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07)
어느새 다가온 유진학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림맹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저 안에 뭔가가 있네. 아주 무서운 무언가가.”
“예?”
“그래서 이들을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고민일세.”
무림맹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 보겠네. 자네는 상황을 살피다가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이들을 전부 물러나게 하게.”
유진학이 눈을 크게 떴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이들이 제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은데······ 차라리 역할을 바꾸시죠. 제가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맹주님께서 이들을 맡으십시오. 맹주님 말을 더 잘 듣지 않겠습니까?”
무림맹주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감당할 수 없네. 사실······ 나도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르지.”
무림맹주의 말에 유진학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그렇게 위험하다면 더더욱 맹주님을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제발 남아 주십시오.”
유진학의 간곡한 어조에 무림맹주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아, 의선! 의선 어르신이 여기 있지 않습니까. 가서 얼른 의선 어르신을 모셔오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무림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게 나을 듯했다.
그러자 계속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천무련 무사가 말했다.
“의선 어르신도 곧 이리로 오실 겁니다.”
“그래? 그거 잘 됐군.”
무림맹주와 유진학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 순간, 포위망 중심에서 은은한 진동이 일어났다.
우르르르르.
무림맹주의 표정이 확 굳었다.
그는 무시무시한 눈으로 포위망의 중심부를 노려봤다.
* * *
“다들 준비 되었느냐.”
음침한 인상의 사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를 중심으로 열아홉 명의 무사가 서 있었는데,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있는 백오십 명의 사람들 중, 나머지 백삼십 명은 먹이로 데려온 자들이었다.
무명 소속도 아니고, 그냥 돈을 주고 데려온 낭인들이었다. 아니, 낭인이라고 하기에도 모자란 그냥 힘 좀 쓰는 왈패들이었다.
“자, 그럼 시작한다. 다들 도망치지 못하게 확실히 잡아.”
음침한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옆에 놓인 관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건장한 사내 한 명이 누워 있었다. 한데 죽은 시체였다.
“후우. 긴장되는군.”
사내는 품에서 호리병을 하나 꺼내 시체의 입에 물렸다.
잠시 후, 시체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호리병을 입에 문 채로 상체를 일으켰다.
“퉤!”
고개를 휙 돌리며 호리병을 뱉어버린 사내가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슥 둘러봤다.
그는 음침한 사내를 보며 말했다.
“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느냐?”
음침한 사내가 즉시 대답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관에서 일어난 사내가 자신의 몸을 슥 내려다봤다.
꽈드득.
관이 갑자기 산산 조각났다.
사내가 주위를 슥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를 많이 했구나.”
그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순간 오한이라도 온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내가 앞으로 성큼 한 발 내디뎠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세가 그 한 발에 담겨 주변을 사납게 내리 눌렀다.
다들 경악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사내의 입가가 조금 더 올라갔다. 재미있다는 듯이.
그 미소는 한없이 잔혹해 보였다.
끝
“어, 어르신!”
음침한 사내가 경악하며 외쳤다. 관에서 일어난 자가 근처에 있던 동료의 머리를 콱 쥐었기 때문이다.
콰우우!
마치 불길이 일어나는 듯하더니 동료가 머리를 손에 잡힌 채 축 늘어졌다.
음침한 사내가 다시 외치려 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사내의 몸에서 시뻘건 불길이 확 뿜어져 나왔다. 그 불길은 근처에 있던 자들 중 다섯을 그대로 휘감았다.
화르륵!
그들의 몸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진짜 불이 아니었다. 몸이나 옷이 타지도 않고 그을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불길을 보는 모두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근본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불길이었다.
다섯 사내가 툭툭 쓰러졌다.
이번엔 불길이 더욱 커졌다. 그러더니 음침한 사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몸이 일제히 타올랐다.
화르르륵!
음침한 사내는 경악과 체념이 뒤섞인 표정으로 불길을 일으키는 자를 바라봤다.
저자를 제어하는 건 어려울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제멋대로일 줄은 몰랐다.
‘아니, 그저 제멋대로가 아니기를 바란 거였을지도.’
불길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쓰러진 시체들만 놓였다.
“답답하구나.”
고작 열아홉 명으로는 마른 논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린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생전에 그가 쓰던 힘과의 차이가 너무 심해 모든 행동에 괴리감이 생겼다.
그거야 좀 더 몸에 익숙해지면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마치 텅 빈 것 같은 힘의 공백은 그를 너무나 답답하게 만들었다.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던 자가 음침한 사내를 보며 말했다.
“내가 누구인줄은 아느냐.”
“저, 정확히는 모릅니다.”
“대충은 알고?”
“시, 신교를 지배하시던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사내가 씨익 웃었다.
“그래, 내가 바로 천마다.”
사내, 천마는 고개를 돌려 한 쪽을 쳐다봤다.
“저기 있는 것들은 내 밥으로 준비한 것들이로구나.”
“마, 맞습니다. 총 백삼십 명입니다.”
“잘했다.”
천마가 백삼십 명의 왈패들이 모인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들을 향해 불길을 내뿜었다.
화르르르륵!
처음에는 수십 명의 몸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다들 화들짝 놀라 사방으로 흩어지려 했다.
하지만 처음 불이 붙은 자들이 쓰러지더니 불길이 갑자기 확 커졌다.
남은 자들은 모조리 불길에 휩싸여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기이하게도 불에 탔는데, 그을린 흔적 하나 없이 그저 목숨만 사라졌다.
“후우우. 이제 좀 살 것 같구나.”
천마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음침한 사내를 쳐다봤다. 그리고 설명을 하라고 말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슬슬 감각이 맞춰지는구나.”
천마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시야에는 잡히지 않지만 제법 먼 곳에서 여기를 빙 둘러싸고 있는 자들을 포착했다.
“저놈들을 해치우라고 날 여기 데려다 놓은 것이냐? 죽었던 내게 이런 새 몸도 주고 말이다.”
천마의 말에 음침한 사내가 얼른 대답했다.
“저들 역시 어르신께 준비한 식사입니다. 진짜는 곧 나타나게 될 의선입니다.”
“의선? 의선이 온다고?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지. 하긴, 그놈도 보통이 아니긴 하지. 기대되는구나.”
음침한 사내는 속으로 당신이 지금 말하는 의선이 곧 다가올 의선과 같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중얼거렸다. 이 천마가 언제쯤 살아 활동하던 천마인지 모르니까.
물론 소리 내서 말하지는 않았다. 고작 그런 사소한 걸로 죽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천마도 그쯤은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자신이 죽은 뒤, 세월이 아주 많이 지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식사를 맛있게 먹어볼까?”
천마가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순식간에 천무련 무사들이 포위망을 구축한 장소에 도착했다.
음침한 사내는 그 순간 불에 타오르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천마가 그의 혼백도 깔끔하게 태워서 먹은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천마는 온몸을 휘감는 해방감에 크게 웃었다.
죽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렇게 되살아나다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자신은 다른 천마들에 비해 너무 단명했다.
다른 천마들은 대부분 증혼마공의 부작용으로 죽었는데, 자신만 그냥 죽었다.
한데 이렇게 다시 기회가 주어졌으니 일단 힘부터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에는 그의 힘이 되어줄 먹잇감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들을 모두 죽인다고 해도 생전의 경지를 되찾는 건 어렵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한 번 가봤던 길이기에 생전의 경지까지는 아주 빠르게 올라갈 테니까.
천마가 손을 휘저었다.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기운이 천마의 손에서 뿜어져 나가 주변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꽈과과과과과광!
기운이 폭발하며 다들 사방으로 나가 떨어졌다.
천마는 그 위에 증혼마공을 얹었다.
화르르르르륵!
쓰러진 사람들의 몸을 타고 영력의 불꽃이 화르륵 피어오르며 모든 걸 집어삼켰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자들은 예외 없이 공포에 빠졌다.
수백 명이 증혼마공의 불길에 잡아먹혔을 때, 누군가 빠르게 다가왔다.
꽈아아아앙!
천마는 자신에게 달려든 자의 공격을 손을 휘저어 가볍게 막아냈다.
“호오. 제법이구나.”
천마는 자신의 손을 슬쩍 쳐다본 다음, 자신을 공격한 자, 무림맹주를 바라봤다.
손에 가벼운 생채기가 났다. 무림맹주의 공격이 그만큼 매서웠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직 심기체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무림맹주는 불신 가득한 눈으로 천마를 바라봤다.
“설마······ 천마인가? 어찌 이럴 수가 있지?”
천마의 눈이 번득였다.
“손 한 번 섞은 걸로 내 정체를 눈치채다니, 너도 보통 놈은 아니로구나. 어디 무림맹주라도 되느냐?”
무림맹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호오. 맞는 모양이구나. 나 때는 무림맹주가 내 앞에서 설설 기었는데, 넌 좀 강단이 있어 보이는구나.”
무림맹주는 한껏 긴장한 눈으로 천마를 살펴봤다. 일단 지금은 뭐라도 해볼 작정으로 나왔다. 의선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만 한다.
남은 천무련 무사들이 천천히 물러나고 있었다.
천마를 자극하면 안 되기에 극도로 조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천마가 그들을 그냥 내버려둘 리 없었다.
“어디서 잔머리를.”
천마가 피식 웃더니 손을 크게 휘저었다.
콰우우우우!
거대한 기운이 무림맹주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마치 해일이 밀려오는 듯했다.
무림맹주는 이를 악물고 검을 겨눴다.
고오오오오!
가진 모든 힘을 쏟아냈다. 이걸 막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의지를 세웠다.
그 순간, 천마가 쏟아낸 기운의 크기가 훨씬 더 커졌다.
무림맹주는 암담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이건 자신이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지.
무림맹주가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누군가가 불쑥 무림맹주를 지나쳐 앞으로 나섰다.
의선이었다.
무림맹주는 의선의 등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의선은 양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천마가 쏟아낸 영력과 의선이 쏟아낸 영력이 뒤엉켰다.
콰아아아아!
영력과 영력이 세력싸움을 시작했다.
당연히 이건 의선의 압승이었다.
아직 제대로 몸에 안착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영력의 양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의선과 맞붙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천마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싸우면 싸울수록 혼백과 몸의 비틀림이 꿰맞춰지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지나면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리라.
천마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의선을 바라봤다. 그리고 탄성을 흘렸다.
“허어. 아직도 네가 의선인 것이냐?”
의선이 그 말에 멈칫했다.
뒤에 있던 무림맹주가 얼른 말했다.
“아무래도 전대 천마인 듯합니다.”
의선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굉장히 불길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설마 전대 천마일 줄은 몰랐다.
“언제쯤 천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법 오래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림맹주의 말에 의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께서는 물러나 계십시오. 다른 자들을 얼른 철수 시켜야 합니다. 천마 주변에 살아있는 사람을 둬선 안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무림맹주가 얼른 물러났다. 그리고 천무련 무사들을 퇴각시키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천마는 제자리에 서서 그저 손을 이리저리 휘젓기만 했다.
꽈앙! 꽈앙! 꽈앙!
천마가 손을 휘저을 때마다 천무련 무사들이 뭉친 곳에서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고, 폭발에 뒤이어 검붉은 불길이 확 일어났다.
천마는 그렇게 태운 혼백을 싹싹 빨아들였다. 영력이 차오를수록 고양감이 함께 차올랐다.
천마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그리고 의선을 가만히 쳐다봤다.
“너 혼자 날 막을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아니겠지?”
“일단 해봅시다. 나도 아직 잘 모르겠으니까.”
의선은 그렇게 말하고는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벽태산과의 대련이 지금 이 순간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