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90)
그런 놈들이 여섯이나 왔다니, 소름이 돋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도주하는 놈들을 추적 중이라고 하니.
“셋이 도주 중이고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의선 어르신께서 잡으실 거라고 합니다. 상황을 직접 확인한 자들의 보고이니 믿을 만합니다.”
“그렇군. 참으로 다행이오. 참, 몰래 낙양으로 들어온 놈들도 좀 잡았다고 하지 않았소?”
“예. 그 중에도 대단한 고수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고수인지 혹시 알 수 있소?”
“지금 도주하는 자들보다는 못하지만 천무련 내에서 그들을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 하셨습니다.”
사마위홍은 그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놈들이었다. 자신을 피박살 낸 놈들.
‘이제 한 놈 정도는 내가 이기지 않을까?’
솔직히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그 고생을 하며 벽태산과 수련을 했는데, 여전히 한 놈도 못 이긴다면 좀 억울하다.
“거의 다 왔습니다.”
보천각주의 말에 사마위홍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지난번은 솔직히 무명과 싸웠다기에는 좀 모자랐고, 이번이 진짜 제대로 된 첫 번째 전투나 다름없었다.
저 멀리 일단의 무리가 보였다.
“상당한 수로군.”
사마위홍은 좀 놀랐다. 얼핏 봐도 이백 명은 훨씬 넘을 듯했다.
저들이 처음 낙양으로 다가왔을 때, 하오문에서도 가까이 접근하지 못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충 추측키로 오백 명 정도라고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수가 적은 듯하군.”
사마위홍이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저 정도는 그 괴물 같은 늙은이들만 없다면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을 듯했다.
보천각주가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듯 말했다.
“저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무언가 신호를 받고 낙양 안으로 들어간 자들도 있고, 다른 곳으로 간 자들도 있습니다.”
“그럼 정말로 오백 명이 넘을 수도 있겠군.”
천무련의 다른 무사들을 낙양 곳곳으로 보내놨으니 아마 그들이 어느 정도는 대응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안 된다. 무명의 무사들이 굉장히 강하다는 건 사마위홍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서둘러 저들을 처리하고 낙양으로 들어가야겠군.”
“일단 하오문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줄 테니 너무 서두르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두르다가 자칫 피해가 커지면 더 손해입니다.”
“알고 있소. 자, 갑시다.”
사마위홍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 뒤를 천무련의 정예무사들이 속도를 맞춰 따라갔다.
무명의 무사들은 어딘가 어수선했다. 이렇게 달려드는데도 제대로 딱딱 맞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사마위홍은 그대로 돌파해 무명의 무사들이 모인 중심지로 파고들었다.
콰콰콰콰콰콰!
사마위홍의 몸에서 내공과 영력이 뒤섞인 기운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내공과 영력이 서로 반발하며 강력한 파괴력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주변을 모조리 휩쓸어 버렸다.
“으하하하하하!”
사마위홍은 지극한 해방감을 느끼며 마구 힘을 뿜어냈다.
꽝! 꽝! 꽝! 꽝!
사마위홍이 손이나 발을 휘두를 때마다 두세 명의 무사들이 동시에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그렇게 사마위홍이 휘젓고 나니, 무명의 무사들은 제대로 진형조차 갖추지 못한 채 천무련의 정예무사들을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명은 무명이었다.
진형이 마구 헝클어진 상황에서도 쉽게 당하지 않았다.
그때 보천각주가 제대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를 항상 따라다니는 하오문도들이 개입했다.
억지로 버티던 무명의 무사들이 보천각주와 하오문의 은밀한 공격에 하나둘 무너져갔다.
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치열해졌다.
승기를 잡은 쪽은 시종일관 천무련 쪽이었다.
천무련에는 사마위홍과 보천각주가 있었고, 무명 쪽에는 그 두 명을 상대할 만한 고수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머릿수도 천무련이 더 많으니 결국 무명의 무사들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싸움의 무게추가 확 기울자, 무명의 무사들은 미련 없이 도주했다.
당연히 사마위홍은 그걸 그냥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쫓아라! 한 놈도 놓쳐선 안 된다!”
사마위홍이 가장 먼저 그들을 쫓아갔고, 천무련 무사들이 허겁지겁 그 뒤를 따랐다.
무명의 무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천무련 무사들은 적당히 인원을 나눠 그들을 추격했다.
낙양에서의 싸움은 그렇게 천무련의 승리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끝
새외 세력은 별다른 충돌 없이 섬서에 들어섰다.
그들은 섬서에 있는 무림문파들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고 강행군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섬서의 끝자락에서 무림연합과 마주쳤다.
새외 세력은 백혈궁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은연중에 백혈궁주가 새외 세력의 수장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이 없기에 백혈궁주의 행동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다.
아무튼 무림연합과 마주친 새외 세력은 일단 이동을 멈추고 분위기를 살폈다.
백혈궁주는 무림세력을 지켜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가 많군.”
그의 말에 흑사단주와 만독림주가 고개를 저었다.
“무림에 문파가 몇 군데고 무가가 몇 군데인데 저 정도야 당연한 것 아니겠소이까.”
“그리고 숫자는 우리도 만만치 않소.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실력이오. 과연 어떤 놈들을 보냈을지······.”
흑사단주는 그렇게 말하며 무림연합 쪽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눈빛이 요사스럽게 빛났다.
“제법 신경을 쓴 모양이군.”
흑사단주가 보기에 무림연합 측 무인들의 실력이 상당했다. 고르고 고른 정예를 내놓은 느낌이었다.
“묵검산장은 어디쯤 있소?”
만독림주의 물음에 흑사단주가 턱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에 있소. 보아하니 묵검산장도 준비를 아주 단단히 하고 온 모양이로군.”
흑사단주는 그렇게 말한 후, 다시 묵검산장 쪽을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십대고수는 안 보이는군.”
“그럴 리가. 분명히 그들도 참여한다고 했소. 당연히 우리를 위해 싸우기로 했고.”
흑사단주는 다시 무림연합 쪽을 유심히 살폈다.
“아, 저쪽에 있군. 보아하니 전력이 약한 쪽을 보강하기 위해 흩어진 모양이오.”
“잘됐군. 전체적으로 한바탕 제대로 뒤흔들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큰 실수만 안 하면 이 싸움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게 되었군.”
다들 눈빛이 번득였다. 이미 이기고 시작하는 싸움이었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제대로 무림연합을 밀어버리면 자신들은 이곳 섬서에 자리를 잡을 준비를 할 것이다.
이미 그것 역시 무명과 얘기가 끝났다.
그들이 자리 잡는 일을 무명이 은밀히 돕기로 했다.
새외 세력이 이곳에서 자리 잡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냥 몸만 들어온다고 끝나지 않는다.
기반을 다질 돈과 인맥이 필요했다.
그걸 무명이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싸움이 중요하다.
그리고 향후 무림연합이 몇 차례 더 싸움을 걸어올 텐데, 그것도 잘 막아내야 한다.
지금 아무리 잘 해봐야 그때 큰 피해를 입으면 그저 무명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 된다.
백혈궁이야 어차피 무명과의 약속이 있으니 세력이 망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나머지는 백혈궁와 입장이 많이 달랐다.
여기서 큰 피해를 입느니 차라리 몸을 빼는 게 나았다.
자칫하면 새외에서의 영향력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때, 무림연합 측에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역시 미리 예정된 일이었다.
묵검산장이 지속적으로 저들을 충동질해서 서둘러 움직이게 만들기로 했다.
“자, 우리도 갑시다.”
백혈궁주가 핏발 선 눈으로 투기와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러자 새외 측 무사들이 일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백혈궁주는 가장 앞에서 나아갔다.
그 뒤를 이어 만독림주와 흑사단주가 따라갔다.
파천회주는 그들에 비해 무공이 훨씬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뒤로 쳐졌다.
꽈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양 측이 충돌했다.
드디어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백혈궁주는 가장 앞장섰기에 제일 먼저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냉정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첫 번째 격돌한 적을 가볍게 죽이고 주춤하는 척하며 머뭇거렸다.
그러자 새외의 다른 무사들이 백혈궁주를 지나쳐 우르르 앞으로 돌진했다.
채채채채채챙!
곳곳에서 쇳소리가 났다. 그리고 비명과 기합이 어우러지며 거대한 울림을 토해냈다.
그 울림은 사람들을 광기에 밀어 넣었다.
다들 미쳐 날뛰었다. 사방에서 피와 살점이 튀고 잘린 팔다리가 날아다녔다.
백혈궁주는 일단 전황을 분석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림연합이 작정을 하고 뛰어난 무사를 이끌고 온 것은 맞다. 하지만 그건 새외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한 새외는 그동안 이런 일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지금은 무명이 등을 떠밀어서 여기까지 왔지만, 만일 그게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칼을 들고 여기로 왔을 것이다.
아무튼 그러면 새외 쪽이 무림연합을 압도해야 한다.
묵검산장이 제대로 싸울 리 없으니까.
그런 큰 전력이 제 힘을 발휘하지 않는데도 새외 쪽이 밀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데 지금 전황이 그러했다.
백혈궁주는 일단 묵검산장 쪽부터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치열하게 싸우는 것 같지만 제 힘을 발휘하지 않고 있었다.
사전에 입을 맞춘 대로 무기를 맞댈 뿐, 살이나 뼈를 가르지 않았다.
가끔 피부에 생채기를 내는 정도가 다였다.
‘그런데도 밀린다고? 대체 왜?’
백혈궁주는 다급해지지 않으려 애쓰며 전황을 차분히 살폈다.
물론 그러면서 다가오는 적을 처리하는 건 잊지 않았다.
그렇게 싸우는데 눈에 거슬리는 장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창 싸우고 있는 새외 쪽 무사들의 뒤를 슬쩍 찌르고 지나가는 자들이었다.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기척도 거의 없는 놈들이었다.
백혈궁주는 왜 전황이 이따위인지 그제야 알아차렸다. 저놈들 때문이었다.
“뒤를 조심해라! 암습하는 놈들이 있다!”
백혈궁주는 내공을 가득 담아 외쳤다.
전장에 그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렸다.
새외 쪽 무사들이 뒤를 조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림연합의 고수들은 그렇게 신경을 둘로 나눈 채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혈궁주의 외침이 새외 쪽에 악재로 작용했다.
백혈궁주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때 묵검산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도 이대로 지켜만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뭐가 어찌 되었건 일을 그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크아악!”
“배신이다!”
“묵검산장이 배신했다!”
“아아악!”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묵검산장은 무림연합의 뒤를 단단히 받치는 역할을 했기에 그들이 배신한 순간, 무림연합은 등을 찔린 셈이 되었다.
“몰아붙여라!”
백혈궁주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지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안 된다.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야 확실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래야 이쪽의 피해가 줄어든다.
새외 무사들이 미친 듯한 광기에 휩싸여 마구 무기를 휘둘렀다.
무림연합 측은 묵검산장에게 뒤를 찔리는 바람에 피해가 속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명의 십대고수였다.
그 두 사람은 상대적으로 무림연합 내에서 약체들이 모인 곳에 있었다.
한데 무려 십대고수가 날뛰니 그 약체 문파들이 버텨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추풍낙엽처럼 목이 떨어져 나갔다.
무림연합 측 수뇌부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그들은 갈등에 휩싸였다. 이대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후퇴해야 하는지.
둘 다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새외 측이 바보가 아닌 이상 후퇴하는 적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었다.
언제나 가장 큰 피해는 퇴각 중에 나오는 법이다.
수뇌부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어차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여기서 적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수뇌부들의 시선이 십대고수 쪽으로 향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두 사람은 데리고 가야 한다. 수뇌부들은 두 십대고수를 보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묵검산장, 내가 만약 살아 돌아가면 이놈들을 결코 가만두지 않으리라.”
수뇌부들은 그렇게 짓씹듯 말을 하고나서 일제히 두 명의 십대고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들이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무림연합 측이 혼란에 빠지면서 피해가 좀 더 커졌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무림연합의 수뇌부는 둘로 갈라져 각각 대여섯 명씩 나뉘었다.
그렇게 절반쯤 이동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명의 십대고수가 동시에 픽 쓰러진 것이다.
그들을 향해 달려가던 무림연합 수뇌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춤주춤 멈췄다.
두 명의 십대고수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십대고수와 싸우던, 아니, 일방적으로 당하던 약체 문파의 무사들이 무작정 달려들어 쓰러진 십대고수의 몸에 칼을 꽂았다.
무림연합의 수뇌부들은 일단 근처에 있는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면서 대체 누가 십대고수를 쓰러뜨린 건지 찾기 위해 사방을 주시했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
갑자기 바닥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진짜로 흔들렸다.
쿠웅!
묵직한 울림과 함께 온몸이 뻣뻣이 굳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고수의 기세를 코앞에서 마주친 듯한 느낌이었다.
무림연합 수뇌부들은 크게 당황했다. 그들은 무림맹이나 흑련, 혹은 거대한 문파나 가문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였다.
한데 자신들이 동시에 기세에 당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일까? 게다가 기세를 보낸 자는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수뇌부들은 뻣뻣해진 몸을 풀려고 애쓰며 주위를 둘러봤다.
한데 그렇게 기세에 당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싸우던 모든 사람들이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전부 당한 것이다.
무림연합 수뇌부는 새외 쪽을 확인했다.
그쪽에서 가장 강한 자들, 백혈궁주와 흑사단주, 만독림주가 한데 모여 있었다.
그들 역시 기세에 당해 꼼짝도 못한 채 전방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그냥 우연히 시선을 거기에 둔 것 같지는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