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73)
하지만 벽태산과 함께 하는 자들이 상당한 강자라고 알려졌기에 이쪽에서도 과하다싶을 정도로 준비를 했다.
“팔다리 자르는 정도는 괜찮지?”
부두철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되도록 멀쩡했으면 합니다. 벽태산의 몸을 가지고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야 돼서······.”
“그놈이 우리 강시들과 상극이라고 했던가?”
“예. 맞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확실히 연구해야 합니다. 혹시 우리가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전부 못쓰게 되면 곤란하니 말입니다.”
“그래, 그건 안 될 말이지. 알았으니 염려 마라.”
세 사내는 거기까지 말하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시작했다.
“누가 갈 건지 정해야지?”
“오랜만의 손맛인데 양보할 수 없지.”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걸 본 부두철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저들을 말릴 수는 없었다.
‘뭐······ 다른 쪽에서 습격이 올 수 있으니 그때 저분들이 나서도 되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마음이 좀 편해졌다.
“어르신들, 벽태산은 꼭 잡아야 합니다. 주군께서 신신당부하신 일입니다.”
부두철의 말에 사내들이 일제히 그를 노려봤다.
흠칫 놀라 뒤로 주춤주춤 물러난 부두철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하하. 그냥 주군의 말씀을 전해드렸을 뿐입니다. 편하신 대로 하시지요.”
세 사내는 주군이라는 말이 나오자, 조금 말을 바꿨다.
“둘이서 가는 걸로 하지.”
“좋아. 그럼 오랜만에 제비뽑기?”
“그래야지.”
그렇게 벽태산을 잡으러 갈 두 사람이 정해졌다.
사내들은 차례가 정해지자마자 바로 움직였다.
어느새 그곳에서도 벽태산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벽태산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두 사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좀 놓였다.
‘어쨌든 혼자서 광동사괴 중 두셋은 너끈히 상대할 수 있는 분들이니.’
부두철은 편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이제 남은 건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는 것뿐이었다.
끝
벽태산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두 사람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느낌이 익숙한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벽태산은 처음과 똑같은 속도로 걸었다.
어느새 두 사내가 벽태산 앞으로 다가왔다.
벽태산은 마치 두 사내 사이로 지나쳐 가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계속 걸었다.
“이놈이 미쳤나?”
두 사내 중 하나가 그렇게 외치며 냅다 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바닥에 막대한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 기운이 손바닥에 실려 벽태산의 머리로 날아갔다.
벽태산은 그냥 걸었다.
후웅!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히 뒤통수를 때렸는데, 그 자리에 벽태산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걸음을 빨리해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다.
나머지 사내가 다급히 벽태산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뻗었다.
꽈르릉!
주먹에 뇌기가 어리더니 정면을 말 그대로 휩쓸어 버렸다.
하지만 벽태산은 여전히 걷고 있었다. 그저 비스듬하게 방향을 바꿔 뇌기의 범위에서 벗어났을 뿐이다.
그쯤 되자, 두 사내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이거 제법 하는 놈이로구나.”
“그러게. 때려잡는 맛이 있겠어.”
두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장법과 권법, 각법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한데 놀랍게도 벽태산은 그 공격에 한 대도 맞지 않고 그저 걷기만 했다.
속도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기는 했지만, 또 방향을 조금씩 바꾸긴 했지만, 어쨌든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표정이 확 굳었다.
이 정도면 거의 농락이나 다름없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죽여 버리겠다!”
두 사람의 몸에서 흉포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기운을 감싼 채, 벽태산에게 몸으로 부딪혀갔다.
벽태산은 한 걸음 내디디며 몸을 반쯤 회전시켰다. 그러면서 손바닥을 휘둘렀다.
쩌적!
두 사내의 뺨에 벽태산의 손바닥이 절묘하게 작렬했다.
마치 두 사람이 벽태산의 손바닥에 뺨을 갖다 대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꽈광!
뺨을 맞은 두 사람이 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를 땅에 꽉 찍었다.
벽태산에게 뺨을 맞아 거의 몸이 휙 돌아가다시피 쓰러진 것이다.
그 충격에 두 사람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꿈틀거렸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맷집이 제법이네.”
벽태산은 그렇게 자신의 감상을 툭 던지며 계속 걸었다.
지금까지 한 순간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쓰러진 두 사람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번에 일어나지 못하고 몇 번이나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야 했다.
그리고 확실하게 몸을 세워 균형을 잡았을 때, 벽태산은 이미 그들의 나머지 동료 한 사람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얼른 달려갔다.
저놈 혼자서는 절대 벽태산을 막지 못한다. 최소한 셋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동료의 뺨에 벽태산의 손바닥이 작렬하는 광경이 보였다.
쩌억!
꽈앙!
몸이 휙 돌아가며 바닥에 머리가 콱 꽂히는 걸 보며 자신들이 저렇게 당했구나, 생각했다.
벽태산을 향해 사방에서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 안 돼! 그냥 그렇게 무작정 달려들고 그러면 안 돼!”
안타깝게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벽태산의 모습이 달려든 무사들에게 가려 버렸다.
* * *
벽태산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살짝 이가 드러나니, 본인은 기분이 좋아서 짓는 미소인데 그걸 본 적들의 가슴에 공포가 못처럼 콱 박혔다.
그도 그럴 것이 벽태산이 가볍게 움직일 때마다 동료의 몸이 휙 돌아가며 바닥에 머리를 퍽 찍고 몸을 바르르 떠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벽태산은 작정을 했는지 달려드는 모든 무사들의 뺨을 손바닥으로 짝짝 때렸다.
그저 가볍게 손을 휘두르는 것뿐인데, 일단 맞으면 순간적으로 정신이 날아가 버리고, 몸이 휙 돌아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진다.
그렇게 쓰러진 자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바늘에 찔린 벌레처럼 몸을 파르르 떨기만 했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무사들은 아무도 도망치지 않고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맞아 쓰러졌다.
그러다보니 벽태산에게 가장 처음 당했던 두 사내가 드디어 도착했다.
두 사내는 같은 편 무사들 틈에서 벽태산을 기습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잠시 그러고 있으니 두 사내의 동료까지 다가와 눈을 번득이며 빈틈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기회를 노리는 사람 중에는 오늘의 책임자인 부두철도 있었다.
다른 부하들을 소모품처럼 쓰며 기회를 노리는 부두철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이러다가 얼굴이 뭉개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준비가 너무 부족했어.’
설마 벽태산이 이렇게나 강할 줄은 몰랐다.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거의 십대고수에 근접하는 게 아닐까?
고작 저 나이에 저 정도 실력을 쌓는 것이 과연 가능하긴 할까?
혹시 누군가 엄청난 고수가 반로환동한 건 아닐까?
정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게 주위를 돌며 벽태산을 살펴보고 있을 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이 자리에서 부두철보다 강한 세 사람이 동시에 벽태산에게 달려든 것이다.
짜작! 뻑!
벽태산은 지금까지와 달리 발까지 이용해서 셋을 동시에 날려 버렸다.
두 명에게는 손바닥으로 뺨을, 나머지 한 명에게는 발로 뺨을 때린 것이다.
손으로 맞은 두 사람은 바닥에 머리부터 떨어졌고, 발에 맞은 사람은 뒤로 쭉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정확히 벽태산이 셋을 가격한 그 순간 부두철이 바닥에 거의 깔리다시피 해서 벽태산의 하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방금 사내 하나를 날려버렸던 벽태산의 발이 그대로 부두철의 등을 내리 찍었다.
꽈득!
강렬한 충격이 부두철의 온몸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싸움에서 부두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벽태산이 빠진 일행은 세 무리로 갈라졌다.
일단 가장 무공이 강한 일침괴가 네 명의 시비와 함께 가기로 했다.
그리고 천추신의가 천약방의 두 의원과 함께했다.
나머지, 그러니까 연하린과 천경완, 유서연이 한 무리를 이뤘다.
그들은 목적지를 빙 돌아 외곽에서부터 치고 들어가기로 했다.
한데 그쪽에 정찰을 나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결국 제대로 뒤를 치기도 전에 정찰조에 걸려들었고, 목적지와 제법 먼 곳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그나마 정찰조에 속한 무사들은 중심부에 있는 무사들보다 비교적 약했기에 일행이 위험할 일은 별로 없었다.
만나는 적 역시 목적이 정찰이었기에 여러 명이 뭉쳐 다니지 않고 많아야 세 명이었기에 싸우기가 그리 어렵지 않기도 했고.
다만 도망치는 놈들을 잡는 것이 좀 까다로웠다.
적의 뒤를 치는 것이 목적이니 이쪽으로 치고 들어간다는 것을 들키면 안 되기에 철저히 잡아야만 했다.
연하린은 천경완, 유서연과 함께 이동하며 약간의 자괴감에 빠졌다.
얼마 전 두 사람과 함께 적을 상대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또 달랐다.
두 사람은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 반면 자신은 여전히 제자리였고.
물론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 사이에 더 강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안다.
하지만 저 두 사람은 그걸 해냈지 않은가.
“아가씨, 좀 더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 이대로라면 공자님이 혼자서 저 많은 적들과 싸우게 될 거예요.”
그 말에 연하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알았어. 서두르자.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그들은 되도록 정찰조와 만나지 않도록 애쓰면서 벽태산이 있을 목표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일행들 역시 비슷한 생각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었다.
그들은 서두른 덕분에 빠르게 목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데 이쯤이면 싸우는 소리가 좀 들려야 할 텐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세 사람은 다급히 몸을 날렸다.
어쩌면 벌써 싸움이 끝났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벽태산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머릿수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정찰조를 편성한 규모만 봐도 적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그 많은 적을 어떻게 벽태산 혼자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뒤를 쳐서 적의 진형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빠르게 몸을 날린 세 사람의 시야에 넓은 공터가 확 들어왔다.
그들은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공터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적의 규모는 엄청나게 컸다.
그리고 그 많은 적이 전부 바닥에 누워 있었다.
공터 한가운데, 넓적하고 제법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벽태산이 앉아 있었다.
보아하니 다른 쪽에 바위가 있던 흔적이 남은 걸로 봐서 저 바위를 굳이 공터 한가운데까지 옮긴 모양이었다.
저걸 벽태산이 했는지, 그 전에 저기 있는 적들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한동안 공터에 펼쳐진 광경을 내려다보던 연하린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걸······ 저걸 공자님이 혼자서 다 하신 거라고?”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 일행들이 속속 나타났다.
그들 역시 반응은 연하린과 똑같았다.
* * *
일행이 벽태산 앞에 다시 모였다. 벽태산은 바위 위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벽태산을 바라보는 일행의 눈에 다양한 감정이 일렁였다.
존경과 불신, 혼란이 뒤범벅 된 복잡한 눈빛이었다.
“언제까지 구경만 할 생각이지?”
벽태산이 천천히 눈을 뜨며 물었다.
“지시를 내려주세요, 공자님.”
화옥이 얼른 대답하자,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남은 잔당들이 있을 거다. 가서 싹 잡아.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예.”
“그리고 화옥은 남아.”
“예.”
벽태산의 지시가 떨어지자,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남은 잔당은 여기까지 오면서 무수히 만난 그 정찰조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살아 돌아가면 아마 귀찮은 일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이쪽의 정보를 가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인 화옥과 천추신의가 열심히 일행들에게 그 사실을 강조하며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이와 비슷한 일을 여러 번 해봤는지 그 두 사람의 지시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렇게 다들 사방으로 흩어지고 화옥만 남자, 벽태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와라.”
벽태산이 앞장서서 걸어갔고, 화옥은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에는 네 명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척 보기에도 다른 사람들과는 복장이 달랐다.
“이들이 수뇌부로군요.”
“그런 것 같다. 힘 좀 쓰더구나.”
화옥은 일단 그들이 살아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전부 살아 있었다. 물론 정신을 차리게 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지만.
“일단 깨울 테니 최대한 정보를 뽑아라.”
“예. 하지만 이들의 배후를 알아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미 한 번 경험했지 않은가. 광동사괴를 통해서 말이다.
벽태산이 피식 웃었다.
“배후? 그딴 건 필요 없고, 반강시가 어디 있는지나 알아내. 아, 이놈들은 느낌이 어때? 뭐 보이는 거 있나?”
화옥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광동사괴와 비슷합니다. 피와 칼이 보입니다. 살육을 자행하는 자들에게 주로 보이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