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0)
물론 동시에 둘을 방에 들이는 게 아니라 한 명씩 따로 들였다.
당연히 한 명당 할당된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증혼마공에 대한 벽태산의 성취가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큰 이유는 몸이 좋아져서였다.
굵직굵직한 기맥을 정리하고 나니, 비약적으로 몸 상태가 좋아졌다.
이제 언제 쓰러질지 모를 위험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몸이 완벽해진 건 아니었다. 아직 오랫동안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굵직굵직한 기맥을 정리했다고 해서 그 기맥을 완벽히 치료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었을 뿐이다.
이제 기맥을 더 강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물론 다른 끊어진 기맥을 이은 후에 말이다.
아무튼 하루에 두 명의 기녀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치료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벽태산은 그러면서 꾸준히 천추신의의 부하들이 모아서 정리한 정보를 확인했다.
주로 원하는 정보는 향화루에 관한 것, 그리고 천금련에 관한 것들이었다.
종리세가 쪽에는 거의 관심을 끊었다.
물론 관심을 끊었다고 해서 이대로 둘 생각은 없었다.
일단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천경완과 유서연은 더욱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두 사람이 원하기도 했지만, 벽태산이 예전에 잠깐 했던 언급 때문에 천추신의가 강도를 엄청나게 높였다.
두 사람은 죽음을 넘나들며 수련 중이었다.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하지만 힘든 만큼 실력도 쭉쭉 늘어났다.
천경완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얼마 전 벽태산이 종리성락과 싸울 때 보여주었던 그 아름다운 움직임이었다.
벽태산이 했던 그대로 따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검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실력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에는 그 명확한 목표가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천경완의 실력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그를 상대해야 하는 유서연의 실력도 따라 늘었다.
그러는 사이 금벽상단도 정신없이 움직였다.
천금련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냈으니 거기에 대비하고, 또 기회가 되면 한 방 먹여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벽태산은 그렇게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천추신의를 만났다.
“공자님, 뭐 하십니까?”
천추신의는 벽태산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물었다.
“몇 놈이나 죽일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중이다.”
“어이구, 또 뭘 하시려고 그런 살벌한 말씀을 하십니까.”
내용은 겁먹은 것 같은데, 어조나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표정은 더 환해졌다. 마치 당과를 기대하는 아이처럼.
“그래서 이번엔 어디를 치실 겁니까? 역시 종리세가를 직접 정리하실 생각이시군요?”
현재 종리세가는 굉장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세가의 무력을 모아 흑도를 정리하려고 나선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 세가를 직접 친 것이다.
한 마디로 빈집 털이를 당한 셈이었는데, 그로 인해 안 그래도 휘청거리던 세가의 재정이 무너져 버렸다.
게다가 흑도 무리를 정리하지도 못했다. 그들이 싹 도망가 버렸으니까.
그리고 그동안 종리세가의 위세에 눌려 있던 다른 무가나 방파들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단숨에 힘으로 눌러 버릴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다.
종리세가 무공의 약점이 근방에 널리 퍼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천금련이 종리세가를 흡수하기 위해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니 천추신의는 종리세가가 정말로 천금련에 흡수되기 전에 먼저 정리하는 게 어떠냐고 묻는 것이다.
“천금련 뒤에 있다는 놈들은?”
천추신의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워낙 그림자 같은 놈들인지라······ 일단 향화루가 그놈들이랑 연결되어 있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습니다.”
원래는 향화루가 천금련이나 종리세가에서 은밀히 키우는 정보조직일 거라 예상했었다.
한데 전혀 아니었다.
예전 향화루와 얽혔을 때, 벽태산을 기습하려던 놈들 또한 향화루와 마찬가지로 정체불명 조직의 휘하에 있었다.
“거슬려.”
벽태산은 정체불명의 조직이라는 놈들이 거슬렸다.
천마이던 시절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지 알고자 하는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정체불명이라는 말 자체를 쓸 필요가 없었다.
알고자 한다면 그저 지시하면 되니까.
한데 지금은 알고자 해도 이렇게 턱턱 막힌다. 그래서 답답하고 거슬렸다.
마치 지금의 몸처럼.
“그럼······ 어쩌시겠습니까?”
천추신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장난스러운 기색은 싹 지웠다. 왠지 지금 벽태산을 잘못 건드리면 진짜 큰일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정확히는 아까 거슬린다고 말했을 때부터 그랬다.
그 말 한 마디가 천추신의의 기억 깊은 곳에 있던 광경 하나를 떠올리게 했다.
“몸통을 잡으려면 머리털을 뽑아야지.”
벽태산이 천추신의를 보며 물었다.
“천금련이 새웠다던 사업체들, 요즘 어쩌고 있지? 시비도 좀 걸고 그러나?”
“아직 조용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을 테니까요.”
천추신의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시작은 백화루가 될 것 같습니다. 공자님만 잘 엮으면 일을 키우기도 좋으니 말입니다.”
벽태산이 씨익 웃었다.
“그렇겠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벽태산을 그리로 데려간 것이기도 하고.
“어설픈 수를 쓰지는 않을 텐데?”
“최근 종리웅과 원문광을 근방에서 목격했습니다.”
“종리웅? 그게 누군데?”
천추신의는 당연히 벽태산이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기에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했다.
“똥 지린 놈입니다.”
“아아, 그놈.”
벽태산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그래서 좀 파봤더니, 연가장에 있던 종리세가 놈들이 모조리 이쪽으로 온 모양입니다. 모두 열두 명입니다.”
“그래서?”
“그놈들이 요즘 무한의 흑도 방파들을 들쑤시고 다니는 중입니다.”
“흑도?”
벽태산이 코웃음을 쳤다. 이래서 사람은 고쳐 쓰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종리세가가 동호 근방에서 하던 짓을 여기 무한까지 와서 또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들을 감추고 이용해먹기 제일 좋은 놈들 아닙니까. 나중에 버리기도 편하고 말입니다.”
“고작 그런 거에 당할 정도로 금벽상단이 어설픈가?”
“그럴 리가요. 제가 정보까지 넘겨줬는데 당하겠습니까?”
천추신의가 그렇게 말하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벽태산을 바라봤다. 자신의 공을 잘 알아달라는 뜻이었다.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이놈은 과연 자신이 천마라는 걸 알면 어떻게 행동할까? 그때도 저런 눈으로 자신을 볼 수 있을까?
“종리세가 놈들이 하려는 짓이야 뻔하지요.”
“흑도를 들쑤셔서 시끄럽게 만들고 자기들은 딴 짓을 하겠다 이거구나?”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백화루고?”
“정확하십니다.”
“확신해?”
“확신합니다. 제 목은······ 못 걸고 손가락 하나 정도는 잘랐다 붙일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거는 것도 아니고 잘랐다 붙인다고 하니 왠지 신빙성이 훅 떨어졌지만, 사실 그것도 쉬운 건 아니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제가 따로 또 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놈들 공자님이 백화루에 오셨을 때, 난동을 피울 작정입니다.”
“아하, 그래서 날 싸움에 휘말려들게 만들겠다?”
“맞습니다. 흑도 놈들이 사방을 휘젓고 있으니 금벽상단에서 제대로 대응하기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거긴 적진 한복판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벽태산이 씨익 웃었다.
“재미있겠구나.”
안 그래도 몸통을 잡기 위해 머리털을 쫙쫙 잡아 뜯어버릴 생각이었다.
그걸 도와주겠다니 잘 이용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오늘이나 내일쯤 일을 벌일 것 같았습니다. 무한의 흑도가 지금 전부 들썩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종리세가라도 고작 열두 명이서 무한의 흑도를 장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굵직굵직한 놈들만 휘저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흑도를 굴복시킨다고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리고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종리세가가 동호에서 흑도를 장악한 건, 이런 식이 아니라 상납금을 받는 정도였다.
그러니 무슨 일을 벌이든 시간을 끌수록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최대한 빠르게 몰아치듯 처리할 것이다.
“제 생각에는 오늘입니다. 공자님이 움직이신다는 가정 하에 말이지요.”
천추신의가 음흉하게 웃었다.
“사실 공자님이 나흘 정도만 안 움직이시면 그놈들도 굉장히 난감해질 겁니다.”
하지만 벽태산이 그런 선택을 할 리 없었다.
“그럼 재미가 없잖아. 그놈들도 난감한 걸로 끝이고.”
천추신의의 입가가 히죽 올라갔다. 자신 역시 이걸 바라고 있었으니까.
“오늘 한 번 놀아보자.”
벽태산의 말에 천추신의가 기대된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 * *
“내가 쟤들한테 말하지 말랬지.”
벽태산의 말에 천추신의가 난감하게 웃었다.
“그냥 떼 놓고 갈까요?”
그 말에 천경완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조차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천추신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 뭔가 일을 벌일 거라고 얼굴에 그렇게 다 써 놓은 사람을 어떻게 데려가?”
천추신의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경완과 나란히 걸어가는 유서연을 보며 물었다.
“안 그래?”
그러자 천경완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유서연을 바라봤다.
유서연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천경완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솔직히 그녀가 봐도 너무 심했다.
아니, 좀 놀라웠다.
천경완은 평소에도 그리 표정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놀라는 일도 드물고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로 있었다.
그러니 좀 굳어 있다고 해서 평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 여겼다.
한데 그렇지 않았다.
마치 어떻게 하면 티를 낼 수 있는지 연구라도 하는 사람 같았다.
평소에는 없던 표정이 오늘따라 너무나 풍부했다.
저걸 보면 누구든 오늘 뭔가 일이 있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오늘 계획에 가장 큰 의욕을 가진 천경완에게 오지 말라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러니 저 벽태산도 그저 핀잔이나 주고 마는 것 아니겠는가.
솔직히 유서연도 좀 놀라긴 했다. 그녀는 벽태산이 천경완에게 단호히 따라오지 말라고 할 줄 알았다.
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저것이 배려인지, 아니면 천경완의 표정 때문에 들킨다고 해도 별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상황에서 천추신의가 결연히 말했다.
“독을 쓰자.”
“도, 독이요?”
유서연이 흠칫 놀라 천추신의를 바라봤다.
“요는 표정을 안 들키면 되는 거잖아? 독으로 얼굴 근육을 싹 죽여 버리는 거지.”
유서연이 경악한 눈으로 천추신의를 바라봤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얼굴 근육을 싹 죽이다니. 그럼 앞으로도 계속 표정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그 이전에 얼굴 근육을 죽여도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 걸까?
“그런 눈으로 보면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지. 날 대체 뭐라고 여기는 거야? 나 의원이야, 의원.”
“아······ 죄, 죄송합니다. 독이라는 말에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그만······.”
“됐고. 그저 일시적인 거니까 너무 걱정할 건 없어. 뭐······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데, 사소한 거니까 괜찮을 거야. 어때?”
천추신의가 천경완을 보며 묻자, 천경완이 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천추신의가 씨익 웃으며 품에서 팔뚝만 한 침을 꺼냈다.
그걸 본 천경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그걸 얼굴에 찌르시는 겁니까?”
“아주 살짝만 넣을 거야, 살짝만.”
물론 그건 천추신의의 기준에서였다. 팔뚝만한 침이 절반이나 얼굴로 쑥 들어가는 광경에 유서연의 눈이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커졌으니까.
더 놀랄 일은 그 다음이었다.
천추신의는 얼굴에 넣은 침을 뚝 부러뜨렸다.
“뭐 하시는 거예요!”
유서연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천추신의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부러진 침을 흔들었다.
“독을 굳혀서 만든 침이야. 안에서 다 녹아서 나중에 소변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되지.”
“아······!”
유서연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평소대로 돌아왔다.
“그, 그럼 가던 길 계속······.”
물론 표정처럼 말투도 빨리 원래대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얼굴이 붉어진 유서연이 걸음을 빨리했고,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천경완의 등을 천추신의가 툭툭 두드렸다.
얼른 따라가라는 듯이.
유서연 옆에 선 천경완의 표정이 평소와 똑같아졌다.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들은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백화루에 도착했다.
왠지 진득한 투기가 짜르르 흐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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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되었다
오늘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고 와서 그런지,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것들이 눈에 계속 들어왔다.
물론 그건 벽태산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이었다.
벽태산은 평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 백화루에 왔을 때부터 이곳이 평범한 기루가 아니라는 것쯤은 바로 파악했으니까.
그런 벽태산의 감각에 아주 익숙한 것들이 걸려들었다.
‘거기 있었군.’
백화루는 세 개의 전각으로 이루어진 기루였다.
그 중 한 군데에서 몇 번 겪은 적 있는 기의 흐름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