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69)
그러자 앞에 있던 사내가 씨익 웃었다.
“저것들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구나. 걱정할 것 없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더니 멀찍이 떨어진 자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는 일단 회복부터 해라. 조만간 천무련 놈들이 오면 그것들도 처리해야 하니까.”
“예!”
그들은 바로 대답을 하더니 막사로 달려갔다.
사내는 그걸 지켜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손을 휙 내저었다.
그러자 커다란 막사가 확 하고 뒤집어지더니 울타리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놀랍게도 막사가 사라진 곳에는 사람들이 잔뜩 쓰러져 있었다.
“아직 죽은 건 아니다. 죽은 놈들은 생각보다 쓸모가 없거든.”
“그게 무슨······!”
연하린은 말을 잇지 못했다.
막사를 향해 달려가던 자들이 쓰러진 사람들을 하나씩 붙들고 마구 뜯어먹기 시작한 것이다.
“으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산 채로 뼈와 살을 뜯어 먹히는 충격에 기절에서 깨어났고, 그 뒤로 다시 기절할 수 없었다.
연하린은 이를 악물었다.
차마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을 정도의 참상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게 사람을 하나 뜯어먹은 자들의 몸이 회복하기 시작했다.
기력이 돌아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먹으면 먹을수록 기세가 점점 강해졌다.
심지어 잘린 팔다리가 다시 자라나기까지 했다.
아까 연하린에게 목이 꿰뚫려 죽었던 자도 동료들이 살점을 뜯어 입에 넣고 강제로 삼키게 하니, 상처가 사라지고 다시 살아났다.
폭발로 시체조차 남지 않은 자들을 제외한 모두가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어떠냐, 내 장난감들 제법이지? 너도 이제 곧 저리 될 것이다. 넌 내가 아주 특별한 대우를 해줄 테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다. 난 요리도 아주 잘 하거든.”
역겨워서 더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연하린은 핏발 선 눈으로 사내를 노려봤다.
“더 들어줄 수가 없구나.”
사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궁금하지 않아? 내가 왜 벽태산을 노리는지?”
연하린이 또 멈칫했다.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 애들이 손도 제대로 못 써보고 당했다고 해서 조사를 좀 했지.”
“당신 애들이 누군지 내가 알게 뭐지?”
“혁련휘, 혁련균, 혁련비광. 이 셋 중에 들어본 이름 하나도 없나?”
연하린은 입을 다물었다. 셋 다 아는 이름이다. 전부 벽태산이 처리한 무명 놈들 아닌가.
“표정 보니까 알고 있군. 아무튼 조사를 좀 샅샅이 했지. 그랬더니 묘한 놈이 하나 튀어나오더란 말이지.”
그 묘한 놈이 바로 벽태산이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여겼어. 한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참으로 대단하더군. 하오문을 부리질 않나, 천하에서 손꼽히는 명의들을 과시하듯 데리고 다니고.”
그렇게 조사를 하니 혁련비광 일당이 당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하오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한데 하오문이 무슨 죄가 있겠나. 그걸 부린 벽태산이 죽일 놈이지. 하오문은 그냥 도구 같은 거야. 벽태산을 죽이고 나면 내가 쓸 수 있는 도구.”
수하들을 장난감 취급하는 놈의 말다웠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 그런데 요즘 도구가 좀 늘었더군? 현천상단이라고 했던가? 아주 기분 더러워지는 이름이라서 한 번 듣고는 잊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좀 고민 중이야. 그것들을 싹 죽여 버릴지, 아니면 그냥 도구로 써먹을지.”
“진짜 미친놈이었네.”
연하린은 저자를 죽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로잡아서 정보를 뽑아내야 한다. 물론 지금 이 상태로는 사로잡기는커녕 죽이는 것조차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사내가 재미있는 눈으로 연하린을 바라봤다.
“재밌군. 나랑 싸우고 싶어서 안달 난 눈빛이야.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 못하는 건 아닐 테고······.”
연하린이 이를 악물고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짐작한다. 존재감을 죽인 벽태산을 봤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저자는 자신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뭐, 그게 네 선택이라면 어울려 주는 수밖에. 그나저나······ 아직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참으로 신기하구나.”
그 말에 연하린의 눈이 커다래졌다. 역시 시간을 끈 이유가 있었다.
사내가 피식 웃었다.
“뭐, 자칫 죽을까봐 조심한 건데, 어쩔 수 없지. 일단 잡고 생각해 보자꾸나.”
사내가 손을 살짝 떨쳤다.
그러자 거대한 기파가 그를 중심으로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
연하린은 그 모습을 보고 검을 꽉 쥐었다.
진짜 무시무시했다.
* * *
유백산은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그의 앞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성무흔이 서 있었다.
성무흔의 검은 반으로 뚝 부러진 채였고, 옷은 곳곳이 불타고 찢어져 처참한 상태였다.
“크흐흐. 결국 내가 이겼어.”
성무흔의 말에 유백산이 인상을 팍 썼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끝났어. 지금 입은 상처가 너무 커. 거기서 더 무리하면 넌 그냥 죽는다.”
“너 같은 놈에게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그리고······ 내 무슨 수를 써서든 결코 나 혼자 가진 않을 것이다.”
유백산의 섬뜩한 말에 성무흔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 무섭네, 무서워. 뭐, 그래서 널 선택한 거지만.”
“그게 무슨 소리지?”
“너 없었어도 연하린 하나 유인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런데 왜 굳이 널 이용했을까?”
유백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걸 본 성무흔이 환하게 웃었다.
“넌 내가 선택한 재료야.”
“재료라고?”
“비무대회를 보면서 결정했지. 넌 앞으로 날 위해 일하게 될 거야.”
“설마 날 강시로 만들 생각인가?”
성무흔이 코웃음을 쳤다.
“강시 같은 저급한 존재가 아니야. 훨씬 고등한 존재라고. 내 말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충성을 바치면서 힘은 세 배나 강해지지.”
유백산이 어이없는 눈으로 성무흔을 바라봤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성무흔이 당연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이라면 가능하지. 문제는 어르신이 널 보고서 마음이 바뀌는 건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성무흔은 유백산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제 혈도만 봉쇄하면 이 긴 싸움이 끝난다. 그리고 자신은 유백산이라는 고수를 부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무흔이 그렇게 몇 발 걸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래서 그 어르신이라는 놈은 어디 있느냐?”
성무흔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의 뒤쪽 십여 보 떨어진 곳에 벽태산이 서 있었다.
성무흔은 벽태산을 보고는 빙긋 웃었다.
“지금 그렇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닐 텐데? 네 정혼녀가 아주 몹쓸 꼴을 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벽태산이 담담히 말했다.
“한 번 태워볼 만한 놈이로구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무흔이 풀썩 쓰러졌다.
성무흔은 쓰러지면서도 자신이 왜 이런 꼴이 되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새 벽태산 뒤로 하오문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벽태산의 시선이 유백산에게로 향했다.
유백산은 벽태산과 눈이 마주친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도저히 무서워서 눈을 마주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저걸 그냥 죽여 버려야 할지 아니면 한 번 태우고 말지 모르겠구나. 넌 나중에 다시 보자.”
벽태산은 그 말을 남기고 산채 쪽으로 걸어갔다.
그저 산책하듯 느긋하게 걷는데, 속도는 오히려 경공을 펼치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하오문도들이 얼른 다가가 성무흔을 꽁꽁 묶었다. 그리고 유백산의 상처를 깨끗한 붕대로 감아주었다.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천추신의와 일침괴가 유백산을 깔끔하게 치료해 주었다.
“근데 이놈 치료해도 되는 거 맞아? 이놈 치료했다고 나중에 우리 수련 더 빡세지는 거 아냐?”
천추신의의 말에 일침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발, 그런 무서운 얘기를 왜 굳이 입 밖에 내는데?”
“생각나는 걸 어쩌겠소. 다 내가 똑똑한 탓이지.”
일침괴가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었다. 오랜만에 저놈의 주둥이를 한 방 콱 찍어버리고 싶었다.
* * *
벽태산이 산채에 도착했을 때, 연하린을 향해 젊은 사내가 막 다가가려하고 있었다.
벽태산은 더 볼 것도 없이 성큼 공간을 뛰어넘어 연하린 앞을 막아섰다.
연하린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공자님?”
젊은 사내의 눈도 찢어질 듯 커졌다.
“지금 뭘 어떻게 한 거지?”
그는 벽태산의 움직임을 아예 이해할 수 없었다. 한순간 공간을 뛰어넘었다.
벽태산은 사내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너, 제법이로구나.”
사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벽태산을 노려봤다.
“뭐? 지금 그 말, 나한테 한 거냐?”
사내가 피식 웃었다.
“내가 모르는 수법 하나 쓸 줄 안다고 기고만장이로구나. 너 내가 몇 살인지나 알아? 반로환동이라는 말 혹시 들어봤나?”
벽태산이 담담히 말했다.
“그럼 넌 내가 몇 살인지 아느냐?”
“당연하지. 너에 대해 아주 자세히 조사를 했거든.”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그 조사, 다 틀렸을 거다.”
벽태산이 사내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나저나 넌 아는 게 많은 모양이구나. 무명에서 제법 지위가 있는 모양이지?”
벽태산은 그렇게 말한 후, 사내가 장난감이라고 부르던 놈들이 있는 곳을 슬쩍 쳐다봤다.
“저것들, 사람이 아니구나.”
사내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호오, 그런 것도 알아볼 수 있다니, 놀랍구나.”
벽태산은 대꾸도 하지 않고 손을 들어 무언가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사내의 수하들이 그대로 바닥에 짓눌렸다.
콰직!
백 명이 넘던 자들이 단숨에 핏물로 변했다.
사내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네 이노옴!”
그는 분노해서 벽태산에게 달려들었다.
사내의 주먹이 벽태산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갔다.
벽태산은 그것을 밖으로 쳐냈다.
쩡!
그리고 손을 뻗어 목을 쥐려고 했다. 하지만 사내가 온몸을 비틀며 벽태산의 손을 피했다.
사내는 몸을 비튼 힘을 이용해 허공에 훌쩍 떠서 몸을 뒤집으며 발을 휘돌렸다.
콰아아아!
막대한 힘을 머금은 발길질이 벽태산의 상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벽태산은 비스듬하게 앞으로 한 발 걷는 것만으로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발바닥으로 아래쪽을 휙 쓸었다.
쩡!
사내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향해 날아오는 벽태산의 발바닥을 두 손을 들어 막아냈다.
꽈드드득!
하지만 그 한 방으로 양 팔의 뼈가 수십 조각으로 부서졌다.
쿠당탕탕탕!
제대로 힘을 흘려내지 못해 충격을 몸으로 받아야 했기에 꼴사납게 나가 떨어졌다.
사내는 정신없이 구른 뒤 얼른 일어나 경악한 눈으로 벽태산을 바라봤다.
양 팔을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너, 너 뭐야? 넌 대체 정체가 뭔데······!”
자신을 이렇게 어린아이 데리고 놀듯이 설렁설렁 농락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명 내에서도 그런 사람은 없다.
‘아니, 한 명 있을지도 모르겠군.’
사내는 무시무시한 눈으로 벽태산을 노려봤다. 상대가 너무 강했다. 그러니 이럴 때는 인질을 잡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사내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연하린 앞에 나타났다.
양팔이 부서졌지만, 그딴 건 중요치 않았다. 내공을 가득 불어 넣으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 물론 좀 고통스럽겠지만 그게 대수인가. 죽는 것보다는 낫다.
사내의 손이 연하린의 목으로 향했다. 목을 움켜쥐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꽈득!
“커억!”
연하린의 목을 분명히 움켜쥐었는데, 헛손질을 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목에서 격통이 일어났다.
벽태산이 어느새 다가와 자신의 목을 쥐고 당긴 것이다.
‘분명히······ 가만있었는데······!’
틀림없이 호흡의 빈틈을 노렸다. 연하린이 자신과 훨씬 가까웠기에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순간 아까 벽태산이 보여줬던 한 수가 떠올랐다.
‘공간을 뛰어넘었구나! 그게 이런 식으로도 가능하다고? 이런 괴물 같은!’
사내는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벽태산은 사내의 목을 쥔 채로 연하린을 쳐다봤다.
“많이 다쳤구나.”
연하린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 거 아니에요. 이렇게 금창약도 챙겨왔는걸요.”
그런 연하린을 가만히 보던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앞으로는 상황을 보고 덤벼라. 아무데나 막 뛰어들지 말고.”
연하린이 웃으며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물론 벽태산은 연하린이 또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 뛰어들 거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저런 식이니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것이다.
“가자.”
벽태산은 연하린을 휙 지나쳐 걸어갔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위험 속으로 뛰어들 테니, 웬만한 상황은 위험이 아니게 만들어주면 되겠다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벽태산의 뒤를 따르던 연하린이 갑자기 찾아온 오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끝
사마위홍은 보고를 받은 뒤 눈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