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37)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37화(137/184)
137화 코리안 더비(4)
“역시 만만치가 않네요.”
양창명은 두 팀이 맞대결을 할 때 누가 우위에 있을 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도르트문트가 토트넘을 압박하며 점유율을 가져가는 축구를 하고는 있지만, 토트넘의 스타일 상 당연한 상황이었다.
EPL에서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토트넘은 역습에 기반한 축구를 하였으니까.
– 와, 캐스터들이 박, 킴, 초이라고 부르는 거 봤어? 한국 선수들만 뛰는 것 같아.
한국에서는 코리안 더비라는 제목으로 여러 유튜버 방송들이 열렸고, 오래 전부터 최준호를 밀착하다시피 방송을 한 양창명의 채널은 단연 으뜸이었다.
이제 구독자 수가 70만명에 달하는 상황.
– 김우영이 박홍민을 너무 괴롭히는 거 아냐? 아까 박홍민이 엄청나게 신경질을 벌이는데?
후반전에 다소 박홍민을 상대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우영은 후반 들어서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마냥 박홍민을 상대했다.
심판이 시선이 다른 곳에 있을 때는 자신의 거대한 몸으로 나쁜 손을 가린 채 박홍민이 오프볼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계속 붙잡았고, 결국 화가 폭발한 박홍민이 목에 핏대를 세우는 모습이 잠시 보였다.
그 덕분인지 공격 상황에서 박홍민은 한 템포씩 계속 늦어졌다.
늦어진 템포 덕에 예리한 토트넘의 역습이 제대로 가동되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VAR이 가동이 되고 있었고, 김우영이 계속 반칙을 하자 결국 주심이 그를 불렀다.
“노골적이며 반복적인 반칙이야. 인정하지?”
이번 경기 처음 나온 노란 카드였고, 김우영은 심판을 한참 노려보다가 군말 없이 몸을 돌렸다.
자신의 의지는 박홍민을 어떻게든 막고 싶었지만, 그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제어할 만큼 몸이 빠르지가 않았다.
김우영은 전광판을 보고는 터벅터벅 본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새로 들어온 아드부 디알루에게 향했다.
“이번에는 네가 방해 할래?”
김우영의 제안에 디알로는 꽤 괜찮다고 생각하였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수많은 팀들이 최준호를 릴레이 연계하듯 괴롭히는 것처럼.
김우영도 보고 배운 것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하나둘 씩 응용하기 시작했다.
“해리 케인은 괜찮겠어?”
“차라리 그 영국 놈이 훨씬 나아.”
“조심해라.”
“물론.”
최준호는 김우영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수비수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후반 정규 시간이 끝나고 추가 시간 3분이 더 주어졌다.
이쯤 되자 이제 급해진 것은 다름 아닌 토트넘이었다.
원정 경기보다 홈 경기가 훨씬 더 힘든 건 어느 팀에게나 마찬가지였다.
그라운드에 대한 익숙함, 경기장의 크기, 관중들의 응원, 비행기를 타고 왔을 때의 컨디션 문제 같은 불리함을 가지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비긴다면···토트넘의 다음 단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원정에거 이겨야만 하는데.
오늘 도르트문트의 경기력을 보니 아주 어려운 일이 분명했다.
에릭센은 최준호에게 잡혀 있고, 박홍민은 수비수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며 제대로 뛰지를 못하고 있었고.
해리 케인이 역습 상황에 중앙까지 내려와 플레이메이킹을 하였지만, 그의 공을 골로 연결해 줄 박홍민은 수비수의 반칙에 걸려 계속 그라운드에 엎어지기만 하였다.
이 상황에서 토트넘의 오른쪽 윙백을 맡고 있는 오리에는 자신이 해결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르트문트의 수준있는 플레이어인 하키미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번번히 자신의 돌파를 허용하고 있었으니까.
이럴 때 역전골을 넣는다면 스타디움의 모든 팬들을 열광시키고 영웅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토트넘의 수비진도 최준호에게 가로막혀 힘을 못 쓰는 에릭센 대신 윙백에게 공을 주어 전진을 시켰는데, 오리에 한테 많은 기회가 왔다.
거의 마지막 공격이 될 것 같은 시간.
오리에는 받은 공을 툭툭치며 달라붙은 하키미를 어떻게 떨굴 지 고민하였다.
번번히 뚫린 것이 부담이 되었는지 하키미 역시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달라붙지 않았고, 소극적으로 공간 돌파를 주지 않겠다는 듯 살짝 떨어져 있었다.
‘···그래 오늘은 내가 스타다!’
오리에는 자신의 움직임에 반응하던 하키미가 순간적으로 빈틈을 보이자 그곳으로 공을 치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 쑥!
언제 뛰어왔는 지 모를 최준호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다리를 넣는 게 아닌가?
하키미에게 집중하다보니 뒷쪽에서 소리없이 뛰어온 최준호를 놓쳐 버린 것이었다.
오리에는 발작적으로 공을 터치하려고 했지만, 최준호의 발에 공이 먼저 닿았고, 그 공은 앞에 있는 하키미에게 흘렀다.
“리턴!”
최준호는 오리에가 돌아서지 못하도록 어깨를 밀어넣어 중심을 흐트려트리고는 재빨리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고, 하키미는 공을 가볍게 툭 차면서 최준호가 뛰기 시작한 앞 공간에 떨궈버렸다.
오리에가 허겁지겁 뛰려고 했지만, 중심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몸을 돌리려다가 그라운드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토트넘의 마지막 공격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도르트문트의 역습으로 바뀌어 버리는 순간!
호시탐탐 기회를 보던 엘링 홀란드가 자신에게 바싹 달라붙은 산체스의 어깨싸움을 민첩한 움직임으로 흘려버렸다.
혼자 그라운드에 내동댕이쳐진 상황에서 또 다른 센터백 에릭 다이어가 달라붙었지만, 그는 엘링 홀란드의 상대가 아니었다.
후방 빌드업과 세트 피스에 능한 선수였을 뿐.
발도 느리고 몸싸움도 별로인 그러니까 수비에 있어서는 젬병.
최준호는 엘링 홀란드의 옆에 에릭 다이어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는 주저없이 스루패스를 넣었다.
에릭 다이어는 자신보다 앞서 달리기 시작한 엘링 홀란드를 보고는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놓치면 진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자신이 퇴장을 당하더라도 이번만 막으면 어떻게든 다음 기회를 노릴 수가 있을테니까.
그리고는 엘링 홀란드의 질주를 막기 위해서 과감하게 뒤에서 백태클을 하였다.
“억!”
에릭 다이어의 양발에 채여 날아간 엘링 홀란드가 비명을 지르며 그라운드를 굴렀다.
엄살을 부리는 소리가 아닌 진짜 비명소리!
“동업자 정신!”
흥분한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주먹을 쥐고 에릭 다이어에게 달려들었고, 주장인 마르코 로이스는 흥분한 선수들을 끌어 안으며 진정을 시켰다.
부주장인 우카시와 최준호까지 달려들어서야 흥분한 선수들을 경우 막아설 수 있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팀 닥터들이 빠르게 뛰어나갔고, 마르코 로제는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빌어먹을!”
주심은 흥분한 선수들을 빠르게 진정시키기 위해서 바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빨리 나가!”
에릭 다이어는 돌아간 발목을 잡고 고통스러워 하는 엘링 홀란드를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보다가 몸을 돌렸다.
단순하게 진로만 방해하려고 했는데, 엘링이 그 짧은 순간에 방향 전환을 하면서 부득이하게 발목을 차 버린 것이었다.
이건 정말 의도한 것이 아니었는데.
걸음을 옮길 수록 에릭 다이어의 눈은 점점 더 충혈되어졌다.
**
팀 닥터들은 엘링 홀란드가 심각한 부상으로 뛸 수 없다는 사인을 보냈고, 마르코 로제는 잠시 머릿속이 정전이 된 것처럼 거멓게 변했다.
최준호 만큼이나 중요한 전력이 이탈을 해버렸으니까.
“마르코···”
르네 마리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한 장의 교체 카드가 남았어.”
“그 녀석 없이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전문의 소견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어. 일단 우리 지금 경기에 집중하자고.”
마르코는 빠르게 고개를 한 번 휘저어 정신을 차리고는 벤치를 보았다.
아마도 프리킥 공격이 끝나면 경기가 끝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세트피스를 노려야 할 상황.
공격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저 한 방의 세트피스를 통해서 경기를 승리로 가져오는 게 중요했다.
“외메로 교체다.”
센터백인 외메르 토프라크가 경기장으로 들어갔고, 흥분을 가라앉힌 선수들은 최준호 주변에 모여들었다.
“이 기회는 무조건 골로 연결시켜야 해.”
최준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수비 백업 없이 모두 골대 안으로 들어가. 역습하면 내가 막을 테니까.”
선수들이 골문으로 향할 때 최준호는 김우영의 유니폼을 살짝 잡았다.
“괜찮아?”
평소 같다면 가장 먼저 주먹을 쥐고 에릭 다이어에게 달려들었을 김우영이었다.
그렇기에 최준호는 그 일이 벌어지자 가장 먼저 김우영을 찾았다.
그를 못 막으면 정말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의 김우영은 그렇지가 않았다.
얼굴이 엄청나게 시뻘겋게 변했지만, 아마도 분노를 참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인내심이 오늘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최준호.
“지금 저 망할 놈들의 골대를 다 부셔버리고 싶은 생각 뿐이야.”
“오른쪽으로 돌아가.”
“···오늘도 나 미끼인거야?”
“점프 뛸 수 있지?”
김우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골문으로 향했다.
공 앞에 선 최준호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우승이라는 게···’
참 쉽지가 않았다.
핵심 전력인 엘링이 이탈하면 도르트문트의 공격력은 크게 줄어들테니까.
그를 대체할 만한 선수는 마르코 로이스 정도인데, 그는 차라리 윙어로 뛰는 게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알렉산드로 아이작이 있긴 하지만, 그의 실력은 U-19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었고.
뭐, 한탄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이기자고.’
잠시 하늘을 본 최준호는 선수들을 향해 수신호를 보내고는 한참 뒤로 물러섰다.
골문에서 28m 정도의 거리.
위고 요리스는 최준호가 뒤로 한참 물러나는 것을 보고는 직접 슈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었다.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은 중앙이 아니라 오른쪽과 왼쪽에 몰려 있었고, 그들을 마크해야 하는 수비수들도 함께 있다보니 중앙이 텅 비어 있었으니까.
위고 요리스는 몸을 낮추면서 최준호를 노려보았다.
‘너라면···’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골을 넣을 생각이라면.
‘직접 슈팅이겠지?’
대부분의 슈퍼 스타들이 그러하듯이.
최준호가 빠르게 달려왔고 오른발로 공을 강하게 때렸다.
‘오른발!’
다리의 궤적을 살피던 위고 요리스는 동물처럼 왼쪽으로 움직였다.
공은 분명 왼쪽으로 날아왔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기괴하게 오른쪽으로 꺾여 날아갔고, 위고 요리스는 그 공이 골문으로 향하는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킥 미스인가?’
허둥대며 몸을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데, 눈 앞에 커다란 물체가 붕 뜨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산체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모습이 위고 요리스의 눈에 들어왔다.
‘···!?’
– 턱!
김우영의 머리에 맞은 공이 이번에는 왼쪽 골대로 총알처럼 날아갔고, 이미 중심이 2번이나 흔들린 위고 요리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 철렁!
폭탄을 맞은 듯 조용하고 싸늘해진 토트넘 훗스퍼의 스타디움.
축구 선수가 이렇게 격렬한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는 것 만큼 흥분되는 일이 있을까.
김우영은 내면의 괴물을 꺼낸 듯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그라운드를 달렸다.
“보고 있지? 보고 있으면 지금 내 모습이 고작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최준호는 김우영의 괴성을 듣다가 관중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도 그가 이곳에 있는 모양이었다.
**
– 삐! 삐익! 삐이이익!
치열했던 경기는 4:3 도르트문트의 승리로 끝났다.
토트넘 팬들은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쉽사리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쉬움이 그만큼 큰 게 아니었을까.
“후아···힘들다.”
박홍민은 지친 기색으로 털썩 주저 앉았고, 최준호는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어째 오늘은 별로 못하시던데?”
최준호의 농에 박홍민이 피식 웃었다.
“그 망할 녀석 어딨냐?”
박홍민이 누군가를 찾자, 최준호는 기자단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오늘 MOM 이잖아요.”
“후반전에 뱀을 수십마리 먹고 나온 것 같더라. 무슨 일이 있었어?”
“이제 프로가 되어가는 거죠. 뭐.”
박홍민은 최준호의 손을 잡고 벌떡 일어났다.
“우리 팀이 져서 기분은 굉장히 나쁜데, 우리 나라에 훌륭한 센터백이 한 명 더 나타난 건 또 기쁘네.”
“그 정도로 훌륭해요?”
“스피드만 좀 빨라지면 반다이크 같은 녀석이 될 것 같아.”
“그건 직접 말하는 게 좋을 텐데요?”
“싫어. 방금 전까지 마치 죽일 것처럼 으르렁거리던 녀석에게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내 멘탈이 센 건 아니야. 그나저나 미안하다. 너희 9번에게 일어난 일.”
“형이 한 것도 아니잖아요? 게임 하다 보면 가끔 일어나는 일이죠.”
“그런 의미로 다음 원정전에서는 우리가 좀 유리할 거 같아.”
그 말에 최준호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박홍민의 손을 툭 쳤다.
“그럴 일 없습니다.”
쿨하게 대답하고 몸을 휙 돌려 걷는 최준호.
박홍민은 그런 최준호와 저 멀리서 인터뷰를 하는 김우영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다음 월드컵이 엄청나게 기대가 되네.’
**
엘링 홀란드는 정밀 분석 결과 4개월 아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사실 상 이번 시즌이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힘겹게 챔스 16강에서 1승을 챙겼지만, 도르트문트도 비상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스트라이커 포지션의 선수들이 부족한 상황이었으니까.
겨울 이적 시장까지 끝이 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는 임대 뿐이었는데, 엘링 홀란드만한 스트라이커를 임대해 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엘링 홀란드의 부재는 바로 경기 결과에 드러났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뮌헨글라트바흐에게 2-3으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였고, 이번 시즌 승격한 포르투나와 1:1로 비겼기 때문이었다.
뮌헨글라트바흐 전에서는 후반 25분 경 2-0으로 이기고 있을 때 최준호와 몇몇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서 교체를 했다가 15분 동안 3골을 먹고 무너져 버렸고.
포르투나와의 경기는 주전이 모두 뛰었지만, 애초부터 이길 생각이 없었던 포르투나는 10백 작전으로 나왔고, 이들의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겨울 휴가 이후 리그 6경기를 5승 1무로 가져갔지만, 도르트문트는 4승 1무 1패로 또 다시 승점이 벌어지고 말았다.
1위 바이에른 뮌헨 20승 2무 2패 승점 62점
2위 도르트문트 16승 4무 4패 승점 52점
3위 RB 라이프치히 15승 6무 3패 승점 51점
그리고 도르트문트II와 드레스덴의 3부 리그가 경기가 끝나고 토마스 시아카는 감독에게 호출을 받았다.
“네. 감독님.”
“팀을 옮겨야겠어.”
토마스는 당황스러운 눈빛을 하였지만, 감독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1군으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