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49)
한데 천마신교가 나선 이후, 그런 분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무림에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천마신교 덕분에.
* * *
십 년이라는 세월은 비단 천마신교와 천하 무림만 바꿔놓지 않았다.
현천장도 십 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현천장의 주인인 벽태산도.
벽태산은 현천장에서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연무장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건 아니었다.
사방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었고, 다섯 살에서 일곱 살 사이의 아이들이었다.
즉, 시끄러웠다.
“아하하하하! 잡아라!”
아이 하나가 우다다다 달려갔고, 그 뒤를 약간 작은 아이가 쫓아갔다.
그보다 좀 더 먼 곳에서는 연무장 바닥을 열심히 파헤치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리고 몇몇은 허공을 유영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벽태산이 조종하고 있었다.
벽태산은 동시에 다섯 명의 아이들이 연무장 위를 빙글빙글 돌며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날아다니는 게 아니었다. 굉장히 불규칙하고 방향도 제멋대로였다.
그러면서 다섯 명의 동선이 전혀 꼬이지 않아 서로 충돌할 일이 없었다.
그 다섯 아이들은 누구보다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아하하하하! 더 빨리요! 아빠!”
벽태산은 말없이 속도를 조금 더 빠르게 조정해 주었다.
“아하하하! 신난다!”
벽태산은 해탈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천마의 취임식 이후, 일 년 정도 현천장에서 머물다가 결국 혼례를 올렸다.
상대는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여자들 전부였다.
벽태산은 누구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고, 결국 모두를 받아들였다.
연하린, 초서란, 사공예랑을 비롯해 소소와 화옥을 포함한 시비들 전부 부인으로 맞이했다.
물론 그렇게 한 다음에도 다들 하던 일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부인들이 아이를 낳았다.
벽태산의 부인들은 하는 일이 많아 바쁘니 언제나 아이들은 벽태산 차지였다.
조용히 살고자 무림을 정리했는데, 지금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연무장 구석에서 아이 두 명이 툭탁거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벽태산은 크게 위험할 정도가 아니면 굳이 나서지 않았다.
물론 시선을 떼지는 않았다.
아무리 많은 아이들이 있어도 그 모든 아이들을 동시에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이를 보는 일은 심력과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여자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왔다.
소소가 낳은 아이였다.
“아빠!”
아이가 얼른 벽태산에게 폴짝 안겼다. 그리고 얼굴을 벽태산의 가슴에 부비부비 문질렀다.
“아빠 냄새 좋다.”
고작 여섯 살이었다. 벽태산은 흐뭇한 눈으로 아이를 내려다봤다.
그때 아이가 고개를 살짝 들어 벽태산과 눈을 마주쳤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벽태산을 똑바로 바라보며 아이가 말했다.
“저는 아빠가 제일 좋아요.”
벽태산은 하마터면 나도 네가 제일 좋다고 말할 뻔했다.
그래선 안 된다. 여기에 있는 아이들 전부 자신의 아들과 딸이다.
누구 하나 편애하는 말을 던져선 안 된다.
실제로는 편애하더라도 겉으로는 절대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벽태산이 말을 하려다 말자, 아이의 눈빛이 일렁였다.
“아빠는요?”
하마터면 또 넘어갈 뻔했다. 이 녀석 아빠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벽태산은 아이를 안은 채 벌떡 일어났다.
“자, 이제 엄마한테 갈 시간이다.”
사실은 아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리라.
한창 여기저기 흩어져서 시끄럽게 놀던 아이들이 허공을 붕붕 날아서 벽태산 근처로 왔다.
당연히 벽태산이 한 일이었다.
벽태산은 그렇게 아이들을 모두 모은 후, 턱짓을 했다.
허공이 쩍 벌어졌다.
그 안은 이곳과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벽태산은 아이들을 그 안으로 휙휙 넣었다.
“거기 엄마 몇 명 있을 거다.”
아이를 모두 넣자, 연무장에 지독할 정도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벽태산은 씨익 웃으며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앉았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수련을 시작했다.
예전 사공예랑이 천마가 되던 날 깨달은 것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덕분에 방금 했던 것처럼 공간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벽태산이 진짜 얻은 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벽태산은 그때부터 계속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벽태산의 얼굴에 드리워진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 * *
사공예랑은 당황했다.
갑자기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으니까.
평소 벽태산이 엄마가 있는 곳으로 아이들을 보낸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로 보내는 일은 굉장히 드물었다.
여기는 천마신교였다.
아이들은 천마의 집무실을 휘젓고 다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 여기에 화옥과 소소가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을 가장 못 다루는 사람이 바로 사공예랑이었다. 그녀는 아이들만 보면 그대로 얼어붙었다.
저 아이들 중에 자신이 낳은 아들이 있는데도 그러했다.
그나저나 이 아이들을 어떻게 현천장으로 보낼지도 걱정이었다.
아마 저녁때가 되면 벽태산이 공간을 연결해줄 것이다. 그때 데려가면 되는데, 문제는 아직 그때가 되려면 멀었다는 점이었다.
사공예랑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순간, 나직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만!”
거짓말처럼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아이들이 똑바로 서서 방금 집무실로 들어온 두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들어온 사람은 화옥과 소소였다.
둘 다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엄마였다.
방금 말한 사람은 화옥이었다. 아이들이 좀 더 무서워하는 쪽이었다.
“자, 다들 저리로 가자.”
소소가 아이들을 우르르 데리고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사공예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워요.”
화옥은 그런 사공예랑을 보며 빙긋 웃었다.
“아무래도······ 나랑 소소가 여기 있으니까 이리로 보낸 모양이네요. 우리 장주님도 한계였던 거지요.”
화옥은 그렇게 말하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벽태산이 아이들에게 쩔쩔 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아마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안 그런 줄 알겠지만, 벽태산의 부인들에게는 확실히 보였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겁고 충실했다.
이 모든 것이 벽태산 덕분이었다. 화옥은 마음속으로 항상 감사하며 살았다.
아니, 화옥뿐 아니라 현천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았다.
현천장은 세상 속에 있지만, 마치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건 현천장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바였다.
저러다가 어느 날 훌쩍 사라져 버려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 정말 바쁜데, 저 아이들을 어쩐다······.”
화옥이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반가운 얼굴이 집무실로 들어섰다.
“무슨 그런 고민을 하느냐. 내가 있지 않느냐.”
나타난 사람은 의선이었다.
의선의 모습은 예전과 좀 달라졌다.
온몸을 탄탄한 근육으로 꽉 채웠다. 그리고 새하얀 턱수염을 배꼽까지 길렀다.
아이들이 저 수염을 보면 전부 달라붙는데, 의선은 그럴 때마다 크게 웃으며 수염을 빙글빙글 돌려주었다.
“우리 애기들 다 데려와라. 현천장으로 갈 테니.”
화옥과 사공예랑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맺혔다.
* * *
연무장에 앉아서 수련 겸 휴식을 만끽하고 있던 벽태산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공간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바닥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로 영력이 휘몰아쳤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말을 안 듣는구나.”
벽태산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새하얗게 빛나는 바닥에서 사람이 불쑥 솟아났다.
한 명이 아니었다.
노인 한 명에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함께 있었다.
의선이 벽태산을 보고 빙긋 웃었다.
“애들 데려왔네. 보고 싶었지?”
놀리듯 하는 말에 벽태산이 의선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 압박에 의선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지난 십 년 동안 의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성장을 거듭해도 벽태산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따라잡는 게 뭔가, 오히려 더 멀어지는 듯했다.
벽태산의 성장속도는 의선보다 훨씬 더 빨랐다.
지금은 벽태산이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해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애들 데리고 그거 쓰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느냐.”
의선이 슬그머니 벽태산의 시선을 피하며 변명했다.
“아니, 지금까지 한 번도 실수가 없었는데······.”
벽태산이 이러는 이유는 의선이 방금 쓴 수법 때문이었다.
그건 자신의 주위에 강제로 영맥을 여는 비법이었다.
그렇게 하면 미리 영맥으로 만들어 뒀던 곳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의선의 수준은 보통이 아니었기에, 목적지에 꼭 영맥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영맥을 만들었던 곳이면 언제든 다시 영맥을 열 수 있었다.
벽태산처럼 공간을 가르는 것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충분히 대단한 비법이었다.
“강제로 영맥을 열면 내부가 불안정해서 자칫하다간 얼토당토않은 곳으로 튕겨날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의선 혼자서 그 꼴을 당하면 상관없다. 의선이 어디 가서 당하고 다닐 사람도 아니고.
하지만 애들을 데리고 저따위 짓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심지어 의선은 이것을 벽태산의 아이들이 아니면 다른 누구와도 함께 쓰지 않았다.
“자네 애들이랑 있으면 왠지 영력이고 정신이고 아주 차분해져서 일이 잘못될 것 같지가 않다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는 거로구나.”
벽태산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거대한 산이 일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의선이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앞으로 안 한 다니까 그러네. 그러니 진정하게. 애들 뛰어가는 거 안 보이나? 가서 잡아야지.”
의선이 얼른 애들에게 달려갔다. 아이들이 의선의 몸과 수염에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그 광경을 보던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저러다 큰 코 다치지.”
아마 조만간 의선이 영맥 이동술을 쓰다가 어딘가로 한 번 튕겨날 것 같았다.
그때 의선을 찾으러 갈지 말지는 지금부터 조금 고민해 봐야겠다.
벽태산은 애들과 놀아주는 의선을 보다가 멈칫했다. 무언가가 보인 것이다.
잠시 뜸을 들이던 벽태산이 말했다.
“등선할 생각이로구나.”
의선은 벽태산에게서 등을 돌린 채 잠시 서 있다가 돌아서서 빙긋 웃었다.
“슬슬 갈 때가 되지 않았나. 선계에도 기루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자네는 어쩔 텐가? 언제든 갈 수 있는 거 아니었나?”
“더 재미난 걸 찾아서.”
“재미난 것?”
의선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벽태산을 바라봤다.
벽태산이 씨익 웃었다.
“보여줄까?”
의선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염에 매달려 있던 아이들이 위아래로 흔들리자 꺄르르 웃었다.
벽태산이 아이들이 없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막대한 힘이 손바닥 앞에 모여들었다.
의선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최근 어렴풋이 닿을락 말락 하던 힘이 바로 저기에 있었다. 같은 영력이지만 상위의 격을 가진 영력이었다.
손바닥 앞의 공간이 쩍 벌어졌다.
그 안에 기괴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저건 뭔가?”
“여기랑은 전혀 다른 세상.”
의선의 눈이 번득였다.
“나도 가볼 수 있나?”
“등선은?”
“저걸 보고 어떻게 등선을 하겠나.”
“저기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나도 모른다. 무슨 위험이 있을지 알 수 없지. 어쩌면 선계일지도 모르고.”
만일 저기가 선계라면 등선을 한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의선이 피식 웃었다.
“선계일 리가 있나. 저렇게 지독한 사기를 풍기는데.”
“그런데도 가보겠다고?”
“저길 정화하다보면 격이 올라갈 거라는 확신이 섰네.”
의선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휘휘 저어 자신에게 붙은 아이들을 툭툭 털어냈다.
아이들은 허공에 떠서 이리저리 날아가며 또 꺄르르 웃었다.
하여튼 겁이 없는 녀석들이다.
의선은 벽태산을 한 번 힐끗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