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57)
“저건 또 누구지?”
“모르는 사람인데? 하오문인가?”
“하오문 아닌 거 같은데? 우리 근처에서 일하는 건 대부분 얼굴 익숙한 놈들이 맡잖소.”
“그렇지. 그럼 저놈 누구지? 아무리 봐도 몰래 살피러 온 것 같지?”
은밀히 다가온 자는 마차에 몸을 숨긴 채 전각 쪽을 살펴봤다.
천추신의와 일침괴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 저놈 뒤 좀 캐봅시다.”
“나도 딱 그 생각했다. 저놈 뭔가 구린 놈이야.”
소청명만 울상을 지었다.
“전 좀 빼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천추신의와 일침괴는 소청명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은밀히 전각 쪽을 살피는 자를 지켜봤다.
굉장히 평범하게 생긴 사내였는데, 주위를 열심히 살피고 기감을 쫙 퍼트려 혹시 누가 있는지 확인하더니 몸을 더욱 낮췄다.
그렇게 잠시 있자, 또 다른 사내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모습을 감춘 채 다가왔다.
천추신의 일당은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내 가까이 붙더니 대화를 시작했다.
“뭐 좀 알아낸 건 있고?”
“없어.”
“없다고? 그럴 리가.”
“소리가 명확히 들리지 않아. 다들 웅얼거리기만 하는 것 같다고.”
“천리지청술을 썼는데도 그런 거야?”
“그래.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일부러 웅얼거리는 건가? 주변에서 잘 못 알아듣게?”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 뭔가 대비를 해둔 모양이야.”
“하, 엄청난 고수가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말고 멀리 떨어져서 들으라고 했는데, 어쩌지? 좀 더 가까이 가야 하나?”
“이제 와서 그런 위험을 왜 감수해? 일단 안 된다고 보고하고 다시 대책을 마련해야지.”
“쯧, 오늘 곱게 자긴 글렀군.”
“어쩌겠어. 걸리는 것보다는 낫지. 걸리면 죽을 수도 있어.”
“그야 그렇지.”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물러갔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바로 곁에서 모두 들은 천추신의 일당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은 계속 천무련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천추신의가 투덜거리자, 소청명이 말했다.
“추종향을 쓸까요?”
“추종향? 너 그런 것도 만들 줄 알아?”
“물론입니다. 아주 특수해서 저 말고는 아무도 냄새를 못 맡습니다.”
천추신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는 소청명을 바라봤다.
“너 잡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소청명이 정색했다.
“잡술 아닙니다.”
“아니긴. 네 스승도 너 이러는 거 아시냐?”
소청명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천추신의는 또 놀릴 거리가 생겼다고 여겨 씨익 웃었다.
그러는 사이 수상한 사내가 내원으로 들어갔다.
천추신의 일당은 그놈을 쫓아 서둘러 내원 안쪽으로 따라 들어갔다.
끝
“저놈 진짜 어디까지 가는 거지? 이쯤이면 위험한 거 아냐?”
일침괴의 물음에 천추신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나도 모르겠소. 이걸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위험한 곳에서 써본 적이 없어서. 뭐, 어떻게든 되겠지. 걸리면 공자님이나 하오문주가 알아서 처리해주지 않겠소?”
“그야 그렇겠지.”
소청명은 이 두 의원의 무책임한 대화에 기함했다.
“아니, 그렇게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여긴 천무련의 내원에서도 출입이 철저히 제한되는 곳이란 말입니다.”
이런 곳에 몰래 들어가다가 걸리면 기루에 몰래 가다가 걸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 된다.
“뭘 그리 겁내? 우리야 물고 늘어질 놈이 저기 있잖아. 우리 공자님을 몰래 염탐하던 놈이 이리로 와서 쫓아왔다고 하면 되지.”
소청명은 불안한 눈으로 천추신의를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막나가고 있다.
“이러다 놓치겠다. 얼른 저놈들한테 집중해.”
천추신의는 그렇게 말하고 천무련 내원을 마치 제집처럼 활보하는 두 사람에게 바짝 붙었다.
두 염탐꾼은 자신들에게 세 명이나 되는 사람이 바짝 붙어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익숙한 길을 가듯 빠르게 이동했다.
이내 두 사람은 내원 깊은 곳에 있는 제법 큰 전각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도착했군.”
천추신의 일당도 그 뒤를 따라 전각에 들어갔다.
전각 안의 분위기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굉장히 활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다들 손에 문서를 잔뜩 들고 있었는데, 그걸 나눠주거나, 읽거나, 붓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천추신의는 자신이 깨달음을 통해 익힌 존재감을 죽이는 비법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또 한 차례 느꼈다.
이렇게 서 있는데, 누구도 천추신의 일당을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부딪히면 안 된다. 천추신의는 다가오는 자들을 슬쩍슬쩍 피하면서 처음 그 두 놈을 계속 쫓아갔다.
그들은 계단으로 가서 위로 쭉쭉 올라갔다. 그리고 이내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보통 이런 전각의 꼭대기 층은 제일 높은 사람이 머물기 마련이다.
두 사람은 꼭대기 층의 가장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천추신의 일당은 차마 방까지 따라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방 안에는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 앉아 있었고, 두 사내가 그 앞에 공손히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실패?”
“천리지청술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중년인의 목소리에 짜증이 어렸다.
“하오문주가 지금 벽태산을 만나고 있는 건 확실하고?”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거라고 추측은 하고 있습니다만······.”
“후우. 지독한 놈들.”
중년인은 정말 짜증이 났다.
그는 천무련의 정보조직을 이끄는 자였다.
천무련에는 두 개의 정보조직이 있는데, 이 중년인이 이끄는 비각과, 하오문주가 이끄는 보천각이었다.
비각은 한 마디로 천마신교의 월영단과 비슷한 조직이었다.
뛰어난 실력과 능력을 가진 요원들로 꽉 채워져 있었고, 비각 내에서 서류를 담당하는 문사들 또한 하나하나 실력자가 아닌 사람이 없었다.
특정 임무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쏙쏙 뽑아오는 조직이 바로 비각이었다.
또한 천무련주를 도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판을 짜는 일도 비각이 하는 일이었다.
반면 보천각은 많은 인원을 동원해 사방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곳곳에 보천각 소속 정보원이 위장으로 들어가 세작 노릇을 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일을 하며 정보를 얻기도 했다.
사실상 하오문이 아니라면 행하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보천각은 그렇게 얻은 정보를 비각에 제공하게 되어 있었는데, 비각주는 보천각주, 그러니까 하오문주를 신뢰하지 않았다.
모든 정보를 자신에게 줄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처음에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한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신적 압박이 심해졌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하오문을 너무 얕봤다.
“감이 확 왔는데, 그걸 확인 못했다니 정말 아깝군,”
비각주가 하려는 건 단순했다. 하오문주의 약점을 잡는 것이다. 아니면 목줄을 쥘 수 있을 만한 비리를 잡아내거나.
예를 들어 천무련 내부의 비밀을 외부인에게 유출하는 것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게 해서 하오문주를 자신이 완벽하게 통제하거나, 그를 내치고 그 자리에 자신의 심복을 앉히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분명히 벽태산과의 대화 속에 뭔가가 있을 텐데······.”
“그럼 그냥 짐작을 진실이라고 우기고 들어가면 어떻습니까?”
비각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고 그러는 건 위험해. 하오문주도 바보가 아니니까.”
“제가 지속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직 시간은 좀 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하오문 놈들이 우리 천무련에 젖어들 시간이 필요하니까.”
너무 성급히 일을 처리하면 하오문 전체가 다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았다.
비각주가 원하는 것은 하오문의 힘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것이지 그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차근차근 만들어 보겠습니다.”
“좋아. 믿음직스럽군.”
그들의 대화를 밖에서 고스란히 듣고 있던 천추신의 일당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 힘을 합쳐서 으쌰으쌰 해도 모자랄 판에, 저러면 어쩌자는 거야?”
“아직 무명 놈들 제대로 못 겪어봐서 그래. 그놈들이 얼마나 지독한데.”
“일단 돌아가서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봐도 저들이 얌전히 일을 처리하지 않을 듯한데······.”
“가야지. 오랜만에 공자님께 점수 좀 따겠구나.”
“기루 두 번 정도는 눈감아주시지 않을까?”
“캬, 상상만 해도 좋구나.”
천추신의와 일침괴가 그렇게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앞장서자, 소청명이 그 뒤를 따랐다.
‘정말 한결같은 분들이야.’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벽태산을 만난 백화루주는 바로 사마위홍을 찾아갔다.
사마위홍은 련주의 집무실에서 개파대전에 관한 문서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사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동안 해오던 일이 그런 것이었는지라 자연스럽게 그걸 하고 있었다.
사마위홍의 집무실 앞을 세 명의 무사가 지키고 있었는데, 천무련 내에서도 고르고 고른 무사였기에 품은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백화루주가 다가오자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백화루주 앞을 막아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련주님을 뵈러 왔어요.”
“바쁘십니다. 당분간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급한 일이에요.”
백화루주의 말에 무사가 물었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시면 제가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백화루주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명백한 월권행위였다. 백화루주는 천무련의 보천각주이기도 했다.
보천각은 정보를 다루는 부서였고.
그러니 보천각주가 천무련주에게 전하는 말 중에는 어떤 정보가 섞여 있을지 알 수 없다.
한데 그걸 대신 전해주겠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횡포였다.
백화루주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방금 하신 말씀, 책임지실 수 있나요? 련주님께서 그러라고 확실히 허락하신 건가요?”
“우리는 련주님의 곁을 지키는 마지막 검입니다. 그 정도 권한은 있다고 판단하는데, 보천각주께서는 그리 생각하지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백화루주는 단호히 말했다.
“지금 당장 들어가서 련주님께 제가 왔다고 보고하세요. 판단은 당신이 하는 게 아니라 련주님이 하시는 겁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련주님께서······.”
백화루주가 그의 말을 중간에서 끊어버렸다.
“됐으니까 련주님께 알리세요. 책임은 제가 집니다.”
백화루주 앞을 막아선 무사로부터 날카로운 기세가 흘러나왔다. 또한 그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그걸 본 백화루주가 피식 웃었다.
“지금 한 번 해보자는 걸로 보이는데, 내가 잘못 판단한 거 아니죠?”
무사가 이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곳을 지키는 무사들은 비각주가 추천해서 배치했다.
비각주는 되도록 천무련주와 하오문주가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사실 냉정하게 따지면 보천각주가 비각주에게 보고하고 그걸 모아 비각주가 직접 천무련주에게 보고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니까.
무사 역시 그걸 알기에 이렇게 강하게 나온 것이다.
설마 하오문주가 힘을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만에 하나, 분에 못 이겨 힘을 쓰더라도 자신이 압도할 거라고 자신했으니까.
이곳을 지키는 무사들의 실력은 아주 높았다. 고작 하오문주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곳을 지키는 무사들이나 비각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카로운 기세만 계속 쏘아 보내고 있자, 백화루주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절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아주 잘 알겠군요.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다고 여기겠습니다.”
무사가 허리춤에 매단 검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의 기세가 더욱 날카롭고 강렬해졌다.
백화루주는 손을 살짝 올린 채로 가볍게 무사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무사는 즉시 검을 뽑아 휘둘렀다.
상대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피를 볼 생각이었다.
이건 일종의 기싸움이었다. 나중에 징계를 받더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의 뒤에는 비각주가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수습을 하고 보상을 해줄 거라 믿었다.
쉬아악!
정확히 백화루주의 어깨를 노린 검격이었다.
무사의 검이 백화루주를 베고 지나갔다. 아니, 분명히 그런 줄 알았다.
한데 손맛이 전혀 없었다.
꽈득!
“커억!”
무사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뭐가 어찌 된 건지 파악을 못했다.
그저 검을 휘둘렀고, 분명히 베었다고 여겼는데 손맛은 없고, 그 상황에서 목에 거센 충격을 받았다. 머리가 핑 돌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느새 백화루주가 무사의 목을 꽉 쥐고 있었다. 무사의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채였다. 목을 쥐고 들어 올린 것이다.
지켜보던 나머지 두 무사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백화루주는 손에 쥐고 있던 무사를 가볍게 옆으로 던져 버렸다.
쿠당탕탕!
꼴사납게 바닥을 구른 무사가 그대로 축 늘어졌다.
백화루주는 그걸로 끝내지 않았다.
남은 두 무사를 향해 또 한 걸음 다가갔다.
두 무사가 거의 동시에 강렬한 투기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백화루주는 단 한 걸음으로 두 무사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손이 우아한 궤적을 그리며 위로 슥 올라갔다.
덜컥!, 덜컥!
기묘한 소리와 함께 두 무사의 턱이 위로 휙 들렸다.
백화루주는 손바닥으로 두 무사의 턱을 올려친 다음, 한 걸음 더 걸어 그들을 지나쳤다.
털썩!
두 무사가 거의 동시에 주저앉았다. 그저 뇌가 흔들려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맞는 순간 턱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모든 기맥이 막혔기 때문이다.
턱과 목의 기맥이 막혔으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그들은 주저앉은 채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봤다.
백화루주는 사뿐사뿐 걸어 천무련주인 사마위홍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 * *
사마위홍은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집중이 깨져 눈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