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27)
환마가 현천진 밖으로 내보낸 월영단원들을 무명의 무사들이 데리고 갈 때, 당연히 하오문과 사해방이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현천진에서 사람을 빼돌린다는 정보를 얻었는데 그걸 그냥 방치하면 하오문이 아니다.
그렇게 추적해서 그들이 월영단을 데려간 장소를 확보했고, 현천장의 무사들을 동원해 그곳을 단숨에 정리해 버렸다.
기존 월영단 몇 명이 작전에 함께 참여해서 혹시 있을지 모를 불필요한 충돌을 방지했다.
“현재 현천장에서 동료들을 만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쪽을 쳐다봤다. 천마신교가 있는 방향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현천진의 그 강렬한 느낌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에 섞여 함께 전해오는 불쾌한 느낌도 있었다.
조만간 일이 벌어질 것이다.
“도착하기 전에 가벼운 기분전환이 되겠어.”
벽태산의 나직한 중얼거림에 곁에 있던 화옥이 눈을 빛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른 일행에게 몇 마디를 전달했다.
다들 눈을 번득였다.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끝
천추신의와 일침괴는 밥을 먹자마자 천막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아까 화옥이 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놈들이 올지는 뻔하고, 그놈들이 과연 언제 쳐들어올 건지가 문제인데, 당장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지금은 얼른 먹고 자서 체력을 회복하는 게 나았다.
그놈들이 몰려오기 전에 일어나서 몸까지 풀어둬야 한다.
천추신의와 일침괴가 약속이라도 한 듯 천막에 들어가 잠을 자자,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몇은 잠을 청했고, 몇몇은 운기조식을 했다.
그리고 몇몇은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
벽태산은 자신을 위해 세운 천막에 홀로 앉아 있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기운의 흐름, 영력의 흐름을 관조했다.
현천진은 아직 멀리 있어서 그런지 손에 잡힐 듯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존재감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을 노리는 놈들은 코앞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당장 달려들 것 같지는 않았다. 다들 적당히 배를 채우고 쉬는 중이었다.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이쪽이 깊이 잠들었을 시각에 올 모양이었다.
적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사실 이쪽에서 가도 된다.
하지만 벽태산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이쪽에서도 경험을 더 쌓아야 할 녀석들이 있었으니까.
벽태산의 기운이 주변 천막을 쭉 훑고 지나갔다.
잠든 자들은 더욱 깊이 잠들었고, 쉬는 자들 역시 더욱 회복력이 좋아졌다.
그리고 승도흥이 자려다가 벌떡 일어나 후다닥 천막에서 나왔다.
승도흥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벽태산의 천막을 찾아 얼른 달려갔다.
“공자님, 부르셨습니까.”
승도흥은 벽태산을 보자마자 납작 엎드렸다.
“너도 오늘 싸울 생각이냐.”
그 질문에 승도흥은 대답을 망설였다.
솔직히 자신의 실력은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어디 다른 데 가서는 이런 취급을 받기 어려울 정도의 무공을 갖추고 있지만, 강함이라는 건 언제나 상대적인 법이다.
여기는 물론이고 여기를 노리는 무명 놈들과는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숨어만 있고 싶지는 않았다.
“꼭 칼을 들어야 싸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라.”
승도흥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사실 시간이 충분하다는 확신만 있으면 아까부터 근처에 진법을 설치하고 싶었다.
하지만 적이 언제 올지 모호하고, 결정적으로 벽태산이 좋아하지 않을까봐 아예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한데 이렇게 직접 지시를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자신도 이번 싸움에 한 손 거들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어차피 재료야 차고 넘친다.
현천진을 상대하기 위해 왔으니 얼마나 막대한 재료를 가져왔겠는가.
설사 재료가 모자라더라도 상관없다. 여기에는 하오문도들이 있으니까.
그들은 승도흥이 필요한 것을 전부 구해다줄 것이다.
승도흥은 밖으로 뛰쳐나가다시피 했다.
그리고 열과 성을 다해 주변에 진법을 깔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았다면 굉장히 치명적인 진법을 설치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남은 시간이 지극히 짧다.
그러니 중요한 효능 몇 가지만 선택해 집중적으로 위력을 높이는 편이 나았다.
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진법은 안 된다.
아군에게 도움이 되고, 적에겐 해가 되는 종류의 진법을 선택해야 한다.
승도흥은 아주 단순히 적아를 구분했다.
벽태산의 영력을 가진 쪽이 아군이고 그렇지 않은 쪽이 적군이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일행은 벽태산의 도움을 받아 영력을 품고 있다.
또한 지금 자신은 영력을 이용하거나 건드리는 진법을 능숙하게 펼칠 수 있다.
승도흥의 손과 발이 바쁘게 움직였다.
벽태산의 천막을 중심으로 적당한 범위에 걸친 진법이 차근차근 설치되어갔다.
* * *
“정말 귀찮고 짜증나는군.”
뇌음마군은 틈만 나면 투덜거렸다.
그는 무명의 봉우리에 있는 노인들 중에서도 외부 활동을 통해 별호를 얻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봉우리의 노인들 중 최강자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무명의 주인인 큰 어르신이 보기에는 다 고만고만했지만, 노인들 사이에서는 홀로 높이 선 존재였다.
그렇기에 이번 일의 책임자 비슷한 꼴이 되어 버렸다.
뇌음마군은 외부 활동을 할 때도 무리를 짓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홀로 다녔고, 대부분 다수를 상대로 싸워 박살 냈다.
그는 영력에 뇌기를 담는 법을 깨우쳐 굉장히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여, 뇌음마군이 활동할 때는 적수가 없었다.
물론 천마신교는 예외로 하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일행을 이끌어야 할 입장인데도 반쯤 방치했다. 당연히 최소한의 제어는 했다.
아무데도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적절히 작전을 짤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
그가 적당한 계획을 세우면 강제로 말을 듣게 만들면 끝이었다.
뇌음마군은 한동안 짜증을 내며 한숨을 푹푹 쉬다가 작전을 짜라고 뽑은 자를 불렀다.
“거기, 이리로 와라.”
“예, 어르신.”
중년인 한 명이 얼른 달려와 뇌음마군 앞에 섰다.
뇌음마군은 한창 무림에서 활동할 때, 수틀리면 전부 뇌기로 지져 버렸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여자가 보이면 무슨 수를 써서든 취했다.
괜히 뇌음마군이라 불린 게 아니었다.
거의 무림공적이 될 뻔했지만,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활동을 중지하고 무명으로 복귀했다.
당시 무명의 도움을 받아 행적을 철저히 지우지 않았다면 아마 무명으로 복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림공적이 되어 천하 무림의 추적을 받는 자를 무명이 본거지에 들일 리 없었으니까.
아마 죽을 때까지 싸워야 했으리라.
아무튼 그런 뇌음마군이 부르는데 망설이거나 머뭇거렸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중년인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 뇌음마군 앞애 섰다.
“우리가 쳐야 할 놈이 몇 명이라고 했지?”
“서른 명이 좀 넘습니다.”
뇌음마군이 인상을 팍 썼다.
“고작 서른 놈 남짓 잡으려고 이렇게 우르르 몰려왔단 말이냐?”
물론 이렇게 하라고 시킨 것은 어르신이었다. 그러니 분명히 이유도 있었을 테고.
하지만 뇌음마군은 굳이 중년인을 구박했다. 일종의 가벼운 화풀이였다.
중년인은 쩔쩔 매며 말했다.
“그쪽에 상당한 고수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일단 혼천마와 검귀가 있고······.”
“혼천마와 검귀? 그놈들 천마신교 놈들 아니야?”
“예. 맞습니다.”
“그럼 우리가 치는 놈들이 천마신교란 말이더냐.”
“그건 아닙니다. 그저 천마신교 소속이었던 자들 몇 명이 섞여 있을 뿐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 천마신교가 아무하고 손잡는 줄 아느냐? 이놈이 천마신교 무서운 줄을 모르는구나.”
“천마신교는 이미 우리 무명과도 손을 잡고 있습니다.”
“뭐?”
뇌음마군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허어. 천마신교가 변질됐구나. 이거 왠지 허탈한데?”
그동안 천마신교를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 한데 이런 식이면 조만간 천마신교도 알아서 무너지지 않을까?
“아무튼 벽태산도 굉장한 고수라고 하니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뇌음마군은 중년인의 말을 뚝 잘랐다.
“그래도 고작 그거 상대하려고 우리가 이렇게 몰려왔어야 했나?”
뇌음마군이 주위를 슥 둘러봤다.
수백 명이나 되는 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일단 봉우리에서 내려온 늙은이들만 해도 백 명에 가까웠다.
뇌음마군은 늙은이들이 저렇게 많이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세 가문에서 무지막지한 수의 무사들을 보내왔다.
특히 혁련가에서 보낸 반강시들과 혼백을 넣어 되살린 과거의 마두들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 뭉쳐 있었는데, 풍기는 기세와 기운이 무시무시했다.
이 정도 전력이면 무림맹이라도 칠 수 있다.
아니, 무림맹과 흑련이 동시에 덤벼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뇌음마군은 그렇게 생각했다.
한데 그런 전력으로 고작 서른 명?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게다가 그런 우습지도 않은 놀음에 왜 자신이 끼어서 이런 불이익을 받아야 하느냔 말이다.
뇌음마군은 짜증이 담긴 눈으로 중년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맛을 다셨다.
갑자기 봉우리에 놓고 온 여자가 떠올라서였다.
지금 그가 이렇게 짜증이 난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영력에 뇌기를 담은 부작용인지, 아니면 혈령의 부작용인지 뇌음마군은 다른 자들에 비해 색욕이 엄청나게 강했다.
그래서 그가 머무는 봉우리에는 항상 여자가 있었다. 대부분의 여자는 그의 음욕을 감당하지 못해 죽어 나갔다.
한데 이번에 얻은 여자는 뇌음마군의 정욕을 아주 잘 버텨냈다. 그래서 제법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었으니 어찌 짜증이 안 나겠는가.
중년인은 그런 쪽으로는 눈치가 아주 빠삭한 자였다.
“우리가 쳐야 할 놈들 중에 여자도 있습니다.”
뇌음마군의 목소리가 갑자기 확 커졌다. 그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뭐? 그 얘기를 왜 지금 해!”
중년인은 살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쏟아냈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열네 명이나 됩니다.”
“그럼 절반 정도가 여자란 말이로구나! 고작 여자들이나 잡으라고 이렇게 많은 놈들을 보냈다고? 아무리 어르신이라지만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그 열넷 전부 절세미녀들입니다.”
뇌음마군이 그 순간 순한 양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중년인을 지그시 노려봤다.
“네가 한 말, 일말의 거짓도 없으렸다?”
“예. 제 목숨을 걸겠습니다.”
중년인의 말에 그제야 뇌음마군이 씨익 웃었다.
“큰 어르신께서 내게 선물을 주신 거였군. 괜히 짜증냈어.”
뇌음마군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른 노인들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여자들은 다 내 것이다. 한 명도 양보 못해.”
노인들의 인상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혈령마공의 부작용으로 음욕이 짙어진 건 다른 노인들도 다 마찬가지였으니까.
뇌음마군은 마음이 급해졌다.
“우리가 언제 출발해야 한다고 했지?”
중년인은 즉시 대답했다.
“반 시진 후입니다.”
“반 시진? 그 정도면 그냥 지금 가도 되지 않나?”
“하지만······.”
반 시진은 더 있어야 저쪽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 기습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약간 시간이 애매했다.
뇌음마군의 눈에서 번갯불이 번쩍였다.
중년인은 즉시 말을 바꿨다.
“지금 가셔도 됩니다.”
뇌음마군이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 전력이면 굳이 기습 따위 안 해도 얼마든지 짓누를 수 있다. 그러니 걱정 마라.”
뇌음마군은 주위를 슥 둘러보며 말했다.
“가자. 날뛸 시간이다.”
* * *
승도흥은 전력을 다해 진법을 설치했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또한 얼마나 휴식 없이 몰아쳤는지, 일을 마무리 하고 나니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진짜 뒤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걸 쏟아 부었다. 그래서 아쉬움도 없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승도흥은 바닥에 잠시 주저앉아서 기력을 회복했다. 이제 돌아가서 기절하듯 잘 것이다.
적당히 쉬고 자리에서 막 일어난 순간,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어?”
어느새 천막에서 쉬던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승도흥 곁에 모여 있었다.
그 중에는 벽태산도 있었다.
“넌 이만 가서 자도록 해라.”
벽태산의 말에 승도흥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천막으로 갔다.
몰려오는 적의 수가 어마어마한 것 같았지만, 아무 걱정도 되지 않았다.
아마 자고 일어나면 싸움도 끝나 있으리라.
승도흥이 천막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들이 나타났다.
그 수가 굉장했다.
천추신의가 질린 눈으로 중얼거렸다.
“많이도 왔구나.”
무명 쪽에서 가장 앞장선 사람은 뇌음마군이었다.
뇌음마군은 벽태산 일행이 모여 있는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아무도 안 자는 것 같은데? 야, 너 똑바로 못해?”
뇌음마군 옆에 있던 중년인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