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54)
화옥은 그렇게 모인 모든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진짜 정보로 만들었다.
벽태산은 영력을 정돈하면서 화옥을 쳐다봤다.
정리를 끝낸 화옥이 벽태산에게 보고하기 위해 마차를 갈아탄 것이다.
벽태산은 무한으로 가는 동안에도 마차를 홀로 썼다. 영력을 정돈하는 것도 그렇지만, 수련 때문이기도 했다.
수련 중에 자칫 무슨 일이 생기면 같이 마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 크게 다칠 수도 있었으니까.
누군가와 함께 마차를 타는 건 나중에 영력의 통제가 완벽해진 이후가 될 것이다.
“정말 지독한 자들입니다. 그 안에 그들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그 말은 벽태산으로서도 좀 의외였다.
“그놈들은 무명의 정보원들을 책임지는 놈들인데, 본거지의 위치도 모른다고?”
“외부로만 나돌았습니다. 애초에 무명에 가본 적도 없는 자들입니다. 그리고 그걸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정보를 수집한다는 임무의 특성 상, 언제든 적에게 잡힐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활동한 모양이었다.
“이놈들 진짜 보통이 아니구나.”
혁련휘나 혁련균, 혁련비광의 혼백을 태워서 얻은 정보에도 무명의 위치가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무명에서 정리하고 떠난 지 십 년이 넘었다.
혁련비광은 그곳을 떠난 뒤로 무명의 본거지에 갈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고, 위치를 알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경지에 이르고 충분한 성과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이뤄질 거라 믿고 살아왔다.
“그래도 그동안 그들이 뭘 했고,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 역시 굉장히 단편적입니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는 안 됩니다.”
“그 얘기는 정보조직이 또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추측됩니다.”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정보 쪽 하나만큼은 천마신교보다도 위로구나.”
그 말에 화옥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담담해졌다.
천마신교가 대단한 것은 정보 때문이 아니었다. 정보조차 소홀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지.
비천단이나 월영단을 생각하면 천마신교가 정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천마신교의 진짜 힘은 순수한 무력에 있었다.
또한 그 무력의 정점인 천마에게 있었다.
화옥은 무명의 정보조직이 어째서 이렇게 대단한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천마신교를 염두에 두었을지도 모르겠어.’
천마신교를 상대할 힘은 없지만, 그걸 정보로 메우려 한 것 아닐까?
“일단 가장 중요한 정보는 천무련에 관한 것입니다.”
“천무련?”
“이들은 천무련이 낙양에 들어서게 된다는 걸 미리 알고 대비를 했습니다.”
낙양에 작업을 한 자들이 바로 이번에 사로잡힌 무명의 정보원들이었기에 그 일에 대해서는 소상히 알아낼 수 있었다.
“천무련에 들어가게 될 대부분의 일꾼과 숙수들을 무명에서 미리 준비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천무련에서 쓰게 될 장원에 은밀히 진법까지 깔아뒀다.
지하 깊은 곳을 파서 진법을 설치했기에 쉽게 알아내기 어렵도록 용의주도하게 준비했다.
그 정도만 해도 보통 노력이 아닌데, 미리 무명의 세력을 낙양 곳곳에 포진시켰다.
그들은 향후 은밀히 움직이며 천무련을 견제할 것이고, 천무련으로부터 정보를 뽑아낼 것이다.
화옥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벽태산이 말했다.
“천무련을 단숨에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타격을 주는 방식을 준비했군.”
“예. 맞습니다. 아무래도 천무련이 단숨에 사라지게 되면 무명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니, 오히려 이 상황을 이용해 연막을 치려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쪽에서 그걸 다 알아냈으니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대비할지는 차츰 생각해 봐야겠지만 말이다.
“어찌할까요? 이 정보를 그냥 천무련 측에 넘기고 그들이 알아서 대비하게 할까요?”
“그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군.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았으니까.”
이제 천무련이 문을 열 때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무한에서 낙양까지는 그리 가깝지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빠르게 갈 수 있으니 이동 시간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니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은 충분했다. 더구나 이쪽에는 천뇌가 있다.
천뇌의 힘을 이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황을 다각도로 예측할 수 있고,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모조리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무슨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대처가 가능하다.
화옥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고가 마무리 되자, 화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좀 더 면밀히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화옥은 그렇게 말한 후,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마차에서 나갔다.
벽태산은 잠시 마차를 나서는 화옥의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눈을 지그시 감고 다시 영력에 집중했다.
최근 영력에 대한 다양한 능력이 성장하는 중이었다.
벽태산은 이내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 * *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사내가 무한으로 들어섰다.
그는 모든 것이 평범했다. 생김새도, 걸음걸이도, 시선도, 심지어 목소리와 분위기도.
그냥 평범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존재감이 옅어서 사람들 틈에 있으면 잘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런 특이하면서도 평범한 자들이 무한에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천마신교에 남아있지 않고 외부로 임무를 나왔다가 현천진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월영단이었다.
그들은 무한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멀리 있는 사람들도 있기에 아직 모든 인원이 무한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아니, 지금은 가까이 있던 자들만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월영단을 보조해주는 하부조직들도 오면 좋겠지만, 아마 그들은 움직이지 않을 공산이 컸다.
사내는 무한에 들어온 후, 무심히 걸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 뿐, 실제로는 주변 모든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중이었다.
‘특이해.’
모이는 장소를 무한으로 정한 것은 무한의 상황이 좀 특수했기 때문이다.
모든 세력의 주목을 받는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균형이 유지되는 곳이었다.
또한, 눈에 띌 정도로 뚜렷한 힘과 영향력을 갖는 문파나 무가가 없었다.
그래서 몸을 숨기고 활동하기가 편할 거라고 여겼다.
한데 막상 와보니 뭔가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특히 저 흑도들, 심상치 않아.’
이곳 무한에서 발견하는 흑도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무슨 흑도가 저리도 강한 기세를 풀풀 풍긴단 말인가.
‘그리고 하오문도들이 너무 많아.’
하오문의 본단이 무한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하오문도의 수가 너무 많았다.
저들은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월영단이 보기엔 영락없는 하오문도였다.
무한에 모이기로 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하오문이었다.
하오문 본단을 장악할 수 있다면, 향후 움직임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당장 몸을 숨기고 활동하기도 편하고, 나중에 천마신교의 상황이 달라졌을 때, 신교를 위해 써먹기도 좋다.
‘그나저나 하오문도들······ 볼수록 예전과 다르군.’
언젠가부터 하오문의 실력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한데 지금 이곳 무한에서 보는 하오문도들의 수준은 그동안 파악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사내는 속으로 긴장하며 무한의 상황을 계속해서 살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긴장감이 확 높아졌다.
끝
현재 무한에 있는 하오문도들은 하오문에서 가장 먼저 벽태산이 새로 하사한 무공을 익힌 자들이었다.
당연히 익힌 시간도 오래되었고, 무공의 숙련도도 가장 높았다.
특히 이번 무공은 하오문도들이 기존에 익히고 있던 암영보와 궁합이 굉장히 잘 맞았다.
그래서 짧은 시간 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암영보는 단순한 보법이 아니라, 하오문 활동을 위한 모든 것들이 들어 있는 무공이었다.
새 무공을 통해 암영보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니 무한에서 정보에 관한 활동 또한 크게 발전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 하오문도들의 눈에 좀 묘한 사람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다. 한데 몇 번 마주치고 나니, 더 이상 가볍게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일단 넌 보고부터 해. 난 계속 따라다닐 테니까.”
“좋아. 보고 후에 인원을 확충해서 돌아오지. 아무리 봐도 혼자 맡을 수 있는 놈이 아니야.”
두 하오문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을 교환하고는 각자 움직였다.
더없이 평범한 사내를 쫓아다니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의 실력이 하오문도보다 위였으니까.
하지만 숫자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하오문도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조금씩 감시가 수월해졌다.
그렇게 새로 무한에 들어온 이상한 놈들 서른세 명을 하오문에서 밀착 감시하기 시작했다.
* * *
무한에 들어온 월영단원 중 한 명이 사람이 우글우글한 대로를 걷고 있었다.
그는 감시의 시선을 느낀 뒤로 미행을 떨쳐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썼다.
몇 번이나 미행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어느새 다시 미행이 따라붙었다.
자신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놈들의 정체는 금방 파악했다.
하오문이었다.
‘하오문이 이렇게 대단했나?’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고작 하오문의 감시를 떨쳐내지 못하고 이렇게 끌려 다닌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하오문은 소문이나 모으는 시정잡배였다.
물론 최근에 하오문이 많이 성장하긴 했지만, 그래봐야 하오문 아니겠는가.
한데 막상 겪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대체 하오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제 슬슬 동료들과 합류해야 한다. 한데 저런 꼬리를 달고 동료와 만날 수는 없었다.
월영단원의 눈빛이 스산해졌다가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냥 한두 놈 죽이는 걸로는 안 끝나. 함정을 파고 몽땅 처리하지 않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해.’
월영단원은 머릿속으로 함정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일단 자신이 하오문도들보다 강한 건 확실했다. 미행하는 자들의 수준을 꾸준히 가늠해 왔으니까.
‘지금 날 따라다니는 자의 수는 총 다섯. 그 정도면 해볼 만하다.’
물론 도망치지 못하게 설계를 잘 짜야 한다.
월영단원은 그동안 무한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이럴 때 써먹으려고 봐뒀던 장소로 향했다.
조금 서두르는 듯 빠르게 이동했더니 하오문도들도 빠르게 이동하면서 진형이 살짝 흐트러졌다.
빈틈이 생긴 것이다.
월영단원은 골목으로 들어가 거침없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폐허가 된 건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기척을 확 죽이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이제부터는 사냥의 시간이다.
하오문도들은 당연히 건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감시만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둘 생각이 없었다.
월영단원은 건물의 뒷문으로 나갔다.
이쪽도 당연히 하오문도의 감시 하에 있지만, 아까와는 사정이 달랐다. 시선이 둘뿐이었기에 절묘한 사각이 존재했다.
월영단원은 그 사각을 통해 빠져나갔다.
그리고 은밀히 움직여 하오문도 한 명의 뒤를 잡았다.
이제 손만 뻗으면 끝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대체 뭐지? 언제 내 뒤를 잡은 거야?’
하오문도의 뒤를 잡은 순간 자신 역시 뒤를 잡혔다.
월영단원은 하오문도를 포기하고 뒤를 잡은 놈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궁리를 시작했다.
무공이든 암행이든 자신보다 한참 위의 실력이 분명했다. 아직도 처음 뒤를 잡힌 순간 일부러 드러낸 기척 외에는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월영단원은 아주 천천히 돌아섰다. 전혀 딴 마음을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듯이.
돌아선 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장일독?”
월영단원의 머릿속이 아주 복잡해졌다.
장일독이 여기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장일독의 실력이 이렇게 높아졌을 줄도 생각 못했고.
또한 같은 편이 나타났으니 이제 하오문도들을 정리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헛짓거리 하지 말고 가자.”
“뭐? 헛짓거리?”
“거기 하오문도, 공자님이 상황 끝났다고 하셨으니 전해라.”
그 말에 하오문도가 화들짝 놀라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하오문도가 어딘가를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쳤다.
한데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월영단원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하오문도와 장일독을 번갈아 바라봤다.
“가자, 기다리시는 분이 계신다.”
“나 혼자가 아니다.”
“알아. 나도 봤으니까. 지금 개별적으로 다들 접촉 중일 테니 걱정 마라. 넌······ 운이 좋았어. 내가 맡았으니.”
“뭐?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얼굴도 모르는 놈이 따라오라고 하면 따라갈 놈이 몇이나 될 거 같나?”
월영단원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의미로 걱정했다. 월영단은 천마신교의 정보조직이다. 다른 전투조직보다야 한참 떨어진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강하다.
과연 그런 월영단원이 힘을 드러냈을 때 피를 보지 않고 끝낼 수 있을까?
장일독은 월영단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자신도 벽태산을 만나지 못했다면 똑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네가 생각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아마 다들 몇 대 맞아서 멍이 좀 들긴 하겠지만.
‘공자님도 몇 놈 보시겠다고 가셨는데, 그게 좀 걱정이네.’
아마 단순히 멍들고 끝나지는 않으리라.
장일독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벽태산이 뭘 할지 떠올리니, 짐작을 못하는데도 그냥 무서웠다.
* * *
장일독과 월영단은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다.
당연히 현천장이었다.
“현천······장?”
너무나 당당히 정문에 달려 있는 현판을 읽은 월영단원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현판과 장일독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거 뭐지? 교의 인물인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쓰면······.”
“현천상단이라는 이름 못 들어봤어?”
그 말에 월영단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연히 들어봤다. 요즘 얼마나 떠들썩한데 못 들어봤겠는가.
“그 현천상단이랑 관계된 자로군.”
장일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문으로 걸어갔다.
“너도 가서 뵙고 나면 아마 받아들이게 될 거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두 사람은 현천장 안으로 들어갔다.
월영단원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솔직히 이제 와서는 장일독을 믿어도 될지 알 수 없었다.
월영단주 직속 단원이었으니 변절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법이니까.
“규모가 상당하군.”
“그래도 규모에 비해서 사람이 아직 많지는 않아.”
장일독의 말에 월영단원이 그를 힐끗 쳐다봤다.
“자네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나?”
“나도 여기에는 오늘 도착했어. 처음 공자님을 뵌 곳은 태원이었고.”
“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