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31)
이러다가 말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거의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들에게는 미리 얘기를 해두었으니까.
다들 그럼에도 흔쾌히 따라온 자들이었다.
그렇게 이동하는 사이 현천진이 새까매졌다.
환마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그때 현천진이 갈기갈기 찢어지더니 차근차근 소멸했다.
정말로 현천진이 깨진 것이다.
환마는 경악과 질시가 뒤섞인 복잡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무사들을 향해 외쳤다.
“적이다! 서둘러!”
환마가 빠르게 경공을 펼쳤다. 그리고 백여 명의 무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의 몸에서 지독한 투기와 살기가 휘몰아쳤다.
지금 그들은 감히 천마신교에 쳐들어온 놈들을 응징하러 가는 것이다.
환마는 또 복잡하게 계산을 했다.
웬만한 상대라면 이들만으로 충분했다. 수뇌부와 최상위 고수들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천마신교는 천마신교니까.
하지만 그 웬만함을 넘어선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때는 다른 무사들을 더 데려와야 한다.
‘내가 하면 되겠군.’
저들은 절대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동료를 부르러 가는 거지만, 저들이 생각하기에는 그게 그거일 테니까.
환마는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도 속도를 더욱 빨리 했다.
이내 저 멀리 사람들이 보였다.
수가 얼마 안 된다.
환마가 환하게 웃었다.
이제부터 응징의 시간이다.
끝
벽태산은 천마신교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길은 아주 익숙했다.
조금 뒤쪽에서 나머지 일행이 벽태산을 따라갔다.
현천진이 천마신교를 둘러싸고 있다지만, 정확히 천마신교만 딱 분리한 것은 아니었다.
제법 넓은 공간을 여유로 두고 감쌌다.
처음 현천진을 설치한 초대 환마가 천마신교가 나중에 얼마나 발전하고 확장할지까지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 여유 공간을 절반쯤 갔을 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사실 벽태산은 현천진을 소멸시킨 순간부터 저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또한 저들 중에 환마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서두르지 않고 걸어간 것이다.
과연 환마였다. 이렇게 정확히 현천진에 진법으로 간섭한 위치를 파악해 달려오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이제 저들의 눈에도 이쪽이 보일 것이다.
수가 얼마 안 되니 도망칠 염려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벽태산은 그걸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일행들도 멈춰서 기다렸다.
이내 환마 일당이 도착했다.
환마는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어디서 온 놈들이냐.”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그걸 본 환마가 인상을 팍 쓰고 벽태산을 노려봤다.
“네놈이 현천진을 없앤 진법가냐?”
벽태산이 그 물음에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진법가인 건 모르겠고, 내가 없애긴 했지.”
환마가 인상을 썼다.
“그게 무슨 소리냐? 똑바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여기가 어딘 줄 모르느냐? 여긴 천마신교다!”
“설마 모르고 왔겠느냐.”
벽태산의 말에 환마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너무나 여유롭다.
이쪽은 백 명이 넘는다. 게다가 전부 살기와 투기를 거르지 않고 내뿜고 있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여유롭다는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게 뭔지 먼저 알아내야 한다.
‘괜히 나섰나?’
사람을 더 불러오려면 자신이 가야 하는데, 앞으로 나서는 바람에 그럴 틈을 만들기 쉽지 않을 듯했다.
그때 벽태산의 일행이 모인 곳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잔머리 굴리는 건 여전하구나.”
환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방금 말한 사람은 혼천마였는데, 혼천마는 몸이 바뀌었기 때문에 환마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 환마가 알아볼 만한 사람이 한 명 끼어 있었다.
“검귀?”
검귀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노인네 기억력도 좋네.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네놈이 왜 거기 있느냐! 설마 신교를 배신한 것이더냐!”
환마가 호통을 쳤다.
그리고 환마 뒤에 있던 무사들이 더욱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그 살기는 검귀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검귀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혼천마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공자님 말씀하시는데 왜 끼어드십니까?”
“그러게. 내가 잘못했다. 그래도 열불이 나지 않느냐. 날 죽인 놈이 저러고 있는데.”
확실히 그건 인정할 만했는지 다들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벽태산은 환마를 향해 한 걸음 성큼 다가갔다.
환마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났다.
마치 놀란 개구리가 뛰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추태를 인지한 환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벽태산을 향해 냅다 소리쳤다.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하겠느냐! 이제 현천진도 없는데 신교의 칼이 어디로 향할지 정녕 모르겠느냐! 너희들이 소속된 가문, 방파, 세력으로 향할 것이다. 그 꼴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썩 무릎을 꿇어라!”
벽태산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협박도 잘 하는군. 환마한테 그런 재주가 있는 줄 내가 미처 몰랐구나.”
환마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저자는 자신이 환마라는 걸 알고 있다. 검귀가 말해준 걸까? 하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애초부터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대체 누구지?’
문득 무명으로부터 받은 연락이 떠올랐다.
현천장이 나서서 비검과 월영단을 빼돌리고, 무명이 마련한 근거지를 박살 냈다는 연락 말이다.
그래서 굳이 월영단을 빼돌리는 위치까지 바꾸지 않았던가.
환마는 다급히 벽태산 일행을 살폈다. 그리고 다른 사람 뒤에 있어서 아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비검을 발견했다.
“비검!”
뒤쪽에 숨어 있던 비검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환마는 그 광경이 마치 자신을 놀리려는 것 같아 기분이 확 나빠졌다.
“네놈들이 그 현천장이로구나. 감히 현천의 이름을 쓴다고 했더니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야? 그러니 비검이 거기에 붙었지.”
벽태산이 또 한 걸음 성큼 걸었다.
환마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음에도 또 개구리처럼 뒤로 펄쩍 뛰었다.
대체 자신이 왜 이러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벽태산이 그런 환마에게 말했다.
“왜 그랬느냐?”
“그게 무슨 개소리냐!”
환마가 상했던 모든 감정을 담아 그렇게 외쳤다.
“아무리 애써도 넌 천마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왜 그랬느냐?”
환마의 표정이 확 굳었다.
지금까지 너무 흥분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천마신교 내에서 천마를 가장 많이 지켜보고 연구한 것은 바로 환마 자신이리라.
속에 야심을 품고 천마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며 빈틈이나 약점을 찾으려고 무진 애를 썼으니까.
그래서 천마의 사소한 습관부터 성향, 심지어 분위기까지 전부 꿰고 있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갑자기 눈앞에 선 애송이가 천마로 보였다.
벽태산이 성큼 성큼 두 걸음 다가갔다.
그걸 본 환마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고작 걸음걸이를 본 것뿐인데 갑자기 확신이 들었다.
저 사람은 천마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환마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뒤에 있던 무사들은 갑자기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그렇게 도망치면 내가 어떻게 할 것 같으냐.”
환마는 그 말에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냅다 엎드렸다.
“오해십니다!”
환마의 행동과 외침에 뒤에 있던 무사들이 황당한 눈으로 환마와 벽태산을 번갈아 바라봤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로구나. 왜 그랬느냐고 물었다.”
환마는 온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 마치 목욕이라도 한 듯한 모습이 되었다.
저 질문에 어찌 대답한단 말인가.
천마신교를 손아귀에 넣고 싶은 야심 때문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그냥 곱게 죽을 수나 있을까?
“내가 대답을 기다려야 하느냐.”
환마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여기까지 들으니 더 확실해졌다. 저 사람은 무조건 천마다.
‘그럼 아까 죽였네 마네 했던 놈이 혼천마인가? 그렇게 달라졌으니 내가 어떻게 알아봐?’
“대답할 생각이 없구나. 뭐, 상관없다. 뽑아서 직접 알아보면 되니까.”
환마는 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얼른 고개를 들고 벽태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욕심이 났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될 거라고는 절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무명한테 저도 속았습니다!”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환마에게 다가갔다.
환마는 갑자기 등에 바윗덩이라도 얹은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다.
벽태산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도망치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환마가 억지로 고개를 돌려 자신이 데려온 무사들을 보며 외쳤다.
“거기서 뭣들 하나! 어서 공격하지 않고! 저들은 신교에 쳐들어온 적이야!”
하지만 무사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아무리 싸움에 미친 천마신교의 무사라 하더라도 바보가 아닌 이상, 돌아가는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벽태산이 시선을 들어 환마 뒤에 서 있는 무사들을 쳐다봤다.
“나와 싸울 생각이냐.”
“아닙니다. 한데 누구신지······.”
“알아서 생각해라.”
벽태산은 그렇게 말하고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환마가 그 자세 그대로 둥실 떠올랐다.
벽태산은 똑바로 걸어갔다.
그 앞에 천마신교 무사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벽태산이 다가오자 우르르 비켜서 길을 터주었다.
벽태산은 천마신교 무사들 사이로 당당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나머지 일행들도 그런 벽태산을 따라 무사들 사이를 여유롭게 지나갔다.
천마신교 무사들은 그 자리에 서서 벽태산 일행과 허공에 둥둥 뜬 환마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벽태산 일행이 점처럼 변했을 때, 다들 퍼뜩 정신을 차렸다.
“대체 내가 왜 그랬지?”
벽태산에게 알아서 길을 터준 것이 이상했다. 기세에 눌려서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그냥 분위기가 그랬다.
“뭔가 낯익어.”
“너도? 나도 그랬는데.”
한데 그 낯익은 분위기의 정체가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저나 환마 어르신은 대체 왜 그랬을까?”
“그러게. 무서울 거 없는 양반인 줄 알았더니, 꼭······.”
“꼭?”
“지존 앞에 엎드린 것 같지 않았어?”
“어?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나저나 계속 여기 있을 거야?”
“그건 아니지.”
무사들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저들이 현천진을 없앤 게 분명했다.
이제 천마신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과연 향후 천마신교의 행보가 어찌 될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 멀어져가고 있는 벽태산 일행이 어떻게 될지가 더 궁금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환마는 천마신교의 일원이다.
그런 환마를 저렇게 핍박했으니 천마신교에서도 분명히 무언가 반응이 올 것이다.
자신들이야 그냥 넘어갔지만, 천마신교의 다른 무인들까지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그래도 왠지······ 별 일 없을 것 같긴 해.’
무사들은 그런 생각을 하며 천마신교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사실 벽태산 일행을 따라잡으려는 마음이 좀 있었다. 한데 천마신교에 도착할 때까지 따라잡지 못했다.
그저 걸어가는 자들을 말이다.
* * *
벽태산은 천마신교의 북쪽 끝에 위치한 거대한 성곽을 보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천마가 머무는 천마성이다.
당시 천마가 수뇌부를 전부 몰살시킨 장소이기도 했다.
천마성은 당시의 흉험한 싸움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곳곳이 부서진 채였다.
아직 복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천마신교가 위치한 곳은 자급자족이 만만치 않은 장소였다.
그렇기에 현천진에 갇히면 결국 나중에는 식량이 모자라 굉장히 곤란해진다.
거기서 더 나가면 사람들이 이성을 잃기 시작한다.
모두 예전 현천진에 갇혔을 때의 기록에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평소에 준비를 제법 해두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힘든 건 사실이었다.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생활하는 건 굉장한 압박감을 주니까.
실제로 한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갇혔다는 걸 인지한 순간부터 힘들어진다.
아무튼 그런 상황이니 사람을 동원해 천마성을 복구하는 일은 정말로 나중, 그러니까 현천진이 다시 열린 이후로 미뤄뒀을 것이다.
벽태산은 천마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곽 안쪽에 거대한 전각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전각들로 둘러싸인 곳에 다른 전각들보다 두 배쯤 높은 전각이 우뚝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