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37)
죽었던 자들을 되살리거나 채 죽지도 않은 자들을 반강시로 만들어 쓰는 놈들이다.
그러니 사라지는 것이 순리였다. 적어도 의선의 생각은 그러했다.
의선은 벽태산이 시키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문득 딴 생각이 들었다.
“가만, 이대로는 안 되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답을 받아야 한다.
“무명이 사라지면 최소한 십 년은 건드리지 말라고 해야겠어.”
십 년 정도 기루에 푹 빠져서 살면 슬슬 지겨워지지 않을까?
의선은 그런 생각을 하며 얼른 현천장으로 향했다.
일단 떠날 땐 떠나더라도 말은 해주고 가야 하니까.
현천장에 들러 그곳에 있는 자들을 만난 다음 의선이 향한 곳은 천마신교였다.
벽태산을 만나 담판을 짓겠다고 다짐하는 의선의 발걸음은 더없이 힘차고 경쾌했다.
* * *
무림맹주와 흑련주가 조용히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난 장소는 항주의 작은 주루였다.
무림맹주가 흑련주를 찾아간 것이다.
다음번에 만날 때는 흑련주가 무림맹주를 찾아가기로 했다.
이렇게 번갈아 방문하며 주기적인 만남을 가지기로 현천장에 있을 때 약속을 했다.
목적은 친목도모였다. 겸사겸사 무림의 일 중에서 논의할 것이 있으면 논의하고 말이다.
“공교롭군.”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시기에 딱 그런 일이 생길 줄이야.”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는 동시에 술잔을 비웠다.
“현천진이 사라지다니.”
무림맹주가 허탈한 표정으로 말하자, 흑련주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빨리 열렸어.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겠군.”
“좀 알아봤나?”
무림맹주의 물음에 흑련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아보고는 있는데······ 묘한 얘기가 들리더군.”
“현천장 말인가?”
“그래. 자네도 알아봤군.”
현천장, 그러니까 벽태산 일행이 천마신교로 가서 현천진을 없앴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사실 천마신교 쪽은 당분간 별다른 일이 없을 거라 여겨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소식이든 정보든 한 박자가 늦었다.
“애초에 천마신교와 관계가 깊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나.”
“그랬지. 벽 공자도 심상치 않았고.”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술잔만 비웠다.
“골치 아프군. 무명 쪽은 아예 다리를 싹 끊어버리고 숨어 버렸으니 찾을 일이 막막하고······.”
“그 와중에 천마신교의 문이 열렸으니······.”
무림맹주가 심각한 표정으로 흑련주를 보며 말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천마신교가 역사상 가장 약하다는 점일세.”
“그렇겠지. 현천진이 너무 갑작스럽게 열렸으니까. 심지어 천마도 아직 없을 텐데.”
천마가 없다는 점이 굉장히 컸다.
“오대세가가 문제로군.”
“그들이 과연 움직일까?”
“지금이 아니면 천마신교를 상대할 수 없을 테니 가능성은 좀 있지. 오대세가 말고도 천마신교에 이를 가는 자들이 제법 많지 않나.”
“그들이 똘똘 뭉쳐서 덤비면 아무리 천마신교라도 골치 좀 아플 걸세. 천마가 있다면 모를까.”
“문제는 그렇게 했을 때, 현천장이 과연 나설 것인가로군.”
두 사람이 동시에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가 좀 더 애써보세. 지금이 이럴 때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야지. 현천장이 마음먹고 나서면······ 재앙이 내릴 테니까.”
“일단 오대세가 쪽 움직임을 좀 파악해 보세. 호무련에도 슬쩍 언질을 주고.”
두 사람은 거기까지 말한 다음 술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단숨에 비웠다.
더 이상 천마신교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신변잡기에 대한 내용으로 얘기를 꽉 채웠다.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끝
사공예랑은 숙소를 나섰다. 수련을 위해서였다.
숙소에 붙어 있는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면 바로 증혼마공으로 이어질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가야 했다.
시간을 끌어달라고 했는데 바로 증혼마공을 익혀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서 당장 증혼마공을 익히기가 싫기도 했다.
그냥 이대로 증혼마공을 익혀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련을 쉴 수는 없기에 이렇게 매일 밖으로 나가 다른 곳에서 수련을 하고 돌아왔다.
밥조차 밖에서 먹었기에 사공예랑이 숙소에서 하는 일은 밤에 들어와 자는 것이 전부였다.
사공예랑이 쓰는 연무장은 천마신교에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제법 큰 객잔의 후원이었다.
천마신교에 있는 객잔은 천마성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장사는 잘 안 된다.
천마신교에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야 객잔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천마성에서는 객잔을 없애지 않았다.
드물지만 객잔을 쓸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천마신교에 소속된 사람들 중에서도 가끔 특별한 목적에 따라 객잔을 이용하기도 했다.
게다가 객잔 일 층에서는 음식도 팔았다. 맛이 제법이었기에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도 좀 있었다.
사공예랑은 객잔에 도착하자마자 객잔 일 층에 마련되어 있는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소이가 쪼르르 달려와 물었다.
“평소 드시던 걸로 대령할까요?”
사공예랑이 고개를 끄덕이자, 점소이가 주방 쪽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잠시 후, 먹음직스러운 음식 몇 개가 탁자에 놓였다.
사공예랑은 천천히 꼭꼭 씹어서 음식을 깨끗이 먹어치웠다.
아침밥을 해결한 사공예랑은 객잔 후원으로 나갔다.
객잔 후원에는 별다른 조경도 되어 있지 않았다. 척 보기에도 연무장으로나 쓰지 다른 용도로는 쓰기 어려울 것 같은 공간이었다.
사공예랑은 공터 한가운데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수련은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달랐다. 그녀는 영력을 갈고닦는 수련을 주로 했다.
그래서 격렬하지 않고 조용하다.
지금도 사공예랑은 가만히 선 채 눈을 감고 자신의 영력을 관조하며 가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대부분의 수련을 이걸로 채우는데, 오늘은 좀 달랐다.
사공예랑은 천천히 눈을 뜬 다음,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 천마신교의 기본 무공을 천천히 펼쳤다.
다른 사람이 보면 무슨 기본 무공 수련을 이따위로 하느냐고 호통을 칠 것이다.
그 정도로 사공예랑의 움직임은 어딘가 좀 이상했다.
동작도 흐느적거렸고, 연결도 매끄럽지 않았다.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공예랑은 정말 진지했다.
그 이상하고 어색한 동작을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했다.
그녀의 동작은 미세하게 변하고 있었다.
흐느적거리던 팔다리의 움직임이 조금씩 절도를 찾아갔고, 연결도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사공예랑은 지금 기본 무공을 통해 증혼마공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증혼마공에서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 알고자 하는 시도였다.
애초에 기본 무공의 극에 달해 초월하면 영력을 깨울 수 있고, 그렇게 깨운 영력을 토대로 증혼마공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니 기본 무공을 쪼개고 쪼개 분석하다보면 증혼마공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공예랑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사공예랑은 증혼마공을 익힐 수 있는 연무장에 들어섰을 때, 왜 꺼림칙했는지 알아냈다.
그것은 벽태산에게서 비롯된 영력과 달랐기 때문이다.
벽태산의 도움으로 얻은 영력은 기본이 증혼마공이었다.
한데 벽태산의 증혼마공은 이곳에서 익힐 수 있는 증혼마공과 같지만 달랐다.
그 다른 점 때문에 꺼림칙했던 것이다.
꺼림칙하다는 건, 그것이 뭔가 위험하다는 뜻이리라. 자신에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아니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맞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사공예랑은 후자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꺼림칙함이 증혼마공을 익힌 역대 천마들이 폭주해서 죽는 이유일 거라 짐작했다.
사공예랑의 움직임이 어느새 처음과 달리 훨씬 정교해지고 힘이 넘쳤다.
그녀는 서서히 무아지경에 들어섰다. 이대로 무아지경에 들어가면 그녀에게 맞는, 그리고 꺼림칙하지 않은 증혼마공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무아지경에 들어선 순간, 다시 나왔다.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번득였다.
“후우우우.”
사공예랑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몸과 마음을 정돈했다.
“나와라.”
사공예랑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객잔 쪽에서 평범하게 생긴 사내 다섯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릴 눈치챌 줄은 몰랐는걸? 감이 대단한가봐?”
사내 중 한 명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말하는 내내 사공예랑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음흉한 눈으로 훑었다.
“더 있는 거 안다. 다 나와라.”
사공예랑은 그렇게 말한 다음, 자신을 음흉하게 보고 있는 사내를 똑바로 노려봤다.
“그따위 눈으로 보지 마라. 뽑아버리기 전에.”
사공예랑의 말에 사내가 움찔 놀라더니 히죽히죽 웃었다.
“반응 좋은데? 역시 그냥 죽이긴 아까워.”
사공예랑이 피식 웃었다.
“고작 너희들 정도로 날 죽인다고?”
사공예랑은 다섯 사내를 세심히 관찰했다. 상당한 강자이긴 했지만, 자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저들 정도는 무명의 고수 한두 명만 데려와도 박살을 낼 수 있었다.
사공예랑은 침착하게 저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저들이 누구인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천마신교 내에서 저런 일을 벌일 만한 자들은 무명 외에는 없었다.
저들은 분명히 무명의 세작들이리라.
그렇다면 자신에 대해 제법 조사를 했을 것이고,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도 알 것이다.
‘너무 여유로운데?’
단순 비교를 해도 저런 놈들 서른 명은 와야 싸움이 될 것이다.
아니, 숫자는 많아도 별 의미 없다. 제대로 된 강자가 한둘은 섞여야 한다.
그걸 아는데도 저렇게 여유를 부린다는 건,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무력 말고 다른 수법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예를 들면 독이라거나.
아니나 다를까, 다섯 사내가 품에서 시커먼 구슬을 하나씩 꺼냈다.
어느새 그들은 사공예랑을 넓게 포위하고 있었다.
사공예랑은 그들이 검은 구슬을 꺼냄과 동시에 움직였다.
엄청난 속도로 포위망을 빠져나간 것이다.
하지만 사내들은 그조차 예상했다.
다섯이 일제히 바닥에 구슬을 던져 깨뜨렸다.
쨍!
구슬 깨지는 소리가 울렸고, 그와 동시에 담장 너머에서 무수한 구슬이 날아왔다.
쩌저저저저정!
새까만 독연이 안개처럼 확 퍼졌다.
사공예랑은 숨을 참고 영력을 돌려 자신의 몸에 독연이 닿지 않게 조치했다.
그런 사공예랑을 향해 다섯 사내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에는 길쭉한 꼬챙이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 핏줄이 터질 듯 돋아나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사공예랑이 예상했던 것을 훨씬 웃돌았다.
‘잠력을 터트린 건가?’
사공예랑은 검을 뽑으며 날아오는 꼬챙이들을 쳐냈다.
쩌저저저정!
사실 굳이 이렇게 싸울 필요는 없었다. 그냥 빈틈을 만들어내 몸을 빼면 아주 간단히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사공예랑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전부 짓누를 수 있어야 한다.
사공예랑은 몸을 한 바퀴 휘릭 회전하면서 검을 크게 휘둘렀다.
콰우우우!
강렬한 회오리가 일어나며 주변에 자욱하게 깔린 검은 연기를 모조리 빨아들여서 하늘로 날려 버렸다.
그와 동시에 검에서 쭉 뻗어나간 검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촤촤촤촥!
다섯 사내들이 몸에서 피를 튀며 뒤로 쭉쭉 물러갔다.
다들 질린 눈으로 사공예랑을 바라봤다. 강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들이 준비한 건 이게 다가 아니었다.
다섯 사내는 이를 악물고 사공예랑에게 달려들었다.
사공예랑이 그들의 공격을 막는 순간, 새로운 사람 열 명이 담장 위에 올라섰다.
그들은 어른 팔뚝만 한 원통을 들고 있었다,
사공예랑의 눈이 번득였다.
저들이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바로 저것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열 개의 원통이 일제히 폭음을 터트렸다.
꽈앙!
하나의 원통에서 수백 개의 강침이 쏟아졌다.
그런 것이 열 개나 되니 무려 수천 개나 되는 강침이 쏘아진 것이다.
강침은 위로 올라가더니 사공예랑을 향해 비처럼 쏟아졌다.
피할 길이 전혀 없었다. 이건 전부 쳐내야 한다. 한데 강침의 수가 너무 많았고, 속도도 너무 빨랐다.
원통을 터트린 자들은 성공을 확신했다.
이 강침은 보통 강침이 아니다. 호신강기조차 꿰뚫을 수 있는 무기였다.
게다가 쳐내는 것도 쉽지 않다. 강기에도 잘 부서지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졌으니까.
이건 다시 구할 수도 없는 무기였다.
수천 개의 강침이 사공예랑을 꿰뚫을 듯 쏟아졌다.
그 순간, 사공예랑의 눈에서 맑은 광채가 쏟아졌다. 그녀의 집중력이 한계를 초월했다.
아까 끊어졌던 무아지경이 다시 이어지며 그녀의 몸에 영력의 길을 뚫었다.
그야 말로 찰나의 순간 일어난 일이었다.
콰우우우!
사공예랑의 몸에서 영력의 폭풍이 일어났다.
그리고 수천 개의 강침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사공예랑은 담장 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투두두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