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33)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33화(133/184)
133화 그의 클래스(4)
– 최준호. 파리 생제르맹에서 이적 제의. 바이아웃 금액인 1억 5천만 유로.
– 알렉슨 퍼거슨 퇴임 이후 명성을 잃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최준호를 간절히 원하다. 바이아웃 금액 장전 완료.
– 그는 메시 이후의 세대를 책임질 재능이다. 우리는 그를 수용할 준비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이적 시장 참전 공식화!
– 루카 모드리치. 만약 나의 후계자를 논한다면 아마도 도르트문트의 최준호가 아닐까 싶다. 구단은 그걸 알아야만 한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겨울 이적 전쟁에 참여할까?
최준호의 바이아웃 계약이 공개되면서 유럽의 겨울 이적 시장은 아주 뜨겁게 데워지기 시작했다.
– 도르트문트의 회장 바츠케은 그는 우리 팀을 떠나지 않을 것! 이라며, 이적설을 일축하고 있다. 도르트문트에서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는 최준호 선수가 그곳에 남을 것인가?
분데스리가는 1월 한 달 동안 휴가를 가졌지만 각 팀의 보드진은 엄청나게 바빠지기 시작했다.
공개된 사실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의혹과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
하지만 국내에서는 또 다른 뉴스에 축구팬들의 이야기가 분분했다.
– 최준호 선수. 국내 유일의 축구화 제조 업체인 키코와 스폰서 계약!
도르트문트의 메인 스폰서가 푸마임에도 불구하고.
또 세계의 축구화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업체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이게 말이 돼?
– 키코가 어디야?
– 40대 이상 축구를 한 사람들만 아는 국내 토종 브랜드.
– 연 매출 100억대 회사면···엄청 짜게 받을 거 같은데?
– 짠 게 아니라 거의 무료 봉사지.
– 주식 사야 하는 거 아니야? 폭등할 거 같은데?
– 이거 어디서 파는 거야?
– 장외 주식같아.
– 축구는 잘하는데, 그 외에는 엄청 멍청이 같아. 왜 키코야?
···.
하지만 얼마 후 키코의 주식 절반을 CJH 투자운용회사가 넘겨받게 되었으며, 이 투자 회사의 소유주가 최준호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키코 주식의 거래량이 급상승하였다.
주당 평균 3천원에 거래되던 것이 1만 5천원이 넘어가기 시작하였고, 상승세는 꺾이질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새 재질과 새 공법을 이용해 만든 값비싼 신발들···골치 아픈 재고가 일주일 만에 모두 소진되는 기염까지 토해내었다.
물론 키코의 생산력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한 게 문제였지만.
– 다음 신상품은 최준호 선수가 경기에서 신고 있는 모델이 될 것입니다. 이 모델의 이름은 Choi 이며, 넘버링은 1번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적용해 가장 훌륭한 축구화를 만들 것입니다.
요새 나오는 대형 회사들의 제품과도 꿀리지 않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고 축구화 옆면에 KIK라는 마크가 이 회사가 어디 것인지 알려주는 단서 같은 것이었다.
– 아울러 최준호 선수가 평소에도 신는 운동화에 대한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운동화의 네이밍은 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발과 발목의 상태에 따라서 선택해 신을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입니다.
물론 대량 생산을 해야하는 제조사 입장에서 신발의 모양 자체를 바꿀 수 없었기에 키코는 신발 안에 넣는 밑창에 주목을 하였다.
안쪽으로 굽은 발목, 밖으로 굽은 발목, 발볼이 땅에 닿는 면적등을 고려하여 밑창에 여러가지 옵션을 주기로 하였다.
한달 동안 키코는 엄청난 소식들을 쏟아내었고, 그들의 주가는 주당 3만원에 근접하기에 이르렀다.
**
박성실이 CJH 투자회사의 전문경영인이 되어 양희영과 함께 키코와 엄청난 일을 벌일 때, 김동현은 도르트문트 보드진과 3주가 넘는 협상 끝에 최종 계약서를 완성시켰다.
주계약
– 계약 기간 : 3년
– 주급 24만 유로(주급 3억 6천)
보너스
– 로열티 보너스 1000만 유로(150억. 3년에 걸쳐 50억씩)
– 출장 수당 5만 유로
– 득점 보너스 2.5만 유로
– 교체 미출전 수당 2.5만 유로
– 도움 보너스 3.5만 유로
– 최고 연봉 대우.
부대사항
– 초상권에 관련된 구단의 모든 영업활동의 순이익 15%는 선수에게 귀속된다.
– 축구화와 관련된 계약은 최준호 선수의 결정이 최우선된다.
–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 금지.
···
최준호의 계약은 구단 재정의 10.5%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계약이었다.
도르트문트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마르코 로이스와 똑같은 연봉이었는데, 18세에 연봉마저 최고 금액을 갈아치운 셈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최준호의 사인이 들어가지 않은 무의미한 계약서.
한스 요하임 바츠케 회장은 직접 계약서를 가지고 최준호를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에 초대를 했다.
2018년에 마르코 로이스와 계약을 할 때도 이곳을 썼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도르트문트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에 한해서 회장이 직접 움직은 관례를 오늘도 몸소 실천하였다.
“3년은 좀 아쉽군.”
하지만 그는 아쉬운 것을 말 못하는 바보는 아니었다.
“저에게 3년은 아주 긴 시간입니다.”
선수가 축구 선수로서 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0년 정도였다.
보통은 10년 정도.
“분데스리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스만 룰에 따르게 되면 최준호가 2020년도에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해야만 제대로 된 이적금을 챙길 수 있었다.
그건 앞으로 2.5년 정도만 도르트문트에 머물러 있는다는 뜻이었고, 아마도 최준호의 기량이 정상급에 올라왔을 20세 초반부터는 다른 팀에서 뛴다는 이야기였다.
“아주 즐겁고, 익숙한 리그입니다만. 이곳이 세계 최고의 리그는 아니죠.”
어떻게 보면 바이에른 뮌헨이 원맨쇼 하는 리그이기도 했다.
“결국 EPL로 넘어갈 생각인가?”
영국 클럽들은 최근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대거 사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분데스리가를 포함해 많은 유럽 리그 협회에서 영국에게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제 목표니까요. 당분간은 EPL이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긴 할 겁니다.”
“그렇군. 은퇴 할 때쯤에는 우리에게 돌아올 생각이 있는가?”
“아마 그 때쯤 되면 제 주급을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꼭 가야만 하는 곳이 있어서요. 은퇴 후에 감독으로 써 주신다면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하하하! 감독이라! 그때까지 내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면 생각해보겠네. 근데 가야만 하는 곳?”
“네.”
“살짝 알려줄 수 있나?”
“죄송하지만, 비밀입니다.”
30분 정도의 대화.
한스 요하임 바츠케 회장은 최준호와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이렇게 평화롭고 즐겁게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오랜 만이었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더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해서 자리를 불편하게 만들었는데, 최준호는 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 것도 꺼내질 않았다.
식사를 어느 정도 끝낸 바츠케 회장은 디저트를 즐기다가 가져온 서류를 꺼냈다.
“더 이상의 이견이 없다면, 우리의 비즈니스도 이제 마무리 해야겠지?”
“어린 선수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만 어리지 실력은 세계 정상급 아닌가? 더 좋은 대우를 해주고 싶지만, 이 이상은 안되더군.”
“그런 마음이라면 충분합니다. 지금 클럽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최준호는 계약서를 받아들고 한 번 주욱 읽고는 머뭇거림 없이 사인을 하였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바츠케 회장의 악수를 잡으며 최준호도 밝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난 자네의 클래스에 대해서 아무런 의심이 없어. 다치지 말고 도르트문트를 영광의 길로 인도해 주었으면 좋겠어.”
**
“운전은?”
“녀석이 하도 성화여서 무리하지는 않아.”
“이제 슬슬 정리할 때도 되지 않았어? 축구 지도자 라이센스도 가지고 있고.”
박홍기는 최현식과 닭갈비와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쎄. 이걸 그만두게 되면 독일로 가야할 것 같은데.”
“재수씨 때문에?”
“그래. 혼자 있게 되잖아. 가끔 나라도 가서 이야기를 나눠줘야지.”
“참. 애쓴다.”
“우리 준호가 저렇게 잘 되는 것도 집사람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그 정도 했으면 되지 않을까?”
“그게 쉽사리 안되네.”
박홍기는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뉴스 들었지? 키코?”
“아. 응.”
“아무래도 자네가 그 회사의 사외이사가 되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물론 지금 대표를 맡고 있는 친구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이미 전화로 어느 정도 들었던 터라 최현식은 가타부타 말은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정해진 단계를 거친 대부분의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운동 외에 다른 것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운동으로 돈 많이 벌어도 사업으로 말아 먹는 경우가 허다 했고.
은퇴하면 그 돈 뺏어먹으려고 달라붙는 사기꾼도 어마어마하고.
그런 면에서 볼 때 키코 건은 최현식도 예상 못한 것이었다.
“그 녀석 독일 가서 축구한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거인이 되어버린 것 같아.”
“그 때 뒷바라지 잘해준 결과 아니겠어? 동현이 한테 물어보니 사업적으로도 굉장히 비상하다고 하더라. 축구 그만둬도 평생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을 정도로 앞가림 잘할 녀석이야.”
“가끔은 말인데, 내 아들인데 내 아들이 맞는가 싶기도 해. 제대로 교육도 못 시켜줬는데.”
“그런 소리 해서 뭐하냐? 아, 혹시 그 아이 만나봤어?”
“그 아이?”
“사귀는···”
“아! 5월 휴가 때 한국 오면 소개시켜준다고 하더라.”
“외국인에다가 연상인데 괜찮겠어?”
“누굴 만나던 그건 자기 운명인거지. 준호가 누굴 만나던 축하해 주려고 한다.”
“하하하···그래서 사외 이사 맡아줄텐가?”
결국 말이 돌고 돌아 다시 왔다.
“그러지. 이제 화물차 팔면 모든 빚이 다 정리가 되니까.”
“잘됐군. 그러면 자네 아이들 좀 가르치는 건 어떤가?”
“아이들?”
“김범근 유소년 축구 교실에서 코치들을 뽑고 있어.”
“김범근 선배님?”
“그래. 선배님 사비로 운영되는 거라 많은 돈을 받지는 못하지만, 준호를 키워낸 자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야. 자네도 축구 되게 좋아했잖아?”
“뭐, 좋아하긴 했지.”
“선수로서는 기회가 없었지만, 지도자로서는 능력을 발휘할 지 또 어떻게 알아? 축협에서도 엄청난 재원을 투자해서 지도자 육성을 한다고 하니까 딱 맞아 떨어지지 않겠어?”
박홍기의 말에 최현식은 빙긋 웃었다.
“내가 홍기 널 만난 건 정말 행운인 거 같아.”
“나 역시 마찬가지야. 널 만났기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거야.”
“하하하! 그런가?”
둘은 가볍게 막걸리잔을 부딪혔다.
**
남녀가 본격적으로 만나기 전까지는 우주가 개벽해야할 만큼의 엄청난 일들이 벌어져야 한다.
한 사람의 마음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일이었으니까.
두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변하고, 그 변한 마음이 서로와 일치하기 전까지는···보통 썸을 탄다고 표현을 한다.
하지만 한 번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만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된다.
최준호의 겉모습은 18살의 청춘이겠지만, 그의 속은 닳고 닳은 아저씨에 가까웠다.
꽤 오랫동안 축구에 미쳐 살면서 모든 걸 참아왔지만, 슬슬 짝을 찾고 싶은 마음도 들고.
오랫동안 순수한 모습으로 자신을 좋아해 준 레아에게 한 번 마음이 기울자 브레이크를 잡아 멈출 수도 없었다.
“오랜만이네.”
지금은 메펜에서 골키퍼 코치를 하며 지내는 마테우스는 자신의 시선 만큼이나 커진 최준호와 악수를 했다.
“반가워요. 잘 지냈죠?”
이전에는 팀의 동료로 이제는 조금 묘한 사이로 다시 만난 두 사람.
옆에 있는 마테우스의 아내 밀라가 푸근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팀인 메펜보다 도르트문트 경기를 더 많이 보는 거 모르지?”
“하하하! 그런가요? 잘 지냈어요? 밀라?”
“그럼. 식습관은 여기서 배워간데로 잘 하고 있지?”
“그럼요. 덕분에 굉장한 도움이 되었어요.”
“잘 되었네요. 레아는 1시간 후에나 올 거 같아요. 무설탕 쿠키와 토마토 음료수를 준비했는데, 괜찮겠어요?”
“그럼요.”
마테우스의 집은 변한 것이 없었다.
3년 전과 비교해서 바뀐 것이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루소는요?”
최준호는 마테우스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3년 전 함께 뛰었던 스트라이커였던 루소에 대해 물었다.
“그 녀석은 여자친구와 결혼한 후에 벨기에 1부 리그팀인 헹크로 이적했어. 거기서 14경기 출장해서 7골을 넣으며 꽤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어.”
“이야! 결혼했는데, 나한테는 말도 없구.”
“가족들끼리 조용히 했어. 코치인 나도 모르게 말이야.”
함께 뛰었던 선수들 대부분이 여전히 메펜에서 뛰고 있었지만, 메펜은 매 시즌 강등권이었다.
메펜을 끌었던 크리스 감독은 스웨덴 1부 리그로 떠났고, 지금은 새로운 감독이 와서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루소가 떠난 뒤에는 득점력에 문제가 생겨서 이번 시즌은 18경기 1승 6무 11패로 강등권이었다.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서 좋은 선수들을 확보할 수 없는 게 문제이기도 했고.
“떠나는 게 미안해서 그랬겠죠. 마테우스는 계속 여기서 코치로 있을 거에요?”
“제법 정이 들어서 떠나기가 어려워. 지역 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강등 당해도 남아있으려고요?”
“사실 이 사람은 돈 때문에 있는 건 아니에요. 축구를 하는 게 즐거워서 하는 거지. 심지어 주말에는 지역 조기 축구 클럽에서 골키퍼로 뛴다니까?”
“어쩐지 몸이 여전히 선수 같더라.”
셋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여자애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어딨어? 내 사랑!”
그 말에 마테우스와 밀라가 킥킥거리며 웃었고, 최준호는 괜시리 얼굴이 붉어졌다.
‘저 망아지 같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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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8일.
챔피언스 리그 16강
도르트문트 vs 토트넘.
분데스리가에서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도르트문트와 EPL에서 아스날 리버풀과 함께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토트넘과의 경기가 북런던에서 열릴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