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4)
아무튼 섞여 있으니 그대로 쓸 수는 없고 충분히 정제를 하거나, 잘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써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돌아가면, 이걸 좀 더 연구해 볼 계획이었다.
사실 새로운 증혼마공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좀 더 효율적으로 절맥을 치료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그나저나 천추신의는?”
천경완이 머뭇머뭇하다가 대답했다.
“소문을 내러 가신다고 했습니다.”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천추신의가 비록 의원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 작은 정보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신분이 숨겨져 있다.
그러니 소문을 내거나, 소문을 수집하거나, 아니면 가벼운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어내는 일에 아주 능숙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소문 자체의 재미 때문에 더 열을 올리는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종리세가의 공자가 밥 먹다가 똥을 지렸다는 소문이니 이게 대체 얼마나 자극적이겠는가.
“우린 오늘 돌아갈 거야.”
천경완이 놀란 표정으로 벽태산을 바라봤다.
“오늘 말입니까? 하면 종리세가에서 온 사람들은······.”
“그놈들이 뭐. 연가장에 온 거지 날 찾아온 건 아니잖아.”
“그야 그렇습니다만······.”
겉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벽태산과 천경완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했다.
한데 그걸 무시하고 그냥 돌아가도 될까?
“날 귀찮게 했으니 그놈들도 똑같이 귀찮게 해줘야지.”
“예?”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유서연은? 돌아갈 때 데려갈 건가?”
“제가 데려가고 싶다고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유 무사님의 마음이 중요합니다. 또한 연 소저의 의견도 중요하고요.”
벽태산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같이 가자고 하면 갈 것 같은데?”
천경완은 입을 꾹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벽태산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가서 돌아갈 준비 하고 유서연 데려갈 건지 말지 알아서 결정하고 통보해.”
천경완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같이 온 그 두 놈한테는 말하지 말고.”
“예?”
경추황과 갈진협을 말하는 것이다.
“그냥 우리끼리 돌아갈 테니까. 어차피 돈도 미리 받았을 테니까 상관없어.”
천경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말해주는 것이 예의일 것 같지만, 벽태산이 저렇게 말했을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애초에 그 두 사람을 의심하기도 했고.
‘솔직히 좀 수상한 기분이 들긴 하지.’
종리세가 무사들을 천경완과 유서연 둘이서 박살 낸 다음부터 경추황과 갈진협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만일 그 두 사람이 종리세가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면, 이쪽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그쪽으로 전달될 수도 있었다.
막 천경완이 밖으로 나가려는데, 벽태산이 또 뭔가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그리고 천추신의한테도 비밀이야.”
“예?”
천경완은 오랜만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벽태산은 다시 한 번 단호히 말했다.
“비밀이라고.”
“그럼······.”
“너랑 나만 간다.”
“예? 그럼 유 무사님은 어떻게 합니까?”
“어쩌긴, 따로 움직여야지. 비밀 철저하게 지키라고 해. 적당히 시간 끌다가 천추신의랑 같이 금벽장으로 돌아가면 돼.”
천경완이 다시 물었다.
“정말 저랑 둘이서 갑니까? 연가장주님과 연 소저께 인사도 안 하고 가시는 겁니까?”
“인사? 벌써 했는데?”
“예?”
“두 사람도 비밀 지켜주기로 했고.”
천경완은 멍하니 벽태산을 바라봤다.
대체 뭘 꾸미고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 질문을 꿀꺽 삼켰다.
어차피 함께 가게 되면 알게 될 일이다.
왠지 바로 금벽장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공자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이쪽으로 가시면 금벽장과 더 멀어집니다.”
천경완이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냥 따라가려고 했는데, 금벽장과 계속 멀어지기만 하니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갈 것 같아? 생각을 해봐.”
“설마 종리세가로 가시는 겁니까?”
벽태산이 씨익 웃었다.
“머리가 아예 나쁜 건 아니군.”
“정말 종리세가로 가시는 겁니까? 아무 대비 없이 가시면 위험합니다.”
“너 있잖아.”
“예?”
천경완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지금 종리세가로 가면서 자신을 믿는단 말인가? 아무리 종리세가 무공의 약점을 안다고 해도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약점을 찌르는 것이 얼마 전 상대했던 무사들 수준이라면 모를까, 그보다 더 고수들에게는 아예 통하지도 않을 것이다.
몇 번 움찔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공자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쪽은 수가 너무 많습니다.”
“누가 싸우러 간대?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벽태산은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천경완은 불안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안절부절 못하며 따라갔다.
“정말 안 싸우실 거라 믿겠습니다.”
“정확히는 내가 안 싸우는 거고. 종리세가가 아니라 그 근처에 가는 거야.”
천경완의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어느새 두 사람은 종리세가가 있는 동호 인근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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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거면 돼
“종리세가가 제법 유명한가?”
벽태산의 물음에 천경완이 자신이 아는 대로 얘기해 주었다.
“이 근방에서는 제일 유명합니다.”
“여기 종리세가가 있으니까 당연하겠지. 그런 거 말고.”
“다른 세가들에 비하면 확실히 손색이 있습니다. 어쨌든 한 번 망하다시피 했던 세가니까요.”
“안 망하고 버틴 게 용하긴 하다.”
벽태산은 진심으로 그 부분에 감탄했다.
사실 작정하고 박살을 냈기 때문에 쉽게 못 일어날 거라 여겼다.
당시 종리세가의 무공을 해체하다시피 한 것도 반쯤은 화풀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종리세가도 나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나마 천마에게 당할 때 세가의 주력 무사대 몇 개가 외부 임무 중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아마 이 정도로 다시 일어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아하. 빼돌렸던 놈들이 있었구나. 그럼 좀 이해가 가지.”
주력 무사대를 빼돌렸는데도 당시 그 정도 전력이 세가에 남아 있었던 걸 보면 제법 대단한 세가였던 모양이다.
솔직히 당시에는 별 거 아닌 놈들로 치부했었는데.
“그래도 남궁세가나 제갈세가 정도는 아니지?”
천경완이 당치 않다는 듯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비교할 수 없습니다. 종리세가 열은 모여야 남궁세가 하나만 할 겁니다.”
“그렇게나 차이가 나?”
사실 여기에 오면서 종리세가의 위세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동호 인근에 있는 모든 마을에 종리세가의 영향력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또한 연가장에서 그놈들이 데려온 무사들을 통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짐작할 수 있었고.
그걸 통해 파악한 종리세가는 제법 대단했다.
한데 그런 종리세가가 열이 있어도 남궁세가 하나를 못 당한다니, 대체 그럼 그놈들은 얼마나 대단하단 말인가.
물론 천마신교와 비교하면 어린애들 상대하는 거나 다름없겠지만 말이다.
‘그때는 신경도 안 쓰던 놈들인데.’
당시 천마와 호천대를 기습하던 놈들 중에 남궁세가와 제갈세가 놈들도 있었다.
‘투지가 제법이었지.’
끝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악귀처럼 덤벼든 놈들이었다.
그래서 그런 놈들에게는 굳이 앙금을 남기지 않았다.
오직 비열하게 도망쳤던 종리세가만 따로 응징한 것이다.
그리고 우연인지 운명인지 일이 또 이렇게 얽혔고 말이다.
“종리세가는 가문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거 같더라. 정파답지 않게 말이야.”
“솔직히 정파라고 주장할 뿐이고, 실제로 정파들 사이에서는 정사지간에 더 가깝게 여겨집니다.”
“박쥐같은 놈들이라는 거구나.”
“하지만 최근에는 평판에도 신경을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그런 취급을 받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예전에도 비열한 걸로 유명했던 놈들이잖아. 본성이 어디 쉽게 바뀌나?”
천경완이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벽태산이 한 말이 정확히 정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종리세가에 대한 평가였으니까.
“그나저나 종리세가로 가려면 저쪽 길로 가야 합니다.”
벽태산은 딴 말을 했다.
“종리세가가 좋은 놈은 아니야. 그렇지?”
“그렇습니다.”
“그럼 그놈들한테 악감정을 가진 놈들도 수두룩하겠지?”
“맞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감정이 안 좋을 놈들이 누구일 것 같아?”
천경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설마 그들을 이용해 종리세가를 치실 생각이십니까? 무모합니다.”
“치긴 뭘 쳐. 척 봐도 다들 어중이떠중이인데.”
“하면······.”
“대답이나 해. 누구일 거 같아?”
천경완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흑도 놈들입니다.”
벽태산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 아니구나. 안내해.”
“예?”
“이 근방에서 종리세가 밑 닦아주는 흑도 놈들 좀 보고 가자.”
“공자님, 흑도는 흑도일 뿐입니다. 이익이나 공포 앞에서 굉장히 무기력하게 흩어질 겁니다.”
“그러니까 이익을 주고 공포를 제거해 줘야지.”
천경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이 근방에서는······ 혈부파가 가장 큽니다. 나머지는 혈부파에 가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가자. 오랜만에 재미있겠구나.”
천경완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종리세가에서 연가장에 새로 보낸 사람은 종리세가의 장로 중 한 명인 종리성락이었다.
거기에 가주의 심복인 원문광이 함께했고.
두 사람은 작정이라도 한 듯 종리세가의 최정예 무사들을 열 명이나 데려왔다.
기존에 천경완과 유서연에게 부상을 당한 무사들은 즉시 세가로 돌아갔는데, 아마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다.
원문광과 종리성락은 일단 연가장주를 만나 인사부터 하고 거처로 돌아왔다.
“후우. 연가장주가 너무 깐깐한 것 같소.”
종리성락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원문광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요. 그 난리를 피웠으니······.”
종리성락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데 그게 정말 사실이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웅이가 그런······ 참담한 짓을 저질렀다고는······.”
그동안 봐 왔던 종리웅의 모습이 있기에 얼른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똥오줌을 지렸다니 말이다.
벌써 그 소문이 주변에 너무나 파다했다.
종리세가에서 연가장까지 오는 길에 그와 관련된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냄새가 어찌나 지독했는지 함께 있다가 토할 뻔 했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그에 관련된 우스갯소리까지 만들어져 사방에 퍼지고 있었으니, 아마 조만간 종리웅은 똥싸개로 천하에 이름을 날릴지도 모른다.
“그날 우리 애들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 일은 조금의 과장도 없는 진실입니다.”
원문광이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두를 처단하고 이름을 날려도 모자란데, 똥싸개로 이름을 날리게 생겼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원래 이런 나쁜 소문은 퍼지는 속도가 훨씬 빠른 법이다. 자극적일수록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법이니까.
“그런 상황인데 우리가 가서 했던 말이 뭐였습니까. 혼례에 대한 얘기 아닙니까. 아마 연가장주는 속으로 화를 꾹 참고 있었을 겁니다.”
“크흠. 그래 보이긴 했소. 거기서 더 얘기했다가는 칼부림이라도 날 것 같아서 얼른 나오자고 한 거요.”
“잘 하셨습니다.”
솔직히 연가장주 입장에서는 종리세가가 곱게 보일 수 없었다.
그런 짓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이젠 조사하겠다고 고수들까지 보냈으니 말이다.
“이제 어쩌시겠소? 일단 벽태산부터 만나보는 게 낫겠소? 아니면······.”
“천추신의부터 만나는 게 좋겠습니다.”
“영입할 수 있으면 세가의 앞날에 정말 큰 힘이 될 거요. 천추신의의 제자들 역시 대단한 실력이라고 하니.”
“그럼 웅이는······.”
종리성락이 눈살을 찌푸렸다.
“꼴도 보기 싫소. 일단 내버려 둡시다. 안 그래도 요즘 조용히 있다고 하니.”
“그럼 일단 천추신의가 어디 있는지 수소문을 해보겠습니다.”
종리성락이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천추신의도 여기 연가장에 있다고 하지 않았소?”
“달리 천추신의겠습니까. 연가장에 붙어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 주변을 돌면서 병든 자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입니다.”
“허어. 이런 식이면 금벽상단의 명성이 함께 높아질 텐데, 우리 일에 지장이 없겠소?”
“금벽상단은 금벽상단이고 천추신의는 천추신의입니다. 확인해보니 금벽상단에 관한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오히려?”
“벽태산에 대한 얘기가 종종 돌아다니는 모양입니다.”
“벽태산? 천추신의가 정말 작정하고 벽태산을 밀어주려는 모양이군.”
“그런 듯합니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하지만 두 사람은 천추신의가 주변의 병자를 돌보면서 종리웅의 소문까지 은근히 곁들여 퍼트리고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천추신의는 벽태산의 소문에 살짝 양념치듯 섞어서 종리웅과 똥에 대한 소문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