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27)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27화(127/184)
127화 데어 클라시코(4)
최준호는 두 발을 띄운 상태로 채여서 팔로 먼저 떨어졌기 때문에 스파이크에 긁힌 찰과상 정도의 통증만 있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과 거의 한계까지 몰린 상태에서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이 미친듯이 샘솟기 때문에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진짜 괜찮겠어?”
최준호는 팀닥터의 팔에 의지해서 몸을 일으켰다.
“네.”
그러고 보니 양말도 몇 군데 찢어졌고, 유니폼도 얼마나 잡아 챘는지 확연하게 늘어나서 헐렁거리는 느낌이었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최준호를 괴롭혔는지 눈에 훤하게 보였다.
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축구의 황제라고 불리던 펠레는 전성기 시절 수비수들이 막을 수가 없자, 아예 부상을 입히려고 태클을 하였고.
리오넬 메시는 달라붙는 선수들의 트래쉬토크는 기본이었고, 주심의 눈이 다른데 가 있을 때마다 발로 계속 걷어차였다.
VAR이 적용되고 나서부터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지만.
어찌되었던 집중 견제를 받는 건 뛰어난 선수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
그 모습을 보던 마르코 로이스가 팀 동료들을 모아서 이야기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 구장에서 이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면 잘 했다는 정도의 생각을 하는 선수들도 분명 있었다.
도박사들도 바이에른 뮌헨의 승리 확률을 85% 정도로 볼 정도였고.
워낙 치열한 경기였기 대다수의 선수들은 폐가 터져나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 막내가 저렇게 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우리가 좀 더 뛰어야하지 않겠냐?”
로이스의 말에 도르트문트 선수들 모두가 고개를 묵묵히 끄덕였다.
“저 녀석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잖아? 너희들 역시 선택받은 도르트문트의 선수잖아.”
후반에 하키미 대신 들어온 우카시 피슈체크가 손뼉을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맞아. 작년에 우리는 저 녀석 없이도 뮌헨놈들과 아슬아슬한 차이로 준우승을 했잖아. 이 경기 분명 뒤집을 수 있을 거야.”
라파엘 게헤이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 저렇게 무리하면 조만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어. 보여주자고··· 우리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말이야. 녀석을 안심시켜주자고.”
팀에서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입을 맞추자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기세는 금방 올라갔다.
“뮌헨 놈들도 사람이잖아? 우리랑 똑같아. 지금 드럽게 힘들거야.”
그들은 다들 얼싸안고 힘차게 외쳤다.
“좋아. 해보자!”
팀 닥터들이 태클을 당한 부위에 에어파스를 뿌리고 있는 동안 최준호의 귀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해 있었다.
선수들의 레벨이 일정 수준이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아주 작은 차이로 클라스의 차이를 논한다.
그 말은 특정 상황이 아니라면 서로 비등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정신적인 부분, 즉 축구 선수들에게 동기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이 정도면 했으면 내 역할은 이제 다 끝난 건가?’
최준호는 이번 프리킥을 차면은 더 이상 뛰기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고, 마르코 로제 역시 그걸 알고 있는지 벤치 쪽에서 토마스 델라이니가 계속 몸을 풀고 있었다.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걸로 봐서는 조만간 교체 사인이 나올 것 같았다.
“괜찮아?”
김우영이 공을 가져다주면서 물었고, 최준호는 조용히 말했다.
“응. 내가 공을 차면 오른쪽에 있다가 골대 중앙 후방으로 올라와.”
김우영의 생각에 최준호는 평소에 뭔가 허당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분데스리가에서 뛰면서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축구할 때에 이만큼 멋있는 녀석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어떻게 골을 넣을 지만 머릿속에 가득차 있는 축구바보.
“알았어.”
김우영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페널티 에어리어로 뛰어갔다.
벽을 안세워도 되는 거리였지만, 최준호의 슈팅력 때문인지 두 명의 선수가 앞에 서 있었고, 덕분에 페널티 에어리에는 수비수랑 공격수 숫자랑 비등비등했다.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선방 범위가 워낙 넓기도 했고, 쥘레라는 분데스리가 최고의 제공권을 가진 선수도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최준호는 공 앞에 다리를 벌리고 서서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터치라인쪽을 보았다.
부심이 교체판을 들고 있었고, 토마스 델라이니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골대로 시선을 돌렸다.
‘지는 건 죄악이야.’
혼자 중얼거리던 최준호는 두 손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선수들은 슬그머니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위어 움직였다.
당연하지만 프리킥 상황에서 대인마큼 전술을 쓰는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도 도르트문트 선수들과 뒤엉켜서 양갈래로 나뉘었다.
순간 마누엘 노이어는 헐거워진 중앙에서 뭔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는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알 수 없는 수신호로 수비수와 간단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 삐익!
– 뻥!
이번에는 지체없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크로스를 넣었다.
앞에서 점프를 뛴 두 선수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공.
김우영은 오른쪽에서 쥘레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중앙으로 달려갔고, 마누엘 노이어와 합을 맞춘 수비수들이 중앙으로 몰렸다.
‘걸렸다! 요놈!’
최준호의 크로스는 정말 정교하기 짝이 없었다.
마음 먹은데로 넣고 싶은 곳에 넣을 수 있는 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상대의 허를 찌르는 데 너무 능숙한 놈이었다.
월드컵에서 그렇게 당한 이후로 절대 지지 않겠다고 생각한 마누엘 노이어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겼···엉?’
하지만 공을 찬 후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던 최준호는 오히려 웃음을 짓고는 터치 라인쪽으로 몸을 돌렸다.
‘함정에 함정.’
공응 중앙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휘어져 들어갔고, 수비수들이 중앙으로 움직임을 가져간 통에 자연스럽게 프리가 되어버린 악셀 비첼이 우뚝 선 채로 당황한 마누엘 노이어의 머리통을 타겟으로 헤더를 하였다.
눈 앞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헤더슛을 막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마누엘은 팔을 허우적거렸지만 골대가 그물을 흔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 철렁!
자신에게 기회가 올 줄 알았던 김우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터치라인으로 걸어가는 최준호를 보았다.
평소라면 프리킥을 차고는 바로 골문으로 달려와 세컨드 찬스를 노리던 녀석이···
‘···나 미끼였던거야? 그나저나 그게 골이 될 줄 알았던 모양이네? 참···’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탄성 소리를 뚫고 도르트문트 팬들의 응원소리가 점점 커졌다.
– 초이! 초이! 초이!
악셀 비첼이 골을 넣은 사람이 자신이라고 이야기하듯 계속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지만, 도르트문트 팬들은 상관없다는 듯 초이를 연호했다.
동점골에 어퍼컷을 날리며 높이 펄쩍 뛴 마르코 로제는 르네 마리치와 부둥켜 안고 좋아했다.
가슴속의 뜨거운 감정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자 마르코가 물었다.
“무슨 마법이라도 썼나?”
프리킥 상황에서 계속 단단한 수비를 보여주었던 바이에른의 수비가 이번에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르네 마리치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글세. 바이언 녀석들이 뭔가 착오를 한 모양이야. 그리고···”
르네 마리치는 손을 들어 박수를 치면서 터치라인으로 걸어오는 최준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게 골이 될 줄 알았던 모양이야. 참 불가사의한 녀석이야.”
도르트문트의 팀원들이 악셀 비첼과 함께 세레머니를 할 때, 최준호는 토마스 델라이니와 가볍게 손을 터치했다.
중원의 뎁쓰가 엷어서 저번 시즌에 데려온 토마스 델라이니는 최준호의 등장과 함께 출전 시간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케이스였다.
당연하지만 불만이 쌓여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고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 내가 나갔다면, 바이에른을 상대로 이런 경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저렇게 채이고 얻어맞고, 집중 견제를 당한다면 짜증나서 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아마도 화가 나서 주먹을 휘둘러 퇴장을 당했을 수도.
한 때는 최준호를 라이벌로 생각했지만, 생각이 조금 바뀔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내가 넘을 수가 없는 녀석.’
“부탁해요.”
“걱정마. 머리끄댕이 잡히지 않게 뛸테니까.”
둘은 가볍게 터치를 하였고, 최준호는 도르트문트 팬들을 향해 가볍게 허리를 숙이고는 벤치로 돌아왔다.
바이언의 야유 소리와 도르트문트 팬들의 박수 소리가 한 데 어우러졌다.
“고생했다. 오늘 기대 이상으로 아주 잘해주었다.”
“감사합니다.”
감독의 칭찬에 최준호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의자에 앉아서 팀 의료진이 준비한 처치를 받기 시작했다.
**
엄청난 팬들의 응원가에도 불구하고,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 역시 오늘 최선을 다해서 움직였고, 분명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는데 어쩌다가 동점까지 왔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반면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기세가 오른데다가 다들 무언가에 홀린 듯 미친 듯이 더 뛰고 있었다.
결국 추가시간 종료 얼마 남지 않고, 후방에서 공을 돌리던 쥘레의 공을 토마스 델라이니가 가로채 골문을 향해 침투하는 엘링 홀란드에게 연결하였다.
엘링은 이 절대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누엘 노이어를 따돌리고는 바이에른 뮌헨의 골대를 흔들어 버렸다.
홈에서 38경기를 하는 동안 무패를 했던 바이에른 뮌헨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더군다나 199경기 동안 그 어떤 선수에게도 해트트릭을 주지 않았던 바이에른 뮌헨의 대기록이 엘링 홀란드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바이언들은 충격적인 패배에 넋이 나간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는 어때?”
토마스 뮐러가 다가왔고, 최준호는 얼음찜질팩이 잔뜩 붙어 있는 종아리를 보여주었다.
“내일이면 또 한 게임 뛸 수 있을 거 같아요.”
“그거 참 안타까운 일이네.”
토마스 뮐러는 자신의 유니폼을 벗었고, 최준호도 유니폼을 벗었다.
유니폼을 교환한 후에 최준호가 말했다.
“내기 잊으면 곤란해요. 침대 내기요.”
“하하하! 걱정마. 난 세상에서 약속을 가장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 근데 이번에는 우리가 졌지만, 다음에는 우리가 이길거야.”
“흐흐.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럼 내기하자.”
“좋죠.”
“지는 쪽이 여장을 한 채로 춤을 추면서 영상 올리기. 1분짜리.”
토마스 뮐러의 내기에 최준호는 인상을 쓰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건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자신 없으면 하지 말던가?”
“자신이 없다니요. 챔피언의 입장에서 도전은 언제나 환영하죠.”
토마스 뮐러는 최준호의 농에 씩 웃었다.
“챔피언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네. 그럼 내기 성립한 거다.”
“좋아요.”
최준호는 자신을 전반전 내내 괴롭힌 송우영과도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4골이 먹어 기분이 나쁜 주장 마누엘 노이어가 최준호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초이 우리 팀으로 오는 건 어때? 그러면 우리는 엄청난 역사를 쓸 거 같은데?”
옆에서 듣고 있던 마르코 로이스가 슬며시 끼어들었다.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재미없는 자식! 차기 미스터 도르트문트를 꼬시지 마.”
“내가 독일에서 제일 재미있는 남자라는 걸 알면서 그런 식으로 말하냐?”
“그건 토마스 뮐러 아니야?”
“그런 저질스러운 개그질 하는 녀석과 비교하지마.”
최준호는 마르코 로이스와 마누엘 노이어가 말다툼을 하는 걸 재미있는 표정으로 보다가 몸을 돌렸다.
“초이!”
선수들이 들어가는 통로까지 이동한 레아가 최준호를 불렀다.
그녀 옆에는 동료들 2명도 같이 있었다.
최준호는 밝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는데, 레아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왜?”
“이리 좀 와봐.”
“엉뚱한 짓 하려고?”
“아니야. 이마에 뭔가 붙어 있어.”
최준호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손을 이마에 올리려고 했고, 옆에 있던 김우영이 최준호를 확 밀었다.
“눈치 없는 자식!”
“어어!!?”
레아는 균형을 잃고 펜스에 붙은 최준호를 낚아채고는, 허리를 숙여 그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순간 멍해진 최준호와 얼굴이 달아오른 레아.
“오늘 멋있었어. 최고였어! 정말 잘했어.”
기자들의 셔터가 미친듯이 터진다는 걸 잊었는지 최준호는 멍하게 한참동안 레아를 바라보았다.
**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 이후로 도르트문트는 무패의 기록을 이어나갔다.
클럽 브뤼허와의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하였고, 프랑크푸르트에게는 1-1, 뒤셀도르프에게 4-0,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1-0 신승을 하였다.
그 결과 챔피언스 리그 A조에서 1위로 16강에 진출을 하였고, 포칼 컵에서도 난적 샬케 04를 만나 3-2로 역전승을 하며 8강에 올라갔다.
분데스리가 순위
1위 바이에른 뮌헨 11전 9승 2패 승점 27점
2위 도르트문트 11전 7승 3무 1패 승점 24점
3위 RB 라이프치히 11전 6승 3무 2패 승점 21점.
4위 프랑크푸르트. 11전 6승 2무 3패 승점 20점.
5위 샬케 04 11전 5승 3무 3패 승점 18점.
6위 레버쿠젠 11전 5승 3무 3패 승점 18점(골득실)
···.
분데스리가는 상위권 모두 한 경기 결과에 따라서 순위가 엄청나게 바뀔 수 있는 상황.
엘링 홀란드는 리그 11경기에서 10경기 출전 12골로 득점왕 레이스에 돌입하였고, 최준호는 리그 7경기 출전 4골 10도움으로 분데스리가 도움 1위가 되었다.
그리고 축구팬들의 시선은 챔피언스 리그 16강의 대진이 어떻게 짜여질 지 관심이 있었다.
특히 죽음의 조라고 불리웠던 도르트문트가 속한 A조, 파리 생제르망과 리버풀이 속한 C조, 유벤투스와 맨유가 속한 H조에서 재밌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리버풀이 파리 생제르망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고, 유벤투스가 맨유를 누르고 1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도르트문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가장 폼이 좋은 팀과 맞붙을 수 있었다.
한국 스포츠계에서는 박홍민이 이끄는 토트넘과 도르트문트가 만나면 한국 더비가 될 것이라고 하고는 있지만, 한국 연예인 계에서는 최준호와 입맞춤을 한 레아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국에서는 최준호가 가십거리의 중심에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 대진이 발표되는 날.
최준호의 패거리들은 최준호가 새로 구입한 집에 모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