇게 달라진 점을 찾고 깨달을 때마다 혼백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진짜 벽태산의 혼백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 결과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말이다.
비단 성격이나 기억의 파편뿐 아니라, 좀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부분의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심지어 내공이나 영력에 관한 부분까지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집무실 쪽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게 누군지는 기척을 감지함과 동시에 알 수 있었다.
화옥과 제위룡이었다.
벽태산은 집무실 입구를 쳐다봤다.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렸다.
열린 문을 통해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화옥은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한데 제위룡은 아니었다.
어깨가 살짝 쳐졌고, 눈빛도 흔들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옆에서 나란히 걷는 화옥의 눈치를 살폈다.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새 두 사람이 벽태산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정중히 인사부터 하고서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공자님, 지시하신 대로 데려왔습니다.”
제위룡은 벽태산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솔직히 벽태산이 무섭고 부담스러웠다.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면 왠지 무언가가 온몸을 옥죄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마음을 차분히 안정시킬 수가 없었다.
“어, 어쩐 일이신지······.”
제위룡의 말에 벽태산이 무공서 세 권을 휙 던졌다.
황급히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은 제위룡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일단 표지를 열어 내용부터 확인했다.
이내 제위룡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보기에는 이건 정말 대단한 무공이었다.
처음 심법을 확인하고는 허겁지겁 나머지 두 권도 확인했다.
“저도 봐도 되겠습니까?”
화옥의 물음에 제위룡이 움찔 놀라며 무공서에서 눈을 뗐다.
그는 벽태산과 화옥을 번갈아 바라봤다.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위룡이 이미 읽은 무공서를 화옥에게 넘겼다.
화옥도 무공서를 차분하게 확인했다. 그녀는 한 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무공서에 집중했다.
무공서를 다 읽은 화옥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그녀 역시 나머지 무공서를 제위룡에게 받아 끝까지 확인했다.
세 권의 무공서를 모두 읽은 두 사람은 경외의 눈으로 벽태산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