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39)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39화(139/184)
139화 토마스 시아카의 데뷔전(2)
2군에서 올라온 기대도 하지 않았던 선수가 들어오자마자 동점 골을 터트리자 도르트문트는 다시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BSC가 남은 시간 버텨서 1점이라도 승점을 얻어내길 원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에 승부가 갈려 버렸다.
하키미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김우영이 헤더 슛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도 공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고, 그 공이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에 떨어져 우당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르코 로이스가 슈팅하였지만, 수비수 발을 맞고 튕겼고, 그 공을 산초가 다이빙 헤더 슛으로 연결하였다.
하지만 오늘 놀라운 선방을 보여주고 있는 헤르타의 골키퍼가 펀칭으로 쳐내면서 경기가 끝나는 듯싶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도르트문트에 손짓했는지, 골키퍼가 펀칭한 공이 최준호에게 향했다.
행운의 여신이라기보다는 순간적으로 공이 어디로 튈지 추측하는 최준호의 예측력이 극대화되었을지도 몰랐고.
당연하지만 헤르타 선수들은 최준호가 장기인 중거리 슈팅을 때릴 거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뛰어나왔다.
하지만 골문 앞에서 덩치 큰 센터백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토마스는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최준호라면 저 상황에서 슈팅을 쏘지 않을 것이라고.
골문 앞의 선수들이 모조리 뛰어나가 몸을 던지려는 상황이었고, 골대 앞에는 오늘 정말 미친 듯한 선방을 하는 골키퍼가 서 있을 테니까.
그가 아는 최준호라면 절대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 토마스는 오히려 몸을 틀었다.
그때였다.
골키퍼가 놀란 눈빛으로 뛰어나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앞에 뚝 떨어지는 공.
“빌어먹을!”
소리를 지르며 골키퍼가 공을 처리하려고 움직였지만, 토마스의 순간적인 속도 때문에 공이 토마스의 발에 먼저 닿았다.
‘뜨면 안 돼!’
그런 염원 때문인지 토마스는 마치 발바닥으로 밀듯 몸을 미끄러트렸고, 그 공은 슈팅 각도를 줄이려고 팔다리를 크게 벌린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통과해버렸다.
– 철렁!
그리고 토마스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마치 스타디움이 무너질 듯한 엄청난 소음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라운드에 누워 있던 토마스는 일어나고 싶었지만, 그 위를 덮치는 선수들 때문에 타이밍을 잃어버렸고.
“흐엉···억···엉···윽!”
헤르타 선수들이 오프사이드 아니냐고 전부 주심에게 달려갔고, 주심은 골 선언을 하지 않고, VAR 실의 의견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곧바로 센터 서클을 가리키며 골 인정을 하는 주심.
거의 압사 지경까지 이르렀다가 김우영의 도움으로 겨우 몸을 일으킨 토마스는 달려온 최준호를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잘했어! 토마스!”
최준호는 그런 토마스를 꾹 안고서 위로를 해주었다.
“어어엉엉···”
아마 상상도 못 할 일!
그 일이 팀을 구렁텅이에서 구해낸 일이었으니까. 토마스 같은 녀석은 순식간에 감정이 휩싸일 만도 하다고.
팀 동료들이 그런 토마스의 어깨와 뒤통수를 가볍게 터치할 때.
종료 직전 터진 역전 극장 골에 마르코 로제는 벤치로 달려가서 스태프와 선수들과 얼싸안았다.
여기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더라면 리그 우승 경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예상하지 못한 선수가 팀에게 다시 희망을 불어넣은 것이다.
르네 마리치는 벤치 기둥에 등을 기대고 토마스를 보았다.
확실히 볼 터치는 분데스리가 수준의 선수가 아니었다.
몸싸움도 거친 센터백들에게 견디지 못했고.
열심히 뛰고, 주력을 활용해서 어떻게든 무언가를 하려는 투지와 의지는 좋아 보였지만, 영리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준호와의 호흡이 엘링 이상으로 좋아 보였다.
마치 최준호가 무엇을 할지 정확하게 아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을 표현하라면 이 단어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시너지 효과.”
최준호가 왜 토마스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는지 르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
– 주급 2,400유로를 받는 선수가 도르트문트를 절망의 문턱에서 건져 냈다! 오늘 그가 없었더라면 이 자리에 서는 건 내가 아니라 헤르타의 골키퍼였을 것이다.
토마스가 동점 골과 역전 골을 만들었지만, 경기 MOM은 그 골을 도와준 최준호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최준호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딱 하나였다.
오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아니라 골을 넣은 토마스 시아카 때문이라고.
– 11경기 출전해서 1골 넣은 알렉산드로 아이작은 55,000 유로 받지 않아?
– 계약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데?
– 저런 놀라운 골 결정력을 가진 선수를 우리가 왜 모른 거지?
– 내가 아는데 도르트문트 II 에서는 별로이었다고.
– 반짝?
– 다음 경기를 보면 되겠지.
– 안 그래도 전통적인 9번 역할을 하는 스트라이커가 축구판에 없는데, 저러다 뺏기면 어쩌려고? 재계약해야 하지 않아?
– 아무리 봐도 전통적인 9번은 아닌 듯.
– 좀 더 두고 봐야 할 거 같아. 초심자의 행운이 따랐을지도.
도르트문트 팬 커뮤니티 사이트는 이 발언으로 의견이 분분하였고, 분데스리가의 많은 팀이 토마스 시아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영웅이 된 어린 선수들이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얄팍한 자신의 실력을 믿다가 어중이떠중이가 되는 것과는 달리 토마스 시아카는 자신의 분수를 잘 알고 있었다.
‘난 초이가 주는 패스 때문에 데뷔전에서 두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거야. 나 혼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계속 발전해야 해.’
오히려 훈련에 더 많이 매진하고, 코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부족한 점을 메우려고 노력하였고, 마르코 로제는 이 부분을 매우 높이 샀다.
‘생각보다 좋은 자세를 가진 선수야. 그러고 보니···’
유스 시절 때부터 최준호와 붙어 지내던 선수들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김우영, 토마스 시아카 그리고 아모스 피에퍼, 무코코 유수파까지.
훈련 평가 보고서가 올라오면 자세 면에서는 항상 최상위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었다.
2골을 넣고서 영웅 병에 걸릴까? 싶었지만, 토마스 시아카는 그렇지 않았다.
‘초이의 좋은 영향력이야. 정말이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녀석이란 말이야.’
토마스는 아마도···축구 선수 중에서는 가장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고, 그가 헤르타 경기처럼 순간적인 스피드로 최종 수비 라인을 돌파해서 골을 넣어준다면, 그 어떤 팀도 쉽사리 공격적으로 나오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엘링 홀란드의 빠진 자리를 채우고 있는 알렉산드로 아이작은 토마스 시아카 때문에 불안했는지, 확실히 이전보다 더 열심히 뛰려고 하였다.
물론 그것이 골로 연결이 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2경기에서 2어시스트를 하면서 팀의 승리에 공헌하였다.
토마스는 교체 선수로서 더 이상의 득점을 하지는 못했지만, 점점 더 출전 시간을 늘려갔고, 분데스리가에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다.
1위 바이에른 뮌헨 21승 2무 4패 승점 65점
2위 도르트문트 19승 4무 4패 승점 61점
3위 RB 라이프치히 18승 6무 3패 승점 60점
바이에른 뮌헨은 프랑크푸르트에게 또다시 뒷덜미를 잡히며 이번 시즌 첫 연패를 하였다.
1-0으로 앞서가다가 후반 막판에 2골을 먹으며 역전패한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와 비교가 되는 경기이긴 했다.
유독 프랑크푸르트만 만나면 기를 못 쓰는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RB 라이프치히는 작년 챔피언스 리그 4강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이며 엄청난 성장을 거둔 잘츠부르크 선수들을 이적 및 임대로 중용하였고, 아주 탄탄한 전력으로 우승 경쟁에 참여하였다.
특히 오른쪽 윙어로 뛰고 있는 양희찬은 저돌적인 돌파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휘젓는 플레이로 22경기 출전에 11골을 넣으며 팀의 주전 선수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물론 많은 선수가 빠져나간 잘츠부르크는 리그 3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지만!
**
포칼컵 8강에서 레버쿠젠을 2-1로 깨고 4강에 진출한 도르트문트.
이날 선발 출장한 토마스 시아카는 특유의 스피드를 살린 라인 브레이킹으로 결승 골을 넣으며 다시 득점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날 미하엘 초르크 단장은 마르코 로제와 가볍게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엘링 홀란드가 빠진 이후에 흔들렸던 도르트문트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마르코 로제.
특히 헤르타 전에서 토마스 시아카라는 변수를 넣어서 역전을 시킨 경기는 구단과 팬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고, 자신의 위상을 더 높였다.
그들은 식사하며 도르트문트 현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스 요하임 회장이 전한 이야기에 따르면 자네는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
“영광이군.”
“자네가 오랫동안 도르트문트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눈치야.”
“눈치만 주지 말고, 계약서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나도 돈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거든.”
무뚝뚝한 토마스 투헬보다는 확실히 정감이 가는 마르코 로제였다.
“아마 이번 시즌 성공적으로 끝나면 끝내주는 계약서가 날아올 거야.”
“그래. 성공적이라는 조건이 없다면 정말 끝내줄 텐데 말이야?”
한스 요하임은 재밌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우리가 살펴야 할 중요한 것들이 있나?”
“물론이지. 중요한 사항은 정말 많지만, 일단 김우영, 토마스 시아카, 아모스 피에퍼의 재계약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다른 팀들의 스카우트들이 본격적으로 기웃거리기 시작했어.”
“거, 참 귀찮은 파리 같은 놈들이군. 침 묻힌 선수들에게 달라붙다니.”
“파리 때문에 좋은 선수들을 놓치지 않는 현명함이 필요해.”
“킴은 당연히 재계약해야만 하는 선수고. 토마스 시아카는 분데스리가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지만, 아모스 피에퍼는?”
“그 녀석은 초이가 떠났을 때, 그 빈자리를 메꿔줄 유망주야.”
“···그 정도라고?”
“물론, 초이 같은 파괴력은 없지만 프랭키 데 용처럼 후방에서 잘 버티며 빌드업을 잘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선수지. 특히 떠난 토마스 투헬이 공을 들여 침 발라놓은 녀석이야. 여차하면 그쪽 따라갈 수 있다고.”
“자네의 평가가 그렇다면야.”
언젠가는 이곳을 떠날 최준호의 빈자리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적당한 계약 말고, 도르트문트에서 헌신할 수 있는 금액이면 좋겠는데 말이야?”
“이봐. 상대는 한스 요하임 회장이야.”
“초이 때문에 도르트문트의 주급 체계가 엎어졌으니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흠.”
“마르코 로이스와 마리오 괴체의 뒤를 잇는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필요하지 않아?”
“흥행을 위해서는 그렇긴 하지.”
“그 녀석들이 제격이야. 잘 붙잡아보라고.”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세 선수는 도르트문트와 재계약을 맺었다.
그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꽤 좋은 조건으로.
특히 토마스 시아카는 하루종일 싱글벙글이었다.
– 퍽!
공에 맞아 코피가 줄줄 흐르고 있음에도, 토마스 시아카는 싱글벙글 웃었다.
“헤헤.”
주급 22,500유로.
2400유로를 받았는데 거의 10배나 뻥튀기가 되었다.
모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거액이었고.
이 정도 금액이면 정말 모든 식구를 다 독일로 데려올 수가 있었다.
“이 자식 정신이 좀 나간 거 같은데?”
함께 새벽 훈련을 하던 김우영이 토마스의 상태를 살피다가 고개를 저었다.
“뭐, 정신이 나갈 만도 하지.”
최준호가 다가와 토마스의 코에서 흐르는 피를 쓱 닦아주었다.
재벌 집에서 큰 김우영이야 저런 돈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토마스는 돈이 없어 밀항선을 탄 불법 체류자였다.
당장 도르트문트에 갈 버스비가 없어서 자신에게 돈을 빌렸던 녀석.
“이제 소원을 다 이룬 거야?”
최준호의 물음에 토마스의 시아카의 눈동자에 초점이 맺혀졌다.
“그 정도 받으면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거지?”
뭔가 싸한 물음에 토마스 시아카는 재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초이!”
“그 정도면 동생들 다 대학에 보낼 수 있잖아?”
토마스 시아카는 다시 싱글벙긍거렸다.
하지만, 턱을 몇 번 쓰다듬고 흐르는 코피를 손목으로 쓱 닦고는 웃음을 멈췄다.
“생각해보니까, 요새는 대학만 보낸다고 잘 사는 건 아니더라고. 결혼할 때 집 한 채씩 사주려면 좀 더 많이 벌어야 할 것 같아.”
그 말에 김우영이 킥킥거리며 웃었고, 최준호도 피식 웃었다.
한 명은 아버지에게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명은 가족을 위해서···.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나는?’
물론 최준호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이 축구계에 영원히 기록될만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메시 이상의 기록을 보유한 선수!
최준호는 리그에서만 17골 26개의 어시스트로 분데스리가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바르셀로나의 메시는 벌써 30골을 때려 박고 14개의 어시스트를 하고는 있었지만.
‘흠··· 나만 뒤처지는 느낌인데?’
또다시 실실 웃고 있는 토마스 시아카를 보며 최준호가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너희들 재계약을 축하할 겸 고기 파티나 열자.”
“···아침부터?”
“최고급 등심이 도착했을 거야.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같이 먹고 마시며 즐기는 거야.”
“마셔? 술도 있어?”
“내가 축구계에서 은퇴할 때까지는 집에서 술병 보기 힘들 거다. 괜한 기대하지 마.”
최준호는 김우영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고는 코피에 침까지 흘리는 토마스 시아카에게 눈을 돌렸다.
“정신 차려! 이틀 후에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나갈 녀석이!”
그랬다.
이틀 후에.
챔피언스 리그 16강 2번째 경기가 열렸다.
여기 도르트문트에서 토트넘을 상대로.